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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주주정책만으로도 해소할 수 있다
[경제의 속살] 코리아 디스카운트
[167호] 2024년 03월 01일 (금) 권순우 soon@3protv.com

 

권순우 <삼프로TV> 취재팀장
 

   
▲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하지만 정상적 주주정책이 무엇인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제대로 주주정책을 운용하는 기업이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연합뉴스


오랫동안 소외됐던 ‘구닥다리 주식’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을 논의하겠다고 하면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미흡한 주주환원과 취약한 지배구조를 개선해 우리 증시의 매력도를 높이겠다”며 “기업 스스로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원조는 일본이다. 2023년 한국 코스피가 18.7% 오르는 동안 일본 닛케이 지수는 28.5% 올랐다. 2024년 들어서도 한 달 동안 코스피는 5% 넘게 하락했는데 닛케이는 8% 넘게 올랐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30여 년간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했고 이를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부른다. 닛케이 지수는 ‘거품 경제’ 이후 30여 년 만에 전 고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2023년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인 상장기업에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개선안을 제출하고 시행하도록 요구했다. 개선되지 않으면 상장을 폐지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PBR은 기업이 가진 자산에 비해 기업 가격(시가총액)이 얼마인지를 보는 비율이다. 예를 들어 100억원 규모의 빌딩을 가진 기업의 가격이 100억원이면 PBR은 1배가 된다. 100억원 규모의 빌딩을 가진 기업이 10억원이면 PBR은 0.1배다. 100억원짜리 빌딩을 가진 기업이 어떻게 10억원에 거래될 수 있냐고 하겠지만, 주식시장에서는 그런 일이 흔하다. 코스피에 상장된 801개 기업 중 PBR이 1배 미만인 상장사는 무려 540개로, 67.4%나 된다. 심지어 0.3배가 안 되는 기업도 120개나 된다.
 

   
▲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투명한 주주정책으로 신뢰를 높였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본사. 연합뉴스

PBR 1배 미만 상장사 67.4%
이론적으로 PBR이 1배가 안 되는 기업은 자산을 다 팔아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편이 낫다. 10억원에 주식을 사서 빌딩을 팔아 100억원을 얻게 되면 90억원이 이익이다. 얼마나 경영을 못하면 100억원 빌딩을 가지고도 10억원어치밖에 인정을 못 받겠는가.
기업은 돈을 잘 벌고 잘 모아둔다고 경영을 잘하는 게 아니다.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다. 사람과 자본, 기술을 모아 개인이 할 수 없는 큰 규모의 일을 할 수 있다. 기업은 기업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돈을 벌어 노동을 제공한 사람에게는 임금을, 자본을 제공한 사람에게는 배당을 준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미래를 위해 투자할지, 주주들에게 나눠줄지의 기준을 만드는 사람이 경영자다. 경영자는 주주에게 고용돼 주주가 제공한 투자금을 잘 활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투자해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투자하고, 그렇지 못하면 주주에게 돌려줘야 한다. 최소한 예금 금리만큼도 돈을 못 벌 것 같으면 경영자는 투자하지 말고 주주에게 돌려줘야 한다.
기업의 주주정책은 단순하다. 경영진은 어떤 사업을 해서 어느 정도 수익을 낼지 주주에게 설명한다. 투자하지 않는 돈의 일부는 미래를 위해 남겨두고 나머지는 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기업마다 상황은 다를 수 있다. 성장기업은 번 돈을 주주에게 배당하기보다는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신규 투자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성숙기업은 기업 안에 돈을 쌓아두기보다는 주주에게 잘 나눠주는 것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경영하는 버크셔해서웨이는 배당하지 않는다.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주주가 배당받아 다른 곳에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과 워런 버핏에게 맡겨 투자하도록 하는 수익률 중 뭐가 더 높을까? 주주는 배당받기보다는 기꺼이 버핏이 투자하도록 유보할 것이다. 주주는 배당받지 않더라도 높아진 버크셔해서웨이의 주가로 보상받는다.
배당을 꽤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부족한 기업도 있다. 예를 들어 케이티앤지(KT&G)는 벌어들인 돈의 절반을 배당하지만 주주들과 갈등이 심하다. 담배회사는 대규모 신규 투자를 할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일본(재팬타바코), 미국(필립모리스)의 담배회사는 순이익의 80%를 배당한다. 왜 현금을 보유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배당 성향이 50%가 넘어도 잘못된 정책일 수 있다.
저평가가 발생하는 이유는 이런 단순한 주주정책을 시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경기가 좋지 않아 이익을 많이 올리지 못할 수는 있다. 이 부분은 투자자도 투자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사업을 할지 설명도 안 해주면서 벌어들인 돈을 이유 없이 나눠주지 않는 기업에 투자할 이유는 없다.
돈을 못 벌어 기업가치가 낮은 것은 저평가가 아니라 그냥 기업가치가 낮은 기업이다. 기업이 돈을 잘 벌고 충분한 가치가 있는데도 경영자가 주주에게 경영 상황을 잘 설명하지 않고 돈을 마음대로 써서 신뢰를 잃어 낮게 평가받는 것을 저평가라고 한다. 이런 경영자는 교체해야 한다.

투자냐 배당이냐
한국에서 구조적으로 저평가가 발생하는 이유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지배구조의 영향이 크다. 기업에 대해 일부 권리만을 가진 대주주가 다른 주주들을 무시하고 자기에게만 유리하게 경영한다. 회사가 돈을 벌면 그 돈은 주주의 돈이다. 자기 지분이 20%라고 하면 번 돈의 20%만큼만 자기 몫이다.
그런데 그 돈을 회사에 쌓아두고 비싼 법인차 타고 법인카드 펑펑 쓰고 회삿돈을 마음대로 쓰면 100%를 다 쓸 수 있다. 그런 회사의 주식은 적정한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주식의 가치를 알 수 없으니 주가 등락에 따라 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거래만 횡횡한다. 투기거래가 시장의 주류가 되면 제대로 주주정책을 시행하는 기업들도 소외된다.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을 논의하자, 낮은 PBR 주식이 하루아침에 10% 이상 급등하는 일이 벌어졌다. 단순한 주가 급등이 정책 목표가 돼서는 안 되며 이렇게 급등한 주가는 내려오기 마련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은 상장기업 경영진이 주주에게 경영 목표와 환원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실제 투자자가 주목하는 기업들의 특성을 보면 그동안 투명한 주주정책을 운용하기 위해 노력한 기업이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는 기업 밸류업 정책의 기대감으로 주가가 순식간에 20%나 급등했다. 현대차는 2024년 초 주주 간담회에서 12조4천억원을 투자하고 남은 현금이 2.5조~4조원이 될 거라고 발표했다. 또 벌어들인 순이익의 최소 25%를 배당하기로 했고,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1년에 네 번 분기별 배당을 하기로 했다.
어떻게 투자해서 얼마를 벌지, 번 돈을 어떻게 배당으로 받을지를 알면 기업의 적정 가치를 평가해 투자할 수 있다. 물론 예상보다 더 많은 순익을 올릴 수도 있고 그러면 주가는 더 많이 오를 것이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한 2020년, 현대차는 중간 배당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경영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팬데믹 상황에서 무조건 배당하는 것은 오히려 제대로 된 경영 판단이 아니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주주정책 수정은 오히려 신뢰를 높인다.

모범 보인 현대차와 메리츠금융
메리츠금융도 주주환원율 50% 정책을 선언하고 꾸준히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진행한 결과 최근 1년 주가가 70% 넘게 올랐고, PBR도 1배를 넘어섰다. 금융업종의 평균 PBR이 0.3배 수준임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다.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은 “대주주의 1주와 개인 주주의 1주는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 승계는 없다”며 투명한 주주정책을 약속했고,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던 시장도 점차 메리츠금융을 향한 신뢰를 높이고 있다.
여전히 냉소적 반응도 있다. 일부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마치 모든 지분을 가진 사람처럼 마음대로 경영한 기업이 하루아침에 바뀔 리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은 ‘옥석 가리기’를 할 기회일 수 있다. 정상적 주주정책이 무엇인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제대로 주주정책을 운용하는 기업이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기업은 스스로 반성문을 쓰도록 해야 하고, 이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 자본시장에서 ‘정상’이 무엇인지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것만으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상당히 해소될 수 있다.

* 권순우는 경력 15년의 현직 기자다. 금융, 산업 등 다양한 영역을 취재하며 생생한 현장을 전한다.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머니투데이방송>을 거쳐 현재는 <삼프로TV>에서 ‘압도적 권순우: 압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격변과 균형> <수소전기차 시대가 온다>가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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