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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전력 치솟자 석탄 투입 급증
[집중기획] 중국의 톱다운 기후위기 대응 ② 빛바랜 탄소제로 선언
[166호] 2024년 02월 01일 (목) 시판 양 economyinsight@hani.co.kr

시판 양 Xifan Yang <차이트> 기자

   
▲ 중국은 광활한 국토에 비해 석유나 가스 채굴량이 적어 ‘나이는 먹었지만 믿음직한’ 석탄을 언제든 투입할 준비를 한다. 중국 장쑤성 롄윈강 항구의 화물터미널에 수입한 석탄이 쌓여 있다. REUTERS


문제는 기후위기 대응이 ‘미소 짓는 천사’라는 별명을 가진 양쯔강 상괭이 보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후위기가 단순하지 않고 복잡다단한 사안이라면? 어부에게 고기잡이를 금지하거나 화물선의 양쯔강 통행을 금지하는 것은 차라리 손쉽다. 하지만 주샤오융(41) 등 중국 정부에 필요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차이트> 취재진은 중국 중부의 산시성 선무에 있는 주샤오융의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일단 옷에서 검은 먼지를 털어내야 했다. 이곳에선 검은 입자가 공기 중에 떠다니고 있다. 주샤오융은 취재진에게 차를 권했다. 빳빳하게 다린 셔츠 차림의 주샤오융은 아주 큰 책상에 앉아 있다. 그의 자리 앞에는 영수증 다발이 있고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린다. 책상 옆 진열장에는 도수 높은 술이 가득 진열됐다. 알코올은 ‘검은돈’, 즉 석탄 사업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한다.
주샤오융은 언론에 실명을 노출했다가 중국 당국에 불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한 가명이다. 그의 사무실은 이 지역의 수많은 광산 중 한 곳과 연결되는 진입로 앞에 있다. 이 지역에서는 1982년 역청탄이 약 900억톤(t) 발견됐다. 전세계에서 이 정도로 역청탄이 매장된 지역은 찾아보기 힘들다.

   
▲ 중국에서 지난 2년 동안 가뭄이 지속되면서 특히 수력발전소가 많은 지역이 전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쓰촨성 닝난현과 윈난성 차오자현 사이에 있는 바이허탄 수력발전소의 모습. REUTERS

석탄은 ‘믿음직한’ 선수
광산 입구에는 수많은 화물트럭이 역청탄 운송을 기다리기 위해 일렬로 서 있다. 화물트럭에 실린 역청탄은 중국 전국의 발전소, 철강공장, 코크스 가공 공장으로 운송된다. 주샤오융은 발전소·공장과 광산업체들 사이에 일종의 브로커로, 석탄 판매를 중개한다. 석탄 소비량이 늘어날수록 그에게는 좋은 셈이다.
특히 2020년 말 중국이 코로나19 발생 기원을 놓고 다툼을 벌이다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석탄 수입을 중단하면서 그의 석탄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당시 중국에서 석탄 가격은 t당 약 300유로였다. 주샤오융은 t당 수수료를 4유로에서 최대 6유로까지 받았다. 현재 호주 석탄 수입 금지 조치는 해제됐고, 수입 석탄이 중국에서 다시 유통된다. 그러면서 중국 내 석탄 가격은 3분의 2가량 급락했다.
주샤오융에게 석탄 판매는 먹고살기 위한 생업이다. 선무 광산에서는 현재 역대 최고로 많은 규모의 역청탄을 채굴한다. 가장 더러운 화석에너지원인 석탄이 중국에서 지금 날개를 달고 있다. 핀란드 기후 싱크탱크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Centre for Research on Energy and Clean Air) 등 전문가들이 제시한 중국의 향후 탄소배출량 감소 추세는 석탄에너지로부터의 대대적인 전환을 전제로 한다. 선무 역청탄 매장 지대에서 채굴량이 줄고 신규 화력발전소를 승인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중국의 탄소배출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치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개인적으로 친환경 마인드의 소유자이고 신규 태양광 및 풍력발전소 설치, 대대적인 친환경 기후보호 캠페인에도 중국에서 석탄 사용량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그 첫 번째 답은 지리에 있다. 중국의 거대한 영토는 유럽 전체 크기와 맞먹는다. 대다수 태양광·풍력 설비는 인구밀도가 낮은 중국 서부 지역에 밀집됐다. 대도시는 중국 동부 해안에 집중됐다. 즉, 수천㎞ 거리를 송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초고압선을 세우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순식간에 해치우는 중국에서도 초고압선 건설은 어쩔 수 없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다. 그리고 이미 초고압선이 깔려 친환경 전력이 송전되는 곳에서도 상당한 거리로 인해 전력 손실이 꽤 발생한다. 따라서 풍력·태양광 전기의 안정적 송전을 위한 보완책으로 수많은 신규 화력발전소가 승인되고 있다. 고비용을 감수하고 설치한 초고압선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광활한 국토에 비해 석유나 가스 채굴량은 적은 편이다. 중국에서 석탄은 비유하자면 나이가 먹었지만 여전히 경기에 투입되는 운동선수와 같다. 성실하고 믿음직하고, 항상 경기에 뛸 준비가 돼 있다. 그래서 이 선수는 원한다면 경기에 오랜 시간 투입되기도 한다. 중국은 2022년 말 재생에너지가 이미 총 전력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하지만 2022년 실제 전력 소비량의 3분의 1만이 재생에너지에서 나왔다. 원전은 5%였고, 석탄은 거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전력 송배전망이 충분히 갖춰지고 전력 저장 기술이 진일보한다면, 석탄 소비량은 줄어들 수 있다. 한 가지 문제점만 없다면 말이다. 그 문제는 바로 기후위기다.
국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여성 앵커는 2023년 7월 저녁 뉴스에서 “폭염으로 중국 전국 송배전망의 급격한 과부하가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수백만 명이 폭염으로 에어컨을 가동했다. “전력공사는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어 국가석탄협회 대변인이 방송에서 2022년 여름보다 2023년 여름에 석탄으로 생산한 전력 소비량이 늘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다음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화물용 항구를 자세히 보여준다. 항구에는 석탄을 실은 화물트럭 한 대가 지나가고 있다. 그다음 장면에서 석탄을 가득 실은 화물열차가 지나간다. 방송 어디에나 온통 석탄이다. 방송에서 ‘탄소배출’이란 말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전세계적으로 중국만큼 석탄을 많이 채굴하고 수입하고 소비하는 국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2023년 여름 베이징은 일기예보가 시작된 이후 최장기간 폭염을 기록했다.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기온이 최대 52.2도까지 올라갔다. 이전 2년간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22년 수개월째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던 포양호의 수위가 크게 낮아졌고, 모습을 드러낸 바짝 마른 호수 바닥은 마치 물 한 방울 찾아볼 수 없는 우둘투둘한 달표면을 연상시켰다. 포양호 바닥에서 말을 타고 다니거나, 지프차로 카레이싱을 하는 방문객도 있었다. 한 전직 어부는 모래톱에서 상괭이 사체를 봤다고 했다. “관할청은 인터넷에 상괭이 사체 사진 포스팅을 금지했다.” 인터넷에서 이런 사진이 돌아다니면 양쯔강 상괭이 개체수 증대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다 하는 국가 이미지에 걸맞지 않다는 것이다.
전력 상황은 지난 2년 동안 특히 수력발전소가 많은 지역에서 압박받았다. 가뭄이 지속되면서 여기저기 강바닥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의 중국 전역에서 정전이 일어났다. 병원들은 비상체제로 운영됐고, 공장들은 가동을 멈췄다. 반면 석탄 브로커 주샤오융의 사업은 활황이었다. “대규모 석탄발전소는 보통 대규모 광산업체와 고정 계약을 맺고 있다”고 주샤오융은 그 이유를 설명했다. 겨울철 전력·난방 수요는 장기적으로 예측이 가능하다. 반면 폭염 등으로 전력 수요가 갑작스레 급증할 때는 수많은 전력공사가 바로 추가 전력 확보에 들어가야 한다. 이 경우 자신을 찾는 곳이 늘어난다고 주샤오융은 말한다.
그의 사무실을 나오자, 취재진의 시선은 언덕의 광산 사이에 설치된 “깨끗한 강과 푸른 산은 금과 은으로 가득 찬 산만큼 가치 있다”는 문구가 적힌 거대한 표지판에 꽂혔다. 시 주석의 유명한 시적인 기후보호 슬로건이다. 석탄을 가득 실은 화물트럭과 화물기차가 쉴 새 없이 굉음을 내며 지나간다. 공기 중에는 검은 먼지가 둥둥 떠다닌다. ‘탄소제로 라이프’라고 적힌 펼침막이 바람에 휘날린다.

석탄은 에너지 생산의 “핵심 토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에서 채택한 기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 주석은 “석탄 소비를 엄격하게 통제하겠다”고 2021년 봄 공언했다. 그로부터 불과 반년이 흐르고 여름의 정전 위기를 건넌 뒤, 중국 어디에서도 ‘석탄 소비 통제’라는 말을 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시 주석은 “석탄이 에너지 생산의 핵심 토대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중국은 양쯔강 상괭이야 아무래도 상관없고, 에너지원 석탄을 아직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중국은 막강한 단일 정당이, 그리고 더욱 막강한 한 지도자가 통치하는 단일체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모순과 대립하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중국이라는 국가를 이해하기 더욱 힘들어진다.
선무 등의 지역에서는 석탄산업과 유착된 지역 정치인들이 돈벌이 수단인 석탄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물론 화석에너지와의 과감한 결별을 오래전부터 시도하는 지역 정치인들도 있다. 석탄을 실은 화물트럭들이 선무를 출발해 국도 G336을 타고 내몽골을 거쳐 끝없이 늘어선 소나무를 지나간다. 소나무는 탄소를 흡입하고 고비사막의 확장을 막는 역할을 한다. 시선이 닿는 수평선 어디에나 풍력발전기와 거대한 태양광 설비가 펼쳐져 있다. 오래전부터 태양광 패널을 전세계에 수출하는 중국 태양광에너지 업계는 관련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래서 국제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앞으로 몇 년 동안 기존 화석에너지를 대변하는 ‘과거’와 신규 재생에너지를 대변하는 ‘현재’의 대립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중국이 적기에 기후중립을 이루고 중국 정부가 파리협정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중국 정부는 미래를 위해 과거와의 대립을 해결해야 한다. 중국이 올바른 편에 서도록 평범한 일반 시민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 Die Zeit 2023년 제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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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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