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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중심 행정, 숨 못 쉬는 NGO
[집중기획] 중국의 톱다운 기후위기 대응 ① 국가 주도 문제점
[166호] 2024년 02월 01일 (목) 시판 양 economyinsight@hani.co.kr

 

   
 

중국의 녹색 전환 이상과 현실 사이
전세계에서 중국은 석탄을 압도적으로 제일 많이 소비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1년 봄 석탄 소비를 엄격하게 통제하겠다며 녹색에너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기대가 있었다. 선거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정부라면 친환경 전환을 톱다운 방식으로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지난 2년간 폭염으로 전기 수요가 급증하자 중국 정부는 석탄 투입을 다시 늘렸다. 남미의 가이아나에선 세계 최대의 민간 석유·가스 다국적기업인 엑손모빌이 막대한 매장량의 석유를 발견해 채굴하고 있다. 화석연료가 다시 날개를 달고 있다. _편집자

시판 양 Xifan Yang <차이트> 기자

   
▲ 중국 중부 양쯔강 고원에 자리한 223가구의 소규모지자체인 좡상은‘중국 최초의 탄소제로 시범마을’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있다. 하지만 외국 언론의 취재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중국에너지재단 누리집

중국 국영언론 보도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중국 산시성 루이청현에 있는 좡상보다 더 기후친화적인 곳은 없을 듯하다. 중국 중부 양쯔강 고원에 자리한 223가구의 소규모 지자체인 좡상은 ‘중국 최초의 탄소제로 시범마을’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있다. 중국 언론은 석탄난로가 전기난로로 교체되고 태양광 시설이 설치되는 이 시범마을을 줄기차게 보도한다. 유엔개발계획(UNDP)도 좡상의 에너지 전환을 칭송한 바 있다. 좡상은 말 그대로 ‘모범적 마을’이다.
<차이트> 현지 직원과 특파원으로 구성된 취재진은 관할 지자체에 팩스를 보냈다. “저희 독일 주간지 <차이트>는 중국 지자체들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보도하기 위해 귀 지자체를 방문하고자 합니다.” 지자체는 며칠 뒤 “존경하는 독일 언론의 현지 방문은 현재 유감스럽게도 어려울 듯합니다”라는 답신을 보냈다.

시범마을 좡상의 속살
<차이트> 취재진에는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취재진은 포기하지 않고 추후 방문은 가능한지 유선전화로 다시 물었다. 한 공무원이 추후 방문도 어렵다고 답했다. 태양광 패널 기술자가 자리를 계속 비워 어렵다는 것이다. 외국 언론의 지자체 방문은 유감스럽게도 원칙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차이트> 취재진은 공식적으로 방문을 거부당했지만, 혹시 모를 행운을 바라며 좡상으로 향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각이 잡힌 장미 울타리로 둘러쳐진 마을 어귀에는 “행운은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말을 새긴 청동 푯말이 세워져 있다. 이곳의 대다수 농부는 오래전부터 전통적 황토 건물이 아닌 시멘트 건물에서 거주한다. 주택 3채 가운데 1채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됐다. 동네 외곽에도 173m 길이의 태양광 설비가 설치됐다.
공식 정보에 따르면, 좡상은 매년 석탄 800톤(t)과 탄소배출량 2450t을 절감한다. 이는 평균치 가솔린 자동차로 세계일주 약 500회를 하면서 생기는 탄소배출량과 맞먹는다. 전기자동차와 전기자전거는 쉼터 충전소에서 충전할 수 있다. 범람원 위로 맑은 공기가 상큼했다. 좡상은 한 폭의 그림 같은 곳이다.
60대의 ‘명예 동장’이 집에서 나온다. 취재진이 먼저 말을 걸자, 그는 자신의 사과 과수원과 대도시로 떠난 아들들 얘기를 들려줬다. 취재진은 ‘기후변화가 혹시 걱정되는지’ 동장에게 물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제 나이가 얼마인데 그런 것은 더는 걱정되지 않습니다!” 국영언론 보도에 따르면 마을의 전체 내연기관자동차가 폐차 처리됐다. 하지만 동장은 아직도 디젤 트랜스포터와 디젤 트랙터를 몰고 있다. “두 대 모두 최근에 구매했다. 내연기관차를 퇴출한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된다.”
어느 집 앞에 “에너지혁명의 선도적 가구”라고 쓰인 초록색 펼침막이 걸려 있다. 우리는 이 집에 사는 장씨에게 어떻게 이런 호칭을 얻었는지 물었다. “그들이 펼침막을 가지고 돌아다닐 때 마침 우리 집이 첫 집이었다.” 장씨 부부가 사는 집의 지붕에 태양광 패널 50개가 설치돼 있다. 여기서 생산한 전력 일부는 장씨 집에서 소비하고, 나머지 전력은 공공 전력망으로 들어간다. 부부는 대가로 연간 130유로(약 19만원) 상당의 고정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탄소제로 시범마을의 주민들은 기후위기에 상당히 무관심하고 심드렁해 보인다. “젊은이들이 새로운 구상이 있다고 하니 ‘한번 같이 해보라’고 공산당 지도부가 말했다”고 장씨는 전했다.
여기서 ‘젊은 사람들’은 정확히 누구인가? 누가 탄소제로 시범마을 프로젝트를 시작했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후속 프로젝트를 계획했는가? 취재진의 질문에 관할 당국은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았다. 좡상의 태양광 기술을 개발한 업체 부사장은 처음에는 인터뷰를 흔쾌히 수락했다가 나중에는 거절했다. 우리가 지자체 당국 앞에서 무작정 기다린 끝에 마침 모습을 드러낸 당서기에게 ‘지자체에서 왜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는가’라고 이유를 묻자, 당서기는 초조해하며 취재진을 떨쳐냈다. 그나마 당서기는 취재진에게 주변 관광지를 추천해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중국 경제의 친환경 전환을 최대 국정과제로 선포했다. 중국 언론은 앞다퉈 중국 경제의 친환경 전환을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심지어 홍보 캠페인을 벌여, 중국 곳곳 도로 광고판과 도로 차단막 구간에 친환경 인공잔디와 잔디카펫을 깔고 있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곳에는 ‘지속적 개발’ ‘녹색 환경보호’ 혹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등의 구호가 적힌 펼침막이 내걸린다.
전세계의 31%를 차지할 정도로 탄소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중국이 친환경으로 전환해낼지는 지구 미래가 걸린 문제다. ‘권위주의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보다 기후위기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다’는 명제에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50~69살 유럽인의 3분의 1 이상이, 그리고 29살 미만에서는 절반 이상이 공감했다. 기후보호는 개인의 일상과도 깊숙이 관련됐고 동시에 인기가 없는 정책이어서, 정부가 과감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현대적 고층아파트를 지을 계획을 세우면, 손쉽게 농경지에 거주하는 사람을 강제 이주시켜버린다. 공공질서 확립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디지털 감시체계를 만들어버린다. 이를 위해 공공장소에 얼굴 인식용 카메라를 설치하는 식이다. 그리고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도시 전체도 그냥 봉쇄해버린다. 이런 국가라면 기후위기 극복에 필요한 것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해내지 않을까? 몇 년에 한 번씩 선거로 국민의 선택을 받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정부라면 친환경 전환을 톱다운 방식으로 해낼 수도 있지 않을까?

   
 


강압적 기후보호 정책
‘중국 최초 탄소제로 시범마을’에서 남서부 방향으로 760㎞ 떨어진 곳에 50대 초반의 한 남성이 호숫가에 서 있다. 남성 뒤로 초록색 구릉이 평화롭게, 앞에는 호수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중국 장시성 북부에 있는 포양호는 중국 최대 담수호다. 여러 지류로 인해 포양호는 강수량이 많은 아열대 기후의 여름이면 위험수위까지 물이 차오른다. 독일 최대 호수 보덴호는 포양호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여름에 위험 수준으로 올라간 포양호의 수위는 가을이면 다시 안정적으로 내려가고, 다시 수많은 작은 호수로 변모한다. 포양호는 지난 수천 년간 이를 거듭했다.
이 남성은 자연보호 운동가다. 그는 자신을 기사에서 가명으로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 취재진은 그를 양추둥이라고 불렀다. 그는 취재진을 안내하면서 몇 분에 한 번씩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검은 옷차림의 두 남성이 갑자기 나타나 취재진을 뚫어질 듯이 계속 바라봤다. 그중 한 남성은 동행하는 두 여성이 누구냐고 다짜고짜 양추둥에게 주차장에서 물었다. 그러고는 두 남성은 갑작스레 나타났던 것처럼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양추둥이 쓴 야구모자에는 양쯔강 상괭이처럼 보이는 동물의 형상이 수놓아져 있다. 작은 눈과 아기 같은 얼굴형, 웃는 입모양 등으로 중국에서 ‘미소 짓는 천사’라는 별명을 가진 세계 유일의 민물고래 양쯔강 상괭이이다. 양쯔강 상괭이는 포양호와 인근 하천, 특히 양쯔강에만 서식한다. 양추둥은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만 해도 강에서 수영할 때면 심심치 않게 상괭이떼를 목도했다고 한다. “때로는 10마리나 20마리가 떼로 몰려다녔다.” 양추둥은 학교 졸업 뒤 해안의 대도시로 떠났고 오랫동안 금융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10여 년 전 일하던 회사가 부도나면서 그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는 할 일을 찾다가 양쯔강 상괭이를 보호하는 소규모 비정부기구(NGO)에 가입했다.
실제 양쯔강 상괭이는 긴급보호 대상이다. 양추둥은 매주 여러 차례 망원경과 카메라, 메모지를 들고 어선을 빌려 양쯔강을 둘러본다. 그때마다 그는 양쯔강 수면 위로 배가 뒤집힌 채 죽은 상괭이를 목격한다. 낚싯바늘에 몸이 찢기고 그물에 걸려 죽은 상괭이가 적지 않았다. 콘크리트 생산용 모래를 실은 화물선 프로펠러에 빨려 들어가 죽은 상괭이도 있다. 당시만 해도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7~9%였다. 상괭이가 높은 경제성장률의 대가를 고스란히 치렀다. 양쯔강 상괭이의 개체수는 꾸준히 줄어, 관할 당국의 2017년 통계치에 따르면 1012마리에 불과했다.
양추둥은 양쯔강 상괭이 현황 보고서를 학계와 국가기관에 발송했다. 이후 시진핑 주석이 포양호와 양쯔강의 생태계가 망가지는 것을 막자고 직접 호소하자 관련 대책이 순식간에 실행됐다. 학계는 양쯔강 상괭이 보호구역을 지정했고, 사육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포양호 전 지역에 10년간 양쯔강 상괭이 포획 금지령을 내렸다. 공무원들은 강가 마을에서 집마다 뒤지면서 어선과 그물을 압류했다. 어부 10만 명 이상이 한순간에 실직자로 전락했다. 한 어부가 취재진을 붙잡고 하소연했다. “공무원들은 우리더러 집으로 가라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에게 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세간의 평가와 별개로 시 주석은 기후·자연보호를 심각하게 생각한 중국 최초의 국가주석이다. 시 주석이 중국은 가파른 경제성장으로 “환경 부채를 축적했다”고 언급한 것도 이미 수십 년 전이다. 시진핑은 저장성 당서기 시절에 이미 삼림을 조성하고 강바닥 재자연화, 더러운 공장 폐쇄 등을 추진했다. 시진핑이 2013년 국가주석 자리에 오른 뒤, 중국 대도시들의 공기는 과거보다 깨끗해졌다. 일부 산업지구는 환경규제가 엄격해 차라리 국외 이전을 선택한 기업이 있을 정도였다. 시 주석 아래 중국은 전세계 나머지 국가들을 모두 합친 액수와 비슷하게 신규 태양광·풍력발전 단지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023년 한 해 중국의 태양광에너지 생산 증가량은 미국이 생산할 수 있는 태양열 총전력용량보다 더 많다.
2023년 11월30일 두바이 세계기후회의(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개최 몇 주 전, 핀란드에 기반을 둔 저명한 기후 싱크탱크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Centre for Research on Energy and Clean Air)는 2024년부터 중국의 탄소배출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이 이제 ‘구조적 탄소배출량 감소’가 시작되는 지점에 도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바이 세계기후회의에서 중국을 포함한 전체 참가국은 화석연료 에너지시스템의 전환과 203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충 등의 내용을 담은 ‘UAE 컨센서스’를 채택했다.
포양호에 관한 중국 정부의 강압적인 톱다운 정책이 양쯔강 상괭이 개체 보호에 일단 긍정적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관할 당국은 양쯔강 상괭이 개체수가 23% 증가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한 바 있다. 자연보호 운동가 양추둥도 양쯔강 상괭이 개체수가 증가세에 있으며, 최소한 줄어드는 추세에는 제동이 걸렸다고 판단한다. 실직한 어부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겠지만, 양쯔강 상괭이들과 이 문제를 세상에 알린 양추둥의 NGO에는 적어도 반가운 상황이 아닐까?

   
▲ 시진핑이 국가주석에 오른 뒤 중국 대도시들의 공기가 과거보다 깨끗해진 것은 사실이다. 2016년 12월 중국 베이징의 거리가 스모그로 뒤덮여 있다. REUTERS


시민 역할 배제
그러나 상황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관할 당국은 양추둥의 NGO를 해체했다. 양쯔강 상괭이 펼침막으로 전면을 감싼 조그마한 NGO 건물은 중국 정부가 인수했다. 관할 공무원들의 첫 공무집행은 양쯔강 상괭이 펼침막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전체적인 그림을 바라보기, 손주들의 미래를 위해 계획하기”라는 시 주석의 말을 펼침막으로 제작해 건물에 부착한 것이었다.
이 메시지가 전달하는 바는 분명하다. 중국에서는 국가가 미래를 직접 담당한다는 것이다. 기후·자연보호는 기술관료의 일이고, 양추둥 같은 적극적인 기후활동가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시민이 고민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기후·자연보호는 개인 차원의 일이 아니며, 또한 국가가 비판받을 일도 아니라는 뜻이다.

ⓒ Die Zeit 2023년 제53호
Kann man Klimaschutz befehlen?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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