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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지대세는 좋은 ‘좌도우기’다!
[Special ReportⅠ] <이코노미 인사이트>-토지정의시민연대 공동기획 ①토지 지대세
[18호] 2011년 10월 01일 (토) 김윤상 economyinsight@hani.co.kr

   
 
지대에서 해방된 새로운 복지국가를 꿈꾸다
이동통신용 주파수 대역을 독차지하는 대가를 정부가 징수하는 걸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자연물이라는 점에서 주파수 대역과 다르지 않은 토지에는 같은 논리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해하기 어렵다. 토지는 인간이 만들지 않았고, 인간의 노력으로 그 양을 한 뼘도 늘릴 수 없다. 어느 누구도 토지 없이 살 수 없다는 걸 인정한다면 토지에 대한 권리는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토지정의’ 정신은 자연스럽게 인정된다.
<이코노미 인사이트>는 토지정의시민연대와 공동기획으로 우리 시대가 직면한 주택·재정·복지국가 문제를 토지 개혁을 통해 발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나섰다. 이번 기획에서 제출된 방안은 △지대세를 최우선적인 정부 수입으로 삼는 ‘지대조세제’(Land Value Taxation) 도입 △향후 10년 동안 지대의 50%를 보유세로 징수하는 구상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못한 ‘토지임대부 주택’의 가능성을 재검토하자는 주장을 담고 있다. 자못 도발적이고 혁신적이다. 지대 ‘해방’을 통한 토지정의 확립으로 ‘새로운 복지국가’를 꿈꿔보자.  _편집자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2008년 3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앞에 종부세와 양도세를 반대한다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물자는 자연물이 아니면 인공물이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인공물이 없으면 불편할 뿐이지만 자연물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므로 당연히 자연물이 더 중요하다. 자연물 중에서도 모든 존재의 터전인 토지는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하다. 그러므로 토지의 소유·분배·사용을 정하는 제도는 모든 사회제도의 기초가 된다.
토지의 사회·경제적 비중은 아주 크다. 국가자산 중 토지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에 46.9%였다. 국가자산이란 비금융자산과 내구소비재의 가치 총액인데, 그중에서 거의 절반을 토지자산이 차지한다는 뜻이다. 개인자산 중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의 비중은 무려 80%가 된다. 이렇게 비중이 큰데도 토지 소유 분포는 매우 불평등하다. 분포의 불평등도는 흔히 지니계수로 표시하는데 완전한 평등일 때 0, 완전한 불평등일 때 1이 된다. 우리나라 시장소득의 지니계수는 0.3을 약간 상회하는 반면, 토지 소유의 지니계수는 무려 0.7∼0.8에 달한다. 토지 소유 면적을 기준으로 토지 소유자 중 상위 10% 세대가 전체의 76% 이상을 소유한다는 2006년 정부 통계도 있다. 지역별로도 양극화돼, 수도권 주민이 전국의 토지를 많이 소유하고 있다.

토지제도는 모든 사회제도의 기초
토지는 과거의 이야기이고 요즘은 집이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농지나 임야보다 아파트에 쏠려 있기 때문에 이런 착시가 생기는 것 같다. 집은 토지와 건물로 구성돼 있는데,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낡고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며 주거용 또는 임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큰돈은 안 된다. 투자 목적으로 다주택을 소유하는 사람에게 대지와 건물 중 한쪽만 소유하라고 한다면? 물론 대다수가 대지 소유를 원한다.
모든 사회제도의 기초인 토지제도를 잘못 정하면 다른 제도는 사상누각이 된다. 토지의 사회·경제적 비중이 큰 만큼 토지제도가 왜곡되면 그 파괴력이 크다. 그런데 중요한 제도일수록 기득권층에 유리하게 설정돼 있기 마련이어서 제도 개혁이 정책 의제로 부각되기 어렵다. 기존 제도로 불이익을 받아온 사람들마저 문제제기를 잘 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 기존 제도에 적응하며 살아왔기 때문이고, 삶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 보편화된 토지사유제는 자연물인 토지를 인공물과 구분하지 않고 같은 성격의 사유재산으로 취급한다. 그래도 될까? 우리나라에서는 토지사유제에 이의를 제기하면 대뜸 좌파라고 몰아붙이는 사람이 더러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과 같은 토지사유제는 우파의 시각으로 보더라도 옳지 않다. 이제부터 이를 증명해보자.
일단 출발점에서 모든 국민은 ‘평등한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전제한다. 평등한 자유란 결과의 균등이 아니라 기회 균등을 의미하므로 분명히 우파의 가치다. 평등한 자유를 전제로 하면서 토지사유제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사람으로 존 로크가 자주 인용된다. 그는 “적어도 대등한 품질, 충분한 양의 무소유 토지가 남아 있는 경우에는 토지에 인공을 가한 자가 토지를 소유할 수 있다”고 했다. 인용 부분은 저 유명한 ‘로크의 단서’(Lockean Proviso)다. 이런 단서가 충족되면 한 사람이 토지를 소유해도 다른 사람의 토지 취득을 가로막지 않으므로 평등한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경시대에도 인구에 비해 양질의 토지가 충분히 존재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더구나 토지의 물리적 특징보다 사회·경제적 입지가 중요한 오늘날, 로크의 단서를 적용하면 토지사유제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평등한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토지사유제가 정당화하려면 로크의 단서를 다음과 같이 수정·보완할 수밖에 없다.
첫째, 모든 국민의 토지 소유 기회는 균등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므로 설명이 필요 없다.
둘째, 토지를 소유할 때 누릴 특권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 양질의 토지가 무한히 존재하지 않는 한, 누군가 토지를 차지하면 다른 사람이 토지를 취득할 기회는 줄어든다. 그러므로 토지를 소유하는 사람에게는 특권이 돌아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차별당하게 된다. 이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짧은 주기로 토지를 새로 분배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지만, 건물이나 과수와 같이 단기간에 토지에서 분리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면 이 방법은 곤란하다. 그보다는 소유자의 특권 이익을 환수해 기회가 줄어든 나머지 사람들에게 보상하거나 모든 국민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더 낫다.

이통통신 주파수 대역 특권과 토지 불로소득
이 조건에 대해서는 오해가 많고 특히 우파 시장주의자의 반대가 심하다. 그러나 최근 이동통신용 주파수에 대한 10년 사용권을 경매한 사례를 생각해보라. SK텔레콤이 KT와 경쟁하다가 9950억원에 1.8기가헤르츠(GHz) 대역을 차지했다. 주파수 대역을 독차지하는 대가를 정부가 징수하는 걸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파 시장주의자들도 환영한다. 그 이유는 주파수 대역은 누가 생산한 것이 아니라서 이를 독차지하는   건 특권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자연물이라는 점에서 주파수 대역과 다르지 않은 토지에는 같은 논리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셋째, 토지소유권 행사는 토지사유제를 두는 취지에 의해 제약돼야 한다. 토지소유권은 ‘생산자가 생산물을 소유한다’는 자연법에 의해 당연히 발생하는 절대적 권리가 아니라, 특정한 필요에 의해 사회의 합의로 설정되는 상대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토지사유제는 이런 조건을 무시한다. 특히 특권 이익 환수라는 조건을 무시한다. 양도소득세나 재산세 등으로 일부 환수하지만 100%에는 훨씬 못 미친다. 그러므로 합리적인 우파가 지금과 같은 토지사유제를 지지한다면 자가당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토지사유제를 포기하는 방법도 있고, 문제되는 부분만 치유하는 방법도 있다. 어느 쪽을 택하든 토지에 대한 ‘사적 우선권’을 설정하는 한 앞의 세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세 조건 중 오늘날 가장 심각하게 무시되는 것이 두 번째 ‘특권 이익 환수’다.
토지 소유자가 아무런 생산적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발생하는 특권 이익이 소유자에게 귀속된다면 불로소득이 된다. 우리는 토지 불로소득의 폐해에 대해 지난 반세기 동안 잘 보아왔다. 땅 가진 사람은 노력하지 않고 떵떵거리며 산다. 그래서 고위 공직자 청문회 때마다 후보들의 부동산 투기 전력이 드러나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토건족에 포획된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낭비적 공사에 쏟아붓는다. 불로소득을 노리는 개발·재개발이 서민의 삶터를 파괴한다. 땅 없고 집 없는 사람은 평생 벌어도 자기 집을 마련하지 못하고, 월세로 전세로 불안하게 산다. 치솟는 집값 때문에 노동자는 생산성을 넘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된다. 사회의 자금과 에너지가 토지 투기에 쏠리면서 경제에 큰 짐을 지운다. 그 정도가 심하면 2008년 이후의 미국발 경제위기에서처럼 경제 전체를 파탄으로 몰아넣는다. 토지 국유를 견지하는 중국에서조차 특권 이익을 제대로 환수하지 않기 때문에 투기와 빈부 격차 등 큰 부작용을 겪고 있다.

지대 징수하면 다른 세금 깎여 일석이조
   
 
특권 이익의 크기는 ‘미개량 토지의 임대가치’, 즉 지대와 같다. 따라서 불로소득의 폐해를 막으려면 지대를 징수하면 된다. 지대의 (거의) 100%를 징수하는 세금을 ‘지대세’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세금은 경제에 짐이 되지만 지대세와 같은 토지보유세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모든 경제 교과서가 인정하는 진리다. 따라서 지대세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다른 세금을 깎아주면 일석이조 효과가 난다. 지대세로 인해 토지 불로소득이 빚어내는 폐해가 예방되고 나쁜 세금이 줄어 경제가 피어난다. 지대세를 최우선적인 정부 수입으로 삼는 세제를 ‘지대조세제’(Land Value Taxation)라고 하는데, 현재의 세제와 비교하면 <그림>과 같다.
지대조세제는 지대세만으로 정부 세수를 모두 충당할 경우를 나타내는 것으로, 그렇지 못한 때는 임금과 이자에도 추가로 과세하게 된다. 추가 세액은 지금보다 매우 적은 금액이 된다. 지대조세제는 19세기 미국의 토지 사상가 헨리 조지가 <진보와 빈곤>에서 제시한 제도인데, 당시 미국에서는 지대세만 징수해도 정부 재정을 충족할 수 있다고 하여 지대세를 ‘토지단일세’(Single Tax)라고도 불렀다. 그러나 오늘날 단일세를 고집하는 조지스트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 다른 조세에 우선해 징수하는 우선세라고 인식한다.
혹 지대조세제가 자본주의에 위배된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대조세제는 오히려 진정한 자본주의에 더 충실한 제도다. 이미 지대 환수는 우파의 가치인 평등한 자유에서 도출되는 필연적 결론임이 입증됐으나, 자본주의의 핵심 요소인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에 비춰 다시 평가해보자.
첫째, 지대조세제는 사유재산제에 충실한 제도다. 사유재산제는 개인의 노력과 기여의 대가를 노력한 자가 소유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사유재산제에 충실한 세제라면 불로소득부터 우선 징수하고, 그것만으로는 정부 수입이 부족할 때에 한해 노력과 기여의 결과에 과세해야 한다. 더구나 여러 형태의 불로소득 중에서 토지 불로소득은 사회적 기여가 전혀 없고 오로지 폐해만 낳는 가장 악성의 불로소득이므로 최우선적 환수 대상이 돼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현행 세제가 오히려 사유재산제에 어긋난다. 소득세는 노력과 기여에 의해 발생한 소득인지 그와 무관한 불로소득인지를 따지지 않고 모두 과세 대상으로 삼는다. 부가가치세도 생산적 노력에 의해 증가한 가치를 걷는 세금이다. 반면 지대조세제는 소유자의 노력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토지 가치에 우선 과세하므로 진정한 사유재산제에 충실한 세제다. 다만 토지사유제 사회에서 갑자기 지대세를 도입하면 지가가 폭락하기 때문에 보상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겠지만 이 문제는 아래에서 별도로 언급한다.
둘째, 지대조세제는 시장친화적이다. 모든 교과서가 인정하듯이 지대세 같은 토지보유세는 시장 작용을 저해하지 않는 효율적인 세금이다. 또 지대세는 완전경쟁 토지시장에서 이룩될 상황을 현실에서 실현시키는 수단이다. 완전경쟁 토지시장에서는 미래의 지대가 모두 반영된 지가를 매개로 하여 토지가 매매된다. 따라서 토지 매입자는 매입 때 미래의 모든 특권 이익을 지급하므로 최초의 토지 소유자를 제외하고는 특권 이익을 얻을 수 없다. 그러나 정보가 불완전한 현실에서는 추후의 토지 소유자도 특권 이익을 얻는 일이 많고, 그 때문에 투기와 가수요가 발생한다. 그런데 지대세가 도입되면 토지 소유자가 특권 이익을 얻을 수 없어 완전경쟁 토지시장에서 이룩될 상태가 현실에 나타난다.

혼란 없이 토지사유제를 개혁하는 방법
지대조세제는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에 위배되기는커녕 오히려 필수 장치이지만, 이미 토지사유제가 정착된 상태에서 지대조세제를 도입할 때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지대세를 징수하면 매매가격인 지가는 이론상 제로(0)가 된다. 지가는 미래에 발생할 특권 이익의 합인데 지대세로 특권 이익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갑자기 완전한 지대조세제를 도입하면 지가가 폭락해 경제에 혼란을 초래한다. 이런 혼란을 피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토지보유세의 세율을 낮게 시작해서 조금씩 올려나가는 점진적 방법이 그 하나다. 과도기에 발생하는 부동산 투기는 부득이 강력한 양도소득세로 대응해야 한다. ‘부득이’라는 표현을 하는 이유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면 소유자가 매각을 기피하는 부작용, 흔히 ‘동결효과’라고 부르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과도기를 거치지 않고 즉시 도입하는 방법도 있다. 매입지가에 대한 이자를 공제하고 지대를 징수하면 된다. 지대보다 이자가 커서 지대와 이자의 차액이 음수(-)이면 오히려 토지 소유자에게 그 차액을 환급한다. 이런 세금을 ‘지대이자차액세’라고 부른다. 토지세가 없으면 지대 전체를 토지 소유자가 차지하지만, 지대이자차액세가 부과되면 매입지가에 대한 이자만 남는다. 이자를 계산하는 기준 금액을 특정액으로, 예컨대 제도 실시 시점에 토지를 소유한 자의 매입지가로 확정해두면 지가가 언제나 그 금액으로 거의 고정된다. 이런 이유로 양도소득이 거의 발생하지 않음에 따라 양도소득세가 없어도 된다. 또한 일시에 도입해도 지가가 폭락하는 일이 없고, 토지 소유자에게 매입지가와 이자가 보장되므로 앞서 지적한 보상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앞에서 지가가 ‘거의’ 고정된다고 한 것은 이자율, 납세 빈도와 시점에 따라 금액이 약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납세 시점 직전에는 지가와 특정액이 같아진다. 납세 뒤에는, 다음 납세 시점까지 발생할 지대와 이자의 차액이 양수(+)이면 지가가 특정액보다 약간 높고, 음수(-)이면 약간 낮게 형성된다.
지금까지 우파의 가치인 ‘평등한 자유’에 충실한 토지제도를 설계해보았다. 그러나 이런 토지제도는 좌파의 지향인 분배와 복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 토지 불로소득이 없으면 부당한 빈부 격차가 상당 부분 해소된다. 또 토지 가치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이 동일한 지분을 가지므로, 지대세 수입을 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면 복지 요구에 대해 우파가 ‘거지 근성’이라고 비난할 근거가 사라진다. 이처럼 좌파의 지향을 우파의 방법으로, 즉 ‘좌도우기’(左道右器)로 달성할 수 있다면 오늘날처럼 좌우가 대립과 증오로 치달을 이유가 없다.
yskim@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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