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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비싼 휴대전화, 왜?
국내 특집 ● 이동통신 고객은 봉이다 - ① 왜곡된 단말기 유통시장
[48호] 2014년 04월 01일 (화) 박지성 economyinsight@hani.co.kr
   
 

국내 휴대전화 가격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가계 통신비 지출도 세계 최고다. 통신비 지출이 영국의 2배, 프랑스의 3배에 이른다. 이동통신사들은 한국인의 통 화량이 많아서 그렇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100만원짜리 휴대전화에 70만 ~80만원씩 보조금을 주고도 휴대전화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은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 과도한 보조금과 막대한 이익의 원천은 결국 지나치게 높은 이동통신 요금일 수밖에 없다. _편집자

고가형 가격 OECD 평균 366달러, 국내 643달러…
출시가격 부풀린 채 보조금 경쟁


국내 휴대전화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배에 육박한다. 애초 출시 때부터 부풀려진 가격이란 얘기다. 여기에 높은 통신요금이 더해진다. 단말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막대한 이익을 내는 이유다. 이를 바탕으로 연간 7조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점유율 경쟁을 벌인다. 그렇게 쏟아붓고도 천문학적인 이윤을 남긴다.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박지성 <디지털타임스> 기자

이동통신 시장이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했다.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영업정지 조치가 시작된 지난 3월13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전화 상가에서 만난 한 매장 직원은 “영업정지 이야기가 나온 이후 하루에 1대를 팔면 많이 판 것”이라며 “휴가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사가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린 보조금 과잉지급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각 사에 45일의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같은 건에 대해 LG유플러스 14일, SK텔레콤 7일의 추가 영업정지 조처를 내리면서 통신시장은 완전히 얼어붙은 모습이다.

영업정지 기간에 이동통신사들은 매출이 줄더라도 마케팅 비용을 6천억원 넘게 아끼며 영업이익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지만, 소비자는 단말기를 교체하는 데 큰 불편을 겪어야 한다. 내수시장을 위주로 하는 팬택 같은 중견 제조사와 오프라인 중소 판매점들은 도산 위기에 처했다. 휴대전화 유통구조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피해는 결국 약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동통신 산업의 생태계 전반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왜곡된 단말기 유통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단말기 가격이 가장 비싼 동시에, 전세계에서 최신 아이폰과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나라로 꼽힌다. 갤럭시노트3의 출고가(공장도가격)는 106만7천원으로 해외에 비해 20만원가량 비싸다. OECD가 2012년 말 기준으로 주요 국가들의 고가형 휴대전화 평균 가격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가 643달러로 OECD 평균 366달러의 약 2배를 기록했다. 단말기를 출시할 때부터 보조금 지급을 감안해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휴대전화 가격에 거품이 끼게 됐다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다.

반면 106만원의 갤럭시노트3는 지난 2월 ‘보조금 대란’ 때 100만원대의 보조금이 투입되며 일부 유통점에서 24만원에 판매됐다. 이 사례는 왜곡된 단말기 유통구조와 국내 통신시장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제품이 시장에 풀린 지 2개월 만에 무려 82만원이나 낮은 가격에 판매되니 제값을 주고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비싼 통신비 받아 마케팅비 연 7조원 투입

보조금이 최고급 단말기의 대중화에 기여하며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같은 휴대전화 기종이라도 지역과 시기에 따라 2~3배의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갤럭시 스마트폰을 100만원에 산 사람들이 운 좋게 20만원에 구입한 사람들의 비용을 보전해주는 셈이다.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을지 알 길이 없으며, 저렴한 가격에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이용자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휴대전화 가격이 이통사들의 정책에 따라 주식시장처럼 요동치다보니 휴대전화를 사기 위해 새벽 3시부터 소비자들이 판매점 앞에서 줄을 서고, 보조금이 많이 풀린 날을 일컬어 ‘123 대란’ ‘221 대란’이라 부르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보조금을 법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과 핀란드뿐이며, 불법 보조금을 신고하는 ‘폰파라치’가 활동하는 나라도 한국이 유일하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 보면 보조금도 넓은 범위에서 통신요금의 일종”이라며 “높은 단말기 출고가는 이통사·제조사의 높은 보조금 경쟁으로 이어지고, 이같은 악순환이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권을 떨어뜨리고 공정경쟁을 차단한다”고 말했다.

   
▲ 지난 3월7일 서울 강북구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 앞에 파격적인 보조금 지급을 약속하는 홍보물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불법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이동통신 3사에 45일간의 영업정지를 명령했다. 뉴시스

단말기 보조금은 유통시장을 어지럽히며 이용자 간 차별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보조금은 유통망(대리점, 판매점 포함)에서 이용자에게 지급하는 단말기 가격 할인액이나 현금 지급액으로, 이통사와 제조사가 지원하는 재원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이통사는 약정 보조금 이외에 대리점에 정책장려금과 관리수수료 등을 지급하고, 제조사는 이통사에 휴대전화를 공급하면서 제조사 장려금 형식으로 할인해 판매하거나 직접 대리점에 장려금을 지급한다.

현재 국내 단말기 유통시장에서 가입자를 확보하는 방식은, 통신요금 경쟁보다는 시장 상황에 맞춰 상대 회사보다 높은 보조금을 통해 단말기 가격을 낮춰줌으로써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통사 처지에서 보면, 통신요금은 조정할 때마다 매번 정부 인가 또는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수단이다. 반면 보조금은 이통사가 실시간으로 투입 규모를 조정할 수 있어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즉각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간사는 “심할 때는 1시간에 10건이 넘게 이통사 지역본부, 대리점 등에서 보조금 정책이 내려온다”며 “A사가 10만원을 쓰면, 시간별로 수십∼수백 건의 가입자 이탈이 실시간으로 체크되기 때문에 마치 도박의 레이스처럼 보조금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통사들이 경쟁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10만원으로 출발한 보조금이 100만원에 이르게 되고, 이는 이용자 차별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단말기 유통망끼리의 경쟁도 치열하다. 단말기 유통망은 이통사와 직접 계약을 맺은 ‘대리점’,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판매점’으로 이중삼중으로 촘촘히 연결돼 있다. 전국 휴대전화 대리점과 판매점 수는 약 3만2천 개로, 2만5천 개인 편의점보다 많다.

2012년 이동통신 3사의 연간 마케팅 비용은 7조원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이동통신 3사가 같은 해 LTE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들인 돈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네트워크 투자와 기술 개발을 통해 ICT 산업 생태계의 활성화에 써야 할 돈을 소수 소비자들을 위해 쓰는 일은 사회적 낭비라고 할 수 있다. 비싸게 뻥튀기된 가격에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보조금을 들여 할인해주는 현재의 왜곡된 시장 상황 대신, 아예 출발부터 저렴하게 스마트폰을 팔고 보조금을 주던 만큼 차라리 요금을 할인해준다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장관이 바뀔 때마다 ‘가계통신비 인하’는 매번 빠지지 않는 핵심 추진 과제다.

이통사들은 논란이 될 때마다 “상황을 알지만 쉽지 않다. 우리도 보조금 경쟁에 지치고 있다”며 입을 모은다. 이통사들에는 통신요금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매출’이 장기적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경영지표다. 보조금은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이통사들이 자유롭게 지출을 조정할 수 있는 항목이지만, 통신요금은 정부 인가를 받는 사항으로 법적 통제를 받는 동시에 그만큼 안정적 수익 기반이 된다. 이 때문에 이통사들은 단말기 가격의 변화를 주도하면서도 요금 원가 공개 등 통신요금 인하 움직임에는 격렬하게 저항한다.

그러나 휴대전화 가입자가 인구보다 많은 5400만명에 이르는 포화된 시장에서 1%의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7조원을 쏟아붓는 일은 이통사 처지에서도 지나친 에너지 낭비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은 2004년 이후 5(SKT) 대 3(KT) 대 2(LG)의 시장구조가 굳어지며 10여년째 지속되고 있다. 이런 시장구조에서 이통사들이 안정적인 요금 기반의 매출을 확보하기 위한 점유율 유지를 지상 목표로 삼다보니 점유율에 작은 변화만 있어도 이를 지키기 위해 보조금을 동원한 과열 양상으로 흐르는 패턴이 반복된다.

   
▲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한 영업정지 명령이 내려진 지난 3월13일 서울 용산구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동통신 3사에 여러 차례 제재를 가했으나 왜곡된 휴대전화 유통구조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단말기 유통과 통신 서비스 분리해야

이통사들은 전체 서비스 매출보다는 ‘가입자 1인당 월평균 매출’(ARPU)을 가장 중요한 경영 지표로 두는 편이 낫다.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고민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 이통사들은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유통구조가 왜곡돼 있다는 데 공감하고 다양한 대안을 내놓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보조금 투명 공시와 차별 금지를 법으로 명시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근본적인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제조사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단통법 추진에 앞서 현행 규제는 비현실적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방통위가 보조금 과잉 지급의 기준으로 삼는 27만원은 60만∼70만원짜리 피처폰이 대세였던 2010년 이전에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불법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통신요금의 구성 요소를 소비자가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서 ‘호객’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단말기 판매대금과 통신요금 고지서를 분리하는 ‘분리요금제’도 중요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장기적으로는 이통사들이 단말기 유통시장을 독점하는 현재의 구조를 깨고 단말기 유통과 통신 서비스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해법으로 제시된다. 단말기 판매망을 분리하면 자율적인 경쟁으로 휴대전화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휴대전화 해외 직접구매(직구), 편의점 판매, 제조사 유통점을 통한 직접 판매 등 유통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각계가 내세우는 이같은 대안들은 이동통신 산업 생태계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좀처럼 추진력을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j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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