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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
[Editor’s Letter]
[19호] 2011년 11월 01일 (화) 김보근 economyinsight@hani.co.kr

김보근 편집장·경제학박사  

“어쩌면 우리 세대가 매우 중요한 일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철학자인 고병권 수유너머R 연구원이 뉴욕에서 보낸 이메일의 맨 마지막 문구다. 분초를 다투는 편집 마감에 몰린 시간이지만, 잠시 키보드 두드리던 손길을 멈춘다. 눈을 감아본다. 마감 때 이렇게 일손을 멈춘 것은 아마 ‘중요한 일을 목격할 수 있다’는 말의 무게감 때문일 것이다.
오랫동안 대안적 연구 공간인 수유너머R에서 활동해온 이 철학자는 현재 뉴욕에 머물고 있다. 그러므로그가 목격하는 일이란 바로 ‘월스트리트 점거시위’이다. 특히 지난 3월부터 미국에 머물고 있는 고 연구원은 지난 9월 초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를 기획하는 초기 회의부터 참여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월가 시위의 산 증인 중 한 명인 셈이다. 이번호  커버스토리 ‘99%의 분노, 1%의 탐욕 정조준’은 그의 시각으로 우리 모두를 분노의 출발지인 뉴욕 현장으로 인도한다. 독자 여러분들을 월스트리트 점거시위 현장으로 인도하는 것은, 고병권 연구원의 말마따나 이 현장이 ‘매우 중요한 역사적 지점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자본주의가 어떤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점은, 바로 월가 점거시위의 핵심 구호인 ‘99% 대 1%’에서도 확인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사회 불평등을 거론할 때 자주 사용하던 용어는 ‘20 대 80의 사회’였다. 이는 사회의 20%인 엘리트만 부유한 삶을 누릴 수 있고, 나머지 80%는 빈곤해진다는 사회이론으로, 언론인 한스 페터 마르틴과 하랄트 슈만의 저서 <세계화의 덫>에서 제기된 화두다. 우리가 <세계화의 덫>을 우리말 번역본으로 접한 것은 2003년으로 10년이 채 안 된다. 당시만 해도 이 이론이 제시하는 ‘빈곤인구 80%’라는 불평등성을 사람들은 놀라움과 우려의 시선으로 거론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눈앞에 ‘20 대 80’을 훨씬 넘어 ‘1 대 99’의 사회가 펼쳐짐을 목격하고 있다.
하지만 더 우려되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목격자가 없다면 탐욕의 자본주의는 부익부 빈익빈의 ‘잘못된 행진’을 멈추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가 자본주의의 변화라는 통시적이고 거시적인 눈으로 월가 점거시위를 바라보는 철학자 고병권과 함께 그 역사적 현장을 목격해야 하는 것은.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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