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소비자 권익 누리고 환경권도 강화하는 방안

<이코노미 인사이트>는 지난 1월호부터 교통카드 사용량을 기준으로 한 보험료 할인제도를 ‘집중 기획’ 코너를 통해 제안하고 있다(2012년 1월호 16쪽 참조). 이른바 ‘대중교통 이용 우대 보험’이다. 출퇴근시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할수록 승용차 보험료를 깎아주는 제도이다. 이 제안은 <이코노미 인사이트>가 창간 1주년을 맞아 벌인 ‘한국경제 혁신을 위한 시민제안’에서 우수상을 받은 바 있다(2011년 6월호 18쪽 참조). 이번 2월호에는 대중교통 이용 우대 보험을 도입하자는 제안에 대한 보험 소비자단체와 예방의학 전문가의 견해를 싣는다.  _편집자

지하철 승객들이 열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은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을뿐더러, 이동하는 시간 동안 책을 읽거나 트위터링을 하는 등 많은 장점이 있다. 한겨레 김명진.

“많은 시민 자발적 참여 예상돼”

번거롭지 않게 가입 가능… 보험료 절감에 기름값·환경오염·교통사고·양극화까지 해결

보험에도 그동안 녹색성장에 일조하려는 상품들이 있긴 했다. 그러나 인기를 끌지 못했다. 소수에게만 해당하는 상품이거나, 가입하고 할인받는 절차가 번거로웠으며, 그에 반해 혜택은 미약했다. 시민들이 손쉽게 참여하기 어려운 걸림돌들이 있었다. 이런 면에서 ‘교통카드 이용 실적에 따른 보험료 할인 방안’은 남다른 장점이 있다. 거의 모든 도시민들이 이미 교통카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배기가스에 의한 공기오염과 자동차 소음, 교통사고, 운동 부족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환경오염 측면에서 자동차가 도로교통의 전체 오염 중 94%나 차지한다. 세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최초로 탄생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가솔린·디젤 등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자는 국제 간 공동 협약 ‘기후변화협약’이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최종적으로 채택됨으로써, 세계 각국에서 대기오염과 환경문제에 관련해 경각심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녹색성장의 기치 아래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런 정부 정책에 따라 자동차보험 분야에도 보험료 절감을 통한 다양한 녹색성장을 추구해왔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 성과로는 자전거 보험, 중고차부품제도, 요일제 보험, 마일리지 보험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외면받았다는 것이 객관적 평가다.
자전거 보험은 자전거도로의 활성화와 ‘웰빙’이라는 코드에 맞아떨어져 폭발적으로 자전거 인구가 늘어났고, 이에 따른 자전거와 차량·사람 등이 추돌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해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왔다. 그러나 상대방을 다치게 했을 때 보상해주는 배상책임 부분이 없고, 고가 자전거의 도난이나 파손에 대해서는 보상이 없었다. 소비자가 대부분 가입하고 있는 상해보험 정도의 보상이기 때문에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다.

중고차부품제도는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정착돼 활성화되고 있는 제도이다. 보험사고로 차량을 수리할 경우 정품을 사용할 때는 비싸기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없는 중고 부품을 사용해 자원을 재활용하고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어 좋은 제도이다. 그러나 부품에 대한 안전성 등을 입증하고 부품을 대량 공급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채 졸속으로 시행하고 있다. 중고차부품특약에 가입한 경우 중고 부품으로 수리하고 정품과의 차액을 돌려주는 형태이지만, 일부 보험사에서만 판매하고 중고 부품 조달 시스템이 아직까지도 요원한 형편이다.

또한 지정된 요일에 운행을 하지 않으면 보험료를 8.7% 할인해주는 요일제자동차보험은 초기부터 지적됐던 ‘운행기록자기진단장치’(OBD)의 가격 문제와 장착의 번거로움, 사생활 침해 논란 등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단말기 가격이 5만원 정도로 비싸 소비자의 외면을 받으면서 현재 판매 실적이 부진한 상태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일주일 중 하루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14.3%를 할인해야 하나 절반 수준으로 할인율이 낮다는 것이다.
　
교통카드 방식, 장치 장착·확인 비용 불필요

지난해 말부터 판매하고 있는 마일리지 차보험은 다른 녹색상품과는 달리 보험사들이 모두 판매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상품이 주행거리가 3천km 이하는 11~13%, 3천~5천km는 8%, 7천km 이하는 5%를 할인해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연간 주행거리가 7천km 이하인 승용차량은 전체의 26.3%고,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승용차량의 평균 주행거리는 1만3500km라고 한다. 결국 문제는 동참 유도가 어렵다는 점이다. 약 26.3%의 차량은 평소대로 운행해도 할인을 받을 수 있으나, 그 외의 운전자들은 절반 가까이 운행을 감축해야 한다. 참여가 한정됐고 기존에 운행거리가 짧은 운전자만 할인받을 가능성이 있어 자동차 손해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렇듯 현재 판매되고 있는, 운행거리를 줄여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방안들은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 없이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결국 시민들이 얼마나 많이 자발적 참여를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상품화되지 않았으나 현재 친환경 녹색상품으로 논의되고 있는,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대중교통 이용 우대 자동차보험’은 많은 시민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 자동차보험은 이미 시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교통카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마일리지보험은 비용을 들여 OBD를 장착해야 하고 보험사에 알려줘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호응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교통카드의 경우 사용률이 지하철은 100%, 버스는 96.4%로 높고 자동차에 별도로 장착하지 않아도 된다. 사용 기록은 서울시 등 자치단체가 대중교통 이용량을 보험사에 제공하기만 하면 되는 편리성도 있다.

환경오염이 도심지를 중심으로 높다는 사실과, 도심지를 중심으로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발달됐다는 점 등도 대중교통 이용 우대 자동차보험의 취지에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교통카드를 이용한 보험료 할인은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장치나 추가 비용 없이 참여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주행거리로 사고 예방이나 환경보호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더구나 대중교통은 주로 서민들이 이용하기에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해준다면 양극화를 줄일 수 있어 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우리나라 자동차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59.2km로 미국의 54.7km보다 길며, 일본의 26.1km보다 2배 가까이 된다고 한다. 교통사고도 경찰청에 따르면 2009년 교통사고 총 발생 건수는 23만1990건, 사망자 5838명, 부상자 36만1871건으로 전년보다 약 1만6천 건이 증가했다. 교통사고 발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액은 2009년에 물적 피해가 6조8905억원, 인명 피해 3조8969억원, 사회비용 9900억원 등 총 11조7774억원으로 사회적 부담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 호응받는 대중적 제도 될 듯

자동차 운행을 감축한다면 환경오염 줄이기와 기름 절약, 교통사고 감소, 사회적 비용 절감 등을 해결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보험료 할인’ 같은 자동차 운행을 줄일 수 있는 대중적 제도가 필요한 이유이다.

하나의 완성된 제도나 제품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 나온다고 한다. 발명왕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 전까지 수많은 실패가 있었고,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이 전구를 개발하려다 실패를 한 뒤에 정상적인 전구가 나왔고, 이후에도 다양한 제품들이 나오게 되었다.

요즘 화두인 ‘녹색성장’ ‘친환경’ 등과 관련해서 자전거 보험, 중고부품제도, 요일제 보험, 마일리지 자동차보험 등 많은 보험상품들이 나왔다. 아직 시작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미진한 부분이 많아 소비자의 적극적인 호응을 받고 있지는 않으나, 현재의 미진한 점을 발판으로 삼아 좀더 좋은 친환경 자동차보험 상품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글 /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 kicf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