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줄일 좋은 방안 될 듯… 서울서 대기오염으로 일찍 죽는 확률 뉴욕보다 9% 높아

대기오염은 심혈관계·호흡기계 질환뿐만 아니라 암과 우울증 등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를 낮추려면 승용차를 적게 타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5부제 등 규제 위주의 정책은 마찰을 불러일으키는 등 부작용이 있다. 반면 보험료 할인 혜택을 통해 교통카드 사용을 권장하는 포지티브 정책은 이런 부작용이 훨씬 적을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를 뒤덮은 오염띠가 맑은 하늘 아래로 선명하다.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 따른 대기오염은 도시인들의 건강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 한겨레21 탁기형.

1980년대 말부터 신문 사회면을 심심치 않게 장식했던 대기오염에 대한 우려가 최근 들어 잦아드는 듯하다. 우려의 주된 내용은 대기오염이 시정거리를 감소시켜 도시의 경관을 제대로 즐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민의 건강을 위협해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응급실 환자가 늘어나거나 사망자 발생이 많아진다는 것이었는데, 대기오염이 다소 개선되고 있다는 최근의 보도와 관련해 이에 대한 우려도 같이 줄어드는 것 같다.

수도권의 대기오염 수준이 최근 들어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미세분진은 모니터링이 시작된 15년 전에는 수도권의 연평균 농도가 70㎍/㎥을 상회했으나 지금은 50㎍/㎥으로 괄목할 만한 개선을 이루었다. 이로 인해 대기오염으로 발생했을 사망이나 질병의 발생이 줄어들고, 이미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도 병의 악화를 막는 데 적잖은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대기오염이 그동안 알려져왔던 심혈관계·호흡기계 질환뿐 아니라 암이나 대사증후군, 당뇨병 혹은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대기오염을 줄임으로써 얻는 건강 효과는 정확히는 알 수 없어도 매우 클 것이다.

그런데 미세먼지 수준이 50㎍/㎥로 내려갔다고 이제는 대기오염에 의한 건강 우려가 해소됐다고 보면 그야말로 큰 오산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50㎍/㎥ 정도 되면 WHO에서 설정한 미세먼지 기준인 20㎍/㎥에 비해 조기사망 위험도가 9% 정도 높아진다고 보고한 바 있다. 즉, 미세먼지 농도가 20㎍/㎥ 정도 되는 미국 뉴욕에 사는 사람에 비해 서울에 살면 대기오염으로 일찍 죽을 확률이 9% 높아진다는 뜻이다. 동시대에 살면서 마시는 공기 때문에 선진국의 대도시에 사는 사람보다 일찍 죽을 확률이 높아진다면 참으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아니 가까운 일본 도쿄만 해도 미세먼지가 30㎍/㎥ 이하로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도 50㎍/㎥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함을 뜻한다.
　
연료·엔진 개선으로는 대기오염 감축에 한계

대기오염 수준을 낮추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정부도 발 벗고 나서야 하지만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불편함을 다소 감수해야 하는 나눔의 정신이 필요하다. 그 대가로 우리의 건강 수준이 높아지고 더 쾌적한 환경을 얻는다면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 아닐까. 이제는 정부가 알아서 하기를 바라기보다는 시민들이 같이 참여해 대기오염 수준을 낮추는 일을 해야 할 때이다.
그러면 어떤 요인이 대기오염을 초래하는지 잘 아는 게 필요하다. 산업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가정이나 상가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등 다양한 배출원이 있지만 특히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배출물질이 대기오염의 주 발생원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교통수단에서 발생되는 대기오염을 관리하지 않고는 대기오염을 개선할 수 없을 것이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은 사용되는 연료와 엔진 형태에 따라 다르다. 휘발유·경유·액화석유가스(LPG)·압축천연가스(CNG)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은 탄화수소·질소산화물·이산화탄소 등 여러 물질이 있고, 사용 연료에 따라 배출되는 정도가 서로 다르고 또 최근에는 엔진이 개선되면서 어떤 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확실히 좋다고 말하기 어렵게 되었다. 물론 최근 서울시에서 디젤 버스를 CNG 버스로 교체하면서 대기오염이 크게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자동차의 엔진이 어느 정도 개선된다고 해도 석유계 연료를 도로에서 연소시키는 한, 자동차는 대기오염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서울 도심에 꽉 차 있는 자동차가 끊임없이 배출물질을 공기로 내보내면 서울의 대기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일은 요원하고, 우리는 건강에 대한 부담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배출물질이 없는 전기차가 운행되면 자동차가 직접 배출하는 대기오염 물질은 획기적으로 감소하겠지만, 이를 위한 기반이 쉽게 마련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또한 전기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를 생각하면 오히려 전기차가 에너지를 더 많이 쓰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보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결국 대기오염을 개선하고 이와 관련된 질환을 줄이려면 자동차 운행을 줄여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한편으로는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불요불급하게 사용되는 승용차의 운행을 막고, 가급적 전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하면 된다. 되도록 승용차를 타지 않으려는 시민의 의식과 행동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중교통망이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오늘날 서울의 대중교통망은 어느 정도 이를 뒷받침할 만큼 갖추어져 있는 듯하다. 약속 장소에 정확한 시각에 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승용차가 아니라 전철이라는 것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특히 러시아워인 출퇴근 시간에는 승용차를 집에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더 개선돼야 할 점은 많지만 시민들이 수도권의 대중교통망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가급적 승용차를 타지 않는다면 이로 인해 수도권의 대기오염이 줄어들어 건강하고 쾌적한 지역이 될 수 있다. 특히 수도권 내 도심 지역에서는 승용차를 타지 않는 효과적인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승용차 덜 타기 운동이나 도심 지역 승용차 운행을 제한하는 강도 높은 정책이 필요하겠으나, 장기적으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를 끌어내려면 시민들이 승용차를 덜 탈 때 돌아가는 이익이 있어야 한다. 물론 승용차를 덜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신체 활동량이 많아져서 그 자체로 건강에 이익이 되고 경제적으로도 자동차 연료비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지만 더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있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교통카드 연계 보험, 지속 가능 발전 선순환 역할

최근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출퇴근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자동차보험료를 깎아주는 ‘대중교통 이용 우대 자동차보험’이 제안되고 있는 듯하다.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게 되면 주행거리가 짧아지고, 또 이로 인해 자동차보험료가 내려간다면 자동차 운행을 줄이는 사람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자동차 배출가스를 저감시켜서 대기오염이 감소되는 선순환 구조로 들어갈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대중화된 교통카드를 활용해 대중교통 이용을 모니터하고 이를 보험료와 연계하는 방안이 현실화되면 되지 않을까 한다. 이렇게 자동차 운행을 줄이면 인센티브를 주는 포지티브 정책은, 5부제나 10부제와 같은 규제 정책보다 마찰 등 부작용이 훨씬 적고 시민들의 순응도도 높아질 것이다. 이런 포지티브 정책으로서 대중교통 이용 우대 자동차보험이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고, 이런 방안이 대기오염·교통사고 감소와 함께 시민의 건강을 증진하는 좋은 정책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해본다.

글 /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ychong1@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