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충 関聰 <차이신주간> 기자
 

▲ 중국의 짧은 웹드라마 업체들은 자국 내에서 규제가 강화되자 북미 지역을 포함해 국외 진출을 늘리고 있다. 2022년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숏폼 드라마 콘퍼런스. REUTERS

중국 내에서 규제를 강화하자 내용을 바꾸는 것 외에도 국외시장 진출이 출구가 됐다. 성숙한 사업모델을 구축한 중국 기업은 미국과 유럽, 동남아 시장으로 진격했고 가장 먼저 플랫폼을 구축했다.
2022년 8월 짧은 웹드라마 애플리케이션(앱) 릴숏이 북미 지역을 포함한 여러 국외 앱스토어에 출시됐다. 그 배후에는 중원온라인이 2016년 미국에서 설립한 크레이지메이플스튜디오가 있었다. 중원온라인이 지분 49.16%를 갖고 있다. 크레이지메이플스튜디오는 한 여성이 여러 남성 캐릭터와 만나는 시뮬레이션 게임 <챕터>를 앞세워 유럽과 미국 시장을 공략했고, 2022년 매출액이 3억6600만위안(약 680억원), 기업가치는 2억2800만위안에 달했다.
크레이지메이플스튜디오는 처음에는 중국의 짧은 웹드라마를 번역해 릴숏에서 방영했는데 중국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자 중국 웹소설을 기반으로 외국인 배우를 기용했고 지금까지 20편이 넘는 드라마를 제작했다. 2023년 5월부터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Meta)와 유튜브 등 대형 플랫폼에서 광고한 후 급속하게 성장했다. 모바일데이터 조사업체 데이터AI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1월 릴숏의 국외 누적 다운로드 수는 1100만 건을 돌파했다. 미국이 최대 시장으로 전체 다운로드 수의 31%를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릴숏은 2023년 1~11월 누적 매출액 3천만달러를 달성했고 모회사 중원온라인의 주가가 지난 한 달 사이 여러 차례 상한가를 기록하며 시가총액이 두 배로 늘었다.
 

▲ 최근 미국 영화업계의 파업으로 영화나 드라마 제작이 중단되자 업계 종사자들이 짧은 웹드라마 열풍에 합류했다. 2023년 7월17일 로스앤젤레스 파라마운트 스튜디오 앞에서 미국 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 소속 배우들이 시위하고 있다. REUTERS

국외시장에서 성장
릴숏만의 사례는 아니다. 이 기간 중국의 주요 짧은 웹드라마 앱의 국외 다운로드 수가 총 300만 건이었다. 안웨커지의 플렉스TV(FlexTV)는 릴숏보다 두 달 늦게 출시됐고 주로 동남아 시장을 겨냥했다. 2023년 6월 출시된 굿숏과 모보릴스는 인터넷문학 업체 신웨스다이와 창두커지가 만들었다. 제작사 지우저우문화와 뎬중커지는 북미와 인도, 동남아로 확장했고 2023년에 숏TV와 드라마박스를 출시했다. 센서타워는 릴숏과 드라마박스, 숏TV, 플렉스TV, 굿숏 등 5개 앱의 전체 매출액이 2023년 11월에 1101만달러(약 146억3천만원)를 기록했고 2023년 전체 매출액은 5118만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동남아 지역은 짧은 웹드라마의 또 다른 목적지다. 릴숏은 북미 지역 외에 필리핀과 인도가 주요 시장이고, 플렉스TV는 타이를 공략했다. 동남아는 사용자가 짧은 동영상 앱에 머무는 시간이 가장 길고 콘텐츠도 풍부한 시장이다.
필리핀에 있는 짧은 동영상 콘텐츠 마케팅 업체 책임자 카쿠는 “2023년 초부터 짧은 웹드라마가 틱톡에서 유행했고 사용자는 회당 약 10필리핀페소(약 240원)를 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2023년 5월 짧은 웹드라마 전담팀을 만들었고 중국 정부가 단속을 강화한 다음부터 짧은 웹드라마의 국외 진출을 문의하는 사람이 늘었다.
외국 시청자의 취향도 국내 웹소설 소재와 기본적으로 일치했다. 웹소설은 10년 전부터 국외로 진출했고 상당히 성숙한 수준이다. 웨원그룹의 웹노블, 중원온라인의 키스 등이 유명하다. 플랫폼에 공개된 웹소설과 웹툰은 짧은 웹드라마에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업계에서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파업을 하자 영화나 드라마 제작이 중단됐고 업계 종사자와 유학생이 짧은 웹드라마 열풍에 합류했다. 국외에서 방영된 짧은 웹드라마 여러 편을 제작한 위보는 “북미 지역에 드라마 배우가 많고 배우 지망생도 많지만 촬영과 조명, 분장, 후반작업 종사자는 입문 문턱이 높고 인원이 중국 국내만큼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콘텐츠의 현지화를 위해 더욱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인력이 필요했다.

AI 웹드라마 등장
외국에서 방영되는 짧은 웹드라마는 중국 드라마를 그대로 옮겨놓지 않았다. 위보는 “국내 드라마는 웹드라마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중독성이 강한 소재에 의존하고 촬영법도 감정에 치중하지만 외국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는 서사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수준이 너무 낮은 드라마는 북미 지역에서 기회가 없다. 10달러가 넘는 비용이면 넷플릭스와 HBO, 디즈니플러스 등 사용자의 선택 범위가 넓다.”
앞에서 소개한 시나리오작가는 “한 달 전 국외에 진출한 직원 20~30명 규모의 제작사에 합류했다”면서 “이 회사는 샤오청쉬를 개발했고 수많은 지식재산권(IP)을 샀다. 그런데 극본을 절반까지 썼을 때 드라마가 국외시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중단됐다”고 말했다.
“대중성이 있는 소재의 짧은 웹드라마는 유료 사용자 비중이 6~7% 정도고 폭발적인 인기 작품은 나오기 힘들다. 하지만 소비 주기를 늘려서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기는 쉽다. 국내에서는 1개 시즌으로 끝나지만 국외에서는 10개 시즌 넘게 제작하기도 한다.” 카쿠는 “짧은 웹드라마 한 편의 제작비가 10만~15만달러고 홍보비를 추가해도 20만달러를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짧은 웹드라마가 짧은 동영상처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면서 “10화까지 평균 조회수와 찜한 사용자 수를 기준으로 최종 수익성을 판단하는데, 국내에서는 드라마 10편 가운데 6~7편이 적자지만 국외에서는 5편 정도에 손익분기점을 도달하거나 약간 적자인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위보는 “짧은 웹드라마의 제작비와 운영비의 국내외 격차가 크다”면서 “국외에서는 현지화 효과를 위해 배우 출연료와 제작비를 더 높게 책정해 극본과 제작비가 각각 40%씩 차지한다”고 말했다. 콘텐츠 제작비가 80%이고 홍보비가 20%인 셈이다. “그러나 실제 운영 과정에서 투자수익률(ROI)이 적어도 130%는 돼야 적자를 면할 수 있어서 국내보다 어렵고 콘텐츠 전략을 더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국외 진출 속도를 단축하기 위해 일부 짧은 웹드라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AI 기술을 이용해 중국 배우의 얼굴을 외국인으로 바꾸고 외국어로 녹음했다. 또한 원본 영상의 중국어 자막을 지우고 AI 기술로 번역한 외국어 자막을 넣어 국외시장을 겨냥해 제작한 드라마로 변신했다.
현재 AI 기술로 더빙을 바꿀 수 있다. 언어 생성형AI 플랫폼 일레븐랩스가 2023년 11월 공개한 음성전환기능 STS(Speech to Speech)는 영상 속의 음성을 다른 언어로 바꾸는 것은 물론 어조와 감정까지 어울리도록 조정한다. 최근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중국어로 말하는 영상이 화제였는데 이때 사용한 영상변환 프로그램 헤이젠도 일레븐랩스의 모델을 사용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짧은 웹드라마는 배우의 표정과 입 모양이 복잡해 안정적인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기 어렵고, 얼굴 합성 효과가 자연스럽지 않아 초상권이나 명예권 등 권리 침해 위험이 있어 대규모로 응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앞에서 소개한 제작자는 “드라마를 홍보하지 않는다면 가능하다. 저작권을 확보한 제작사가 AI 기술로 드라마를 가공한 후 플랫폼에 출시하고 조회수에 따라 이익을 나누는 구조라면 AI 기술을 이용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제작사가 저작권이 없다면 AI 기술을 이용한 가공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면서 “짧은 웹드라마는 광고와 홍보에 의존해서 작품이 인기를 얻으면 권리자의 눈에 들어가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드라마가 과거 시대로 회귀하는 설정이라면 AI 기술로 가공할 수 없다. 짧은 웹드라마는 관객이 주제에 몰입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외국인은 중국 전통의상을 입은 배우를 보면 드라마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한 고객사가 AI 합성 기술을 사용해 국외에 진출하고 싶어 했지만 우리는 거절했다.” 카쿠는 이렇게 하면 제작비가 늘고 효과도 저조해서 2차 편집을 하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다.

AI 기술의 한계
물론 AI 기술은 콘텐츠 분야에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AI 번역 기능은 인터넷문학 플랫폼이 비영어권 후발시장으로 확장하도록 도울 수 있고 AI생성콘텐츠(AIGC)로 IP 규모를 늘릴 수 있다. 2023년 10월13일 중원온라인은 AI 모델 ‘중원샤오야오’를 공개했다. 퉁즈레이 그룹 회장은 “시장에서 해마다 수많은 인터넷문학 작품이 발표되는데 인력과 기술을 동원해 우수한 작품을 선별한다”면서 “AI가 우수한 작가에게 더 많은 도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볼펜에서 컴퓨터로 창작 도구가 바뀐 것처럼 말이다.
위커 콰이서우 엔터드라마업무센터 책임자는 “짧은 웹드라마 창작 과정에서 AI 기술이 스토리보드와 각본 제작, 현장 예산 편성, 기본적인 콘텐츠 창작을 보조할 수 있다”면서 “이 기술은 효율을 올려주지만 80분짜리 작품을 100분 또는 120분으로 늘리는 일은 못 한다. 이는 콘텐츠 창작에서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고 창의성과 인간성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에서 소개한 시나리오작가는 “생성형AI 챗지피티(ChatGPT)를 사용해 드라마 극본을 써봤는데 생성된 콘텐츠에 감정이나 이야기의 기복이 없는 ‘수많은 글자의 나열’이었다”면서 “짧은 웹드라마 제작사와 AI기업의 협력이 기대에 못 미쳤고 창의적인 발상과 이야기는 작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박스는 앱에 애니메이션 카테고리를 만들고 AI 애니메이션 3편을 공개했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2021년 설립된 동영상 생성 업체 크레이티브피팅은 AI를 이용한 광고 영상을 제작했고 최근에는 짧은 웹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이 업체는 국외시장에서 세계 최초의 AI 드라마 앱을 출시할 계획이다.

ⓒ 財新週刊 2023년 제49호
微短劇浪淘沙
번역 유인영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