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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재난 이후 일본의 오늘
[경제와 책]
[14호] 2011년 06월 01일 (수) 서승원 economyinsight@hani.co.kr

서승원 고려대 교수(일본정치·외교)
 
   
 
지난 3월11일 일본 도호쿠·간토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 가공할 위력의 쓰나미, 그리고 그 이상 심대한 충격을 안겨준 후쿠시마 원전사고. 앞의 두 가지는 천재(天災)였지만 세 번째는 인재(人災)에 가까웠다. 3·11 이전과 이후의 일본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9·11 이후 미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를 비유해 패전 후 시기인 ‘전후’(戰後)가 끝나고 재해 이후, 즉 ‘재후’(災後)가 시작됐다는 일본 지식인도 있다. 재후의 일본어 발음이 ‘최후’(最後)의 발음과 똑같다는 점을 의식한 말일까.
최근 일본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재해 대책이 잘 갖춰져 있다는 안전대국,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자 최대 채권국, 민·군 양용 테크놀로지 최대 보유국, 식품 안전 선진국, 애니메이션 천국, 그리고 경제발전의 롤모델로 간주되던 일본. 우리는 과거사의 앙금이 남아 있으면서도 일본의 각종 신화를 동경해왔다. 일본 신화는 거짓이었는가, 아니 혹시 우리가 만들어낸 것인가? 경제발전, 민족주의, 지정학 등 우리의 프리즘은 아직도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았는가? 앞으로 도대체 어떤 프리즘으로 일본을 보아야 하는가? 지난 두 세대에 걸쳐 많은 연구자들이 땀 흘리며 노력해왔다. 이 책을 통해 그 노고에 약간의 힘을 보태려 한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 정치 분야는 한-일 관계, 외교·안보, 정당·선거, 행정·관료, 지방자치 △제2부 경제 분야는 대내경제, 대외경제, 노동·복지, 환경 △제3부 사회 분야는 사회, 역사, 저널리즘, 교육, 재일코리안 △제4부 문화 분야는 문학·문예사조, 대중문화·방송, 대중문화·영화, 스포츠를 다룬다. 역사적 정권 교체로 민주당 일본호(號)가 변화의 돛을 높이 올리면서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하는 과정에 조명을 맞추고 있다.
우선 ‘한-일 관계’는 과거사 문제가 아닌 군사협정 논의 활성화에 주목한다. 한-일 군사협력이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대결 구도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머지않아 한-미-일 3각 동맹 체제가 구축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정당·선거’는 민주당 정권이 자민당 정치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하고 있는가, 그리고 민주당의 탈(脫)자민당적 행보를 일본 유권자들이 어떻게 평가했는지에 주목한다. 결론은 실패와 저평가였다. ‘지방자치’는, 2010년은 민주당의 ‘중앙에서 지방으로, 관에서 민으로, 통제에서 자율로’라는 정치이념의 살아 있는 모델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경제 분야는 경제침체 극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내경제’는 민주당 정권이 과연 ‘경기회복’과 ‘재정 건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디플레이션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아직 없다고 진단한다. ‘대외경제’는 일본이 아시아 중시의 자유무역협정(FTA) 전략에서 미국 중시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전략으로 전환한 배경을 분석한다. 그 배경에 한국의 FTA 추진에 대한 우려와 조바심이 있었다는 지적이 흥미롭다. ‘노동·복지’에 따르면, 취직 활동 조사에서 대학생은 ‘괴로움’(苦), 직장인은 ‘즐거움’(樂)이란 한자를 선택했다. 일본은 청년층 취업의 정규직화와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을, 한국은 공공부문의 단기적 일자리 창출을 중시한다는 지적이 씁쓸하다.
사회·문화적 상황은 전반적으로 암울하다. ‘사회’는 고령화 문제가 고독사(孤獨死)를, 경기침체 및 고용 사정이 만혼(晩婚)과 비혼(非婚)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과연 일본의 전철을 피할 수 있을까? ‘문학·문예사조’에서는 어두운 시대적 상황이 무라카미 하루키 책 <1Q84>의 공전의 히트를 낳았다고 본다. 약자를 대신해 악을 응징하는 필살 하수인, 애니메이션적 요소, 서민층의 일편단심 순애보가 소비되는 것이다. ‘스포츠’에서도 저출산과 고령화, 세계화 바람 속에서 스포츠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생활밀착형’ 스포츠가 정착한 일본. 그로 인해 일본이 메달 경쟁에서 한국에 밀리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제반 분야에서 일본이 당면한 문제들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일본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결코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sw_suh@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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