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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프 사태
[Editor's Letter]
[14호] 2011년 06월 01일 (수) 김보근 economyinsight@hani.co.kr

김보근 편집장·경제학박사

그것은 ‘암·에·프 사태’였다. 외환위기 사태도 아니었고, 더욱이 IMF 위기 사태도 아니었다. 조그만 국밥집을 하는 한 할머니는 그 단체를 ‘암·에·프’라 부르셨다. 할머니는 “암·에·프 때문에 살기가 너무 팍팍해졌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 물기 묻은 목소리에 가슴이 답답하고 아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할머니는 ‘암·에·프’가 무엇을 하는 기구인지 모르셨겠지만, 당시의 많은 한국인들처럼 그것으로 인해 서민들의 삶이 더욱 어렵게 됐음을 몸으로 느낀 것이다.
실제로 당시 한국에 긴급자금을 지원하면서 내걸었던 IMF의 ‘개혁’ 조건은 가혹했다. 그것이 수치상으로 경제를 건강하게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인간적인 고통과 아픔을 무시하는 것이었다. 더욱이, 이런 조처들은 1997년 이후 한국 사회를 너무나 빠르게 신자유주의적 흐름 속에 밀어넣었다. 그런데 이게 어디 한국에만 해당하는 일이랴. 경제가 더욱 국제화하고 세계화할수록 외환위기와 국가부도 위기를 경험하는 나라들은 늘어나는 법이다. 그래서 세계경제의 ‘소방수’ 구실을 하는 IMF는 중요하다.
그런데 또다시 ‘IMF 사태’다. 지난호를 만들 때까지도 IMF 총재이던 한 프랑스인이 뉴욕에서 일으킨 성추행(혹은 성폭행 시도) 사건과 관련해 5월19일 총재직에서 물러났다. 62살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가 실제로 성추행을 했는지는 미국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인간 스트로스칸은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현재 벌어지는 일에 ‘사태’라고 이름 붙이는 것은 이번 사건이 스트로스칸 개인을 넘어 전세계의 많은 ‘가난한 국밥집 할머니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이 국제기구에 인간적 훈기를 불어넣는 작업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그런 스트로스칸 총재가 물러난 지금 IMF가 누구를 다음 총재로 택하고, 어떤 방향을 선택할 것인지에 세계의 눈길이 쏠려 있다. 바라건대, 세계민중들에게 아픔을 주는 ‘암·에·프’의 길은 아니기를 고대한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와 IMF의 장래를 다룬 이번 커버스토리 중에서, 중국이 ‘최초의 아시아인 IMF 총재’를 강조한 점이 특히 눈에 띈다. 아시아와 브릭스(BRICs) 국가들의 빠른 성장을 고려할 때 IMF 수장을 유럽인이 독차지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정당한 주장인데, 그 속에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스페셜 리포트로 다룬 ‘중국 사회 주요 지식인 지도’는 이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을 제시해줄 것이다. 지식인들이 옛 공산주의 경제체제에서 신자유주의체제까지 나라의 경제체제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이 자신감의 요체인 듯하다. 중국의 이런 자신감은, 복지 얘기만 꺼내도 좌파라고 지탄받으며 움츠러드는 우리 지식사회를 더욱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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