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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과 기업 거짓 홍보 감시 나서
[집중기획] 중국의 톱다운 기후위기 대응 ③ 꿈틀대는 풀뿌리 움직임
[166호] 2024년 02월 01일 (목) 시판 양 economyinsight@hani.co.kr

 
시판 양 Xifan Yang <차이트> 기자

   
▲ 2023년 4월19일 중국 상하이오토쇼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샤오펑자동차의 전기자동차를 둘러보고 있다. 중국은 최근 최대 전기차 수출국으로 등극했다. REUTERS

중국의 일당 통치는 오랫동안 일종의 거래로 작동됐다. 중국 지배자들은 국민에게 오랫동안 단순하면서도 불문의 거래를 제공했다. ‘당신들이 자유를 포기하고 우리가 정권을 잡게 해준다면, 그 대가로 우리는 당신들에게 부와 안락한 삶을 약속하겠다’는 게 거래의 핵심이다. 이 거래는 지난 몇 년 동안 점점 느슨해졌다. 거래의 토대가 되는 가파른 경제성장은 더는 기대하기 힘들며, 중국 경제가 팽창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따라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억압과 권위적 통치에 더욱 기대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인에게 최소한의 안정감과 안락함을 제공하면서, 국가가 모든 상황을 통제한다는 믿음을 주려 안간힘을 쓴다.
이는 중국 인구 14억 명이 원하는 것에 중국 정부가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가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포기한 것도 중국 전국에서 들불처럼 번졌던 중국인들의 시위 때문이었다.
중국 정부가 석탄을 놓지 못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혹시 모를 대정전으로 중국인들이 불안해할 수도 있다는 중국 정부의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시민이 소셜미디어, 대학, 거리에서 기후위기를 더 많이 언급하면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립서비스로만 그치는 메시지를 서둘러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다. 시 주석은 국민이 원하는 것을 무조건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 주석, 국민 요구 무시 못해
<차이트> 취재진은 중국인이 기후에 얼마나 민감한지 확인하기 위해 베이징의 중국과학원 지리과학·자원연구소(Institute of Geographic Sciences and Natural Resources Research)를 방문했다. 취재진이 찾은 한 사무실 공간의 절반에는 화분이, 나머지 절반에는 중국 기후학자들이 집필한 전문서적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중에서 아주 두꺼운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2022년 4쇄를 찍은 1177쪽 분량의 기후위기 국가평가서였다. 중국 기후학자 우사오훙은 이 서적의 수백 명에 이르는 공동저자 중 한 명이다.
이 책은 극적인 사실을 전한다. 중국과학원 지리과학·자원연구소 연구팀은 과거 일기예보와 각 지자체의 연대기 등 사료를 일일이 대조했다. 그 결과 중국은 산업화 이후 기온이 1.2~1.5도 상승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온 상승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평균 1.1도였다. 우사오훙은 “중국의 기온 상승률이 더 높은 이유는 지금까지 규명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폭염과 가뭄, 태풍과 폭우, 홍수와 산사태 등은 지리적 위치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최대 탄소배출 국가인 중국은 동시에 탄소배출의 최대 희생양이기도 하다.
이 책은 중국에서 관련 학계 외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전자책으로도 판매되지 않고,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재집필된 개정판도 없다. 그리고 책 가격이 무려 약 100유로(약 14만5천원)에 이른다. 마치 중국 정부가 이 책을 일반인이 최대한 읽지 못하게 온갖 훼방을 놓은 듯하다. 중국 정부는 관련 연구를 지시하기도, 기후 주제를 심각하게 여긴다는 캠페인을 펼치기도 한다. 동시에 점점 다가오는 기후재앙을 대중에게 최대한 함구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도 하다.
<차이트> 취재진은 중국 국민이 극단적 날씨의 여파를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지 않냐고 우사오훙에게 물었다. 우사오훙은 이 질문에 극도로 말을 아꼈다. 겨우 입을 연 그는 온갖 추상적 표현을 동원했다. “인구, 산업, 농업 및 생태학에 중간 정도 내지 심각한 파장”이 있으며, 긍정적 결과와 부정적 결과를 비교하면 부정적 파장이 더 크다는 식의 답변을 내놓았다.
중국 정부는 학자들에게 기후위기 주제에 관해 최대한 말을 어렵게 하라는 암묵적인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중국 정부는 학자들에게 절대 암울한 예측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다. “일반 시민은 기후위기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고 우사오훙은 체념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리 학자들이 목이 쉬도록 경고해도, 기후위기에 대응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화제를 돌렸다.
당연히 2023년 여름 폭염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뜨거운 주제였다. 중국판 틱톡 더우인에서 시베리아 국경에 자리한 농장의 돼지 수백 마리 사체 사진이 크게 화제가 됐다. 농부들은 경작지가 말라 수확이 크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중국 남부의 한 농부가 물고기 집단 폐사만은 막으려 연못에 얼음 덩어리를 집어넣는 필사적인 몸부림의 영상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여러 장면이 맥락 없이 이어져 전체 상황을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중국 방송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페인과 그리스 등지의 폭염 희생자들을 오히려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중국 국영 통신사는 IPCC 보고서를 보도하면서도 중국 예측치는 누락하는 식이다. 중국 정부가 기후보호 필요성은 외치지만, 중국 언론은 기후위기와 기후재앙을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기후위기는 국외 문제일 뿐 중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이다.
중국에서 기후위기는 가족, 직장 동료, 친구 사이에서 대화 주제가 되지 못한다. 난방 방식을 놓고 열띤 토론을 방송하는 텔레비전 토크쇼나, 개인 경비행기 사용을 줄일 것을 부유층에게 촉구하는 신문 사설을 찾아볼 수 없다. 결과적으로 기후위기와 관련해 사람들을 안심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시도는 상당히 성공적인 것처럼 보인다.

   
▲ 중국에서 가파른 경제성장을 더는 기대하기 힘들게 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도 14억 명이 원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2023년 10월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 개회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REUTERS

글로벌 최대 자동차 수출국
항구도시 광저우 북동쪽에 중국 전기자동차 산업의 떠오르는 별 샤오펑자동차 본사가 있다. 샤오펑 본사의 쇼룸에는 힙합 음악이 울려퍼진다. 젊은 고소득층은 손에 카푸치노 일회용컵을 들고 스포츠실용차(SUV)와 스포츠카 쿠페를 둘러보고 있다. 샤오펑의 브라이언 구 사장은 분 단위까지 정확하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체크무늬 셔츠와 청바지 차림의 구 사장은 절제된 분위기를 풍기는 40대 후반의 남성이다. 샤오펑의 고객층과 관련해 구 사장은 “샤오펑이 트렌디하고 진보적 가치를 중시한다”고 밝힌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샤오펑 고객층에 환경문제가 가장 중요한 구매 요인은 아닐 것이다.”
환경과 기후에 관해서는 샤오펑 고객의 대다수가 배기가스 대신 깨끗한 공기, 자신의 건강과 삶의 질을 떠올릴 것이라고 구 사장은 말한다. 또한 그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성공 가도를 걷고 있으며, 중국 업체들이 진작부터 유럽과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견제를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구 사장이 언급한 중국 전기차 업체에는 비야디(BYD), 웨이라이(Nio), 리오토(Li Auto), 오라(Ora), 링크앤코(Lynk & CO·지리자동차 산하 브랜드), 메이주(MEIZU·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2023년 6월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제조업체 폴스타와 파트너십을 맺고 중국에서 판매하는 폴스타 전기차 전용 운영체제를 개발하기로 했다), 지커(Zeekr·중국 지리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하벨(Havel·중국 최대 SUV·픽업량 제조업체 창청자동차의 자체 브랜드), 링파오(Leapmotor), 샤오펑이 있다.
구 사장은 전기차에 관한 일체의 간소화된 행정절차, 전기차 구매 보조금, 충전 인프라, 중국 정부의 전기차업계 추가 지원책 등을 자랑스럽게 언급한다. 그리고 실제로 기술 발전과 개인 기업가 정신, 권위적인 톱다운 지휘 방식 등이 중국 전기차 산업의 견인차 구실을 한다고 말했다. 2023년 봄 상하이오토쇼 박람회장에 걸린 거대한 붉은 배너 문구처럼 “새로운 시대, 새로운 모빌리티 미래”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중국은 최근 글로벌 최대 자동차 수출국에 등극했다. 또한 현재 전세계 전기차의 절반이 중국 도로를 달린다. 중국 소비자가 의식하거나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이들은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 시 주석이 그렸던 것처럼 아무런 마찰 없이, 아무런 대립 없이 말이다.
그럼에도 중국의 기후위기 대응에는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차이트> 취재진은 취재를 마치면서 중국인 대다수가 기후위기를 향한 인식이 없는데 중국이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에서는 지구온난화를 언급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중국 지배층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시민사회는 없어도 된다고 믿는다. 중국 그린피스 직원은 80명이 넘지만 비정부기구(NGO)로서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중국에서 그린피스가 공공 캠페인과 구상을 펼치는 그림은 상상하기 힘들다. 중국에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 소속 회원은 ‘중국의 그레타’로 불렸던 상하이 출신 우훙이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우훙이의 학교 파업은 중국 국내보다 국외에서 더 관심을 받았다. 현재 그는 유럽에서 거주한다.
중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향한 의구심으로 이 기사를 끝맺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으려 한다. 중국에도 스스로 사고하며 결론을 도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티베트고원에서의 해빙에 관해 놀라울 정도로 자세한 설명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혹은 탄소배출량을 기후친화적 기술로 감축한다고 홍보하는 기업도 방문했다. 이들은 몰래 공장들을 둘러보고 검게 그을린 굴뚝과 서류를 촬영해 공장들이 은폐하던 불법 사항을 찾아낸다. 이들이 유럽에 살았다면, 이렇게 발견한 불법사항을 방송사에 넘겼을 수도 있다. 유럽의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대규모 사육장에서 고통당하는 닭이나 돼지를 촬영해 방송사에 영상을 전달했듯이 말이다. 혹은 자신들이 알아낸 추악한 진실을 직접 인터넷에 올렸을 수도 있다. 이렇게 이들은 이름을 알리고 자신의 활동으로 상을 받았을 수도 있다.
중국에서는 기후활동가들이 존재 자체를 거부당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는 담당 공무원과 접촉하는 일이 전부다. 해당 공무원이 공장주의 가까운 친구라도 된다면 기후활동가는 운이 나쁜 편이다. 구타당하거나 감옥에 가는 것을 원치 않는 기후활동가들은 아무런 후속 대책을 취하지 않을 것이다.
다수의 기후활동가는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내기를 원치 않는다. 특히 서구 언론과 접촉하기를 전혀 원치 않는다. 우훙이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나는 시위하지 않으며,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는다. 그냥 무언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원할 뿐이다.” 이후 경찰이 우훙이를 찾아가 독일 언론 특파원과 ‘사회운동’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던 이유와, 혹시 그가 무언가를 꾸미고 있지 않은지 물었다고 한다.
공장에 잠입한 적이 없는 30대 중반의 여성 허신은 기사에 자기 실명이 언급되는 것에 동의했다. 취재진이 광저우에서 허신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열대식물로 가득하다. 이곳은 한 부유한 여성 사업가가 설립한 첸허서취기금(千禾社区基金, Harmony Community Foundation)이라는 민간 재단이다. 원래 빈곤한 농민공과 다른 사회적 약자들을 지원하는 이 재단에 최근 소규모 기후팀이 만들어졌고, 허신이 기후팀을 총괄한다.

서구가 중국에 손가락질할 수 있나
허신과의 인터뷰는 취재진에 크게 도움이 됐다. 영국에서 환경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허신은 서구와 중국의 문제점을 모두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허신은 중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두고 농담한다. “공산당이 정권을 잡고 있는 한, 중국은 당연히 기후목표를 달성할 것이다. 어쨌든 공식 수치는 표면적으로는 맞을 것이다.” 유럽이 발표하는 통계치가 정확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유럽에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허신은 덧붙인다. 그는 서구인들이 중국인들보다 휴가를 위해 항공편을 훨씬 더 많이 이용하며, 육류를 훨씬 더 많이 섭취한다고 지적한다. 중국 탄소배출량의 최소 10분의 1은 노트북, 장난감, 의류에서 나온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런데 이는 중국인들이 자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인들이 사용하는 것이다.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에서 말이다.
“서구인은 기후위기 대응의 모범이 아니다. 그러면서 중국을 향해 손가락질한다. 우습지 않은가?”

ⓒ Die Zeit 2023년 제53호
Kann man Klimaschutz befehlen?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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