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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파 패턴 연구해 언어로 재구성
[집중기획] 상상을 현실로 ① 생각 읽기
[167호] 2024년 03월 01일 (금) 울리히 슈나벨 economyinsight@hani.co.kr

 
뇌질환·암·기후 한계 넘는 도전
일론 머스크가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뉴럴링크는 두뇌에 칩을 심어 뇌신경 질병을 치료하고 뇌와 컴퓨터가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에서 미래를 연구하는 혁신부서 ‘X’(엑스)의 최고기술책임자 브누아 실링스는 기후변화, 식량부족 등 인류가 당면한 거대 문제를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괴짜적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 의사 출신으로 제약 대기업 머크의 벨렌 가리호 최고경영자(CEO)는 암을 꼭 정복하고 싶다고 밝혔다. 낮은 성공 확률에 머뭇거리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미는 비저너리(Visionary·미래를 읽고 전망을 제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싣는다. _편집자

울리히 슈나벨 Ulrich Schnabel
<차이트> 기자
 

   
▲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가 2021년 4월 공개한 뇌-컴퓨터 연결 연구의 성과로, 뇌에 전자칩을 심은 원숭이가 손을 쓰지 않고 생각만으로 비디오게임 ‘퐁’을 하는 동영상이다. 뉴럴링크 제공

신경과학계는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려 한다. 뇌전증과 파킨슨병 환자들은 오래전부터 신경이식술을 받았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뇌신경과학 스타트업(신생기업) 뉴럴링크(Neuralink)로 인간의 두뇌를 컴퓨터에 최대한 많이 연결할 계획이다. 현재의 신경 기술은 상업화에 적합할까.


그의 아버지는 앞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나이지리아 출신의 미국인 잔 클레멘트 알론게는 일론 머스크에 큰 기대를 품고 있다. 머스크의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손상된 두뇌 치료에 일대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머지않아 마비 환자가 다시 걷고, 듣지 못하는 사람이 다시 듣고,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뉴럴링크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임플란트)를 뇌에 이식할 계획이라는 기사를 읽은 알론게는 뉴럴링크가 아버지에게 시력을 되찾아주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뉴럴링크는 이미 그에게 ‘가능하다’는 식으로 언질을 줬다고 한다.
알론게는 아직 전적으로 확신하지 못한다. 뉴럴링크와 초기 몇 차례 면담에서 그는 자신의 수많은 질문에 답을 듣지 못했다. 또한 뉴럴링크로부터 비밀유지계약에 서명해야 한다고도 들었다. “뉴럴링크의 치료가 아버지에게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서야 비밀유지계약서에 서명할 생각이다.”
2023년 가을 알론게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한 콘퍼런스 장소 앞에서 확신이 서지 않는 듯 서성이고 있다. 이 콘퍼런스에는 유럽 전역의 뇌과학자와 의사, 신경공학자가 대거 참석했다. ‘하이브리드 마인드’(Hybrid Mind)라는 콘퍼런스는 두뇌를 기술적으로 지원하고, 두뇌 손상을 치료하거나 생각을 ‘읽는’ 새로운 방식을 다뤘다. 독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알론게는 콘퍼런스에서 전문가들에게 자문해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현재 뇌신경과학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디까지가 과장광고이고 실현할 수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고 들었다.
 

   
▲ 일론 머스크가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신생기업 뉴럴링크는 별도의 간판 없이 ‘정부 기록’으로만 뉴럴링크 건물임을 알 수 있다. REUTERS

뉴럴링크는 과장광고?
뇌신경과학은 머스크가 로켓(스페이스X)과 전기차(테슬라)에 이어 발을 담근 분야이다. 머스크가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뉴럴링크는 뇌신경 질병 치료와 더불어 인간의 사고를 새로운 차원으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머스크는 BCI 임플란트로 두뇌와 컴퓨터가 직접 소통하고, 사고의 속도를 높이고자 한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을 정복하기 전에 우리가 이를 해내야 한다”고 머스크는 강조한다.
머스크의 이런 구상은 광기이자 비이성적인가, 아니면 천재적이며 선구적인가? 학술 관점에서 가능한 것인가? 이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알론게만이 아니다. 뇌신경학자들이 현재 집중해서 연구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유럽 신경학계가 경쟁력을 가졌는지도 학계의 관심이 쏠린다.
뉴럴링크의 계획은 야심만만하다. 지금까지 동물실험만 했던 뉴럴링크가 임상실험 참가자를 모집해 첫 환자가 2024년 1월 뉴럴링크 칩을 이식받았다. 뉴럴링크는 하반신 마비 환자들의 두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해 컴퓨터와 다른 기기, 마비 환자의 팔다리도 조종한다는 계획이 있다. 두뇌의 컴퓨터 칩 이식 건수를 2025년 11건에서 2030년 2만 건 이상 크게 늘릴 예정이다. 머스크의 전기작가 애슐리 밴스는 최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서 컴퓨터 칩을 인간 두뇌에 이식하는 계획을 전하면서, 영화 <매트릭스>처럼 미래에는 컴퓨터에서 두뇌로 직접 지식을 ‘로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론게는 뉴럴링크의 야심만만한 계획에 열광했다. 머스크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사업가가 아니던가. 그런 머스크에게 신경공학이 예외가 되리라는 법은 없다. “우리는 신자들”이라고 알론게는 말한다. “우리는 인간의 현명함을 까마득하게 넘어서는 하느님의 현명함을 믿는다.”
독일 베를린에 집결한 뇌신경과학자들에게 머스크의 비전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니 적지 않은 학자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뉴럴링크가 발표한 내용은 ‘과장광고’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 실제로 인간의 두뇌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없으며, 인간의 두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것은 로켓이나 전기차 제작 같은 방식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 뇌신경연구의 선구자 닐스 비르바우머는 두뇌에 칩을 심으려는 머스크의 계획이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 독일 베를린 샤리테병원의 주료 죄카다어 임상신경공학 교수는 뉴럴링크가 어마어마한 투자금을 끌어들였다며,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머스크가 사람들 기만한다
수십 년간 BCI를 연구했고 해당 분야 연구의 부침을 온몸으로 겪은 뇌신경연구의 선구자 닐스 비르바우머는 머스크가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단도직입으로 말한다. “두뇌에 이식한 컴퓨터 칩으로 침대에 누워 세상을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사기에 속는 호구가 세상에는 넘쳐난다.”
독일 베를린 샤리테병원의 주료 죄카다어 임상신경공학 교수는 비르바우머보다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뉴럴링크는 투자금 5억달러를 확보했는데, 이는 독일이 지난 수십 년 동안 BCI 연구에 투자한 액수의 몇 배에 달한다고 한다. “투자액만 봐도 뉴럴링크가 어떤 차원에서 연구하는지 알 수 있다.” 머스크의 뉴럴링크는 이 투자금으로 표준화된 뇌수술을 정밀하게 수행할 수술로봇을 개발했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고 죄카다어 교수는 생각한다.
‘하이브리드 마인드’ 콘퍼런스 주최자인 죄카다어 교수가 뇌신경과학자들을 독일 베를린으로 부른 것은 머스크 때문만이 아니다. AI 분야가 하루가 다르게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AI가 가장 잘하는 것은 복잡다단한 데이터의 바다에서 구조와 패턴을 인식하는 것이다. AI의 이런 능력은 인간의 사고와 감정의 바탕이 되는 혼잡한 신경 활동 패턴을 해독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AI 부상과 더불어 뇌신경과학의 새로운 장이 시작됐다. 관련 사례가 있다.
2023년 5월 미국 텍사스대학 연구팀은 언어 AI의 도움을 받아 두뇌 스캔으로 실험 참가자들이 지금 생각하는 것을 최초로 이야기로 재구성했다고 발표했다. 2023년 8월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두 연구보고서는 마비 환자들의 두뇌 신호 해석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마비 환자의 신경 활동은 이식된 전극으로 파악하고 특수 소프트웨어를 통해 텍스트나 언어로 변환했다. 루게릭병 환자의 신경 활동은 1분당 단어 62개의 이야기로 재구성됐는데, 자연스러운 말하는 속도(1분당 단어 160개)에 최초로 근접한 것이었다.
역시 2023년 8월 영국 록밴드 핑크플로이드 관련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신경학자들은 뇌전증 환자들에게 핑크플로이드의 노래를 들려주면서 실험 참가자들의 두뇌 흐름을 기록한 뒤 AI의 도움으로 이를 다시 음악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무대에 올릴 정도는 아니였지만 최소한 원곡과 유사했다.
그로부터 몇 주 후 핑크플로이드 실험을 진행했던 뇌신경과학자 거윈 샬크는 ‘하이브리드 마인드’ 콘퍼런스 무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흥미진진한 실험 결과는 전세계적으로 대대적인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 실험 결과가 실제 도움이 될 환자는 아마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샬크는 술렁거리는 청중의 반응을 즐기면서 덧붙였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이 실험이 실제 응용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판단하지 않는다.”
물론 샬크가 자신의 연구작업을 평가절하할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상하이의 ‘첸 프론티어 응용신경기술 연구소’(Chen Frontier Lab for Applied Neurotechnology) 소장으로 미국 버클리대학 연구원들과 핑크플로이드 연구를 수행했던 샬크는 뇌신경과학에는 연구와 실제 응용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기본적인 팩트를 분명히 했을 뿐이다.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파악하고 이해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이론을 실행으로 이전할 때 사소한 것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샬크는 <차이트>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투자자들에게 상업 면에서 흥미가 없어서, 잠재적 환자 수가 적어서, 신규 기기를 다룰 인력이 없어서, 신규 방식이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해서 등의 이유에서였다. “30분 이상 걸리면 병원에서 제대로 운용되지 않는다.”
 

   
▲ 파킨슨병 환자의 손발 떨림을 개선할 수 있는 뇌심부자극술은 20여 년 전에 승인된 후 전세계적으로 환자 20만 명 이상에게 적용됐다. 헝가리 의사들이 2012년 12월 뇌심부자극술을 하고 있다. REUTERS

‘마인드 읽기’의 어려운 길
실험실에서 성공했더라도 특정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고 다른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엄청난 투입이 필요하거나 특수한 전제조건이 뒷받침돼야 할 수도 있었다.
실험 참가자의 뇌 활동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한 텍사스대학 연구팀의 ‘마인드 읽기 연구’ 사례를 살펴보자.
첫째, 실험 참가자의 뇌 활동을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 알고리듬을 집중해서 훈련해야 했다. 이를 위해 실험 참가자들은 자기공명영상(MRI) 스캐너에서 몇 시간 동안 팟캐스트를 들었고,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뇌파 패턴을 단어와 비교했다.
둘째, AI의 번역 성능은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다. 예를 들어 “나는 아직 운전면허증이 없다”는 문장을 “그는 아직 운전 배우기를 시작하지도 않았다”로 이해했다. 주제는 비슷하지만 의미는 완전히 다르게 파악한 것이다.
셋째, 실험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이 ‘생각을 읽는’ 동안 집중해야 하는데,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결과가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넷째, 텍사스대학 연구팀은 마인드 읽기에 대형 MRI가 필요하며 그만큼 측정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현재 실험실 밖에서 사용하기에는 실용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한계를 고려해 다른 많은 신경과학자와 마찬가지로 샬크도 머스크처럼 기술적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실제 의학적 수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알론게에게는 이 모든 것이 흥미로우면서도 새롭다. 뉴럴링크의 한 엔지니어는 그와의 토론에서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실질적으로 적용 가능한’ 것의 간극은 언급하지 않았다. 뉴럴링크는 적합한 기술만 있으면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줬다고 한다.
뇌과학자 비르바우머는 신경 수술 성공 여부는 뇌의 신경가소성(우리 경험이 신경계의 기능·구조적 변형을 일으키는 현상)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알론게의 아버지처럼 수십 년 동안 시각장애를 겪은 사람은 시각 중추를 오가는 신경 연결이 위축돼 있어 “신경이 다시 성장하는 데 몇 년이 걸린다”고 비르바우머는 설명한다. 따라서 두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했다고 갑자기 다시 세상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모든 뇌는 고유하다. 두뇌의 컴퓨터 칩 이식은 표준화할 수 없고, 개별적으로 적용해야 하며,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뇌심부자극술이 대표 사례다. 뇌심부자극술은 20여 년 전 승인된 후 전세계적으로 환자 20만 명 이상에게 적용됐다. 전극 두 개를 두개골을 통해 뇌에 삽입하고, 두피 아래를 통과하는 전선을 심박조율기에 연결한다. 이로써 특정 뇌중추 부위를 고주파 전기로 자극해 파킨슨병 환자의 ‘떨림’ 증상, 즉 팔과 다리의 떨림을 마술처럼 사라지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뇌심부자극술이 모든 파킨슨병 증상에 동일하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베를린 샤리테병원의 파트리치아 크라우제 신경과 전문의는 “뇌심부자극술은 떨림에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균형 장애에는 잘 듣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렇기에 먼저 명확한 진단이 필요하고, 그다음 임상테스트와 다른 학제팀의 평가가 필요하다.” 뇌심부자극술이 환자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외과적 수술처럼 뇌심부자극술에도 위험이 따른다. 전극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외과적 치료가 추가로 필요한 뇌출혈이나 감염의 가능성이 극히 드물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잘되더라도 원치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전기자극은 떨림을 늦출 수 있지만, 특정 상황에서 언어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 미국 텍사스대학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의 뇌 활동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하기 위해 참가자들을 자기공명영상(MRI) 스캐너에서 몇 시간 동안 팟캐스트를 듣게 했고,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뇌파 패턴을 단어와 비교했다. 텍사스대학 누리집

비침습적 연구를 하는 사람들
“뇌에서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다”고 주료 죄카다어 교수는 말한다. “이 복잡한 네트워크의 한 지점에 개입하면, 다른 지점에서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죄카다어 교수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우울증 치료 실험을 예로 들었다. 2021년 미국 의사들은 전기자극으로 중증 우울증의 증상 완화에 최초로 성공했다. 뇌에 이식된 자극기는 시스템이 우울증의 전형적인 뇌 상태를 인식할 때만 활성화됐다. 신경공학이 또 다른 쾌거를 이룬 것이다.
그러나 이 시술이 성공한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건에 불과하다. 또한 이 시술에 성공한 환자의 상태에 따라 효과가 매번 달라졌다. 환자가 다소 피곤한 상태이면 뇌 자극으로 증상이 악화할 때도 있었다.
이는 뇌의 상태가 얼마나 복잡하며, 모든 종류의 신경 기술 조작이 얼마나 민감한지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죄카다어 교수는 판단한다. 그래서 샤리테병원에서 죄카다어 교수는 두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할 필요가 없는 비침습적 방법을 연구하며, 외부에서 전기장이나 자기장 등으로 뇌 신호를 인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방법은 이식형 전극처럼 뇌 활동을 아직은 정밀하게 측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뇌졸중 환자의 재활 등에 효과적이며 무엇보다 윤리·규제 면에서 장벽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뉴럴링크 접근법의 대안이 분명히 존재한다.
유럽 학자들은 뇌 임플란트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 2023년 5월 스위스 의사들은 마비 환자가 뇌 임플란트 덕택에 다시 정상적으로 걷게 됐다고 전했고, 9월에는 척수 손상 환자의 상지 기능 회복을 위한 임플란트 인체 시험에 최초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온워드메디컬(Onward Medical)은 뉴럴링크보다 두 발쯤 앞서 있다.
이는 유럽 학계가 뉴럴링크에 맞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죄카다어 교수는 말한다. “유럽연합(EU)은 온워드메디컬 같은 회사들을 앞세워 글로벌 경쟁이 가능하다.” 물론 유럽의 과도한 규제만 아니라면 말이다.
‘하이브리드 마인드’ 콘퍼런스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듯, 수많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EU의 과도한 규제의 문턱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독일 튀링겐주 일메나우에 있는 뉴로테크기업 노이로콘(NeuroConn)의 클라우스 셸호른 최고경영자(CEO)는 치료용 의료 제품의 승인과 관련해 “여러 기관, 규칙 및 규정의 복잡다단한 늪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쉰다.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어디에 무엇을 제출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초현실적 상황이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프라이부르크에 본사를 둔 코르테크(CorTec)의 마르틴 쉬틀러 최고기술책임자(CTO)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코르테크는 마비 환자의 뇌파를 측정하는 신기술을 유럽과 미국에서 동시에 승인받으려 했는데 전혀 다른 경험을 했다고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어떤 증빙자료와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한지 정확히 알려줬고, 신청서 제출 30일 내에 답변을 줬다.”
반면 EU에는 신청서를 제출해도 “언제 답변을 받을 수 있는지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고 쉬틀러 CTO는 전한다. EU의 관할 기관은 제품이나 문서를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 안내조차 하지 못했다. 쉬틀러는 “유럽이 뇌신경과학 개발을 주도하고 있지만, 유럽에서 구상한 아이디어를 포함해 혁신 아이디어는 대부분 미국에서 먼저 실용화한 후 EU로 이전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EU의 무신경
뇌신경과학 분야에서 앞으로 미국이 주도권을 쥘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는 상업적 이해관계에 따라 신경과학의 향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뉴럴링크를 둘러싼 과대광고 후 현재 수많은 미국 투자자는 뇌신경과학 분야를 전도유망한 사업으로 주목한다. 물론 뉴럴링크가 인간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하면 투자 열풍이 사그라질 것이다. 그러면 뉴럴링크도 두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것이 얼마나 복잡다단한지, 그 효과와 부작용이 개인마다 얼마나 다른지 깨달을 것이다.
 



현재 활용되는 신경 기술 치료법

인공와우(人工蝸牛, Cochlear Implant)
고도 난청과 심도 난청을 겪는 환자들을 위한 인공와우는 신경 기술이 가장 광범위하게 적용된 분야다. 손상된 내이를 대체하는 최초의 전자 장치가 1957년에 개발됐다. 현재 독일에서는 매년 약 5천 개의 인공와우가 투입된다.
뇌심부자극술
이른바 뇌 박동조율기는 1990년대 승인돼 현재 독일에서 매년 400명의 환자에게 이식되며, 이들 대부분은 파킨슨병 환자다. 뇌의 특정 영역에 전기자극을 가해 전형적인 운동장애를 억제한다.

ⓒ Die Zeit 2024년 제1호
Anschluss gesuch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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