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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대학동엔 10년 뒤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1인 경제의 탄생- ③ 싱글족 1번지 서울 관악구 대학동
[61호] 2015년 05월 01일 (금) 김연기 economyinsight@hani.co.kr
   
▲ 2015년 4월20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부근 1인 식당 ‘싸움의 고수’에서 사람들이 혼자 식사하고 있다. 신림역 인근 대학동은 한국에서 1인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다. 한겨레 김진수 기자

1인가구 비율 57%로 특화된 상권 눈길…
논현1동·역삼1동·서교동도 절반이 싱글족


서울 관악구 대학동(옛 신림9동)은 ‘대한민국 싱글족 1번지’로 불린다. 1인가구 비율이 60%에 육박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자연스럽게 대학동에선 싱글족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눈에 띈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 밥을 같이 먹는 ‘소셜다이닝’이 대표적이다. 침실만 혼자 사용하고 거실·주방·화장실 등을 공동으로 쓰는 ‘셰어하우스’도 대학동에 밀집해 있다. 현재 대학동의 풍경이 미래 한국 사회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김연기 부편집장

서울 관악구에는 ‘싱글족 1번지’로 불리는 특별동(洞)이 있다. 혼자 사는 인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은 대학동이 그곳이다. 대학동 주민센터에 따르면, 2014년 12월 말 기준으로 이곳에 거주하는 1인가구는 1만1422가구다. 1인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57.3%에 이른다. 두집 중 한집 이상이 ‘나 홀로’ 가구다. 전국 평균과 비교하더라도 두배가 훌쩍 넘는 수준이다. 대학동 다음으로는 강남구 논현1동(8273가구·53.5%), 역삼1동(1만1361가구·49.7%), 마포구 서교동(7484가구·47.9%) 등이 1인가구의 비중이 높다. 대학동은 전체 주민 가운데 25~34살 청년층의 비중이 54%에 달해 역삼1동(55.7%)에 이어 전국 2위다. 대학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대학동은 강남권보다 집값이 저렴하면서도 강남이나 광화문, 여의도로 출퇴근하기 편리해 20~30대 1인가구가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라며 “젊은 직장인뿐 아니라 아르바이트생, 각종 시험이나 취업 준비생들도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1인가구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대학동엔 싱글족을 위한 특별한 상권이 만들어졌다. 일단 아파트보다 원룸 오피스텔이나 단독주택의 비율이 훨씬 높다. 침실만 혼자 쓰고 거실·주방·샤워실·화장실 등을 여럿이 함께 쓰는 셰어하우스(Share House)도 대학동에 몰려 있다. 대부분의 음식점에는 싱글족을 위한 별도의 좌석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선 1인 주점이나 1인 노래방도 낯선 공간이 아니다. 대형마트가 없는 대신 편의점이 다른 동네에 비해 월등히 많다. 대학동 인근 신림역 부근에서 1인 보쌈집 ‘싸움의 고수’를 운영하고 있는 박요하 대표는 “신림역 주변은 1인가구가 밀집한 주거지역이어서 퇴근 시간에 들러 혼자 밥을 먹거나 포장을 해가는 회사원이 많다”며 “1인 손님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도록 식당 구조를 배치하면서 혼자 식사하러 오는 손님의 비율이 40% 이상 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함께 먹기’

2015년 4월10일 저녁 7시 대학동의 한 삼겹살 전문점. 얼굴은 물론 나이, 이름조차 서로 몰랐던 20대 4명이 한 테이블에 앉았다. 모두 대학동에서 혼자 살고 있는 이들로 소셜다이닝(Social Dining) 사이트 ‘집밥’을 통해 만났다. 소셜다이닝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 밥을 같이 먹으면서 새로운 인맥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인사조차 나눈 적이 없는 남과 식사를 같이 한다는 게 어색하지만 그러한 낯선 상황이 오히려 소셜다이닝의 신선한 매력이다.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게 되면 유용한 정보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집밥 등을 통해 소셜다이닝을 갖는다는 직장 새내기 박성훈(28)씨는 “요즘엔 혼자서도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방법이 많지만 그래도 혼자 식당에 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기에는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여럿이 어울려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고 새로운 친구도 사귈 수 있어 나 같은 싱글족에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온라인게임 회사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오승주(29)씨는 “소셜다이닝을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디어도 얻고 가끔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과 정보도 교환한다”고 말했다.

집밥은 2014년 3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식사를 같이 하는 모임을 만들어주는 사이트로 출발했다. 하지만 이제는 캠핑 같은 취미활동이나 농구·축구·야구 등 스포츠 경기까지 이곳을 통해 다양한 모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뜻 맞는 사람과 식사하는 문화가 여가활동까지 함께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집밥을 방문한 사람은 1천만여명, 6천개 이상의 모임이 진행됐다. 집밥을 운영하는 박인(29) 대표는 “처음에는 혼자 식사하는 게 싫어서 페이스북에 ‘같이 밥 먹자’는 내용을 올렸다가 호응이 뜨거워 집밥을 창업하게 됐다”며 “1인가구가 늘면서 옛날에 어머니가 해주던 집밥에 대한 향수가 짙어져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1인가구 증가와 함께 침실만 혼자 사용하고 거실·주방 등을 함께 쓰는 ‘셰어하우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2014년 2월 셰어하우스 ‘보더리스하우스 강남 1호점’에서 입주민들이 파티를 열고 있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최근 대학동에는 이웃 또는 모르는 사람과 음식을 함께 주문해 생활비를 절감하는 ‘하프셰어(Halfshare)족’이 늘고 있다. 대학동 원룸에서 살고 있는 김시영(29)씨는 평소 안면만 있던 앞집 세입자에게 함께 아귀찜을 배달해 먹자고 제안했다. 앞집 세입자가 별다른 거부감 없이 김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둘은 3만2천짜리 아귀찜을 반반씩 부담해 주문했다. 김씨는 “찜요리 등은 작은 것을 시켜도 보통 혼자서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주변 사람들과 같이 배달해 먹다보니 남기지도 않고 쓸쓸하게 혼자 먹지 않아도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웃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처음 만난 사람과 비용을 분담해 음식을 주문하기도 한다. 서울대생 윤영훈(22)씨는 “학교 커뮤니티 앱에 피자를 같이 주문해 먹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리면 금세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먹거리뿐 아니라 가전 등 생활용품이나 무선인터넷 공유기를 함께 사용하는 것도 일반적이다. 직장인 박성훈씨는 “오피스텔의 같은 층에 거주하는 이들끼리 세탁기를 공동으로 구입한 뒤 세제도 할인되는 대용량 제품을 함께 구입해 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동에선 사는 공간을 통해서도 1인가구에 특화된 상권을 엿볼 수 있다. 부담스러운 주거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는 것이 가능한 셰어하우스가 대표적이다.

임용고사를 준비하며 고시원에서 혼자 살고 있던 고준호(26)씨는 2015년 2월 대학동의 한 셰어하우스로 이사했다. 이곳에는 고씨를 포함해 9명이 살고 있다. 방만 홀로 쓰고 거실·주방·화장실을 함께 사용한다. 입주자들은 저녁에 같이 장을 보고 식사를 하고 주말에는 인근 공원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고씨는 “고시원에 살 때는 옆방에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삭막한 환경이라 정신적으로 우울증이 나타나기도 했다”며 “셰어하우스로 옮긴 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외로움도 사라지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 셰어하우스는 월임대료가 33만~43만원으로 인근 오피스텔의 70% 수준이다. 셰어하우스 운영자는 “2014년 봄 문을 연 지 2개월 만에 1~2층 9개 방이 모두 찼고, 지금까지 거의 공실 없이 운영되고 있다”며 “입주자들이 좀더 불편 없이 이용하려면 샤워 뒤 머리카락을 치우는 등 서로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주거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서비스 유형을 다양화해 카셰어링 서비스 등 일상생활과 연계된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셰어하우스 수요가 늘다보니 일반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을 셰어하우스 형태로 개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학동 미림부동산 최태학 대표는 “최근 들어 셰어하우스가 인기를 끌면서 하숙집 형태의 기존 단독주택을 셰어하우스로 개조하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말했다.

셰어하우스가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면서 최근에는 대기업도 셰어하우스 공급에 나섰다. 하나금융그룹 출자회사인 HN주택임대관리는 2015년 3월 경기도 성남시 복정동에 셰어하우스 복정 1호점을 열었다. 대기업이 직접 셰어하우스를 이용해 임대주택 사업에 나선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복정 1호점은 지상 1~4층으로 다가구주택 6가구에 총 20실로 운영된다. 임대료는 35만~60만원이며 보증금은 월세 3개월분이다.  

‘따로 또 같이’ 사는 셰어하우스

대학동의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사회·경제적 환경은 점점 1인가구에 맞춰 변화하지만 정부 정책은 여전히 다인가구 중심이다. 2016년 결혼을 앞둔 오창환(32)씨는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대출을 알아보고 있지만 30살 미만 단독 세대주는 무주택자라도 전세자금대출이 안 된다”며 “대다수의 1인가구는 경제적 약자라는 사실을 정부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인가구를 ‘비정상’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도 여전히 부담이다. 박성훈씨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어 혼자 사는 게 조금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김시영씨는 “아직도 우리 사회는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사는 것을 ‘정상’으로 여긴다”며 “직장에서도 나이 들어 혼자 살면 ‘뭔가 부족한 게 있는 사람 아니냐’는 시선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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