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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 우량주’ 박지성
[스포츠 경제]
[13호] 2011년 05월 01일 (일) 김창금 economyinsight@hani.co.kr

김창금 <한겨레> 스포츠부장

“유럽에 가면 이 선수는 얼마, 저 선수는 얼마 딱 나와 있어!”
10여 년 전 당대 스타 안정환(35·다롄 스더)의 이탈리아 세리에A 페루자 입단을 추진했던 한 관계자 얘기다. 국내 축구팬들의 생각과 달리 유럽 축구시장에서 한국 선수 평가는 상당히 박하고 냉정하다. 꿈의 무대인 유럽 빅리그에 입성하려면 수천 대 일의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빅클럽을 노크하는 남미나 아프리카계 유망주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 틈바구니에서 명문 클럽에 안착해, 평가받고 이름 석 자를 남기기는 쉽지 않다.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옮긴 박지성(30)의 시장 가격은 1056만파운드(약 187억원)로 평가돼 있다. 애초 400만파운드(약 71억원)에 에인트호번에서 맨유로 이적했지만, 2006년 840만파운드(약 149억원)대로 진입했고, 2009년 이후부터는 쭉 1천만파운드대다. 자고 나면 ‘센 놈’들이 자리를 꿰차는 정글에서 178cm의 동양인이 이 정도 품격을 유지한 것은 기적이다. 앨릭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평소 “유니폼을 팔기 위해 박지성을 영입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는데, 몸값의 상승폭을 보면 이 말은 거짓이 아니다.
박지성의 가치는 경기력에서 나온다. 시즌 초 컨디션 저하와 올해 초 아시안컵 이후 부상으로 프리미어리그 출전 시간은 300분 내외다. 2천 분이 넘는 루이스 나니나 대런 플레처 등에 비하면 매우 적다. 하지만 팀 내 정규 득점 순위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일명 치차리토), 웨인 루니, 루이스 나니에 이어 5위권이다. 왼쪽,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 등 중원의 포지션을 모두 소화하는 활동력은 최대 강점이다. 챔피언스리그와 컵대회를 포함하면 2005년 입단 이후 가장 많은 골을 넣고 있다.
   
 단위 : 백만파운드
200억원짜리 골을 넣은 박지성
박지성의 골은 대담하다. 지난 4월13일 열린 2010~201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 첼시전 결승골(2-1)은 그의 강심장을 보여준다. 포르투갈 출신의 조제 모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최고의 선수들이 포진한 챔피언스리그는 월드컵보다 더 수준 높은 대회”라고 말한다. 그 대회에서 라이언 기그스의 맞춤한 패스를 그림 같은 가슴 트래핑으로 떨어뜨린 뒤,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꽂는 솜씨는 특급으로 손색없었다. 2008~2009 시즌 아시아선수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뛴 자신감은 그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챔피언스리그가 천문학적인 돈을 보장하기에 더욱 빛났다. UEFA이 발표한 2008~2009 챔피언스리그 상금 배당표를 보면 32강전부터 결승전까지 총상금 규모는 5억8340만유로(약 9135억원)다. 당시 우승팀 FC바르셀로나는 출전료, 승리·무승부 수당, 토너먼트 보너스, 중계권료 등으로 3096만유로(약 484억원)를 챙겼다. 물론 여기에는 개별 구단이 챙기는 입장 수입은 들어 있지 않다.
그러나 준우승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가장 많은 3828만유로(약 599억원)를 받았다. UEFA는 협상력과 시너지 효과를 위해 53개 회원국 축구협회로부터 일괄적으로 중계권 업무를 위탁받아 ‘마켓 풀’을 만든 뒤 나중에 수익을 배분한다.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처럼 개별적인 중계권 판매를 시도하려는 사례도 있다. 맨유는 2008~2009 챔피언스리그 총상금 가운데 마켓 풀 배당금으로 1878만유로(약 294억원)를 챙겼다.
올해 시즌은 박지성의 4강행 축포로 우승팀에 최대 4천만유로가 주어질 황금의 행진에 탄력을 받았다. 박지성의 4강 진출 득점포는 맨유에 상당한 수익을 보장했다. 승리 수당으로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를 기준으로 400만유로(약 63억원)를 확보했고, 4강 진출로 받게 될 중계권 배당액은 더 커졌다. 2008~2009 챔피언스리그 8강까지 오른 리버풀은 UEFA가 통합 관리하는 중계권료 시스템인 마켓 풀을 통해 1007만유로의 배당금을 받았고, 4강까지 오른 첼시는 1541만유로를 분배받았다. 리버풀과 첼시를 같은 중량의 팀으로 본다면, 8강에서 4강으로 진출할 때의 중계권 배당 추가 수입은 534만유로다.
박지성의 골은 4강 진출 보너스(약 400만유로)를 합쳐 900만유로(약 140억원) 이상이다. 여기에 4강 진출로 7만5천 석의 안방 경기를 꽉 채워 치를 수 있는 맨유는 1인당 티켓값을 50파운드로 계산해도 375만파운드(약 66억원)의 입장 수입을 주머니에 넣는다. 박지성의 골은 대략 206억원 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셈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 4월12일(현지시각) 열린 첼시와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전 2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박지성 상승세 계속될 듯
스포츠는 전세계 모든 미디어가 탐내는 콘텐츠다. 지난해 미국 내 최다 시청자를 동원한 10개 프로그램 가운데 8개가 스포츠 관련 뉴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한 미디어 전쟁은 사활을 건 싸움이 되고 있다. <걸프뉴스>는 지난 시즌 맨유의 총매출 1억480만파운드(약 1856억원) 가운데 37%는 중계권에서 발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UEFA의 2009~2010 재정수입 10억900만유로(약 1조7천억원)의 72%도 방송 중계권이 차지하고 있다. <걸프뉴스>가 프랑스의 미디어그룹 ‘라가르데르’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스포츠 시장의 매출은 450억유로(약 70조3800억원)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35%인 160억유로(약 25조원)가 각종 중계권료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적인 스타로 거듭난 박지성은 축구 마케팅의 핵심인 리그의 중계권 가치를 수호하는 스타로서 자기 몫을 충실히 해내기 때문에 더욱 값이 나간다. 2004~2005 시즌 PSV 에인트호번 선수로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골을 기록하는 등 챔피언스리그 통산 51경기 5골4도움은 꾸준함을 보여준다.
최근 불거진 박지성의 이적설이 잠잠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맨유로서는 2012년 6월까지 계약된 박지성을 계약 기간 내에 내보낸다면 1천만파운드(약 177억원)의 이적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 시장 확대의 지렛대인 박지성을 포기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지성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저평가된 선수지만, 시장은 냉혹해 언제 맨유를 떠나야 할지 모른다”며 “그러나 박지성은 상품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적어도 몇 년간 유럽 빅리그에서의 활약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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