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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의 허세 경영 탓 추락의 길 걷는 아토스
[BUSINESS] 진퇴양난 빠진 프랑스 기업 아토스
[167호] 2024년 03월 01일 (금) 쥐스탱 들레핀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아토스(ATOS)가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분할될 위기에 처했다. 2008년 티에리 브르통이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뒤 이어진 문어발식 방만 경영이 재정난을 일으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쥐스탱 들레핀 Justin Delépin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08년 티에리 브르통이 아토스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뒤 아토스는 인수·합병(M&A) 전략을 성장 지렛대로 삼았다. 이에 힘입어 한때는 고속성장을 이어갔으나 지금은 문어발식 방만 경영의 후유증으로 기업 존립이 위기에 처했다. REUTERS


역사는 프랑스의 정보기술(IT) 기업 아토스를 알스톰(중공업 기업), 알카텔(통신장비 기업)과 동렬에 놓을까. 알스톰과 알카텔은 한때 프랑스 선두 기업으로 이름을 날리다가 잘못된 경영전략으로 빠르게 해체되거나 사라졌다. 아토스 역시 2020년까지만 해도 IT 업계에서 ‘조용한 거인’이란 평가를 받는 프랑스 기술의 정수였다. 그랬던 회사가 오늘날 바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법인 분할이 예고됐다. 일부 계열사의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주권이 걸린 정보를 다루는 계열사는 그룹 분할에 더 민감하다.
아토스는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회사다. 주 거래처가 민간기업과 정부기관이기 때문이다. 아토스그룹이 판매하는 IT서비스에는 클라우드서비스를 비롯해 핵무기 방어와 인공지능(AI) 도구에 쓰이는 슈퍼컴퓨터, 프랑스전력공사(EDF) 등이 관리하는 원자력발전소의 통제-제어 솔루션, 스마트원격검침기 ‘링키’ 관리, 프랑스군의 통신보안, 프랑스 건강보험카드를 관리하는 IT시스템, 소득세 신고 웹사이트, 프랑스 가족수당관리공단(CAF)·사회보험료징수공단(URSSAF)·국가본인인증(프랑스커넥트) 웹사이트, 세관 포털, 아코르호텔 예약 시스템 등이 있다.
 

   
▲ 아토스그룹 경영진은 경영난 해소 방안으로 회사를 둘로 나눌 것을 제안했지만, 이런 계획을 두고 외부 컨설팅업체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REUTERS

취약한 기업 재무구조
아토스그룹 기술이 뻗치지 않은 데가 없는 형편이다. 문제는 그룹의 막대한 부채다. 2021년 그룹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주가도 꾸준히 내림세다. 2021년 초 시가총액은 3년 전과 견줘 10배 떨어졌다. 시가총액은 단순히 주주들이 자신의 자산가치가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는 지표가 아니다. 주가는 기업의 현재 가치가 얼마인지 보여주는 잣대이기도 하다. 기업가치가 열 토막이 난 지금, 그룹의 존립이 위태롭다. 회사 주인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시장은 여러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는 ‘문어발 기업’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시장을 안심시키고자 아토스 경영진은 기업을 둘로 분할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는 아토스그룹의 사이버안보와 슈퍼컴퓨터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가 2023년 봄 계획을 철회했다. 그러다 2024년 초 다시 협상을 시작했다.
2023년 여름에는 새 인물이 등장했다. 체코 출신 억만장자 다니엘 크레틴스키가 매니지드서비스(Managed Service·클라우드 등 IT시스템 위탁관리 서비스) 사업을 헐값으로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방위산업과 에너지산업의 몇몇 계열사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소식을 들은 프랑스 국회가 거세게 반대했다. 국회는 전략사업이 외국 회사로 넘어가게 둘 수 없을뿐더러 그룹 분할을 계기로 기술회사가 프랑스 땅을 연달아 떠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알카텔과 아르셀로(철강업체)가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계열사 인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뒤로하고 떠오르는 물음이 하나 있다. IBM을 비롯한 세계적 거인 기업과 경쟁하던 그룹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느냐는 것이다. 지난 일을 톺아볼 필요가 있다. 2008년 티에리 브르통이 아토스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그는 프랑스텔레콤 CEO 출신으로 프랑수아 피용 총리 시절 경제장관을 지낸 인물이었다. 그의 야심은 분명했다. 아토스를 IT 거인으로 키우는 것이었다.
브르통은 인수·합병(M&A) 전략을 성장 지렛대로 삼았다. 아토스는 2010년 독일 그룹 지멘스의 디지털서비스 계열사인 지멘스IT를 인수했다. 회사 규모가 60% 커지고 직원 수는 5만 명에서 8만 명으로 늘어났다. 아토스그룹은 이제 ‘유럽 IT서비스 리더’의 명성을 누릴 수 있었다. 2014년에는 컴퓨터 제조업체 뷜(Bull)을 인수했다. 이 회사는 프랑스 원자력에너지위원회(CEA)의 오랜 협력업체였다. 같은 해, 이번에는 미국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로 세계 최대 프린터 제조업체 제록스의 IT서비스 계열사를 인수했다. 브르통의 지휘 아래 아토스그룹은 직원이 1만 명 늘어나, IT 선도국인 미국에서 디지털서비스 5대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휘봉 잡은 티에리 브르통
그 명성은 2017년 사실로 확인됐다. 아토스는 프랑스 카크(CAC)40(파리증권거래소 시가총액 기준 상위 4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LVMH(명품), 사노피(제약), 토탈에너지(에너지) 등 각 분야의 리더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프랑스 챔피언이라는 지위를 인정받았다. 2018년에도 인수·합병은 이어졌다. 직원이 2만3천 명인 미국 IT서비스 회사 신텔(Syntel)을 인수하며 아토스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브르통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직을 맡아달라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2019년 회사를 떠났다. 그때는 아토스그룹을 IT 거인 기업으로 키웠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10년 만에 회사 매출액은 50억유로(약 7조1800억원)에서 120억유로로, 직원 수는 4만9천 명에서 12만 명으로 늘었다. 사업은 여러 나라로 분산됐다. 2009년 그룹 전체 매출액의 41%를 차지하던 프랑스와 베네룩스 3국(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의 매출액은 2019년 24%로 줄었다.

인수·합병 말고 다른 경영전략 없어
2년 뒤 아름다운 이야기의 광택이 흐려졌다. 2021년 초 그룹 영업이익이 감소세에 들어서리라는 전망이 나왔다. 아토스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펼치던 인수·합병 행진에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아토스가 인수하려던 회사는 DXC테크놀로지로 여태껏 그룹이 인수한 회사를 합친 것보다 규모가 컸다. 2021년 영업이익은 전망대로 적자를 기록했다. 거래처들은 아토스 데이터센터에 저장된 데이터를 빼내 아마존과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로 옮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룹이 그동안 진 채무가 걱정거리가 되기 시작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아토스그룹은 인수·합병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이 회사는 오래전부터 유기적 성장에 문제가 있었다. 회사는 외형을 키우면서 이 문제를 회피해왔다”고 분석했다. 회사가 성장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많이 파는 것(유기적 성장)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해서(비유기적 성장) 총매출액을 늘리는 것이다.
아토스그룹의 인수·합병 전략은 무엇에 도움이 됐을까? 아토스 노동총연맹(CGT) 중앙지부 대표위원인 파스칼 베송은 “경영전략이 전무했다. 아토스는 덩치만 키웠지 합병 이후 기업구조 관리에 소홀했다”며 “직원들은 합친 회사와 어떻게 통합해야 할지 몰랐다. 그룹에 합병되기 전 회사가 가지고 있던 동력이 깨지고 새로 들어온 직원들 사기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아토스그룹 민주노동연합(CFDT)의 알리아 이아사망 조정위원은 “티에리 브르통의 계획이 일단 회사를 인수하고 주식시장에 이 사실을 알려서 주가를 올리는 것이었다. 그게 유일한 목적이었다”며 “그런 식으로 외형을 키우는 편이 회사 내부 구조를 바꾸기보다 쉬웠다. 구조 재편성은 부서를 쪼개고 위계를 세우고 의사결정 단계를 짜고 부서별 예산을 나누는 등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인수·합병 성과가 전부 나쁘지만은 않았다. 뷜사 인수·합병은 분명한 성공이었다. 뷜사가 운영하는 슈퍼컴퓨터 설계는 인공지능 개발과 사이버안보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기술이다. 게다가 이 회사는 프랑스 국방성 산하 여러 부서와 거래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신텔 인수는 달랐다. 최고경영자의 허세 경영이 남긴 폐해가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브르통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회사 규모를 키워서 미국(디지털서비스 선도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렇게 2018년 34억달러(약 4조5300억원)에 신텔을 인수했다. 신텔은 금융회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ericanExpress)를 비롯한 거물급 거래처와 일하며 금융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 IT 전문회사다. 아토스그룹은 신텔을 사들인 뒤 영업이익에만 빨간불이 들어온 게 아니었다. 신텔 인수에 들인 재정이 더 큰 문제를 일으켰다.
아토스그룹은 신텔을 사려고 대출받았다. 현재 그룹이 갚아야 할 부채 40억유로 가운데 대부분은 그때 받은 대출금이다. 신텔을 인수하고 나서 사정이 어려워진 그룹은, 2019년 계열사 월드라인에 대한 경영권 일부를 잃었다. 이후 2021년 이 회사의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했다. 월드라인은 결제서비스(은행카드 단말기 관리, 온라인결제 등) 시장에서 세계 선도기업으로 이름을 날리는 회사다. 최근까지도 회사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성장하고 있다.

“아토스그룹을 둘로 쪼개자”
아토스그룹 경영진(혹은 2021년부터 CEO가 네 번 바뀌었으므로 경영진들)은 경영난 해소 방안으로 회사를 둘로 나눌 것을 제안했다. 방법은 단순하다. 우선 성장사업을 모아 에비당(Eviden)이라는 이름의 그룹으로 묶는다. 성장사업에는 슈퍼컴퓨터, 방위·원전, 사이버안보와 빅데이터가 포함된다. 매니지드서비스 등 복잡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테크 파운데이션스’(Tech Foundations)라는 이름의 그룹으로 묶는다.
그런 계획을 두고 외부 컨설팅업체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파스칼 베송은 “매킨지, EY, BCG 등 컨설팅회사에 흘러간 현금이 많다. 노조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1~2023년 1억5천~2억유로가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경영진 계획이 에비당으로 투자금을 몰아 주가를 높이려는 수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베송은 “산업적 이익을 따져서 세운 계획이 아니다”라며 “순전히 금융 논리만 따른 것이다. 매니지드서비스가 없으면 슈퍼컴퓨터도 인공지능 솔루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토스는 IT시스템을 하나부터 열까지 관리하겠다고 몇 년 동안 약속해왔다. 회사는 큰 거래처를 상대로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 솔루션을 판매하고 데이터 보관과 거래처 웹사이트·앱 관리를 묶음 서비스로 제공한다”며 “이런 서비스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낸다. 거래처 입장에서도 여럿이 아니라 한 업체와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토스그룹이 IBM처럼 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IBM은 2021년 분할해 매니지드서비스 사업을 접었다. 업계 직원 9만 명은 킨드릴이라는 독립된 회사로 옮겨졌다. 2023년에도 킨드릴의 자산과 매출액은 내림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4년 2월호(제443호)
Atos, victime de la folie des grandeurs de Thierry Breton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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