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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닮은 경제로 가라
[Special ReportⅠ]녹색경제
[13호] 2011년 05월 01일 (일) 기욤 뒤발 economyinsight@hani.co.kr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성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과연 인류에게 성장은 꼭 필요한 것인가.’ 지금까지 인류는 경제성장을 최선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왔다. 인류는 경제성장을 통해 더 윤택한 생활을 누렸을 뿐 아니라 문화도 발전시켜왔다고 믿었다. 하지만 에너지 소비 증가를 동반하는 경제성장은 이제 한계에 도달한 듯하다. 지구온난화라는 현상이 아니더라도 에너지 소비 증가는 핵폭탄과 같은 원전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게 한다. 과연 에너지를 줄이면서 인류는 살아갈 수 있을까? 유럽의 지성들이 고민하고 있다. _편집자


기욤 뒤발 Guillaume Duval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편집장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원전의 미래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원전 강국인 프랑스에도 원전의 미래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일본발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단순히 원전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과거 여러 재난에 이어 이번에 발생한 사고는 이제 정말 우리가 하루빨리 지금의 생산과 소비 패턴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는 경각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물론 소비와 생산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은 단순하지 않다. 엄청난 과업 앞에 일찌감치 낙담하는 이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무조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태도다. 생산 및 소비 방식을 바꾸기 위한 해법 가운데 상당수는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는 다시 한번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사진은 후쿠시마 원전 제1발전소 모습.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친환경 경제
친환경 경제의 성패는 화석에너지나 재생 불가능한 자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에너지 제로 주택이나 저연료 자동차,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 등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1970년대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초로 세상에 경종을 울린 로마클럽이 1995년 발표한 ‘4배’(Factor 4)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재생 불가능한 원자재 투입을 4분의 1로 줄여 지금과 똑같은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들이 소개돼 있다. 앞으로 이 분야에 더 활발한 연구·개발 투자를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새 해법을 많이 찾을 것이다.
지금의 경제구조를 생태 친화적으로 전환하려면, 먼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조건 시장논리를 배제하자는 뜻은 아니다. 사실 옛 소련의 계획경제는 미국의 시장경제보다 훨씬 더 심각한 환경 폐해를 발생시켰다. 대신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은 앞으로 경제주체가 좀더 외부성(Externality·어떤 경제활동과 관련해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발생시키는 것)을 고려해 행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친환경 경제로 이행하기 위해 뭔가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미 아는 방법을 잘 실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도시개발계획 및 법규다. 사회기반시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에너지 소비나 교통 등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이를 사전에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러 금지 조처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이나, 석면 등 인체에 유해한 상품에는 거래 및 이용을 금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음으로 친환경 경제를 실현하는 데 금지책보다는 좀더 완화된 형태의 규제나 규범 등을 활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복잡한 사회일수록 관료주의적 특성을 지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보 투명성을 위한 라벨 표시 제도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한 예로 1995년 프랑스는 ‘백색가전제품’에 대한 에너지 효율 등급 표시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때부터 2007년까지 국내 냉장고 소비는 60%, 식기세척기 소비는 36% 정도 감소했다.
마지막으로 환경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환경세는 그동안 세금을 물리지 않아 유독 낭비가 심했던 분야에 비용을 부과해 사람들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다. 또 세수를 늘려 좀더 적극적인 환경정책을 시행하게 도와주고, 노동 등 다른 부문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유럽에서 실시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제도는 온실가스 규제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경제주체에 유연성을 부여한다. 나라마다 친환경 경제로 이행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수두룩하다. 문제는, 정부가 운용하는 이 장치들이 지속적이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민간부문이 친환경 경제 전환을 위한 막대한 투자에 나서려면, 무엇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친환경 경제를 이행하려면 어떤 식으로 생산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이른바 ‘자원순환형 경제’(Circular Economy), 혹은 ‘산업 생태’(Industrial Ecology)로 나아가야 한다. 오늘날 자원 낭비가 심각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재화(혹은 서비스)를 생산함과 동시에 폐기물을 배출하고 있는 탓이 크다. 폐기물은 환경을 오염시키고, 비재생 자원을 무한정 소비하도록 부추긴다. 그렇기에 인간의 생산 시스템도 폐기물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생태계의 순환 과정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나뭇잎은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면 쓰레기가 되는 대신, 금세 박테리아나 다른 벌레에 의해 새로운 물질로 변화하지 않는가.

자연 생태계를 닮은 생산 시스템
생태계 순환처럼, 우리가 생산한 상품은 또 다른 상품을 생산하는 데 다시 재활용돼야 한다. 이는 그다지 혁신적인 아이디어랄 것도 없다. 이미 환경운동가가 주장하기 오래전부터, 농부들은 자신이 키우는 가축의 배설물을 밭을 일구는 비료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제 문제는 자원순환율을 10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순환경제를 실현하려면 기업의 모든 생산공정을 재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이 무엇을, 언제, 얼마만큼, 얼마의 비용을 들여 생산하는지 알 수 있으려면 경제주체 간에 정보나 물류 기반시설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순환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는 여러 경제주체 사이의 상호작용에 많은 비용이 든다. 적극적인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지금의 경제 체제를 ‘서비스 경제’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내구성 약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생산자에게 이로운 현실은 자원 낭비를 부추긴다. 만일 생산자가 서비스 대여자 처지가 된다면(이를테면 자동차를 판매하는 대신, 교통수단을 대여해주는 일을 한다면), 반대로 내구성이 좋고 관리가 수월하며 연료 소비가 적은 자동차를 선호할 게 분명하다. 이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미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이 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물품을 판매하는 것) 거래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를테면 오늘날 사람들은 복사기를 굳이 구매하지 않고 대여한다.
그럼에도 서비스 경제가 완전히 보편화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심리적 요소다. 서비스 경제로 나아가려면 자동차 소유를 통해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는 일 따위를 포기해야 한다. 또한 상품에 변화를 주거나, 상품 유통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리옹의 벨로브(Velov)나 파리의 벨리브(Velib) 등 자전거 대여 시스템이다.
친환경 기술, 정부 정책, 경제 시스템 개선 등 경제활동과 관련해 비재생 자원의 수요를 현격히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친환경 경제 이행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먼저 100% 완벽한 자원 순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순환경제가 실현되더라도 재생 불가능한 자원은 언젠가 바닥이 나게 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정책과 행동이 오히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발생시키는 경우를 뜻한다)를 우려한다. 비재생 자원을 적게 들여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게 되더라도 반드시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자원을 적게 투입해 생산했다는 인식 때문에 생산물을 더 많이 소비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그린 패러독스’(Green Paradox)를 지적하는 이도 있다. 환경정책은 지하에 매장된 비재생 자원이나 화석에너지의 잠재적 가치를 떨어뜨린다. 그 결과 이를 소유한 경제주체는 되도록 빨리 자원을 개발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될 뿐이다. 물론 각각의 주장은 저마다 일리가 있다. 어쨌든 이런 역효과를 줄이기 위한 방법도 각기 존재한다.

양극화 극복해야 친환경 경제 가능
중요한 문제는 이런 야심찬 목표를 조속히 달성할 만한 사회·정치적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다. 적어도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 개최 이후 우리는 지구에서의 삶이 점차 한계점에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가장 큰 이유는 민주주의 사회가 지니는 특수성 때문이다.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정치 지도자는 재선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친환경 경제 전환을 위한 대책에는 대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지만, 수익을 회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런 경향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국제사회의 글로벌 거버넌스가 미비한데다, 그로 인해 ‘무임 승차자’가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각 나라가 공공의 노력에 함께 참여하지 않고 그저 다른 나라의 노력에 편승해 이득을 취하기만 바라는 것이다.
국가 혹은 세계적 차원의 극심한 양극화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대개 친환경 경제를 위한 대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는 단기적으로 극빈층의 삶이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정작 자원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쪽은 부유층인데 말이다. 그렇기에 친환경 경제 이행을 위해서는 국가 또는 전세계적 차원에서 대대적인 재분배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번역 허보미 위원


햇빛 속엔 원전에너지 30만 배 담겨
 오늘날 에너지 상황은 가히 절망적이다. 2008년 전세계에서 생산된 ‘1차 에너지’ Tip & Tap 1) 총 120억TOE Tip & Tap 2) 가운데 81%가 화석에너지, 6%가 원자력이었으며, 재생에너지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사실상 100% 재생에너지 이용은 넘기 힘든 높은 장벽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통계 자료는 상업화한 에너지만 추산한 결과임을 주지해야 한다. 지구에는 항시 1억220만GW에 달하는 태양에너지가 제공되고 있다. 이는 전세계 원전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의 30만 배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무료로 제공하는 재생에너지는 그동안 거의 1년 내내 우리를 따뜻하게 덥혀주거나, 광합성 등을 통해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원자력이나 화석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려면 앞으로 태양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존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에너지의 몇%에 불과하다는 사실만 알면 어려울 것도 없다.
   
 


Tip & Tap
1. 1차 에너지
자연 그대로 가공하지 않은 에너지. 나무, 석탄, 석유, 천연가스, 우라늄, 수력, 태양열, 풍력, 바이오매스, 지열, 조력 등이 있다.
2. TOE
석유환산톤. kl, t, ㎥, kWh 등 여러 가지 단위로 표시되는 각종 에너지원을 원유 1t이 발열하는 에너지(kcal)를 기준으로 표준화한 단위.


환경파괴 통한 식량 증산 ‘이젠 그만’
2050년이 되면 전세계 인구가 지금의 70억 명에서 90억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과연 그렇게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는 것이 가능할까? 더욱이 앞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바이오 농작물을 재배하려면 비식용작물의 재배 면적을 더욱 늘려야 하는데 말이다. 아무리 지금보다 바이오연료의 효율성을 개선한다고 해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난 50년간 세계 인구는 두 배가량 늘어났다. 그럼에도 그동안 늘어난 40억 명을 먹여 살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세계 식량 생산량을 서너 배가량 함께 늘려왔기 때문이다. 오늘날 식량난은 대개 분쟁이나 그로 인해 발생한 식량 분배 문제와 관련돼 있다. 하지만 이 엄청난 위업을 달성하기까지 우리는 강물과 지하수를 과도하게 낭비하거나 화학제품을 남용하는 등 지속적으로 환경을 파괴해왔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식량을 생산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오히려 거꾸로 자원 소비를 줄여야 한다.
향후 식량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셸 그리퐁을 비롯한 여러 학자들이 주장하듯이 “생태적 차원에서 집약적인 농업”(Ecologically Intensive Agriculture)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식량 분배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지금의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오늘날 1인당 식용작물 생산량은 4600kcal에 달하지만 그 가운데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2천kcal에 불과하다. 성인의 1일 평균 열량은 2500kcal가 돼야 한다. 원인은 육류 소비 증가로 인해 동물 사료 생산이 증가한데다, 운송 및 유통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식량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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