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백인 남성성’에 위협 간주 타이어 구멍 내고 방화까지
[ISSUE] 독일에서 확산하는 전기차 혐오
[167호] 2024년 03월 01일 (금) 하이코 토비아스 프렝겔 economyinsight@hani.co.kr

 

전기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종종 괴롭힘을 당한다고 느낀다. 때로는 공격적인 말로 끝나지 않는다. 희극인 위르겐 베커가 전기차 운전자들이 겪는 일과 이들에게 쏟아지는 분노의 이면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이야기한다. 극우주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기후 인종주의’를 이야기한다.

하이코 토비아스 프렝겔 Haiko Tobias Prengel
<슈피겔> 기자
 

   
▲ 피해자 보호 단체인 헤이트에이드의 최고경영자 안나레나 폰 호덴베르크는 전기차 소유자 및 기후와 환경을 옹호하는 사람을 향한 공격이 독일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헤이트에이드 누리집

희극인 위르겐 베커(64)는 직업상 다른 사람의 화를 돋우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자신의 오토바이를 전기구동으로 개조한 것만큼 다른 사람의 분노를 크게 불러일으킨 경우는 없었다. 그의 오래된 ‘민스크 M1A’ 오토바이는 이제 낮게 윙윙거리는 소리만 난다. 이에 내연기관 팬들은 경악하며 클래식카 모임에서 그를 격렬하게 비난했다.
“일부 사람은 전기구동장치에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 평소 전기차를 운전하는 베커는 주차장의 전기충전소에 가면 때때로 “너희들의 개떡 같은 전기차가 우리 주차 공간을 빼앗아갔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전기차 운전자를 향해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다. 베커만 경험한 것이 아니다. 독일 전역에서 전기배터리 구동차량 소유자가 괴롭힘을 당하며, 모욕에 그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전기차 타이어에 일부러 구멍을 내기도 하고, 전기차 충전기를 파괴하기도 한다.
 

   
▲ 확산되는 전기차 혐오 분위기에 편승해 극우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은 1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브란덴부르크주 그륀하이데의 테슬라 공장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REUTERS

전기차 충전기도 파괴
전기차는 이미 거리 풍경의 일부가 됐다. 내연기관차보다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이기에 정부와 산업계는 대부분 배터리 구동 방식을 미래의 기술로 확정했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는 기후변화에 대항하는 싸움의 핵심 요소다. 바로 이 때문에 전기차는 논란이 되고, 일부 사람에게 미움까지 받는다. 많은 사람이 내연기관 기술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검증된 기술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클래식카 애호가 단체인 베테랑차량협회(VFV)의 이사 호르스트 노르트만은 “전기차 문제와 관련해 다투지 않고 이성적으로 이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상당수 클래식카 애호가들이 ‘우익적인 폭언’을 내뱉기도 한다. “이런 일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에서 상황은 더 과열된다. 피해자 보호 단체인 헤이트에이드(HateAid)의 최고경영자(CEO) 안나레나 폰 호덴베르크는 <슈피겔> 인터뷰에서 “전기차 소유자 및 기후와 환경을 옹호하는 사람을 향한 공격은 전국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풍력 터빈이 적대감을 불러일으켰지만 이제는 분노가 눈에 띄게, 빈번하게 전기배터리 구동차량을 향한다.
주기적으로 공격 사건이 생긴다. 2023년에는 독일 뮌헨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전기차에 불을 질렀다. 범인은 극좌파 성향의 사람들로 추정된다. 이 진영에서는 전기차 모델이 기후위기 예방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고 부유한 엘리트의 지위를 상징하는 것쯤으로 여겨진다.
뮌헨에서는 전기차 혐오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전기차 충전소의 플러그에 다진 고기를 집어넣어 고장나게 만들었다. 이는 2년 전부터 드문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전기차 충전소 고장 원인의 15%가 기물 파손이다. 독일에서 전기차 혐오에 기반한 기물 파손 행위의 전국적인 데이터는 파악할 수 없다. 뮌헨 경찰은 몇 건의 전기차 파손이 있음을 확인했고, 곧 안전보고서에서 관련 수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이런 혐오감은 미국에도 있다. 예를 들어 디젤차 운전자가 고의로 뒤에 있는 전기차에 매연을 뒤집어씌운다. ‘롤링콜’(Rolling Coal)이라 불리는 이 행위는 특수한 장치를 사용해 불법적으로 대기오염을 최대한 증가시킨다. 이 장치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이베이(eBay)는 수십억달러의 벌금을 물게 될 위기에 처했다. 다른 곳에서는 전기차 운전자가 주행 중에 위험한 압박을 받았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는 테슬라 소유자가 수년 전 차량용 블랙박스로 공격 장면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렸다. 가해자에게 공격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외쳤다. “너는 멍청이니까!”
전기차를 향한 분노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왜 사람들이 공기를 개선하는 기술을 저주할까? 이 혐오가 어디에서 왔는지 이해하기 위해 독일 밤베르크대학의 심리학 교수 클라우스크리스티안 카본은 2016년에 실험을 했다. 그는 실험에서 전기모빌리티(Electromobility)에 관한 고정관념을 분석했다. “전력망이 붕괴할 것이다.”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다” 같은 당시의 편견은 지금까지도 여전한다.
 

   
▲ 내연기관차 팬들은 ‘그레타, 엿 먹어’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배기통 옆에 붙이고 다닌다. 엣시(Etsy·미국 수공예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갈무리

새로운 기술에 적대감
무엇보다 많은 사람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내연기관차에 익숙하다. 반면에 새로운 것은 모두 처음에는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습관화’(Habitualization)라고 한다. 이 현상은 자동차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전기차는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플랫폼이다.” 위협을 느끼면 많은 사람이 두려움으로, 일부는 적대적으로 반응한다.
“나도 직접 겪었다”고 독일 전기모빌리티협회 회장인 쿠르트 지글은 말했다. 초창기에는 전기차를 싫어하는 사람이 그의 테슬라에 “오줌을 싸고 침을 뱉었으며 립스틱으로 ‘e-재수없는 놈’이라고 썼단다. 지글과 그의 협회는 독일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운송수단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 노력하고 있다.
지글은 아우디의 본사가 있는 독일 잉골슈타트에 산다. 지글도 예전에 아우디에서 일했다. 이 지역에서 테슬라를 운전하는 지글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역적 취급을 받았다. 그는 가족과 함께 레스토랑을 방문했을 때 아우디 임원이 갑자기 화내며 자신의 테이블로 다가와 이렇게 소리쳤던 일을 기억한다. “지글, 말도 안 되는 이런 짓을 그만하시오. 전기차는 성공할 수 없어요!”
극단적인 적대감은 종종 정치적으로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극우주의 연구자 마티아스 퀸트와 크리스토프 리히터, 악셀 잘하이저는 <기후 인종주의: 생태적 전환에 맞선 우파의 투쟁>(공저)에서 이를 설명했다. 자동차의 나라 독일에서 휘발유차, 경유차와의 작별은 ‘문화충격’으로 인식된다. 화석연료는 특히 백인 남성에게 정체성의 일부가 됐다. 이 때문에 백인 남성들은 모빌리티 전환을 자신들의 지배력에 관한 공격으로, 조용한 전기차는 위협으로 인식한다고 퀸트는 지적한다. “이는 다시 급진적인 권위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
광산 지역, 자동차 제조 거점 지역 등 화석연료 가치사슬에 기반한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는 지역에서 많은 증오가 발생한다. 게다가 교통수단 전환으로 전통적인 남성 직업도 위협을 받는다. 퀸트는 이를 노동자의 자부심과 밀접하게 연관된 ‘석유남성성’(Petromasculinity)이라고 말한다.
 

   
▲ 2023년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극좌파로 추청되는 집단이 테슬라 차량에 불을 질러 차량 10여 대가 손상을 입었다. 엑스(X·옛 트위터) 계정 @alex_avoigt 갈무리

극우정당이 혐오 부채질
일부 분노한 내연기관차 팬들은 심지어 홀로코스트까지 상대화한다. 그래서 ‘디젤 운전자’(Dieselfahrer)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색 다윗의 별 모양 자동차 스티커까지 등장했다. 이는 코로나19 반대 시위에서 ‘백신 미접종’이라는 문구가 적힌 비슷한 스티커가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된 일이다. ‘그레타, 엿 먹어’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도 인기다. 운전자들은 내연기관차의 매연을 뿜는 배기통 옆에 이 스티커를 붙인다.
극우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은 ‘내연기관과의 전쟁’으로 독일 자동차산업이 파괴되고 있다며 공격적인 분위기를 부추긴다. 모순적인 것은 AfD의 본거지인 옛동독 지역이 배터리자동차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자동차산업협회(VDA)에 따르면 2022년 독일에서 생산한 전기차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29만4천 대가 옛동독 지역에서 생산됐다.
중국 배터리회사 시에이티엘(CATL)은 독일 튀링겐주의 주도 에르푸르트 근처에 공장을 세웠고, 폴크스바겐은 작센주 츠비카우에서 전기차 완성차를 생산한다. 테슬라 기가팩토리 덕분에 브란덴부르크주의 총생산은 2023년 상반기에 6% 성장했다. 전국적인 국내총생산(GDP)은 소폭 하락했는데도 말이다.
반면 AfD는 ‘강제된 자동차산업의 전환’으로 튀링겐주에서만 약 600개의 회사가 위험에 처했다고 비난하며 최근에 발생한 여러 기업의 파산 사례를 지적했다. “튀링겐의 자동차부품 공급 산업은 내연기관에 기반을 둔다”고 튀링겐주 의회의 AfD 원내 환경·에너지 담당 대변인 나딘 호프만은 말한다.
브란덴부르크주에서 AfD는 심지어 1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독일 베를린 근처 그륀하이데의 테슬라 공장에 반대하는 캠페인도 벌였다. AfD는 이 지역의 물 부족 원인이 가뭄을 유발하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테슬라 탓이라고 비난한다. AfD와 다른 테슬라 비판자들이 어느 정도까지 사람들을 파고들지는 조만간 분명해질 것이다. 그륀하이데 주민을 대상으로 테슬라의 산업 영역 확장 여부를 묻는 설문이 이루어질 것이다.
오떼 크뢰거도 예전에는 말 그대로 피 속에 휘발유가 흐르는 남자였고, 열정적으로 고배기량 자동차를 운전했다. 이후 뤼베크 인근 라인펠트 출신의 자동차 전문가인 그는 전기차를 발견했다. “전기차를 판매하면서 사람들로부터 거부당하는 경험을 했다.” 오랫동안 그는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이제 그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에게는 큰 이익이 될 것이다.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정부와 제조사가 이미 그쪽으로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전기차 시대가 곧 올 것이다.”
실제로 2035년부터 새로운 디젤 및 휘발유 자동차를 유럽연합(EU)에 등록할 수 없다. 예외는 오직 합성연료(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수소에 이산화탄소와 질소 등을 합성해 만든 연료)로만 운행하는 자동차뿐이다. 하지만 이런 자동차는 많지 않고 비싸다.
현재 독일에서 운행하는 전기차는 130만 대에 불과하다. 심리학 교수인 클라우스크리스티안 카본은 정부와 제조업체가 좀더 저렴한 전기차 모델을 더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기차가 주류가 되면 반대파는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남은 전기차 반대론자들은 훨씬 더 강하게 차별화하려 할 것”이라고 카본은 예측한다. “그들의 모토는 이렇다. 나는 아직도 내연기관차를 운전한다. 나는 고성능 V8(8기통 엔진)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다.”

전기차 반대한다면서 구입
전기차 반대론자에게 가장 큰 죄는 내연기관을 전기구동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위르겐 베커가 오토바이를 개조한 것처럼, 크뢰거도 그의 1966년형 포드 머스탱을 개조했다. 6기통 엔진은 떼어내버렸고, 전기배터리를 장착한 클래식카를 타고 그는 모임에 나간다. 어떤 이들에게 ‘E-머스탱’은 신성모독이다. “(이런 일을 한 대가로) 당신의 손을 잘라버려야 한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크뢰거가 기억하는 바에 따르면 이 발언에는 전혀 유머나 풍자의 기색이 없었다.
하지만 내연기관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크뢰거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친환경, 낮은 유지보수비, 운전의 재미 등 전기차의 장점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베커도 그의 ‘E-민스크’에서 이런 장점을 기대한다. 쾰른에 거주하는 베커는 그의 전기오토바이에 관한 긍정적 피드백도 많이 받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전기차를 일단 한번 타보면 좋아하게 된다.”
이는 튀링겐주에서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AfD의 일부 당원에게도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 이 당은 전기차에 반대한다. 2023년 11월 튀링겐주의 AfD는 ‘블랙아웃(대정전) 방지’라는 제목의 발의안을 제출했다. 전기차에 따른 ‘엄청난 전력 소비 증가’가 블랙아웃의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슈피겔> 조사에 따르면 한 AfD 의원은 주의회 차고에서 자신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를 충전했다. 튀링겐주의 또 다른 AfD 의원은 베엠베(BMW)의 전기차 모델을 구입했다고 한다.

ⓒ Der Spiegel 2024년 제4호
Hass auf die E-Snob
번역 황수경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하이코 토비아스 프렝겔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일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최우성 | 편집인 : 박종생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종생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