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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매장량에 엑손 사재기
[집중기획] 화석연료 광풍 ① 석유산업의 ‘엘도라도’ 가이아나
[166호] 2024년 02월 01일 (목) 주자네 괴체 economyinsight@hani.co.kr

 
기후변화에 대처하겠다는 모든 서약에도 인류는 어느 때보다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한다. 석유·가스 회사는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며 새 매장지 개발에 수백억달러를 투자한다. 남아메리카의 가이아나도 그중 하나다. 이 새로운 석유 붐을 막을 수 있을까.

주자네 괴체 Susanne Götze
클라우스 헤킹 Claus Hecking
<슈피겔> 기자
 

   
▲ 화석연료 업계의 큰 콘퍼런스 중 하나인 ‘에너지인텔리전스포럼’이 열린 영국 런던에서 2023년 10월17일 환경보호단체 ‘화석연료 없는 런던’(Fossil Free London)과 ‘오일머니 퇴출’(Oily Money Out) 소속 회원들이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여기 새로운 가이아나가 있습니다. 바로 석유를 가진 가이아나입니다!” 배가 인공섬을 향해 가는 동안 니컬러스 데이구(41)가 외쳤다. “엑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 새로운 섬의 주인인 데이구는 두 팔로 건설현장을 가리켰다. 3억달러가 들었지만 데이구의 돈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준설선은 축구장 24개 크기인 18헥타르(ha)의 땅을 단 몇 달 만에 만들어냈다. 남미 대서양 연안의 가이아나는 인구밀도가 낮고, 베네수엘라와 수리남 사이에 있다. 이 나라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해저에서 수만 톤(t)의 모래를 끌어올려 활기 없는 수도 조지타운 근처에 쏟아부었다. 맞은편 정글의 살모사와 아프리카화꿀벌 몇 마리가 ‘베시’(VEHSI)라고 부르는 이 인공섬으로 이주했다.
하지만 가이아나의 동물이 이곳에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섬에는 중장비의 연료인 디젤 냄새가 진동한다. 로드롤러가 모래땅을 평평하게 하고, 굴착기가 기초를 다지고, 크레인이 건설자재를 들어 올린다. 가이아나 최초의 심해항은 몇 달 안에 개항해야 한다. 이것이 인공섬의 유일한 고객이자 임차인이자 이곳에 돈을 대는 엑손모빌이 요구하는 바다.
 

   
▲ 이르판 알리 대통령의 가이아나 정부는 석유가 벌어다줄 엄청난 돈에 목말라 있다. 푹푹 파인 도로에 새로 아스팔트를 깔고 다리, 병원, 학교도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REUTERS


1등급 최고의 원유
세계 최대의 민간 석유·가스 다국적기업인 엑손모빌은 가이아나 사업가 데이구와 그의 파트너에게 투자금 전액을 선지급했다. 향후 몇 년간 임대료를 선지급하는 방식으로 무이자 대출을 했다. 엑손모빌은 가이아나 해안에서 200㎞ 떨어진 곳에 석유를 생산하기 위한 공급기지로 심해 항구가 절실히 필요했다. 엑손 경영자들과 가이아나 최고 정치인들은 되도록 빨리 채굴을 시작하기를 원했다. 기후보호 운동이 방해하기 전에 말이다.
가이아나는 석유산업의 엘도라도가 됐다. 2015년 200개국이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합의하기 직전, 가이아나 해안에서 막대한 매장량의 석유가 발견됐다. 1등급 ‘경질 원유’가 해저에 저장됐다. 유황이 적어 정제하기도 쉬운 최고의 원유였다. 이 발견은 이웃 국가의 탐욕을 자극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가이아나 일부 영토를 합병해 석유을 채굴하기 원한다.
엑손모빌과 가이아나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5년 안에 가이아나의 1인당 석유 생산량은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많아질 것이다. 그런데 가이아나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기후위기로 위협받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가이아나에선 석유를 지하에 묻어두자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이아나의 의사결정권자는 물론이고 데이구도 마찬가지다. 환경운동가조차 석유회사들이 현지 환경보호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자 석유 개발에 찬성한다. 하지만 석유 개발은 수십억달러 규모의 사업이다. 결국 엑손모빌의 승리다.
지난 몇 년간 인류는 진실로 화석연료와 헤어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레타 툰베리가 이끄는 운동이 수백만 명의 평범한 사람을 거리로 나서게 했다. 이들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를 “땅에 묻어두자”고 외쳤다. 각국 정부도 21세기 중반까지 자국을 탄소중립으로 만들겠다고 맹세했다. 코로나19로 수억 명이 출퇴근하거나 비행기를 타고 전세계 여행을 할 수 없게 되자, 유가와 주가는 급락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현대의 ‘블랙 골드’인 석유는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이 됐다.
지금은 어떠한가? 인류가 요즘처럼 화석연료를 많이 소비한 적은 없었다. 영국 런던에 있는 에너지연구소(Energy Institute)가 <슈피겔>을 위해 수집한 데이터가 이 사실을 증명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2022년 석유·석탄·천연가스를 합쳐 137조킬로와트시(㎾h)가 연소되고 사용됐으며, 이는 어느 때보다 많은 양이었다. “재생가능한 에너지 부문이 기록적인 성장을 보이지만, 여전히 전세계 에너지 수요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82%로 높다”고 에너지연구소 소장인 줄리엣 데이븐포트가 말했다. “에너지 전환이 충분히 빠르게 되지 않고 있다.”
전세계의 기온이 급상승하고 홍수와 산불은 점점 더 큰 재앙이 되고 있다. 게다가 그레타 툰베리를 중심으로 한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은 붕괴하는 것 같다. “현재의 에너지정책으로는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뿐더러 2도 목표도 놓칠 것”이라고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말했다. “현재 추세로는 2.4도 정도 상승할 것 같다.”
한편 석유, 가스, 석탄 회사들은 사업을 크게 벌이고 있다. 그리고 로비를 벌여 이 상황이 오래가도록 애쓰고 있다. 독일 환경보호단체 우르게발트(Urgewald)에 따르면, 그들이 분석한 700여 개의 석유·가스 회사 중 96%가 새 유전을 탐사하거나 개발하고 있다. 이 중 539개 기업이 현재 미개발 매장지에서 총 2300억배럴(1배럴은 159ℓ)의 천연가스와 원유를 추출하기 위해 일한다. 현재 전세계 석유 소비량의 6년치가 넘는 양이다.
이 글로벌 석유 광풍의 중심에 부패와 빈곤으로 얼룩진 가이아나가 있다. 인공섬의 새로운 주인인 데이구는 “어릴 때는 종종 먹을 빵도 구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조지타운에서는 기존 가이아나와 새로운 가이아나가 공존한다. 말이 끄는 수레가 스포츠실용차(SUV)에 추월당하고, 맥도널드 매장 옆에서 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도시 중심부에는 여기저기 손상된 식민지 시대의 목조주택 사이로 유리, 강철, 콘크리트로 지은 7층짜리 엑손 건물이 열대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 가이아나의 수도 조지타운에 있는 엑손모빌의 지사. 가이아나 해안에는 노르웨이와 영국의 매장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110억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는데 엑손모빌이 채굴을 주도한다. REUTERS


돈에 목마른 가이아나 정부
이 건물에서 많은 사람이 ‘가이아나의 왕’이라 부르는 남자는 같은 거리에 있는 천연자원부를 내려다볼 수 있다. 영국인인 알리스터 루틀리지(56)는 엑손의 지사장이다. 그는 “이는 지난 20년 이래 가장 중요한 석유 및 가스 발견”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엑손에 따르면 가이아나 해안에는 노르웨이와 영국의 매장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110억배럴의 석유가 매장됐다. 이 보물의 시장가치는 현재 최소 7500억달러(약 999조원)다.
가이아나 정부는 석유가 벌어다줄 엄청난 돈에 목말라 있다. 이 돈은 나라를 발전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푹푹 파인 도로에 새로 아스팔트를 깔고 다리, 병원, 학교도 건설해야 한다.
가이아나 정치인들은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이르판 알리 대통령은 최근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른 시간 안에 우리가 가진 것을 활용해야 한다.” 알리 대통령과 그의 국민은 더 엄격한 기후규제와 신기술이 중기적으로 전세계 석유 수요를 감소시키고, 그들이 가진 보물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이아나 정부는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기 위해 석유가 벌어들이는 돈에 의존하고 있다. 가이아나 국민 10명 중 9명은 대서양 연안에 거주하는데, 이들은 400㎞ 넘는 제방 뒤에 삶의 터전을 가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바닷물이 제방을 넘어 흘러들어와 토양을 망친다. 이 지역의 해수면은 세계 어느 곳보다 빠르게 상승한다. 조지타운은 수세기 동안 해수면 아래에 있었다.
조지타운은 과거 습지였던 곳에 네덜란드 식민지 개척자들이 운하와 배수로를 설치해 건설했다. 현지인들은 아직도 종종 이 지역에서 아나콘다를 잡는다. 조지타운은 세계에서 홍수에 취약한 도시 중 하나다. 정부는 내륙에 실리카시티(Silica City)라는, 높은 지대에 있는 새로운 도시를 계획하고 있다.
가이아나는 ‘손실과 피해’ 기금이 지금까지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 구상은 선진국이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에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했다. 2009년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에 연간 1천억달러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 금액은 아직 달성되지 못했다. 가이아나는 이 기금을 더는 기다리고 싶지 않다. 바라트 자그데오 가이아나 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가이아나가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석유·가스 부문에서 벌어들이는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형 석유회사들은 자사의 이익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한다. 엑손, 헤스(Hess), 중국해양석유집단유한공사(CNOOC)만 해도 가이아나 프로젝트에 최소 400억달러를 투자했다. 반면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2년 에너지산업 전체가 태양광·풍력 발전소와 같은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한 금액은 200억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전체 자본 지출의 2.5%에 불과하다.
업계는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거의 40배의 돈을 투자했다. 이미 검증된 사업모델이 잘 작동하고 있기에 다국적기업은 새로운 사업모델에 막대한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석유와 가스 산업은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순간에 놓여 있다”고 비롤 사무총장은 말했다. “기후위기를 부추기거나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동참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바람이 부는 2023년 10월의 런던 웨스트민스터의 아침, 인터컨티넨탈호텔 밖에서 보라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바로 옆 하이드파크에 구호가 울려퍼진다. “석유에 그만 투자하라!” 그레타 툰베리와 동료 운동가들이 외쳤다. 기후운동가들이 빽빽하게 줄지어 서 있었다. 그들은 이 고급 호텔의 입구를 막아섰다. 화석연료 업계에서 가장 큰 콘퍼런스 중 하나인 ‘에너지인텔리전스포럼’(Energy Intelligence Forum)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었다.
회의장 내부에서는 석유·가스 기업들의 회의가 시작된 지 오래됐고, 활동가들은 일정을 방해하지도 못했다. 푹신한 카펫은 그들이 외치는 슬로건을 삼켜버렸고, 거물들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회의를 진행했다. 기업들은 기후위기와 그들의 이익이 모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22년 화석에너지 기업 최고의 해
석유 대기업 사우디아람코의 최고경영자(CEO) 아민 나세르는 “문제는 화석연료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탄화수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과 관련됐다”고 주장했다.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같은 기술을 활용하고 효율성을 높이면, 원유와 천연가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전세계 에너지 수요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
많은 사람이 나세르와 같은 생각을 한다. 2022년은 많은 에너지기업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한 해였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에너지 위기로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엑손모빌, 셰브론, 비피(BP), 셸, 토탈에너지 등 서구의 석유·가스 대기업 ‘빅5’는 약 2천억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인 사우디아람코는 1611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그리고 몇 년 전만 해도 파산 위기에 처했던 세계 최대 민간 석탄 생산업체인 미국의 피보디에너지는 2022년에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렸다.

ⓒ Der Spiegel 2023년 제50호
Fluch der Karibik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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