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특집 > 특집 2012
     
100조원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방정부들
국내 특집 ● 갈수록 악화되는 지방재정 해법 없나
[29호] 2012년 09월 01일 (토) 김학준 kimhj@hani.co.kr

   
 
무리한 개발 사업에 지출 늘고 금융위기 이후 세수 감소하면서 부채 눈덩이처럼 불어

지방자치단체의 부채도 문제지만 지방공기업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재임을 노리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무분별한 개발 공약 탓이 크다. 수입은 정해져 있는데 복지사업비 등 쓸 곳은 계속 늘어나는 것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하지만 자구 노력보다는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는 행태가 만연해 있다.

사례 #1

지난 6월 말 강원도 태백시는 행정안전부 지방재정위기관리위원회 제1차 회의 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시가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문제의 오투리조트 매각 계획 등을 감안해 연말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재정위기 관리 단체가 되면 재정건전화 계획을 세워 뼈를 깎는 절약을 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은 꿈도 꾸지 못한다.

태백시는 일본의 유바리시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유바리는 탄광이 문을 닫은 뒤 도시가 황폐화되자 다양한 활성화 사업을 펼치다가 부채가 늘어나는 바람에 2007년 파산을 선언했다. 역시 탄광도시였던 태백시도 도시 활성화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뒤 2001년 이를 추진할 태백관광개발공사를 만들었다. 탄광이 문을 닫은 뒤 폐허가 돼가는 도시에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스키장과 골프장 등을 갖춘 오투리조트를 만들었다.

이 무렵 태백시와 붙어 있는 정선군에서는 강원랜드가 골프장과 스키장을 건설 중이었고, 인근 삼척에서도 골프장 용역이 진행 중이어서 중복투자 우려가 높았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이나 강원랜드 등과 공동 투자하는 방안을 제안받았으나 태백시는 이를 거절했다.

리조트는 건설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공사비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공사비가 애초 예상한 3천억여원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골프 회원권과 콘도도 제대로 분양되지 않아 태백시의 보증으로 거액을 차입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또 리조트 건설 과정에서 비리가 드러나 전 태백시장을 비롯한 7명의 관련자가 무더기로 사법 처리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로 태백관광개발공사는 부채가 3474억원으로 불어 자본금의 2044%에 이르렀다. 올해 예산이 2400억여원인 태백시는 태백관광개발공사 출자금과 지급보증액 등 2200억여원의 손해를 보게 됐다. 개발공사가 추진한 대규모 사업 하나가 삐끗하는 바람에 재정위기가 초래된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른 시기에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오투리조트의 적자가 뻔한 상황에서 후한 값에 사려는 민간 기업은 없다. 반대로 너무 싸게 파는 것은 태백시가 꺼린다. 시는 다시 정부의 지원을 바라며 손을 내밀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태백시가 또다시 정치적인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며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고 넘어갈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방만한 경영에 제동을 걸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강원도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점프대 앞에서 평창겨울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도민들의 모습. 알펜시아는 무리한 사업 시행으로 1조원이 넘는 부채를 지고 있다. 뉴시스

사례 #2

겨울아시아경기대회와 겨울올림픽 때문에 위기에 빠진 곳이 강원도다. 낙후된 지역을 살리는 길이 대규모 스포츠 행사라고 믿고 모든 것을 건 탓이다. 1999년 강원도 겨울아시안게임은 작은 대회라서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3번 도전해 끝내 유치에 성공한 겨울올림픽은 심각한 문제를 불러왔다.

강원도개발공사는 1차로 겨울올림픽에 지원했다 캐나다 밴쿠버에 밀려 떨어진 뒤인 2004년 대관령알펜시아 사업을 추진한다. 기반시설이 부족해 겨울올림픽 유치에 실패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외국 관광객을 불러들인다며 한 채에 20억원을 훌쩍 넘는 호화 골프빌리지를 300채 가까이 지은 것이 나락으로 향한 첫걸음이었다. 분양률이 10%를 밑돌며 자금 압박이 시작됐다.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빚을 갚기 위한 공사채 발행도 이어졌다. 겨울올림픽 유치에 한 차례 더 실패하면서 공사가 지연돼 공사비와 사업비는 크게 늘어났다. 개발공사 간부들이 돈을 흥청망청 쓴 것도 부실을 더했다. 지난해 말 현재 부채는 1조3천억원(344%)으로 늘었다. 오투리조트와 알펜시아리조트 탓에 강원도는 광역단체 가운데 공기업 부채비율(395%)이 가장 높다.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를 유치하면 거액의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무모하게 일을 벌인 측면도 많다. 월드컵축구대회, 국제육상대회, 아시안게임 등이 그런 예다. 사정이 정 어려우면 대회를 반납하겠다고 하면 된다. 국격이 실추될까봐 정부가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올 상반기 공사에 대한 감사를 벌였고, 강원개발공사 전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강원도지사를 3번 하면서 겨울올림픽을 3번 지원한 김진선 전 지사는 책임선상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말 우여곡절 끝에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을 따내며 정부 지원 약속을 얻어냈지만 워낙 부실 덩어리가 커서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밀한 경제적 검토 없이 정치적 속셈으로 추진하는 무분별한 투자가 이어진데다 금융위기로 인해 세입마저 줄면서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자체 세입만으로는 공무원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곳도 꽤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의 존재 이유인 대민 서비스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가 51.9%에 불과하다. 세입의 절반을 중앙정부의 교부세나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부채 증가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늘어나게 되고 국가 전체의 재정 부담으로 확대되는 악순환을 부르게 된다.

지자체 부채 규모 100조원 육박

행정안전부 통계를 보면, 2010년 말 현재 244개 지방자치단체의 빚은 28조9933억원이다. 2005년 17조5천억원에서 65% 늘었다. 2010년 한해 동안에만 지방채 6조3천억원을 발행하고 2조5천억원을 갚아 부채가 2조원가량 늘어났다.

광역단체 부채가 20조4433억원, 시·군·구 부채가 8조5490억원이다. '토건공화국'이라는 말이 맞을 정도다. 도로 건설에 7조2천억원을 썼고, 지하철(3조4천억원), 문화체육시설(1조3500억원), 공단 조성(9600억원) 등에 주로 돈이 들어갔다.

지방예산 대비 채무 잔액 비율인 지방채무잔액지수는 2008년 15.7%에서 2010년 22.2%로 높아졌다. 특히 도의 경우 2007년 12%에서 42.5%로 급증해 지방채 발행이 제한될 수 있는 40% 수준을 넘어섰다.

244곳 지방정부 가운데 재정수지가 적자인 곳은 152곳이다. 적자 액수는 2조4천억원이다. 지방채무잔액지수가 50% 이상이면서 재정수지가 적자인 광역단체도 3곳이나 된다. 채무 부담이 크고 자체 세입 비율이 낮아 재정 위험을 스스로 극복할 능력이 부족한 광역단체는 5곳에 이른다.

자치단체 채무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지방공기업 채무다. 2005년 23조5천억원이던 공기업 부채는 지난해 67조6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여기저기 땅을 파헤치고 건설에 매진해온 도시개발공사가 주범이다. 전국에 모두 385개 지방공기업이 있다. 이 중 전국 16개 광역 자치단체 도시개발공사 부채가 40조8천억원으로 전체의 60.3%를 차지한다. 그중에서 수도권인 서울·경기·인천 3곳의 도시개발공사 부채가 31조9800억원으로 전체 도시개발공사 부채의 78%에 이른다. 16개 도시개발공사 부채는 2005년 5조9천억원에서 6년 동안 7배로 증가했다.

지난해 지방공기업 가운데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한 곳은 70개에 이른다. 전체 5분의 1 수준이다. 또 적자 공기업은 175개며, 적자 규모는 1조9천억원이다. 지방공사 55개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 24개다.

삼성경제연구원은 지난 6년간 늘어난 공기업 부채를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2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부채의 절대 규모도 중요하지만 부채가 단기간에 급격히 증가해 유동성을 압박하고 지방 세입·세출 여건을 동시에 악화시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중앙정부는 되도록 권한을 움켜쥔 채 지방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 지자체는 재정 압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장 지역주민들의 표를 모으는 데 유리한 선심성 정책을 선호한다. 이 두 가지가 순환하며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 '아직은 믿고 맡기기 어렵다'는 중앙정부 주장과 '믿고 맡긴 뒤에 평가를 하자'는 지방정부 주장이 팽팽하다. 지자체들은 돈이 부족하니 장기적인 정책을 펴지 못하고 표피적이고 단기에 효과가 있는 정책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조세수입의 약 80%는 중앙정부의 몫이고, 지방이 나머지 20%를 가져간다. 반면 재정지출은 중앙이 42.8%, 지방이 42.2%로 비슷하다. 불균형이 생긴다. 지방정부는 지방세와 세외수입으로 57%를 충당하고 중앙정부에서 받는 교부세 등으로 나머지를 채운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해 51.9%까지 떨어졌다.

특히 중앙정부가 맡아오다가 지방으로 위임한 사회복지사업이 늘어나면서 지자체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자체 전체 예산에서 사회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13.3%에서 2010년 20.7%까지 늘었다. 업무는 넘겨받았지만 복지사업비는 다 받지 못했다. 지자체의 복지사업비 중 국비와 지방비 분담 비율은 2004년 47 대 53에서 2010년에는 32 대 68로 바뀌었다.

올해 전면 도입한 영·유아 무상보육은 지방재정에 더욱 그늘을 드리웠다. 지난 5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공동회장단 회의를 열고 만 0∼2살 무상보육에 따른 지방비 부담액 8천억원을 전액 국비로 지원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방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분담률이 크게 늘어난 것도 지방재정을 악화시킨 요인이다.

선거를 의식한 단체장들이 경쟁적으로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경전철·고속도로 등 민자사업을 하면서 과도하게 운영수입을 보장하는 등 낭비적 요소도 많았다. 수요를 부풀려 사업을 시행했다가 적자가 나자 세금으로 민자 업체의 적자를 보전해줬기 때문이다.

   
위/오는 10월 준공 예정인 서울시 새 청사의 모습. 아래/송영길 인천시장(가운데) 등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영·유아 무상보육과 관련해 지방의 부담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지방세 비중 늘려 재정자립도 높여야"

아직도 전시성·이벤트성 박람회, 엑스포, 국제 스포츠 행사, 지역축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은 지자체장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가장 좋을 뿐만 아니라 정부 예산으로 기반시설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단체장들이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지자체장들은 또 조그만 지역축제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전국에 1천여 개 지역축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 아니다. 오는 10월 준공 예정인 서울시 신청사를 비롯해 지자체의 호화 청사 신축은 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다.

문제가 된 지방에서는 공무원의 임금과 수당을 삭감하고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자구책을 취하는 것을 보면 뒷북을 치는 느낌이다. 지방자치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여기저기서 재정이 바닥났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행안부도 뾰족한 수는 없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 대해 투자 심사를 강화하고 사후 감사를 통해 예산을 제대로 집행했는지 점검하는 것 정도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단기적으로는 복지보조금 국고보조율을 인상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세입과 세출 관리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부가세 중 지방소비세율 인상을 통한 지방세수 증대 △지역에 특화된 산업과 서비스 육성 등 지방 세원·수입 발굴 △'지방재정 위기관리 및 건전화 촉진법'(가칭)을 제정해 위기 단계별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위기 상황 도달시 철저한 자구 노력과 재정 회생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강병규 한국지방세연구원장은 "지방자치의 본래 의미인 자율과 책임을 살리기 위해 지방세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며 "중앙정부는 방만경영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엄격하게 책임을 물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자체 파산제 도입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학준 <이코노미 인사이트> 부편집장 kimhj@hani.co.kr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