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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3차 ‘양적완화’ 손 벌릴까?
[Special ReportⅡ]지속되는 달러 위기 ②
[16호] 2011년 08월 01일 (월) 여경훈 economyinsight@hani.co.kr

여경훈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중앙은행이 총수요를 자극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단은 기준금리 인하다. 그러나 미국처럼 기준금리가 0%까지 내려가면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수 없다. 장롱 속에 현금을 보관하는 편이 낫지, 오히려 이자를 주면서까지 돈을 빌려주려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상 이 시점에서 명목금리는 제로하한(Zero Bound)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물론 유사 이래 한국 경제는 이런 상황에 직면한 적이 없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이런 상황에 부딪혔고, 일본 경제는 이미 1999년 초반 제로하한에 도달했다. 이때 붕괴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무엇일까?

2차 양적완화, 중앙은행 자산만 비약적 증가
유동성 공급 확대다. 즉, ‘가격’ 변수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때 ‘양’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이는 크게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기준으로 금융기관과 금융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유동성 부족 문제로 간주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7년 12월부터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에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금융시장이 총체적으로 붕괴하자, 정책수단에 변화를 가져왔다. 부동산 파생상품의 증권화 과정과 관련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단기신용시장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통상 민간 금융회사와 금융시장에 대한 중앙은행의 자금공급, 이에 따른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상 자산구성의 변화를 초래하는 프로그램을 ‘신용완화’(Credit Easing)라 부른다. 즉, 민간 금융회사에 예외적인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민간 금융자산을 중앙은행이 매입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에 비해 ‘양적완화’(QE·Quantitative Easing)란 중앙은행의 장기국채 매입과 이에 따라 대차대조표의 규모 확대를 가져오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따라서 2008년 12월~2010년 3월 1725조달러의 주택저당증권(MBS)과 국채를 매입한 프로그램을 1차 양적완화(QE1)라 부른다. FRB는 양적완화를 통해 MBS와 장기국채를 대량 매입해 침체된 주택시장을 부양하고 장기금리를 내려서 실물경제를 회복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FRB의 양적완화 효과가 끝난 직후, 미국 경제는 다시 침체로 빠져들었고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시장에 팽배했다. 이런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버냉키는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2차 양적완화(QE2)를 시사했다. 11월부터 6천억달러에 달하는 장기국채를 추가로 매입했다. 그러나 요란하게 시작한 2차 양적완화 프로그램은 지난 6월 말 소리 없이 종료됐다. 1차 양적완화가 종료될 때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미국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 FRB의 총자산 규모는 대략 9천억달러에 달했다. 2007년 여름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한 직후 실시한 신용완화 프로그램에서는 총자산 규모에 큰 변함이 없었다. 다만 자산의 구성상 단기국채가 감소하고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에 대한 단기대출이 증가했다. 그러나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1차 양적완화가 시행된 뒤 대차대조표상 총자산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차 양적완화가 종료된 지난해 3월 말 2.3조달러로 증가했고, 2차 양적완화가 끝난 6월 말에는 2.9조달러까지 증가했다.
부채 측면을 보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지급준비금 규모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금융위기 이전 평균 400억달러에 달하던 지급준비금은 현재 1.65조달러로 증가했다. 이 중 95%는 법정 지급준비금을 초과한 초과 지급준비금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2차 양적완화 시행 이후 지급준비금이 6천억달러 정도 늘어났는데, 이 중 98%는 초과 지급준비금이었다. 다시 말해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한 대가로 시중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했음에도, 압도적인 비중은 다시 중앙은행에 예치된 시중은행 지급준비금 계좌에 머물러 있는 형국이다.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사이에 자산의 구성상 국채와 지급준비금 간 교환만 일어났을 뿐,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 증가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예를 들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08년 말에 비해 5700억달러 이상 줄어들었다. 마찬가지로 신규 일자리 창출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소기업 대출 잔액의 경우, 1분기 기준 609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8.6% 줄어들었다.
그러면 천문학적인 양적완화 프로그램은 미국 경제에 어떤 성과를 남겼을까? 각종 실물 및 금융시장 지표를 통해 양적완화의 성공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 우선 실업률은 여전히 9.2%로 높은 수준이다. 금융위기 이전 5% 수준이던 실업률은 2009년 10월 10.1%까지 치솟았다. 2009년 중반부터 경기가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2년 동안 불과 0.9%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고용률은 상황이 더욱 안 좋다. 금융위기 이전 63%에 달하던 고용률은 현재 58.2%로 5%포인트 떨어진 상태다. 특히 2차 양적완화 조치 이후 실업률과 고용률 지표는 거의 변함없었다. 오히려 지난 3월 이후 두 지표는 동시에 악화되고 있다. 실업률은 3월 8.8%에서 6월 9.2%로 상승했고, 고용률은 58.5%에서 58.2%로 하락했다.
소비자물가는 2차 양적완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2%에서 지난 5월에는 3.6%로 크게 올랐다. FRB가 중시하는 근원물가 또한 같은 기간 0.6%에서 1.5%로 상승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과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도한 것이다. 즉,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FRB가 공식적으로 의도한 소비와 투자 지출 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달러가치 하락과 투기적 상품 가격 상승에 따른 것으로, 양적완화의 부정적 효과가 초래한 간접적인 결과다.
다음으로 경기 동향을 대표하는 제조업 구매력 지수를 살펴보면, 2차 양적완화 시행 전인 지난해 10월 56.9에서 지난 5월에는 53.5로 오히려 악화됐다. 주택시장의 신규주택 착공 건수는 56만 건으로 심각한 침체 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택 가격을 대표하는 케이스실러 지수 또한 고점보다 33% 정도 하락해 2002년 중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2차 양적완화 시행 이후 지난해 4분기 3.6%, 올해 1분기 4.2% 떨어져 주택시장의 더블딥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실물경제 회복에 기여하지 못해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브로커가, 중국 당국의 은행대출 축소 발언으로 하락하는 주가를 지켜보고 있다(왼쪽). 금융위기 초기인 2007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한 주택이 차압돼 매물로 나와 있다.
한마디로 2차 양적완화 시행 이후 실물경제는 거의 회복되지 못했다. 오히려 최근 양적완화가 종료되는 시점을 앞두고 다시 하강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1차 양적완화가 종료한 지난해 상반기와 모든 실물경제 지표의 추세가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양적완화는 금융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FRB는 양적완화를 통해 장기금리 하락을 유도해 실물경제를 부양하겠다는 의도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그러나 1·2차 양적완화 기간에 실제 장기금리는 거의 하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양적완화가 종료되는 시점에 장기금리가 하락하는 모습이 뚜렷이 나타났다.
통상 중앙은행이 장기국채를 매입하면 국채의 시장가격은 상승하고, 이에 따라 수익률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오히려 양적완화가 시행되기 전에 수익률이 하락하고 실제 시행될 때는 수익률이 상승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는 양적완화가 시작되기 전, 시장에 이미 양적완화에 대한 ‘투기적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국채를 보유하고 있던 금융회사는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실제 양적완화 시행 시점을 전후로 국채를 내다팔고 주식이나 원자재 등 투기적 시장으로 자금을 이동했다.
최근 장기금리는 지난 2월 3.77%까지 오른 뒤, 최근 다시 3%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이는 또다시 양적완화가 시행될 것이라는 투기적 수요, 안전자산인 국채에 대한 수요, 그리고 실물경제 침체 등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장기금리가 2차 양적완화 시행 이후 거의 변하지 않은 데 비해, 투기등급 회사채 수익률은 급격히 하락했다. 예를 들어 무디스 Baa 채권의 수익률은 금융위기 직후 9%까지 치솟았으나 최근 5%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정크본드에 투자한 월가의 금융회사들은 막대한 투자수익을 올렸다.
FRB는 공개적으로는 표명하지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자산 가격 부양을 의도했다. 이는 이론적으로 버냉키가 강조하는 ‘포트폴리오 밸런스’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FRB가 안전한 국채를 높은 가격에 매입하면, 금융회사는 보유한 국채를 매도한 금액으로 주식과 회사채, 그리고 원자재 상품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킨다. 금융자산의 가격 상승은 대차대조표를 회복시킬 뿐 아니라, 담보가치 상승에 따른 차입 한도 증가로 자산시장의 추가적 부양을 가져올 수 있다. 주식시장 또한 양적완화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시장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을 기준으로 금융위기 직후 저점보다 거의 90%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8월 말 잭슨홀 연설 이후 지난 4월까지 단기간에 30% 정도 주가가 상승했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는데, 이는 유럽의 부채 문제도 있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에 대한 월가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양적완화의 최대 수혜자 투기적 자산시장
미국의 양적완화는 기축통화인 달러가치 하락과 환율전쟁을 초래했다. 달러는 2009년 3월의 저점에 비해 17% 정도 가치가 하락했다. 달러가치 하락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고금리와 환차익을 노린 캐리트레이드 증가를 가져왔다. FRB의 대규모 국채 매입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 국채와 달러를 매각하고 신흥국 통화를 포함한 고수익 위험자산으로 자산의 재분배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상승했고, 이는 2차 양적완화 시행을 전후로 일어난 이른바 ‘환율전쟁’을 촉발했다. 즉 양적완화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달러가치 하락을 가져왔고, 이것이 환율전쟁을 일으킨 배후라고 할 수 있다.
달러가치 하락은 원유를 비롯한 상품시장의 거품도 추동했다. 금융위기 직후 40달러 밑으로 떨어진 원유 가격은 최근 100달러를 넘어섰다. 상품 가격을 대표하는 로이터스CRB지수는 같은 기간 68% 상승했다. 원유가격 상승은 달러가치 하락과 거의 추세를 같이하는데, 대부분의 원자재는 기축통화인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또한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상품가격 상승의 기대는 선물시장에서 투기적 수요를 부추겨 상품가격의 추가적 상승을 가져왔다. 즉, 채권·주식·달러·원자재 등 거의 모든 금융시장을 추동하는 배후에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움직이는 양적완화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한마디로 양적완화 정책은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하지 않는 집단, 즉 월가에 가장 많은 수혜를 안겨다주었다. 반면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 즉 미국의 노동자와 가계는 가장 적은 수혜와 가장 많은 손실을 얻었다. FRB가 양적완화의 수도꼭지를 틀었으나 월가만 단맛을 빨아들였고 아래로 물이 흐르지 못한 것이다.
사실 그린스펀의 ‘이지 머니’(Easy Money) 혹은 ‘그린스펀 풋’으로 대표되는 저금리 정책이나 버냉키의 양적완화 정책은 이름만 달리할 뿐, 의도한 목적은 동일하다. 이른바 ‘자산시장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노린 것이다. 실제 지난해 11월3일 미국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차 양적완화를 결정한 다음날, 버냉키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2차 양적완화가 추구하는 목표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금융 상태를 더욱 완화하면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이다. 예를 들어 주택대출금리가 낮아지면 주택 구입과 재대출이 더욱 용이하게 될 것이다. 회사채 금리가 낮아지면 투자가 촉진될 것이다. 그리고 주가가 상승하면 소비자의 재산 가치와 신뢰 증진에 도움이 되고, 이는 소비지출을 자극할 것이다. 지출 증가는 소득과 이윤을 제고해, 선순환 과정에 따라 경제성장을 더욱 촉진할 것이다.”
그러나 실업률과 주택시장 침체에서 보듯 2차 양적완화는 실물경제 회복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버냉키가 내린 정의에 따르더라도 양적완화는 명백히 실패한 정책이다. 월가가 요구하는 투기적 자산시장 부양 효과는 달성했지만, 높은 실업률과 가계부채 부담으로 경제 전체적으로 ‘대출’과 ‘투기’가 확산되는 것을 자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득 및 자산 양극화, 가계부채에 의존하는 수요 창출, 경제의 금융화, 취약한 제조업 경쟁력 등 구조적 문제의 치유를 지연하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하고 있다.
   
 
월가의 ‘활약’에 따라 QE3 시행
1차 양적완화가 최악의 경제침체는 막았다는 데서 조금이나마 점수를 줄 수 있지만, 2차 양적완화는 각종 경제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명백히 실패했다. 따라서 FRB는 3차 양적완화를 쉽게 거론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FRB가 움직이지 않으면 월가에서 먼저 3차 양적완화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지난해에도 골드만삭스는 최대 1조달러의 2차 양적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시장의 기대치를 잔뜩 끌어올린 적이 있었다. 월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자산시장 부양과 실물경제 회복이라는 FRB의 의도는 물거품이 된다. 따라서 FRB는 월가의 분위기 조성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다만 2차 양적완화가 명확한 실패로 판명이 났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FRB 입장에서 3차 양적완화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년 재선 승리를 위해 버락 오바마의 처지에서는 보여줄 수 있는 경기회복이 필요하고, 재정정책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3차 양적완화는 버릴 수 없는 카드가 될 것이다. 따라서 FRB는 적잖은 부담을 이겨내고, 월가와 오바마의 지원에 힘입어 3차 양적완화의 시기를 조율할 것이다. 그 시기는 미국의 실물경제 침체의 속도와 강도, 시장과 FRB를 움직이는 월가의 ‘활약’ 정도에 달려 있다.
noreco@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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