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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에 맡겨진 식품 안전 관리
Special Report Ⅱ ● 먹거리 산업 실체 대해부- ② 부실한 감시·경보 시스템
[41호] 2013년 09월 01일 (일) 주자네 아만 외 economyinsight@hani.co.kr
   
▲ 식품 안전 관리 시스템은 식품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오직 생산자만이 식품 안전에 책임을 질 뿐이다. 세르비아의 한 치즈 생산업자가 막 생산한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REUTERS

글로벌 식품산업 따라가지 못하는 국가 차원 관리… 책임 외면하는 정부와 기업

식품산업은 글로벌화하고 있지만 식품 안전 감시 시스템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불량 식품에 대한 경보 시스템도 없고 평판이 나쁜 생산자와 제조기업에 대한 정보도 없다. 식품 안전은 거의 전적으로 식품 제조업체에 맡긴다. 물론 기업도 식품 안전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경제적 효율성의 원리를 넘어서지는 못한다.


주자네 아만 Susanne Amann
미하엘 프뢸링스도르프 Michael Fröhlingsdorf
우도 루드비히 Udo Ludwig <슈피겔> 기자

미하엘 나글은 자신의 축사에서 70마리의 젖소를 키운다. 젖소 1마리가 날마다 25ℓ의 우유를 생산한다. 젖소는 착유를 위해 아침저녁으로 자동화된 펌프 앞에 줄을 선다. ‘다농’의 탱크차가 그 우유를 유제품 공장이 있는 독일 로젠하임으로 운반한다. 뮌헨 남동부에 있는 이 공장에서는 우유를 1m 높이의 탱크에 담아 살균하고 1만ℓ 또는 그 이상의 대형 용기에 담는다. 그 뒤 유산균을 투입하고 용기를 몇시간 동안 밀폐한다.

유산균이 우유의 산성농도(pH)를 낮추고 응고시키면 치즈 생산자가 ‘겔’(Gel)이라 부르는 상태가 된다. 이것이 거대한 우유 단백질 덩어리 ‘커드’다. 커드를 ‘치즈 하프’라 부르는 절단 도구를 이용해 한 모서리의 길이가 최대 0.5cm인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잘라 여과기로 보낸다. 그 후 유청을 분리하고 소금·산·유당 잔류물을 제거하기 위해 세척한다. 그다음 작게 분쇄된 치즈를 굵은 호스를 통해 다음 처리 용기로 보내 크림·소금·소스와 섞는다. 내용물이 완성되면 자동으로 포장기계에 옮겨진다.

나글이 생산한 우유가 포장 완료된 코티지 치즈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겨우 8시간에 불과하다. 코티지 치즈는 로젠하임에 보관하다 독일 전역과 이탈리아·오스트리아 등지에 트럭으로 배송한다. 제조 과정에 사람 손은 거의 필요 없다. 생산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노동자는 유리 부스 안에 있는 제어센터에 앉아 pH값·압력·온도를 조절하는 계기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나 가공식품 대부분이 컴퓨터로 제어되는 최첨단 기술을 통해 생산된다는 사실을 짐작하는 구매자는 거의 없다. 거대 식품기업 네슬레는 지난해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소비자는 식품 제조 과정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식품에 들어 있는 성분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 1월 독일 연방정부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91%가 식품의 품질에 ‘만족’하거나 ‘매우 만족’하지만 조사 대상자의 65%는 식품업계를 거의 신뢰하지 않거나 전혀 신뢰하지 않았다.

소비자 65% 식품업계 신뢰 못해

한 글로벌 식품기업의 독일 지사장은 “독일은 다른 나라보다 식품 관련 리콜이나 불만 사례가 적지만 식품업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금융계 바로 다음 자리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은 업계 책임도 크다. 식품업계는 매우 폐쇄적이어서 고객은 물론 언론에도 내부 사정을 공개하지 않는다.

또한 식품업계는 사회 흐름은 좇아가지 못하면서 식품 관련 규정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들기 위해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 이사회에 많은 돈을 들여 로비한다. 그러면서도 식품업계의 문제를 밝히려는 소비자단체의 활동에는 심한 거부감을 보인다. 자신을 일방적으로 매도한다는 이유에서다. 푸드워치 직원은 14명에 불과하다. 이 단체가 480만명에 이르는 식품업계 직원의 노동 산물을 이유 없이 폄훼하지는 않는다.

피자·생선초밥·땅콩·차에 대한 넘치는 식욕을 줄이고 싶다면 EU가 식품 사고가 발생할 때 소비자에게 신속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실시하는 ‘식품 및 사료 신속경보시스템(RASFF)’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된다. 이 홈페이지는 EU 회원국에서 발생한 식품 및 사료의 변질, 오염, 상표 오기 사례를 날마다 취합해 공개한다.

내용을 보면 역겨울 정도다. 중국산 땅콩과 터키산 피스타치오에서는 발암물질이, 불가리아·캐나다·네덜란드산 원료로 만든 냉동 혼합베리에선 A형 간염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스페인산 황새치에서는 수은, 오징어에서는 카드뮴이 나왔다. 중국의 수출업자가 가재에 허용되지 않는 방사선 처리를 했다는 사실도 발각됐다.

전 EU 보건·소비자 건강 담당 집행위원 존 달리는 “EU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식품 안전을 담보한다”고 칭찬하지만 많은 전문가의 견해는 다르다. 신속경보시스템은 식품의 안전을 강화했지만 급증하는 식품 유통량에 비하면 충분하지 않다. 독일연방식품검사관협회 마르틴 뮬러 회장은 “소비자가 일주일 전에 먹은 딸기가 세균에 감염됐었다는 걸 아는 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 2010년 문을 연 독일 음식점 코흐하우스는 음식이 아니라 조리법과 그에 필요한 재료를 판매한다. 직접 요리를 해먹는 삶의 여유를 느껴보자는 이유에서다. 베를린에 있는 코흐하우스 내부(왼쪽).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이 식품첨가물과 유전자조작 식품의 라벨 표기 의무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식품첨가물의 부작용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FLICKER
식품이 국민의 식탁에 올라오기 전에 검사하는 곳은 없다. 불량 식품에 대한 조기경보 시스템도 없고 평판이 나쁜 생산자와 제조기업에 대한 정보도 없다. 전국적으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감시기관마저 없다. 식품 관리 시스템은 글로벌 산업이 발전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오직 생산자만 그들이 생산한 상품에 대해 책임질 뿐이다.

푸드워치 회원 볼프 슈미트는 “자동차 회사는 납품업체의 실수까지 자신이 떠안지만, 식품 유통업체는 자체 상표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마저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물론 거대 식품 기업은 오염이나 식중독 사태를 가장 두려워한다. 그래서 이들은 국제 기준에 따라 운영되는 자체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중국 같은 중요한 원료 생산지에 검시관을 파견해 현지에서 품질 기준의 충족 여부를 검사한다. 그러나 나쁜 품질의 재료를 좋은 품질의 재료에 섞어서 양을 늘리거나 폐기해야 할 재료를 재활용하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에 상표를 새로 붙여 재유통시키고, 물가가 싼 나라에서 식품을 구입해 비싸게 파는 것도 어렵지 않다.

라민 구는 가끔 고객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얼마 전 한 고객이 그에게 전화해 토마토를 어떻게 4조각으로 잘라야 하는지 물었다. 그는 “설명서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었지만 그래도 질문할 것을 발견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32살의 요리사 구는 베를린에서 코흐하우스(Kochhaus·요릿집)라는 식당을 운영한다. 식당 안에는 와인과 커피, 파스타, 빵에 발라 먹는 스프레드 제품, 초콜릿에 이르기까지 맛있는 것은 모두 진열돼 있다.

젊은 층 20~25%, 간식으로 식사 때운다

그러나 코흐하우스의 핵심 사업은 18가지 요리의 조리법과 그에 필요한 재료를 판매하는 것이다. 이곳에는 조리법에 따라 재료가 진열돼 있다. 조리법은 각각 정확한 분량으로 나눈 돼지고기 필레, 양파, 라임 등의 재료 옆에 놓여 있다. 사업 원리는 이렇다. 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음식은 호화롭지 않고 조리가 비교적 쉽다. 특별한 재료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가격은 저렴하지 않다. 같은 재료를 일반 슈퍼마켓에서 구입해 조리할 수 있지만 이 매장엔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첫 매장을 열었고 지금은 독일 전역에 8개 매장이 있다.

코흐하우스의 성공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명확한 점은 독일 소비자가 이중적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값비싼 시스템 키친을 구입하면서도 슈퍼마켓에서 장을 볼 때 식품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화를 낸다. 독일 소비자는 로컬푸드나 유기농 식품을 소비하는 데 찬성하지만 정작 조금이라도 비싼 식품을 구입하는 건 망설인다. 또 TV 요리 프로그램을 즐겨 보고 책장엔 요리책이 가득해도 으깬 감자 요리를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학자들은 특히 젊은 소비자에게서 정규 식사를 ‘스내킹’(Snacking·간식 섭취)이 대신하는 경향을 발견한다. 이미 14~29살의 청년 세대 중 20~25%가 스낵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있다. 이는 식료품에 대한 지식은 물론 요리 능력도 감소시킨다. 이런 경향에는 산업계도 한몫한다. 식품업계는 냉동식품부터 캔 포장 고기말이, 와플 반죽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음식을 제공한다. 한편에선 베른트 슐츠 같은 사람도 있다. 베를린 남서쪽에 있는 작은 도시 굄니크의 유기농 축산업자인 슐츠의 일상은 게으르게 일광욕하거나 사료에 코 박고 있는 커다랗고 건강한 돼지를 관리한다. 슐츠는 동업자 한명과 함께 육류 통신판매업체 ‘내 작은 농장’(Meine Kleine Farm)을 설립했다.

이 업체의 특별한 점은 자신이 주문한 상품이 어떤 돼지고기로 만들어지는지 정확히 알게 된다는 것이다. 주문 양식부터 어떤 돼지가 지금 도축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원하는 사람은 웹캠을 통해 도축 장면을 지켜볼 수 있다. 완성된 소시지나 유리 용기에는 그 제품을 만들기 위해 죽어야 했던 돼지 사진이 붙어 있다. 양심의 가책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게 아니라 오히려 돼지가 건강하게 잘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취지라고 한다.

어찌됐건 돼지 사진은 이 회사의 소시지나 햄을 먹을 때마다 그 음식을 위해 희생한 동물을 기억하게 한다. 슐츠는 “기존 축산업에서는 오직 육류 생산량만 중요할 뿐 가축은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얼굴을 가진 고기’에 관심 갖고 구매하는 것에 대해 기뻐한다. 슐츠는 “사람들이 다시 전통적인 유기농 축산업에 관심 갖게 하는 것이 참 좋다”고 말했다.

ⓒ Der Spiegel 2013년 31호 Naturlich kunstlich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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