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경제제재 비웃는 러시아 서방 피해서 중국·인도로
[ISSUE] 러시아가 경제제재를 피하는 법
[167호] 2024년 03월 01일 (금) 에바 무아장 economyinsight@hani.co.kr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경제제재에도 러시아의 경제는 성장한 데 비해 유럽 경제는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간 이어지는 지금 러시아는 원유와 가스 수출로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이고, 러시아 은행들은 여전히 국제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다. 아시아 협력국, 수상한 중개거래, 유령 선박 등 러시아가 유럽연합의 경제제재를 피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에바 무아장 Eva Moys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대러시아 경제제재가 통한다’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단호하게 말한다. 러시아는 답한다. 그렇지 않다. 타격이 전혀 없다. 2022년 전 발동한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수위가 점점 높아진다. 그에 따라 제재 효력을 둘러싼 논쟁도 거세진다.
답은 물론 제재를 가하는 목적에 달려 있다. 목적이 러시아의 전쟁 능력을 마비시키고 러시아 경제를 무너뜨리는 데 있다면, 결과는 실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2.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쟁 능력 역시 군수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등 갈수록 강력해지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제재를 보기 좋게 우회했다. 크고 작은 빈틈을 빼먹지 않고 전부 파고들었다.
러시아는 제재가 떨어지자 이를 적용하지 않는 나라로 곧장 방향을 틀었다. 러시아에 엄격한 보복 조치를 발동한, 이른바 ‘동조국’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미국과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캐나다, 일본, 한국, 스위스, 오스트레일리아뿐이다. 하지만 ‘비동조국’ 목록은 길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두 거대 이웃인 중국과 인도가 있다.
 

   
 

아시아로 돌아가기
프랑스 국제전망정보연구소(CEPII)는 러시아 경제가 제재 시작 몇 달 만에 “아시아 회귀”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중국과 인도, 튀르키예와 교역량을 크게 늘려 대서방 무역 감소분을 보전했다. 러시아의 대아시아 수출 규모는 2021년 1~10월 1290억달러(약 171조5700억원)에서 2023년 1~10월 2270억달러로 늘었다. 대유럽 수출 규모는 같은 기간에 17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뚝 떨어졌다. 그런 추세는 수입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중국은 러시아 최대 교역국 지위를 견고하게 다졌다.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수입처이자 러시아의 최대 공급처가 됨으로써 서방의 빈자리가 메워졌다. 중국 전문 애널리스트 알리스 에크망은 “두 나라 간 무역 규모가 2022년 30% 넘게 증가했다. 2023년에는 오름폭이 더 크다. 1~6월에만 40% 넘게 올랐다”고 말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게 증가한 러시아산 수출품은 농산물이다. 중국은 러시아에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 상품 수출량을 늘렸다.
러시아의 또 다른 거대 이웃인 인도는 2021~2022년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5배 늘렸다. 이후 오름세가 다소 완만해졌지만 2023년에도 그 추세는 이어졌다. 인도는 이제 러시아산 원유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소비하는 나라다. 1위는 중국이다.
인도는 대러 제재 국면을 이용해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에 필요한 원유를 값싸게 사들이고 있다. 러시아에서 싸게 들여온 원유의 일부를 정제해서 서방에 다시 수출한다. 뉴델리에 있는 프랑스대사관 경제부는 2023년 5월 “프랑스가 인도산 상품 수입을 역대 최대치로 늘려 수입 규모가 9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 원유가 인도로 우회 수입되는 것일 수 있다. 인도가 러시아산 정제 상품에 금수조치가 내려진 지금 상황을 기회로 삼아 이득을 꾀하려 할 수 있다”(2023년 2월)고 분석했다.
따라서 러시아와 비동조국 사이의 교역량이 늘어난 건 러시아와 동조국 사이의 통상관계가 끊어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사실은 인도뿐 아니라 러시아 영향권에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에서도 드러난다. 프랑스 국제전망정보연구소에 따르면 2021~2022년 프랑스가 카자흐스탄(+85%), 아르메니아(+62%), 키르기스스탄(+44%)에 수출한 상품의 규모가 급증했지만 대러 수출 규모는 52% 감소했다. “이들 나라가 수입품 잉여분을 러시아에 재수출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러시아가 유럽 기술을 계속 접할 수 있다”고 국제전망정보연구소는 보고서에 적었다.
프랑스 국립동방언어문화연구원(INALCO) 유럽-유라시아 연구부의 셀린 바이유는 “카자흐스탄 당국이 그런 우회 행위를 방지하겠다고 하면서도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 의존도가 아직 매우 높다. 서방은 그런 중앙아시아 국가를 탓하기 어렵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회사 역시 우회 거래를 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산 가스 수입 여전
러시아는 제재 대상이 아닌 상품으로 방향을 트는 등 사각지대를 노린다. 대표적으로 러시아산 가스는 원유와 다르게 금수 품목에서 빠져 있다. 유럽연합과 러시아를 잇는 송유관은 전쟁 초기에 러시아가 공급 중단을 결정하면서 바싹 말랐다. 하지만 수송선을 타고 바다를 건너는 액화천연가스(LNG)는 아직도 유럽대륙에 넘쳐 흐른다. 2021년 초와 2023년 초 사이에 유럽 27개 회원국의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 수입량은 두 배가량 늘었다.
액화천연가스 수입량이 늘어도 그전까지 가스관으로 들여오던 수입량에 견주면 턱없이 적다. 유럽연합의 러시아산 가스 총수입량은 2021년 상반기와 2023년 상반기 사이에 거의 네 배 줄었다. 러시아는 유럽연합의 최대 가스 공급처 지위를 잃고 지금은 미국과 노르웨이의 뒤로 밀려나 알제리와 비슷한 자리에 있다. 그렇더라도 유럽연합이 러시아와 가스 거래를 완전히 끊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2027년에야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한다.
그 밖에 에너지 부문에서도 러시아는 규제를 빠르게 우회했다. 주요 7개국(G7), 유럽연합을 비롯해 이들 나라의 동맹국은 2022년 12월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를 도입했다. 기업이 상한가(배럴당 60달러)보다 비싸게 팔린 러시아산 원유를 운송하거나 그런 원유에 보험을 적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처럼 야심 찬 계획은 세계 최대 해운회사와 러시아 원유를 실어나르는 선박의 보험사 대부분(90%)이 주요 7개국의 회사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짜였다.
하지만 2023년 10월 기준으로 서방 보험사에 가입된 유조선이 실어나른 러시아 원유는 해양 수출된 전체 러시아 원유의 30%도 채 안 됐다. 2022년 4월에는 그 비중이 약 80%였다. 러시아는 보험사를 바꾼 데 이어 유조선도 새로 매입했다. 그 대다수는 노후화가 많이 진행된 선박이다. 주인이 페이퍼회사(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 뒤에 숨은 ‘유령 선박’으로, 선박 상태에 별 관심이 없는 나라에 등록돼 있다.

감시망 뚫고 거래 이어가
감시망 안에서 러시아와 거래를 이어가는 서방 회사도 있다. 이들 회사는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지킨다. 현재는 그런 회사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프랑스 탐사언론 <디스클로즈>가 프랑스 운동용품 유통업체 데카트론이 ‘불투명 시스템’으로 러시아에서 영업활동을 계속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2023년 10월 데카트론은 러시아에서 철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유럽연합은 우회 거래를 막으려 2023년 6월과 12월 두 차례 ‘대러시아 제재 패키지’에 새 규제를 넣었다. 경제제재 전문가인 파리 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폴 샤를로는 “유럽 규제 당국이 우회 가능성을 제한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형법 측면에서 특히 규제를 계속 강화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제재를 적용하거나 규제 위반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일은 유럽연합 당국의 권한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폴 샤를로는 “프랑스에서 최근 대러 제재 위반으로 기소된 사례가 없다. 현재까지 대중에 공개된 사실은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제재 수위가 높아진 건 최근 일이다. 사법 당국이 준비가 덜 돼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국립동방언어문화연구원 소속 연구원 셀린 바이유는 대러 제재가 예상보다 효력이 크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보다 정치적 선택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한다. “경제 이익이 우선한다. 정책결정자들은 사회가 불안정해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 인도에서 원유를 수입해도 유럽연합이 눈감아주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 원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4년 2월호(제443호)
Comment la Russie contourne les sanctions économiques
번역 최혜민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에바 무아장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일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최우성 | 편집인 : 박종생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종생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