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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아프리카 석유전쟁 ‘불가피’
[Special ReportⅠ] 아프리카 ‘신식민지’ 논쟁–① 앞서가는 중국, 견제하는 미국
[15호] 2011년 07월 01일 (금) 박영호 economyinsight@hani.co.kr

중국·인도의 날선 ‘아프리카 구애’
‘신식민지’ 논쟁 속 최후의 투자처를 향해 달려가는 브릭스의 두 거두‘

아프리카를 순방 중이던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월10일 잠비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강력한 발언을 내놓았다. 헨리 키신저 이후 미국 국무장관으로a서는 30년 만에 아프리카를 방문한 그가 “아프리카에서 신식민주의를 보고 싶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것이다.
그동안 빠르게 아프리카 투자를 늘려ac온 중국과 관련해 귓속말로 ‘신식민지’라는 용어가 확산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클린턴의 강한 공개 발언은 미국이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를 얼마나 민감하게 여기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분쟁과 가난의 땅’으로만 여기던 아프리카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아프리카 투자의 선봉인 중국 및 인도 언론의 현지 취재를 통해 ‘선발주자’ 중국과 ‘추격자’ 인도의 아프리카 진출기를 살펴본다.
   
 
박영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아중동 팀장

세계 주요국의 해외시장 확보 경쟁이 기존 신흥시장을 뛰어넘어 지구상의 마지막 미개척 시장인 아프리카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아프리카 접근 속도는 미국·유럽 등 서방에서 ‘신식민지론’을 거론하며 견제할 정도에 이르렀다. 중국의 아프리카 공략은 대륙 전체를 아우르며 전방위적으로 전개됨에 따라 교역과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아프리카 수출 규모는 19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20억~30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000년부터 급속히 팽창해 2010년에는 1천억달러를 돌파했다. 중국은 아프리카 최북단 알제리에서 최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저가 상품 공세를 통해 아프리카 시장의 침투를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의 아프리카 수출 규모는 이미 2000년대 초반 영국과 미국을 추월해 현재 프랑스에 이어 제2위의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이는 중국 경제의 급성장에 따라 전체 대외무역이 급증한 것과 관련 있겠지만, 무엇보다 막대한 규모의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외교력을 집중해온 중국의 아프리카 전략의 결실로 볼 수 있다.

900개 이상 중국 기업 49개국에 진출
   
문화방송 다큐멘터리 <아프리카의 눈물>의 한 장면.
아프리카 원유의 도입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1995년 11%에서 2010년에는 22%로 확대됐고, 2025년께는 45%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의 아프리카 자원 확보는 석유 자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광석·망간·크롬·코발트 등 각종 원자재를 망라한다. 중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고도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원 확보가 자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등장함에 따라 아프리카 자원 공략에 매진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이 사회주의 동맹의 시각에서 아프리카에 접근했지만, 지금은 석유 확보 등 경제적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이 구사하는 아프리카 전략은 외형적으로 어떻게 포장되는지에 관계없이 일차적으로 자원 확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중국의 전체 해외투자에서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3.8%(2009년 누계 기준)에 불과하지만, 그 증가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 2005년 3.9억달러에서 3년 뒤인 2008년에는 55억달러로 14배 증가했다. 현재 900개 이상의 중국 기업이 대만과 외교관계를 유지하는 4개국을 제외한 49개 아프리카 국가에 대거 진출해 있다. 중국의 아프리카 공세는 단순히 경제 진출 차원을 뛰어넘어 국가적 영향력 확대로 이어짐에 따라, 중국이 과거 유럽 식민 종주국들을 대신해 아프리카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더 멀리 내다보면 아프리카는 중국의 영향력이 가장 잘 실현될 수 있는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중국이 아프리카에 막대한 경제 지원과 협력을 지속하고, 여기에 ‘소프트 파워’를 계속 확산해나간다면 아프리카 내 중국의 국가적 위상과 입지는 더욱 빠른 속도로 강화될 것이다. 서방국가들은 중국의 무차별적 아프리카 공략에 반감을 나타내지만, 중국은 많은 아프리카 국가와  상당한 신뢰를 축적했다. 중국의 영향력이 아프리카에서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이면에는 아프리카의 개발 욕구도 있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과의 협력 강화가 자국의 개발 욕구를 충족해주고, 경제 발전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아프리카 독재국가에서 더욱 분명하다. 짐바브웨 같은 독재정권은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에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서방에 필적할 만한 영향력을 지닌 중국이 막후에서 도와줄 것으로 기대한다.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은 “해가 지는 서쪽(서방국가 지칭)보다는 해가 뜨는 동쪽(중국 지칭)을 바라보다(Look East)”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오늘날 중국과 아프리카의 밀접한 유대관계는 최근의 현상이 아니라, 이미 1950년대 중반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반세기 이상에 걸쳐 쌓아온 협력의 결과물이다.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유럽의 식민지배에서 독립하는 과정에서 반식민주의·반제국주의를 표방하며 아프리카의 후견인 역할을 자임했다. 이후에는 대규모 원조 제공 등을 통해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한 예로 1970년대 초 중국은 서방국가들과 세계은행이 채산성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자금협력을 거절한 탄자니아~잠비아 철도(Tanzam Railway) 건설공사에 무려 5억달러의 무이자 차관을 제공했다.

인프라 건설해주고 자원개발권 획득
   
미 국무장관 자격으로 30년 만에 아프리카를 방문한 힐러리 클링턴.
중국의 아프리카 접근 전략의 특징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첫째, 중국의 아프리카 공략에는 대규모 개발원조가 동원되고 있는데 공항·항만·도로·철도·발전소 등 각종 인프라 건설부터 의료 지원, 인력 초청 교육에 이르기까지 지원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있다. 중국은 전체 해외 원조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아프리카에 배정하고 있는데, 2009년 말 누계 기준 중국의 해외 원조 규모(약 400만달러) 가운데 45.7%를 아프리카를 지원하는 데 사용했다. 둘째, 방문외교를 통한 파상적인 외교 공세다. 중국의 고위급 인사들은 아프리카를 수시로 방문하고, 개발 지원 약속 등을 통해 협력 강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1991년 이후 중국 외교부 장관의 첫 번째 해외 방문지는 언제나 아프리카였다. ‘아프리카 해’로 선언한 2006년에는 중국 3대 지도부(국가주석·총리·외교부장)가 22개국을 찾아갔다. 중국 최고 지도부의 집단적인 아프리카 방문은 인간적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신뢰를 두텁게 한다. 셋째, 대규모 원조 차관을 무기로 인프라 개발 및 자원 확보에 주력한다. 중국은 자원 부국에 차관으로 인프라를 건설해주고 그 대가로 자원개발권을 획득하거나 원유 등 원자재를 직접 받는 방식으로 거래한다. 이런 거래 방식은 수단·콩고민주공화국·앙골라처럼 인프라가 열악하고 국제자금 조달 능력이 취약한 자원 부국에서 선호한다. 2008년 중국은 콩고 국가재건사업(철도·도로·수력발전·공항·학교·병원 등 인프라 건설)에 무려 9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구리(1천t)와 코발트(63만t) 개발권을 갖는 내용의 ‘패키지 딜’ 계약을 체결했다.
넷째, 자원 경쟁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은 신흥 자원 부국을 집중 공략한다. 서방국에 비해 후발 주자로 아프리카 자원 공략에 나선 중국은 수단·콩고민주공화국·앙골라·짐바브웨처럼 정정이 불안하거나 자원 경쟁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은 틈새 신흥 자원 부국에 진출한다. 서방국들이 내전과 인권탄압을 이유로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투자 진출을 주저하는 동안, 중국은 내정불간섭 원칙과 원조 공세를 앞세우며 1990년대 중반부터 자원 확보에 주력했다. 2004년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수단 경제제재안에 반대하고 대규모 자금을 수단 석유산업에 투자한 결과, 현재 수단 석유산업 전반을 사실상 독차지했다. 다섯째, ‘하드 파워’ 강화와 함께 ‘소프트 파워’ 확산을 통해 국가적 위상을 강화한다. 지난해 말 현재 18개 아프리카 국가에 23개 공자연구소가 운영되고 있는데, 중국 문화의 전파를 통해 소프트 파워를 확산시키려는 목적이다. 중국의 소프트 파워는 중국식 발전 모델(‘베이징 컨센서스’)을 통해 아프리카의 새로운 발전 모델로 등장하고 있다.

서아프리카 석유 둘러싼 갈등 치열
베이징 컨센서스는 서구 발전 방식과는 달리 경제 발전의 선결 요건으로 민주화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짐바브웨·수단·적도기니 등 독재국가들에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의 외교관 등 관료와 오피니언 리더들을 자국으로 불러들여 정책과 이념을 교육하는 등 중국의 아프리카 접근은 상업적 차원을 뛰어넘어 ‘교실외교’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지난 6월6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톨나눔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이 아프리카에 보낼 공책에 응원 문구를 적고 있다.

중국의 필사적인 아프리카 공략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저가 상품 공세로 아프리카의 산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아프리카를 자원 공급처로 만들고 있다며 ‘신식민지론’까지 제기한다. 더 나아가 부패 정권과 불량 국가에 대한 중국의 무차별적 원조 공세가, 원조 공여를 부패 척결과 민주화(Good Governance)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서방국의 의지를 훼손시킨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뇌물 제공 등 중국식 비즈니스 관행을 통해 건설공사 수주를 독차지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일삼고 있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공세적인 아프리카 접근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근본적 이유는, 9·11 사태 이후 중동의 정세 변화에 따른 석유 수급의 불안정을 상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아프리카를 주목하고, 이 지역을 새로운 전략적 석유 공급 기지로 다루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자원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경쟁은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은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석유 도입 비중(물량 기준)을 현재의 15%에서 2015년께는 25%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나이지리아·앙골라·적도기니 등 신흥 산유국이 몰려 있는 서아프리카 기니만 지역에서의 석유 확보 경쟁이 가열될 것이다. 중국은 이미 자국 원유 수입의 20% 이상을 아프리카에서 조달하고 있다. 앞으로 그 비중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인 만큼 미국과의 주도권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아프리카에서 식민종주국의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유럽 국가들 또한 대규모 개발원조 등을 앞세우며 기득권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 역시 개발원조와 협력포럼 등을 앞세우며 아프리카와의 유대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브라질·러시아 등 브릭스(BRICs) 국가도 가세해 아프리카 진출 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parkyh@kie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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