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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2천억유로 중 과세 대상 15%뿐"
Special Report Ⅱ ● 카차 키핑 좌파당 대표-루츠 괴벨 가족기업경영인협회 회장 대담
[29호] 2012년 09월 01일 (토) 뤼디거 융블루트 등 economyinsight@hani.co.kr

빈부 격차 커져가는 독일… 예외 조항 많아 실효성 없는 상속세 둘러싸고 정치권, 재계 논란

독일도 양극화가 심각하다. 상위 10%가 부의 3분의 2를 가지고 있다. 부자들은 상속으로 부를 대물림한다. 가족기업에 면제된 상속세를 물리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독일 정부와 연방법원은 상속세 면제가 불공정하다는 입장이다.

대담자

카차 키핑 좌파당 대표·연방하원노동사회위원회 위원장

루츠 괴벨 엔진제조업체 헨켈하우젠 경영·가족기업경영인협회 회장

   
헨켈하우젠의 경영자이자 가족기업경영인협회 회장인 루츠 괴벨은 자신이 실제로는 그리 부유한 편이 아니라며 상속세를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헨켈하우젠 제공
괴벨 회장은 키핑 세금의 적용을 받게 되는가.

루츠 괴벨(이하 괴벨) 무엇의 적용을 받는다고요?

좌파당 키핑 대표는 누구도 월 4만유로 이상의 소득을 얻어서는 안 된다. 즉, 월 4만유로를 넘는 소득은 전액 모두 국고에 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괴벨 나와는 상관없지만 해당 세금의 적용을 받게 될 가족기업 경영인들은 분명히 많이 있을 것이다. 수많은 기업인들에게 소득세는 곧 기업세로 귀결된다. 소득세를 건드리는 것은 독일 경제의 중추를 건드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카차 키핑(이하 키핑) 이의 있다. 내 제안은 조세정책에 대한 개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나는 민주주의를 말한 것이다. 민주주의를 정말로 실현하려 한다면 누구나 최소한도의 물질적 보장을 받아야 하고, 동시에 상한선도 정해져야 한다. 누구든지 매월 최소 생계비 1천유로는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매월 4만유로 이상의 소득이 삶의 질을 더 이상 높여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국가는 4만유로를 넘는 소득을 몰수해야 한다는 말인가.

키핑 헌법재판소도 100% 과세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현 유로 위기를 고려한다면 국가의 세수 확대와 부유층의 세율 인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미 독일 국민의 소득 상위 10%가 총자산의 거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90%가 나머지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소득 격차는 상속을 통해 더욱 커지고 있다.

괴벨 회장, 앞으로 몇 년 동안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재산이 상속된다. 상속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은 부유층 자녀들이다. 이것은 공정한가.

괴벨 사람들은 부유층이라고 하면 포뮬러 레이서나 축구선수, 혹은 배우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상속인들 중에는 나처럼 가족기업 경영인도 많다. 가족기업 경영인들의 자산은 기업에 투자된다. 가족기업 경영인들은 서류상으로는 부유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족기업을 통해(가족기업에 재투자해) 국민의 다양한 계층에서 독일의 부를 증대시키고 고용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키핑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 가족기업을 상속받는 것과 개인자산을 상속받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기업을 계속 경영하고 임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기업의 상속인들이 상속세를 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 재정부는 가족기업 경영인들에 대한 혜택을 정당하다고 보지 않는다. 헌법재판소가 가족기업 경영인들에 대한 세금 면제를 철폐할 가능성이 크다.

키핑 기업인의 상속세를 무조건 면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상속세 면제 대상은 일자리가 감축되지 않는 가족기업에 한해야 한다. 가족기업들은 기업주가 사망해도 존속해야 하고, 상속세 때문에 휘청거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월 4만유로 이상 소득 삶의 질과 상관없다"

키핑 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괴벨 회장이 키핑 대표를 가족기업경영인협회 명예회원으로 위촉해야 할 것 같다. 괴벨 회장은 좌파당 지도부가 기업인들에 대한 이해심이 이렇게 클 줄 예상했는가.

괴벨 정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정당이 가족기업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줘서 기쁘게 생각한다. 정치인들도 우유를 많이 짜는 젖소를 죽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키핑 하지만 이른바 페이퍼컴퍼니로 인해 빠져나갈 구멍은 여전히 많다. 페이퍼컴퍼니는 개인자산을 기업체로 위장해 세제 혜택을 누린다.

괴벨 오로지 탈세 목적으로 설립되는 페이퍼컴퍼니는 용납돼서는 안 된다. 이런 탈세 구멍은 꼭 막아야 한다. 페이퍼컴퍼니의 악용으로 유의미한 상속세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부유층 자녀들은 기업과 부동산, 그리고 다른 형태의 자산을 상속받는다. 빈곤층 자녀들은 아무것도 상속받지 못한다. 이것이 능력주의 사회에 과연 좋을까.

괴벨 무언가를 상속받는 기회는 엄청난 원동력이 된다. 유산은 무언가를 세울 동기부여가 된다. 상속받은 자산이 세금으로 인해 사라진다면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동기부여가 사라지는 셈이다. 국가도 결국 손해를 입게 된다. 그러면 똑똑한 상속인에게 양도될 탄탄한 기업이 사라지게 된다. 내 회사의 직원들은 내 딸이 언젠가 경영을 맡게 될지, 아니면 내가 기업을 중국에 매각할지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괴벨 회장도 경영하고 있는 기업을 상속받았는가.

괴벨 그렇다. 어느 가족기업의 지분을 상속받았다. 그 회사에서 지분에 대한 배당금을 받았다. 그 돈으로 지금의 회사를 매입해 확장했다.

키핑 대표도 상속받을 것이 있는가.

키핑 아버지와 삼촌이 통일 뒤 작은 호텔을 개업했다. 아직 대출금이 남아 있어서 상속인들이 자산을 물려받을지, 아니면 빚을 물려받을지 모르겠다.

"탈세 목적 페이퍼컴퍼니 차단은 당연"

인간은 동등하게 태어난다. 그렇다면 인간은 공정한 사회에서 물질적으로도 동등한 출발선상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괴벨 자신의 인생 마지막에 모든 것을 빼앗기고 자녀가 아닌 국가가 모든 것을 접수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국가는 훌륭한 기업가가 될 수 없다. 또 자녀는 새로 시작해야 하는가? 이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가족기업경영인협회에는 250년, 400년 또는 500년 역사의 가족기업들이 있다. 상황이 좋은 기업도 있고, 좋지 않은 기업도 있다. 전체 기업의 16%만 4대까지 존속하며, 나머지 기업 84%는 4대까지 내려가기 전에 사라진다는 아주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결국 상속인들도 훌륭한 기업인은 못 된다는 말인가. 상속인들은 물려받은 기업을 말아먹는 걸 좋아하나 보다.

괴벨 기업을 합리적으로 경영하지 못하는 기업인들도 있다. 그럼에도 상속은 위대한 인센티브 시스템이다. 상속은 사회의 모든 계층에 걸쳐 엄청난 부를 창출했다. 탄탄한 가족기업 시스템과 폭넓은 중산층을 가진 독일은 전세계에서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리고 독일 중산층은 노동자이자 자영업자로 가족기업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키핑 가족기업을 경영하면서 수익을 남기는 사람은 개인적으로도 상당한 자산을 가진 경우가 많다. 괴벨 회장은 개인자산에 대한 높은 상속세에 반대하는가.

괴벨 사적으로도 상당한 자산을 보유한 기업인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익을 기업에 투자하는 가족기업 경영인들을 더 많이 알고 있다. 헤라우스의 경우 수익의 80%가 기업에 투자된다. 이런 기업인들은 엄청난 개인자산을 쌓아두지 못한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상속인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데 애먹는 경우도 종종 있다.

키핑 통계에 따르면 독일에서 개인자산 규모가 무려 9조5천억유로에 달한다. 이 많은 돈이 어디에선가는 나왔을 것이 아닌가.

괴벨 물론 그렇지만 그래도 나라면 항상 기업자산과 개인자산을 구분하겠다.

   
카차 키핑 좌파당 대표는 가족기업 상속세 면제에는 동의하지만 월소득 4만유로 이상 부자에겐 높은 세금을 매기자고 주장한다. 뉴시스 REUTERS
"부자들 개인자산에 더 많은 세금 부담해야"

개인자산의 상속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개인자산을 상속받은 사람은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할까.

키핑 현재 독일의 연간 상속액은 2천억유로인데, 이 중 과세 대상은 300억유로에 불과하다. 너무 적지 않은가? 개인자산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하지만 비과세 자산이 있는 것도 옳다. 할머니가 물려주신 조그마한 집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낼 필요가 없어야 한다.

키핑 대표, 여기서는 조금 더 좌파적 입장을 취해도 될 것 같다. 자가주택 상속이 왜 100% 비과세여야 하는가. 어차피 주택을 물려받는 시민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출금이 전혀 없는 35만유로 상당의 주택을 물려받은 상속인이 1만~2만유로를 상속세로 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 정도 상속세를 낸다 해도 절대 불공정하지 않다.

키핑 할머니가 물려주신 조그만 집처럼 평범한 주거용 주택만 비과세를 하자는 것이다. 베를린의 부유한 동네 그뤼네발트의 고급 빌라는 당연히 비과세 대상이 아니다. 고액 연봉자에게 상속세 1만~2만유로는 전혀 문제가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저소득층은 이 정도 세금 부담으로도 추억이 묻어 있는 집을 포기하고 팔아야만 할 수도 있다.

소득과 상속의 분배 한계선은 어디인가.

괴벨 중국 의회에는 미국 의회보다 억만장자가 더 많다. 중국·미국과 비교해 독일의 소득분배 불균형은 훨씬 덜하다. 독일은 자산 분배 측면에서 국제적으로나 유럽에서 평균 수준이다.

키핑 이의가 있다. 독일은 부를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독일에서 빈부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부가 영구적으로 편중되고 있으며, 상속을 통해 부의 편중이 심각해지고 있다. 부유층 자녀는 여러모로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부유층 자녀들은 올바른 코드를 배우며, 최고의 교육과 재정적 보장을 받고 있다. 이는 극단적으로 불공평하다. 이를 통해 경제체제는 위기에 더 취약해진다.

왜 그런가.

키핑 금융위기는 소수의 손에 너무 많은 자산이 편중되면서 발생했다. 돈은 기업체가 아닌 금융투기상품으로 흘러 들어갔고 거품이 생겨났다. 거품이 터지면 결국 납세자들이 이를 막아야 한다. 부의 편중을 막는 것은 위기 예방책인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100만유로 이상의 자산에 대해서는 연간 세율을 5% 인상하려고 한다.

괴벨 회장이 신음하기 시작한다.

키핑 충격을 받아서 신음하는 것이다. 이마에서 땀이 흐르고….

괴벨 재산세는 정말로 끔찍한 세금이다. 재산세는 16년 전 정당한 이유로 철폐됐다. 지금도 재산세를 둘러싸고 산정의 정확성에 대한 법정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그림이나 부동산 등 국내의 모든 자산을 평가하려면 국가는 수천 명에 달하는 조세공무원을 채용해야 할 것이다. 재산세는 수익이 아니라 자산에 부과한다는 점에서 너무나 끔찍한 조세다. 재산세는 자기자본을 침해하고 기업의 존립을 위협한다. 재산세는 결국 기업주로 하여금 기업을 금융투자자에게 매각하도록 만든다. 이런 금융투자자들 중에는 투기꾼도 있다.

미국, 1930년대 부자들에 상속세 75% 적용

키핑 대표, 옛 동독 지역 사람들은 소유한 것이 적어서 덜 물려받기 때문에 재산세 요구가 더 쉬운 것이 아닐까.

키핑 맞다. 옛 동독 시민 100명 중에서 3명만이 10만유로 이상을 상속받았다. 반면 옛 서독 시민은 100명 중 20명에 달한다.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은 상속에 의해 악화되고 있다. 이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어떤 국가가 독일의 상속세 모델이 될 수 있는가.

키핑 미국은 1930년대에 500만달러가 넘는 유산에 대해 상속세 75%를 적용했다. 유럽을 살펴보면 당시 미국보다 훨씬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들이 있다.

괴벨 옛 동독 출신 시민들은 과거에 재산을 몰수당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지금 상속받는 유산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례를 언급하려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1970년대까지 영국은 상당히 높은 세율, 특히 높은 상속세율을 부과했다. 이로 인해 영국에서 탈산업화가 가속화됐다. 우리 기업인들은 유산과 자산에 대한 세금을 원천적으로 반대한다. 상속세와 자산세가 투자금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이는 비효율적이며 유해하다. 국가는 차라리 다른 세금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다면 금융소득에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야 하는가.

괴벨 나로서는 차라리 금융소득 과세가 낫다. 직접 일해 돈을 버는 내 회사 엔지니어들이나 전기기사들보다 금융투자자들이 세금을 덜 내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뤼디거 융블루트 Rüdiger Jungbluth <차이트> 경제부장 / 페트라 핀츨러 Petra Pinzler <차이트> 정치부장

ⓒ Zeit 2012년 30호 Erben ist ein großer Anreiz 번역 김태영 위원


페이퍼컴퍼니(Cash GmbH) 상속세를 합법적으로 피하는 통상적인 방법은 개인자산을 기업자산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한 일환으로 페이퍼컴퍼니가 설립된다. 이렇게 세워진 법인은 100% 비과세로 상속하거나 양도를 통해 이전할 수 있다. 이후 법인은 7년간 투입한 자본을 빼내지 않고 존속해야 한다.

2009년 상속세 개혁으로 기업자산이 특별한 예외 규정을 적용받아 빠져나갈 여지가 많아졌다. 그래서 연방 재정법원은 상속세법의 합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성실한 일반 시민들만 납부하게 되는 세금은 공정과세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독일 재정부 학술심의회는 기업자산에 적용되는 예외 규정 철폐를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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