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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쉽게 돈 벌면 쉽게 망한다”
[Interview]금융개혁론자 이동걸 전 금감위 부위원장 인터뷰
[15호] 2011년 07월 01일 (금) 조계완 economyinsight@hani.co.kr

이동걸 한림대 교수(재무금융학)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금융개혁론자로 꼽힌다. 이 교수는 한국금융연구원장으로 있던 2009년 초, 연구원의 정치적 독립과 자율성 훼손에 항의해 사표를 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여름에는 삼성생명 상장 차익에 대한 보험계약자 몫을 요구하다가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를 스스로 박차고 나왔다. 이 교수는 <이코노미 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빨리 크는 금융회사나 특정 금융상품은 항상 문제가 있다”며 “쉽게 덩치 키우고 쉽게 돈 벌면 반드시 터지게 돼 있는 것이 금융”이라고 했다. 그는 또 “한국은행에 은행과 비은행 모두 포함해 감독권을 한데 몰아주되 한은을 집중 감시하면 된다”며 “보증기금의 중소기업 대출보증을 은행에 주지 말고 중소기업이 직접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인터뷰는 지난 6월20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이 교수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조계완 부편집장

해방 후 한국의 금융정책 중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박정희 시대에 금융자본을 동원해 경제성장에 쓴 것이다. 특혜가 재벌에 몰리고 비리와 정경유착이라는 부작용이 있었으나 우리가 돈이 없어서 투자하기 어려운 시절에 소비대출을 억제하고 산업자본에 금융자원을 동원해 성장자금으로 썼다. 김영삼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실시한 것도 금융이 역사상 처음으로 정상화 궤도로 가게 하는 출발점이었다. 김대중 정부에서 자의든 타의든 금융개혁을 추진해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고 금융에 대한 제도와 규칙 측면에서 의식을 많이 바꿨다. 아직 그 제도와 규칙이 관행으로 축적되지 못해 문제가 있긴 하지만. 아무튼 외환위기 이후 1998년부터 관치금융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정상적인 금융이 처음 시작됐다고 본다. 관치금융 시절 금융은 수단이었지 진정한 의미의 금융산업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한국 금융산업은 덩치만 컸지, 이제 13년 정도 된 중학생 수준이다. 갑자기 글로벌 투자 은행(IB)이 되겠다거나 한국을 세계적 금융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해선 안 된다. 물론 향후 10년, 20년이 지나면 세계적 금융회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골드만삭스? ‘실버만삭스’부터 잘 만들라
우리 금융 당국이 추진해온 은행산업 전략은 ‘메가뱅크’다. 금융 분야의 삼성전자를 꼭 육성해야 하는가?
금융의 삼성전자는 장기 목표로 잡아야지 단기적 시야로 접근하면 큰일난다. 노무현 정부 말기부터, 또 이명박 정부 들어 세계적인 IB를 육성한다고 난리쳤을 때 내가 “은행을 한국의 골드만삭스로 육성한다는데 ‘실버만삭스’부터 잘 만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금융은 단계가 있다. 글로벌 IB, 메가뱅크, 그리고 리먼브러더스 인수(구상)가 월스트리트로 가는 고속도로라고 하던데 웃기는 얘기다. 금융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는 아직 기초 실력이 안 되고 금융에 대한 의식 수준도 낮다. 실력부터 착실히 갖춰야 한다. 금융의 삼성전자, 좋다. 하지만 20년 뒤에 하자.
우리나라 실물 부문에는 ‘재벌’이라는 특수한 형태가 있다. 한국의 금융은 다른 나라와 견줘 어떤 특징이 있는가?
제조업이든 금융이든 지배구조는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재벌 오너 시스템은 장단점이 있다. 삼성은 틀림없이 망한다. 현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금융 쪽은 오너 시스템이 아니라고 흔히 얘기하는데, 은행만 그렇지 증권·보험·카드를 보면 재벌 시스템과 비슷하다. 어떤 사람은 한국처럼 금융과 산업이 분리된 나라가 없다고 하는데, 은행만 제도적으로 막아놓아 재벌이 못 들어갈 뿐 은행을 제외하면 전부 재벌이 들어가 차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재벌 산업자본이 덩치 큰 증권·보험 회사를 지배하는 곳은 없다. 삼성전자가 세계 일류 기업이지만 삼성생명은 세계 삼류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런 비은행, 즉 증권·보험에서 재벌을 쫓아내긴 어렵다. 이미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증권·보험에서 세계 일류를 만드는 실험을 해보면 어떨까. 재벌들이 ‘우리가 은행을 소유하면 세계 일류 은행으로 만들겠다’고 주장하는데, 은행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지금 형태로 가고, 재벌들이 갖고 있는 증권·보험사부터 일류로 만들어가면서 은행과 비은행권이 서로 경쟁하게 하자.
이번 저축은행 사태가 보여주는 한국 금융의 특징은?
저축은행이 흔들리면 대주주들이 돈을 빼가기 시작한다. 자기가 하는 다른 회사로 다 빼돌리거나 미리 대출을 마구 받아놓는다. 금융은 본질적으로 대리인 문제와 이해상충이 크기 때문에 더 엄격한 감시를 받아야 한다. 특히 금융을 산업자본과 붙여놓으면 일이 터질 게 뻔하다. 신동아가 망할 때 하루아침에 대한생명에서 3조원을 빼가고, 대우그룹이 망하고 나서 보니 서울투신에 2조원이 ‘펑크’나 있었다. 급하면 네 돈 내 돈 없이 다 빼간다. 돈 빼먹을 때 누가 횡령할 목적으로 빼가나? 나중에 벌면 갚을 생각이었다고 한다. 큰도둑이든 작은도둑이든 본래 ‘먹튀’하겠다는 것보다는 잠깐 쓰고 돌려주겠다고 한 것인데, 그만큼 유혹이 많은 장소가 바로 창고에 돈이 가득한 금융이다. 외국의 금융기관에서는 ‘강제휴가제’를 쓰고 있다. 우리는 1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 승진시키는데, 외국에서는 오히려 1년 내내 자기 자리를 안 비우면 뭔가 비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강제로 휴가를 쓰게 하고 대신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들어가 살펴보면 비리가 드러나게 된다.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은 거의 95%가 남의 돈이다. 즉, 예금자 돈이다. 나머지 5%도 자기 돈은 일부에 불과하다. 그래서 모럴해저드가 극심할 수밖에 없는 곳이 금융이다. 이 돈 저 돈 다 친분 있는 사람한테 꿔주고, 나중에 못 받아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못 받으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자기 친구한테 빌려준 거니까.

론스타, 배 아파해봤자 어쩔 수 없다?
2003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당시 금융감독위원회에 있으면서 직접 관여했는데….
론스타 때문에 국민 모두 핏발이 서 있는데 핵심은 감정적인 것이다. 즉 왜 론스타가 막대한 돈을 벌어가냐, 왜 외국자본이 우리 은행을 인수하게 내버려뒀느냐는 것이다. 금융에서 국적은 다소 애매한 구석이 있다. 물론 외국인이 메이저 주주로 지배하는 은행이 너무 많은 건 문제다. 적당히 들어와 국내에서 경쟁하는 건 좋다. 당시 우리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한데, 공적자금은 문이 닫힌 상태였고 어쩔 수 없었다. 금융은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특성을 안고 있다. 한미은행을 인수한 시티은행도 제일은행을 인수한 스탠다드차타드도 언제 망할지 모른다. 즉, 우리가 열심히 잘하고 있으면 이런 외국계가 망했을 때 오히려 우리가 통째로 인수할 기회도 생긴다. 실력만 갖추고 있으면 서두르지 않아도 기회는 온다. 무리하게 덩치를 키우려고 편법을 쓰면 터지게 돼 있다. 무리하면 반드시 펑크 나게 돼 있는 것이 금융이다.
최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론스타 ‘먹튀’ 논란에 대해 “쿨하게 보자”고 했는데….

애초에 우리가 주고 싶어서 론스타에 준 게 아니다. 물론 인수 과정에서 뒤에 어떤 비리와 협잡이 있었다면 반드시 찾아내 벌줘야 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사고파는 과정만 보면 당시 우리가 할 것이 별로 없었다. 론스타에 주기 싫었지만 공적자금 투입이 막혀 있고, 별 수단이 없었다. 론스타가 1조원을 투자해 5천억 정도 벌어간다면 모르나 너무 많이 벌어간다는 사실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내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때문에 욕을 많이 먹는데, 당시 1조원이 있었다면 즉각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거다. 인수하면 돈이 된다는 게 빤히 보였다. 하지만 우리한테 인수할 돈이 없었는데 어떡할 것이냐. 정치적·정책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인수 과정에서 ‘∼등’ 자를 써주는 등 편법이 있었지만 모르고 그렇게 해준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런 거 붙잡고 있으면 시간을 끌수록 론스타가 배당금을 더 받아 챙겨간다. 3조원 가지고 나갈 것을 5조원으로 키우고, 더 시간을 끌면 7조원 가지고 나가게 될지 모른다. 3년 전 론스타에서 외환은행을 되찾았어야 한다. 시간을 끌수록 손해다. 이미 손해 본 것이고 우리 실력이 없어서, 또 돈이 없어서 손해 본 건데 어쩔 수 있나? 배 아파하거나 너무 근시안적으로 보면 안 된다.
한국 경제의 금융화, 그리고 동북아 금융 허브 전략에 대한 견해는?
대형화해 세계에서 톱에 들겠다는 금융회사도 있어야 하지만, 자기 분야에서 확실하게 위치를 잡고 지역 챔피언 또는 분야별 챔피언을 추구하는 중소형·중대형 은행도 있어야 한다. 우리는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전부 1등 하겠다고 메가뱅크 하겠다고 하는데 어떤 은행은 동남아 중심으로, 중동 중심으로, 유럽 중심으로 나가면 된다. 글로벌을 지향해야 할 은행이 대한민국에서 한 곳 이상일 필요 없다. 다들 좋은 것만 하겠다고 국제 금융 중심지가 되겠다며 설치고 한쪽으로 쏠리면 안 된다.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어디선가 “은행은 장치산업”이라고 했는데….
은행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다. 지점망이 없으면 영업할 수 없다. 제조업은 원료나 부품을 사들여오면 된다. 하지만 은행은 원료·부품 조달부터 스스로 해야 한다. 은행은 전체 자금조달의 60∼70%가 예금이다. 즉, 원료가 부족하면 장사할 수 없다. 사실 지점망만 잘 깔아놓으면 안정적으로 어느 정도 돈이 들어온다. 또 그런 장치산업이라서 함부로 다른 은행이 치고 들어오지 못한다. 기업은행이 공단 지역에는 좍 퍼져 있지만 일반 주택가에는 제대로 못 들어가지 않은가.
   
지난 4월 18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오른쪽 셋째)이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5개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요즘 산은금융지주 강만수 회장이 시중은행을 인수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는데….

산업은행은 이명박 정부에서 첫발을 잘못 디뎠다. 원래 산업은행은 산업금융채권을 발행해 그 돈으로 정책금융을 해주는 곳이다. 정부의 공신력으로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해외 IB에 조금 참여할 수 있고, 이게 정책금융기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정책금융을 조금 떼내 정책금융공사를 만들어놓고 나머지를 산업은행으로 남겨둔 상태에서 민영화하려 한다. 그런데 정책금융에서 은행으로 바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은행이 되면 일단 자생력이 있어야 한다. 산업금융채권을 발행할 수 없으니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산업은행 지점이 지금 44개인데, 예금으로 조달하는 금액은 필요한 전체 자금의 16%에 불과하다. 전국에 지점이 500∼600개는 있어야 필요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 못하면 대출해줄 수 없게 되고 대출 규모를 지금의 6분의 1로 대폭 줄여야 한다. 즉, 기존의 중소기업 대출금이나 설비자금 대출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우리은행을 인수하겠다 하고, 안 되니까 이제 외환은행도 우체국까지도 인수하고 싶다고 혈안이 돼 있다. 산업은행은 원래대로 다시 정책금융 부문을 합쳐놓은 뒤 정책금융이 얼마나 필요한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나는 산업은행이 우체국금융을 인수해도 은행으로서 생존하기 어렵다고 본다. 우체국금융 규모가 40조∼50조원밖에 안 되는데다 우체국을 함께 지점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분리해야 하는 작업도 만만찮다. 산업은행이 2∼3년 내에 지점 200여 개를 만들어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자산규모 150조원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500∼600개 지점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산업은행, 우체국 인수해도 생존 어려울 것

그럼 산업은행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기업은행은 이미 상당히 시장 영역으로 왔다. 기업은행이 시장에서 중소기업 영업을 한다면 산업은행은 정책적으로 중소기업금융에 특화하면 된다. 상대적으로 큰 중소기업들이 산업은행의 좋은 고객이 될 것이다. 좀 다른 얘기지만 요즘 내가 고민하는 게 한 가지 있다. 은행들이 대개 기술신용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받아 중소기업에 대출해주고 있는데, 이것을 바꾸면 어떨까? 보증기금의 은행대출 보증액이 60조∼70조원에 이른다. 중소기업이 돈을 못 갚으면 은행이 보증기금으로부터 대위변제를 받는다. 그런데 왜 보증받아 은행을 도와주는지 모르겠다. 은행대출에 대해 보증해주지 말고, 오히려 그 보증을 기반으로 해당 중소기업이 직접 회사채를 발행하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 보증받은 중소기업의 신용등급은 대부분 트리플에이(AAA)이다. 투자수익률이 국공채보다 조금 높을 것이고 보증이 붙어 있으면 펀드들이 이 채권을 많이 사게 될 것이다. 그러면 중소기업이 직접금융으로 자금을 조달하게 되고, 은행들은 보증받은 안전한 대출이 끊기므로 적극적으로 대출할 중소기업을 찾아나서게 됨에 따라 자연히 중소기업 자금 공급도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금융‘기관’으로 역할하고 있는가, 단순히 돈벌이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금융‘회사’인가?
금융기관장들도 분기별·연도별로 성적이 나쁘면 잘린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이 설계하는 스톡옵션 성과급이 단기주의로 돼 있다. 스톡옵션 중 일부는 지금 받고 일부는 나중에 지급하는 식으로 장기화해야 단기실적주의를 줄일 수 있다. 오너 체제일수록 장기적 시야에서 경영이 이뤄진다고 하지만, 사실 오너 체제라 해도 그 오너 밑에서 일하는 계열사 사장들은 단기 실적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실적이 안 좋으면 당장 잘리기 때문이다. 또 시중은행장이 정치적으로 자주 바뀌다 보니 은행장 스스로 자기 임기 중에 한탕해 보너스로 한 100억원쯤 받아 나가겠다고, 임기 3년 안에 해치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주들의 단기실적 평가뿐 아니라 정치적 요인까지 개입되는 것이다.
경제에서 ‘금융’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산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주는 금융 중개 기능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금융의 임무다. 그런데 단순한 ‘모방의 경제’였던 옛날에는 돈을 필요로 하는 아무한테나 대출해주면 됐다. 나 자신도 옛날 그 시절에는 1조원을 대출받아 철강회사나 석유화학기업을 만들어 비교적 쉽게 재벌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창의성의 경제’다. 창의적 기업을 찾아서 대출해줘야 하는데 그런 기업을 찾아내는 실력이 빈곤하다. 은행들이 좋은 중소기업들을 열심히 찾아내야 신생기업들이 나오고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줄이고 가계대출을 늘린다고 비판하는데, 소매금융이 늘어난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중소기업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도 필요하면 대출받아 집을 사거나 학자금을 얻어 공부해야 한다. 다만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쉽게 돈 벌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에 지나치게 몰리는 것이 문제다.

감독자를 어떻게 감독할 것인가?
   
지난 3월 영업정지된 대전상호저축은행 대전 본점에 예금자들이 가지급금을 받으려고 길게 줄 서 있다.

이제 금융감독을 이야기해보자. 감독에 정치적 요인이 자꾸 개입되곤 하는데….
저축은행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문제가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소규모 분식회계나 대출 부실은 못 보고 넘어갈 수 있지만 광범위한 규모의 부실 대출이나 PF 등 특정 영업에 쏠려서 생기는 문제는 모를 수가 없다. 몰랐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다만 대응하지 않고 미뤘을 뿐이다. 이런 문제들을 정리하기 시작하면 막대한 돈이 들고 성장률이 떨어지고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에 계속 미루면서 어떻게 넘어가볼까 하다가 결국 터진 것이다.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거시경제를 운영하는 입장이 아니라, 청와대 눈치를 보다가 유동성 과잉과 인플레이션 위험을 초래했고, 출구 전략이 늦었다. 금융감독기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필요를 절실하게 보여준 것이 현 정부다. 힘있는 곳에 비리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감독과 독립성이 더욱 중요하다. ‘너무 빨리 크는 금융회사나 특정 금융상품은 항상 문제가 있다’는 것이 금융감독의 제1계명이다. 미국의 은행 검사 매뉴얼을 보면 ‘특정 금융기관의 자산규모 성장 속도, 또는 특정 자산이 15% 이상 늘어나면 검사에 들어가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들의 경험에서 나온 수칙이다. 파생상품이 갑자기 커지면, PF 대출이 갑자기 늘어나면 검사해 들여다봐야 한다. 너무 빨리 성장하는 금융은 10개 중 9개가 반드시 터지게 돼 있다. 감독 대상인 민간은행과 골프 치고 술 먹고 재미 붙이면서 유착돼 있다가 옷 벗고 나가기 몇 년 전부터 술 사주던 회사에 자리 만들려고 신경 써왔다. 직접 그 회사로 못 가면 대신 가는 곳이 김앤장법률사무소다. 윤증현 전 장관도,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도 직접 민간 금융회사에 못 가니까 김앤장으로 가서 ‘핑퐁’ 쳐서 그 회사로부터 수억원 받고 하지 않았는가.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하지만, 사실 금융기관은 국가로부터 ‘예대금리차’를 보장받아 쉽게 장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일반인들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 예금과 대출 사이에 존재하는 블랙박스(위험관리 등)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물론 위험관리가 제대로 안 되니 부동산담보대출로 쏠리고, 또 누가 PF 대출로 돈 벌었다고 하니 다 그쪽으로 몰리기도 한다. 그런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전에 어느 저축은행 회장을 만나서 얘기해보니 그 사람이 그러더라. “금융업 해보니 쉽네”라고. 경제가 좋으면 금융은 다 잘된다. 부도도 안 나고 회수도 잘 되므로. 그렇게 쉽게 덩치를 키우고 무리하게 확장하면 사고 치게 돼 있다. 쉽게 돈 벌면 또 쉽게 망한다. 우리가 외국 금융기관을 들여와 첨단 금융기법을 한 수 배우고 경쟁을 촉진하려던 것인데 가만히 보니 그놈들도 똑같이 국내에서 장사하더라. 나쁜 짓 똑같이 하고 쉽게 돈 벌려고 하고. 금융감독 당국은 좀 빡빡해야 한다.
본인이 요즘 한국은행에 금융감독 기능을 모두 몰아넣자고 주장하는데….
금융감독 기능을 이리저리 흩어놓으니 감시도 제대로 안 되고, 책임도 없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한국은행과 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경쟁하고 있다. 감독자들을 어떻게 감독할 것인지가 항상 문제다. 영원한 정답은 없다. 차라리 한국은행에 은행과 비은행 모두 포함해 감독권을 한데 몰아주는 감독 지배 구조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렇게 한 군데로 몰아놓되, 대신 한은을 집중 감시하면 된다. 다만, 한은 금융통화위원 중 3분의 1을 야당에 배정해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면 된다. 한은에 전부 몰아놓으면 정부와 균형을 이룰 정도의 파워가 생기게 돼 독립적으로 감독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감독 기능을 관료가 맡을지, 공적 민간조직에 둘지, 순수한 민간에 맡길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많은데 사실 민간도 권력을 가지면 권력기구가 된다. 어디에 권력을 둘 것인지보다는 그 권력을 어떻게 감시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감독기구는 본질적으로 권력을 가진 곳이고, 권력 있는 곳에 감시가 집중돼야 한다. 금융은 이권을 둘러싼 이해상충이 많고, 따라서 누군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산업이다. 개입하지 않고 가만두면 정치권이 말아먹는다.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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