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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나는 통신비, 살찌는 이통사들
국내 특집 ● 이동통신 고객은 봉이다 - ② 과다 통신비 강요하는 요금제
[48호] 2014년 04월 01일 (화) 전응휘 economyinsight@hani.co.kr
   
▲ 이경재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맨 오른쪽)이 지난 3월13일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내 고객들은 과다한 통화량과 요금 부담을 강요하는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 요금체계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통신요금을 내고 있다. 뉴시스

구매력 기준 가계 통신비 지출 세계 최고… 이통사들 독과점 요금체계 용인이 원인

구매력 기준으로 본 가계 통신비 지출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영국의 2배, 프랑스의 3배가 넘는다. 그 덕분에 이동통신사들의 영업이익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이통사들은 한국인의 통화량과 데이터 사용량이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진짜 원인은 요금체계에 있다. 규제 당국이 이통사들의 독과점 요금체계를 사실상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응휘 오픈넷 이사장·녹색소비자연대 이사

이동통신 시장의 국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지난 10년간 매출액 변화를 보면, 기본요금 1천원을 내린 2011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꾸준히 상승해 2003년 9조4594억원에서 2013년 12조8604억원으로 무려 3조4천억원 이상 올랐다. 2011년 3개 이동통신사가 한해 동안 거둬들인 매출은 22조3천억원이 넘었다. 이것은 큰 사회적 논란을 불러왔던 4대강 사업에 지난 정부가 4년 동안 투입한 총지출액을 상회하는 금액이다.

이런 엄청난 규모의 매출액에 더해 SK텔레콤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5년 동안 가장 낮았던 때가 10.8%(2012년)이고 가장 높았던 때는 무려 18%(2009년)를 넘었다. 2013년만 하더라도 현재까지 추정 영업이익률은 12.16%에 이른다. 국내 대기업들의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6%가 채 못 되며 최근 들어서는 더욱 낮아지고 있는데, SK텔레콤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전년보다 오히려 1.36% 상승했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한편, 우리나라 가계의 통신비 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격년으로 발표하는 세계 통신서비스 비교 자료인 ‘세계통신전망보고서’(Communication Outlook·2013)에 따르면, 가계별 월평균 이동통신요금 지출액은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비교 19개국 중에서 가장 높았다. 그것도 국가 간 비교를 위해서 달러 가치를 구매력 가치로 평준화한 금액에서 우리나라의 통신비 지출액은 2위인 일본이나 3위인 멕시코와 비교해 현저하게 높았다. 멕시코는 우리나라보다 30% 이상 지출액이 적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와는 비교 자체가 의미 없을 정도로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가계 통신비 지출 미국의 1.7배

통계청 통계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가계 소비지출에서 통신비 지출의 실질 비중은 10년 전 5.3%(2003년)에서 최근에는 6.56%(2012년)까지 늘어났다.

물론 통신비 부담은 통신량이 증가하면 함께 늘어나기 마련이다. 통신 사업자들은 통신 소비자가 통신량을 많이 쓰기 때문에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음성통화량이 우리나라 못지않게 많이 발생하는 국가들과 비교해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음성통화 서비스 이용료는 세계 최상위 수준이며, 이 국가들 중에서 가입자로부터 월평균 거둬들이는 매출액(음성·데이터 비용을 합한 통신비) 또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높은 요금 수준이 유지되는 이유는, 한마디로 가격체계에 경쟁 압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동통신의 경우 시장 경쟁 정도를 나타내는 허쉬만허핀달지수(HHI)가 가입자 수 기준, 매출액 기준 어느 것이나 3800과 4100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도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을 경쟁이 사실상 없는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HHI는 3300 이상이면 비경쟁시장으로 본다.

이렇듯 사실상 경쟁이 없는 실패한 시장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시장에는 통신 규제 당국에 의한 요금인가제가 적용되고 있다. 시장지배력을 가진 사업자가 경쟁 사업자를 시장에서 퇴출하기 위해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거나 경쟁 사업자와 담합해 독과점 요금을 형성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요금인가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은 시장에서 형성된 것이 아니라 통신 규제 당국이 승인하고 신고를 받은 요금이다. 말하자면 통신 규제 당국은 현재의 이동통신 요금 수준이 적정하다고 용인하는 셈이다.

누구나 대금을 지급하면서 체감하는 사실이지만 예전 2세대 이동통신 때보다 3세대 서비스를 이용할 때, 그리고 3세대 서비스보다 LTE 서비스를 이용할 때 통신비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소비자는 2세대보다 3세대 서비스를 이용할 때 평균 20~25% 통신비를 더 내고 있고, LTE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3세대 서비스보다 평균 15% 이상 더 내고 있다. 2세대 서비스를 쓰다가 LTE 서비스로 옮길 경우 통신비를 100%나 더 낸다.

독과점 요금체계 구축한 이통사들

통신 사업자는 이 경우에도 역시 소비자가 데이터 서비스를 많이 쓰고 있어서 통신비를 더 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소비자는 음성통화의 경우 약정된 통화량의 80% 내외만을 쓰고 있으며, 데이터도 약정된 데이터양의 65% 정도밖에 쓰고 있지 않다. 즉, 음성과 데이터 모두 소비자는 평균적으로 원래 사용량보다 20~30% 추가 지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통신 규제 당국이 요금 인가를 할 때 인가요금과 신고요금 모두 인상을 허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3세대 서비스나 4세대 기술인 와이드밴드코드분할다중접속기술(WCDMA)이나 LTE는 모두 데이터통신을 위주로 한 기술로, 음성통신 중심이던 2세대 서비스에 비해 단위 데이터양을 전송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현저하게 낮다. 즉, 신규 서비스를 채택할수록 데이터 원가가 현저하게 낮아지므로 그 이전 서비스에 비해 동일한 요금 수준을 유지하거나 약간 낮추더라도 수익은 더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 현재 이동통신 요금체계는 신규 서비스로 갈수록 오히려 전체 요금 수준이 더 높아지도록 설계돼 있다. 이런 요금체계 또한 통신 규제 당국이 용인한 것이다.

시장이 실패했을 때 독과점 규제 차원에서 규제 당국이 사업자들의 요금을 승인하도록 하는 현재의 통신요금 인가제도하에서도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은 불가해할 정도로 독과점 수준의 요금이 허용되고 있다. 참여연대가 통신 규제 당국을 상대로 한 이동통신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처음 요구한 것은, 통신 규제 당국이 요금을 인가할 때 “요금이 공급비용, 수익, 비용·수익의 서비스별 분류, 서비스 제공 방법에 따른 비용 절감, 공정한 경쟁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 산정”(전기통신사업법 제28조 3항 1호)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그러한 점을 반영한 평가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거였다.

인가제 아래에서 독과점 수준의 요금이라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였다. 통신 규제 당국은 이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그런 자료가 없다고 법정에서 증언까지 했다. 결국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그렇다면 통신사들이 요금 인가를 받거나 신고할 때 규제 당국에 제출하는 서류를 공개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투명한 인가제를 인정한 것이다.

그로부터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요금인가제 폐지를 검토하는 요금제 개선 로드맵을 6월까지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요금인가제가 사라질 경우 통신사업자들에게 현재 수준의 요금 인하를 강제할 수단은 아무것도 없게 된다. 현재의 요금제 아래서도 사업자들은 요금을 인하하겠다면 인가 없이 신고만으로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요금 인하를 하지 않고 있다.

하물며 현재의 요금 수준이 충분히 독과점 초과이익을 보장하는 수준이라면 이동통신사들은 현재의 요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으니 요금을 인하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통신 규제 당국은 요금인가제 관련 정보를 공개하느니 차라리 요금인가제의 폐지를 고려하겠다고 한다. 요금인가제가 독과점 요금 보호제였다는 말인가?

ehch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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