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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뇌 같은 컴퓨터 만들고 싶다”
[집중기획] 상상을 현실로 ② 브누아 실링스 구글 X 최고기술책임자
[167호] 2024년 03월 01일 (금) 파트리크 보이트 economyinsight@hani.co.kr

 
구글에서 미래를 연구하는 부서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브누아 실링스는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로 시급한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 그러기 위해 어떤 인재를 찾고 있는지 말했다.

파트리크 보이트 Patrick Beuth 마르틴 슐라크 Martin Schlak
<슈피겔> 기자
 

   
▲ 구글에서 미래를 연구하는 부서 ‘X’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브누아 실링스는 환경오염, 기후변화, 식량부족 등 거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한다. 유튜브 갈무리

구글의 검색기는 세계를 변화시켰다. 브누아 실링스(60·Benoit Schillings)는 이런 성공을 또다시 해내고 싶다. 실링스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에서 미래를 연구하는 혁신부서 ‘X’(엑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환경오염, 기후변화, 식량부족 등 인류가 당면한 거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한다. 실링스는 인터뷰하러 독일 베를린으로 오면서 등산화를 신었다. 그는 이 등산화를 신고 출근도 하고, 사무실과 실험실을 오가느라 매일 먼 길을 걷는다. 회사 누리집에 따르면 그의 팀은 자칭 ‘괴짜들의 집단’이다.
당신은 괴짜인가?
어떤 사람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는 말도 안 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좋아한다. 잘못된 것으로 판명날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 말이다. 이런 태도를 지닌 학자는 의외로 적다. 많은 연구자는 성공 확률이 높은 것에 몰두한다. 실패를 향한 두려움 때문이다.
 

   
▲ 구글 X가 2013년 발표한 룬(Loon) 프로젝트. 지구 상공 20㎞ 성층권에 통신중계기와 무선안테나를 장착한 열기구를 올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인터넷 이용이 어려운 지역에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2021년 중단됐다. REUTERS

괴짜들의 집단
당신은 부서 ‘X’를 이끌면서 인류가 당면한 문제의 기술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면 다루지 않는가?
어떤 아이디어가 수억 명의 삶을 개선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그 생각을 흥미롭게 여긴다. 그 아이디어는 급진적이어야 하고, 직관적으로 당연히 여겨지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 분명한 해결책을 다루는 사람은 이미 많다. 여기서 우리가 두각을 나타낼 수는 없다. 우리는 해결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측량 기술이나 로봇 기술에서 어떤 발전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이런 기술발전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생각한다.
당신은 어디에서 연구소에 적합한 인재를 구하는가?
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즐겨 한다. 프로그래밍으로 긴장을 풀고 쉰다. 그렇게 해서 직원을 구할 때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지난 25년간 나온 모든 특허를 검토해 어떤 사람이 상이한 분야에 여러 특허를 등록했는지 찾아낸다. 예를 들어 기계제작 분야에 한 가지 특허, 생물학 분야에 또 한 가지 특허를 등록한 사람 말이다. 그런 사람이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다. 어떤 프로젝트를 위해 터보기기 분야 전문가를 채용한다고 하자. 우리가 그 프로젝트를 그만둔다면 해당 분야 전문가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전문 분야도 기꺼이 익히려는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
채용 면접 때 어떤 질문을 하는가?
우리 프로젝트는 리스크가 많다. 성공하는 것이 얼마 안 된다. 내 팀원으로 일하고자 한다면 실패를 견딜 줄 알아야 한다. 많은 경우 나는 지원자를 일부러 걸려 넘어지게 한다. 말하자면, 지원자가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있는 이 건물의 무게는 얼마인가? 그런 질문을 하고 나서 지원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런 문제에 맞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살핀다.
당신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가?
사람들이 모이면 아이디어가 생긴다. 그래서 사무실에 직접 나와 일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매주 열리는 ‘옥상에서 맥주’ 모임이 있는데, 분명 여기서 몇몇 색다른 아이디어들이 생겼다. 정기적으로 회의해 한 팀원이 기술혁신을 소개하고 참석자들이 모든 것을 이해할 때까지 질문하도록 한다. 오직 나쁜 아이디어만 제안하는 모임을 열기도 한다. 얼핏 보아 엉터리 같더라도 발표할 용기를 가지게 하기 위해서다.
예를 하나 들어보라.
모든 사람이 배불리 먹고 살기 위해 앞으로 수십 년간 농업은 지난 만 년 동안 생산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해야 한다. 우리 팀원 한 명이 제안했다. 농지를 여러 층으로 만들면 어떨까? 아래층 토지, 위층 토지, 이런 식이라면 면적이 두 배가 되지 않겠는가? 그러자 바로 열띤 토론이 시작됐다. 식물이 충분히 햇빛을 받을 수 있는가? 땅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적어질까 아니면 많아질까? 몇 명은 벌써 대략적으로 계산을 한다. 이런 아이디어는 쓸모없다는 사실이 비교적 일찍 분명해진다.
 

   
▲ 구글 혁신부서 ‘X’의 프로젝트였던 웨이모의 자율주행차량이 2017년 12월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 시내의 교차로를 지나고 있다. REUTERS

아이디어 폐기하느라 바쁘지만
더욱 발전시켜야 할 아이디어는 어떻게 결정하는가?
오히려 더는 추구하지 말아야 하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우리 자신에게 질문하는 편이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우리 직원들은 업계와 연구 분야의 전문가들과 논의한다. 왜 이것이 또는 저것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지 그들에게 질문한다. 많은 경우 우리 아이디어를 폐기하느라 바쁘다.
왜 이러한 전략을 구사하는가?
혁신은 통계 게임이다. 나는 이를 ‘개구리 키스’에 비유한다. 마법에 걸려 개구리로 변한 왕자나 공주를 찾고 있다면, 키스로 마법을 벗길 수 있다면 많은 개구리를 일렬로 줄지어 세운 뒤 가능한 한 빨리 그 개구리들에게 키스를 해야 한다.
현재 어떤 아이디어를 구상 중인가?
우리는 ‘발명 기계’를 발명하고 싶다. 말하자면 문제와 몇 가지 기본 조건을 컴퓨터에 주고, 컴퓨터의 엄청난 연산능력을 이용해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 ‘역설계’(Inverse Design·원하는 결과를 제시하고 그 결과에 최대한 일치하는 해결책을 찾는 기법)라고 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이 기계로 새로운 유형의 칩과 광회로를 개발하고자 한다. 컴퓨터 연산능력을 향한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 이런 칩과 광회로를 더 경제적이고 빠르게 제조할 방법을 찾아내려 한다.
당신은 때때로 팀이 하는 실험에 피험자로 자원했다고 들었다. 그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가?
가끔 내 직책인 CTO가 최고기술책임자(Chief Technology Officer)가 아니라 ‘최고테스트책임자’(Chief Test Officer)라는 농담을 한다. 한번은 신체 조직액(Tissue Fluid)을 추출하는 기술을 실험하기 위해 내가 ‘실험용 쥐’가 된 적이 있다. 직원들은 작은 전극을 부착한 두 개의 바늘이 달린 새로운 해법을 개발했다면서 시술은 고통스럽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다. 어휴, 하지만 전압 때문에 팔이 미친 듯이 경련을 일으켰고, 몇 년이 지난 지금도 흉터가 남아 있다(실링스는 팔뚝을 보여줬다). 실험대상자로서 내 삶은 흥미진진하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일상적인 문제를 대할 때 어떤 기분이 드는가?
온종일 어떻게 세상을 구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는 없다. 여가 시간에 종종 해변으로 낚시하러 간다. 또한 스쿠버 장비를 갖추고 심해로 잠수하는 것을 좋아한다. 생각을 정리하고 균형을 찾는 데 좋다.
집에서 냉장고가 고장 나면 누가 문제를 해결하는가?
내 직업 때문에 내가 모든 종류의 물건을 수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사실 우리 부서 X에서는 끊임없이 기계장치의 프로토타입을 만든다. 하지만 첫 번째 시도에서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많은 일에 도전한다. 과제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 때문이다. 냉장고를 분해해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 구글 X의 CTO 브누아 실링스는 낮은 곳에 매달린 많은 과일은 이미 다 수확해서 새로운 것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2024년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관람객들이 구글 야외 부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REUTERS

새 기술 도입 때 보호조치 필요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서 당신은 일종의 인공지능(AI)을 사용한다. X는 이 기술의 위험성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X에서는 엄청나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술을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그것이 부정적 영향을 끼칠 위험도 항상 도사리고 있다. 우리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경우, 사회가 적절한 보호조치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무엇보다 샌드박스(Sandbox) 방식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소포용 드론 배송 서비스를 개발할 때 우리는 먼저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외딴곳에서 실험했다. 지역사회 단체, 당국, 정치인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그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개선했다. 이로써 배송 지역을 점차 넓힐 수 있었다.
AI 전문가 제프리 힌턴은 2023년 5월, AI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구글의 직장을 그만뒀다고 발표했다. 그는 AI가 언젠가 우리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의 우려에 공감하는가?
힌턴의 발언을 자세히 분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역사의 특별한 순간에 살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세상이 AI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한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동시에 인류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기술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이런 AI 같은 도구가 필요하다. 나는 AI가 미래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최근 수십 년간 혁신적인 특허와 과학 출판물의 비율이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1년 전에 발표돼 세간의 주의를 끌었다.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나?
단순한 작업은 끝났다. 낮은 곳에 매달린 많은 과일은 이미 다 수확했다. 새로운 것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한 호수에서 고기를 잡을수록 거기서 계속 잡기가 더 어려워지는 낚시와도 같다. 다른 면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팅의 성능은 불과 몇 년 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이를 통해 시뮬레이션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고, 이전에는 몰랐던 상관관계를 발견하거나 이론을 개발할 새로운 알고리듬을 가지게 됐다.
이런 컴퓨팅 성능이 정확히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최근 나는 태양광 모듈 연구를 진행하는 독일 남부의 한 연구소를 방문했다. 연구진은 새로운 태양전지 프로토타입을 지속해서 조립하고 성능을 측정하는 자동 시뮬레이션 검증 장치를 구축했다. 기계학습으로 사이클마다 전지는 조금씩 더 가볍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진다. 장치는 24시간 내내 작동한다. 정말 대단하다. 이런 접근법들은 새로운 기술 개발의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게 해준다.

실패 장려해야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과학 연구가 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면 우리는 좁은 한계에 갇히고 만다. 나는 실패한 실험을 더 자주 많이 발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몽상적이고 위험도가 높은 연구를 장려하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런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환경을 꼭 만들어야 한다.
어떤 기계를 발명하고 싶은가?
인간의 뇌만큼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컴퓨터를 개발하고 싶다. 그러면 20와트 정도의 전기로도 충분히 작동한다. 현재 중앙컴퓨터를 작동하는 데 얼마나 많은 전력이 필요한지 비교해보라. 민망하지 않은가?

ⓒ Der Spiegel 2024년 제2호
Wir wollen eine Erfindungsmaschine erschaffenn
번역 최현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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