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나는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이지만 왠지 모든 사물과 사건을 ‘돈’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을 꺼린다. 물론 내 뇌에서는 그런 생각을 거의 자동적으로 할지 모르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런 생각한 적이 없다고 발뺌한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돈을 중요시하고 모든 변화를 돈으로 설명하면 그 사람에 대해 좋게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사람들을 수전노니 너무 인간미가 없다느니 하면서 나쁘게 평가한다. 하지만 경제학에서, 특히 게임 이론에서 인간의 모든 행위를 돈(Money)과 효용(Pay-off 혹은 Utility)으로 설명하고 이를 계량화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것의 가격>(The Price of Everything)은 최근 경제학에서 가격 메커니즘을 얼마나 많은 영역과 부문에서 적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탁월한 책이다. 저널리스트 출신인 에두아르도 포터는 이 책에서 상품과 서비스, 노동뿐만 아니라 생명, 신앙, 행복, 미래, 심지어 인간이 공짜라고 생각하는 ‘공짜의 가격’에 이르기까지 오지랖 넓게 분석하고 있다. 그는 가격이란 모든 곳에 존재하고 사물과 인간의 행위를 설명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가격들이 어떤 방식으로 인간의 행위를 조정하고 통제하는지, 그리고 가격이 주는 신호대로 인간이 행동하지 않을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미증유의 9·11 테러로 사망한 2977명의 보상금을 분석하면서 사람의 목숨에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며, 이런 차이는 그 사람의 가치의 대용변수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9·11 테러로 숨진 사망자들의 보상금을 비경제적 손실인 슬픔과 경제적 손실로 나눠볼 때, 비경제적 손실인 슬픔은 누구에게나 똑같지만 경제적 손실은 고액 연봉의 엘리트와 박봉의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 간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보상금이 수십 배 차이 났다고 밝힌다. 보상금이 최저 25만달러에서 최대 710만달러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물론 저자는 이런 결과와 보상의 차이가 옳은지 그른지에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내리는 모든 결정에는 ‘가격’이라는 변수가 숨어 있고, 이 변수에 대한 인간의 행태가 변화한다는 관점에서 모든 사건에 대한 분석을 집중하고 있다.
저자의 관심은 정치와 선거에까지 미친다.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 버락 오바마 후보가 광고비로만 7억3천만달러를 사용했는데, 이를 득표수로 나눠보면 1명당 10달러50센트를 지급한 셈이라고 한다. 반면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는 1표당 5달러60센트를 썼다고 한다. 이런 수치는 오바마 후보가 매케인 후보를 이기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고 주장하기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무관하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또한 1972∼90년 미국 하원의원의 선거 결과를 분석해보면, 후보자가 10만달러를 더 지출할 때마다 지지율이 평균 0.1%포인트 상승한다는 결과를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가격 메커니즘으로 인한 인간의 행동 변화를 결혼과 출산, 육아 그리고 종교에까지 적용한다. 혼인율이 하락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선호가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 취업이 늘면서 부부가 결혼함으로써 희생해야 할 것이 많아지자 결혼 비용, 즉 결혼 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부모들이 최근 아이를 적게 낳는 이유는 보육비·교육비 등이 과거보다 크게 올라, 아이가 부모에게 투자라기보다 소비 단위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에서는 부모가 딸을 시집보낼 때 드는 지참금이 부담스러워 여아를 낙태하는 극단적 예도 제시한다. 즉, 남아보다 여아가 더 소비재적 특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종교에 대해서도 분석한다. 전세계적으로 가톨릭 신자가 크게 늘지 않는 이유는 믿음의 문제라기보다, 가격의 문제라고 말한다. 개신교는 신도들에게 가톨릭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함으로써 더 많은 몰입과 충성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방대한 사례를 통해 독자가 미처 들어보지 못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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