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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스템을 바꿔라
[Cover Story] 세계경제 새 길을 묻다- ④ 미국
[17호] 2011년 09월 01일 (목) 알렉산더 융 외 economyinsight@hani.co.kr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크리스토프 파울리 Christoph Pauly
크리스티안 라이어만 Christian Reiermann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그레고어 페터 슈미츠 Gregor Peter Schmitz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빌란트 바그너 Wieland Wagner <슈피겔> 기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4일 백악관에서 50살 생일 축하 파티를 열었다. 그가 2층으로 올라오기 직전, 시카고 아라곤 볼룸에서 열린 정치자금 모금 파티에 초대된 2400여 명의 사람들이 그에게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이것은 큰돈이 오가는 이벤트였다. 오바마와 함께하는 만찬석의 가격은 두 자리에 3만5800달러였고, 100명이 초대됐다. 그중 많은 수가 오바마 고향 출신의 부유한 유명인사였다.
하지만 오바마 곁을 떠나지 않고 계속 지켜본 백악관 기자들은 대통령이 생일을 즐길 기분이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는 “우리는 방금 워싱턴에서 아주 특별한 2주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위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 물론 그중 가장 좋은 것인 가족 지원, 최고 학교, 최신 산업 등을 이루기 바라지만, “미국 내 정치적 분쟁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면서 그 때문에 온 나라가 분열될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필연적
부채 상한 증액을 둘러싼 다툼은 미국을 경제적 재해의 가장자리까지 몰아넣었다. 오랜 논쟁 끝에 타결안이 나왔지만 그 효과는 칼에 베인 경동맥 위에 붙인 일회용 컬러 반창고 정도다. 향후 10년간 2조4천억달러의 재정 적자를 감축하기로 했지만, 현재 이미 쌓여 있는 15조달러에 달하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거대한 부채의 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10년 뒤 미국의 국가 부채는 20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소비를 하면서 살았다. 아프가니스탄과 그외 다른 곳에서 벌인 전쟁,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건강보험 시스템, 많은 비용이 드는 경제 활성화 프로그램…. 미국은 이 모든 것을 대부분 새로운 차관으로 지급했다. 이런 방식은 경제가 성장해 국고에 돈이 더 들어올 때는 지속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국고가 비었고, 계획된 재정 긴축을 실행하기에 좋지 않은 시점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 로버트 라이히는 “재정지출 축소로 인해 또다시 불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문가들은 최근의 연구 보고서에서 1930년대 이후에 이뤄진 170여 개 재정정책을 검토한 뒤, ‘국가의 재정 긴축이 경제성장을 둔화시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해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재정지출을 축소할 때마다 향후 2년간 경제성장률이 0.62% 하락한다.
현재의 계획은 향후 10년간 현재 미국 GDP의 16%에 해당하는 금액을 감축하는 것이다. 만약 경제학자들의 계산이 맞다면, 미국은 필연적으로 다시 경기침체에 빠지게 된다.
국가의 재정건전화 역시 좋지 않게 된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위기도 정치적 무능력이 큰 원인이 되었다.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시스템은 비효율적이고, 개혁이 필요하다.
   
미 중서부 지역을 대상으로 ‘민심듣기’ 버스투어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8월17일 일리노이주의 알파 타운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부채 위기에 직면한 게 아니다. 우리가 민주주의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미합중국이 이미 ‘바나나 공화국’(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독재로 얼룩진 정치적 후진국)으로 가는 길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미국은 정치적 권력이 분리돼 있고, 합의를 통해 목표에 도달하는 시스템 위에 세워졌다. 하지만 새로 나타난 워싱턴의 ‘티파티’(Tea Party) 극우주의자들이 원하는 건 오직 권력일 뿐 결과가 아니다. 타협은 더러운 단어가 되어버렸다.
지금은 미국 선거구의 절반 이상이 공화당 혹은 민주당이 각각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게 돼 있다. 양 진영 사이에 더 이상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선거구의 예비선거에서 의원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존재는 오직 당 내부의 극좌 혹은 극우 비평가들뿐이다. 그리고 이들은 큰소리를 낼 수 있다.
그 결과, 이데올로기가 실무 정치를 지배하게 된다. 그것이 유사시 자국이 재정위기에 처하고, 나머지 세계를 함께 나락으로 끌고 가는 의미라도 말이다. ‘자유을 위한 캠페인’(Campaign for Liberty)이라는 이름의 티파티 그룹은 ‘일부 유럽 국가의 파산 위기 다음날에도 태양은 다시 뜰 것’이라는 코멘트를 내놓았다.

추가 화폐 발행은 인플레이션의 세계화 유발
워싱턴 정계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이하 연준)야말로 최후의 구원자로 보인다. 연준은 최소한 정치적으로 독립적이고 그 때문에 워싱턴 정계의 압력에서 자유롭다. 연준이 해야 할 일은 이 기관이 3년 전 경제위기 때 한 일과 동일하다. 화폐를 찍어내는 것이다.
2008년 이후 벤 버냉키의 지휘 아래 연준은 2조5천억달러 상당의 새 지폐를 세계에 공급했다. 이 조치는 경기를 활성화했다. 그리고 지금은 부채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어쨌든 대안이 될 수 있는 방법으로 여긴다. 연준이 세상에 내놓는 수십억달러의 화폐는 모두 물가를 상승시킨다.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채를 쉽게 청산해버리는 방법은 매력적인 유혹이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경제학자 케네스 로고프는 “물가 상승에 대한 공포를 떨치고 계속 화폐를 시장에 공급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전략은 두 가지 어두운 면을 지녔다. 인플레이션은 비밀리에 국민의 재산을 탈취하는 걸 뜻한다. 그리고 이 특별한 부채 청산 전략으로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세계의 다른 곳, 예를 들어 중국으로 전염시킨다.
ⓒ Der Spiegel·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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