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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 화석연료 광풍 ② 분위기 바뀌는 유럽 정치권
[166호] 2024년 02월 01일 (목) 주자네 괴체 economyinsight@hani.co.kr

 
주자네 괴체 Susanne Götze
클라우스 헤킹 Claus Hecking
<슈피겔> 기자
 

   
▲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새로운 유전이나 가스전을 개발할 필요성은 있지만 업계의 투자가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한다. REUTERS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에도 전세계 기업은 마치 기후변화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석유, 천연가스, 석탄을 계속 채굴했다. <슈피겔>의 데이터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가이아나 프로젝트나 서시베리아 북극 가스전 개발 등 70개 이상의 대규모 화석연료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각 프로젝트는 채굴되는 동안 최소 10억 톤(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리라 예상된다.
과학자들과 함께 프랑스 비영리단체인 데이터포굿(Data for Good)과 에클레르시(Éclaircies)의 지원을 받아, <슈피겔> 데이터 조사팀은 약 900개 기업의 석유·가스·석탄 프로젝트에 관한 데이터베이스, 연구, 연례보고서 속 정보를 평가했다. 최근에도 대규모 프로젝트 128개가 추가로 계획돼 있었다. 이런 에너지기업의 프로젝트가 모두 실행될 경우, 지구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남아 있는 ‘탄소예산’(잔여 탄소 배출량)의 거의 두 배를 사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석유와 가스 수요가 높기 때문에 생산량이 줄어든 오래된 유전이나 가스전은 새 매장지로 대체할 필요가 있을 수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 유전이나 가스전을 향한 업계의 투자는 “같은 수준의 생산량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 이산화탄소의 현무암 저장 기술로 특화한 아이슬란드의 스타트업 카브픽스(Carbfix)의 시설들이 아이슬란드 욀뷔스에 보인다. 그러나 화석연료 업계에서 칭송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기술인 ‘탄소 포집 및 저장’(CCS)이 만병통치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REUTERS

환경파괴자들, 보조금까지 받아
세계는 석유, 석탄, 가스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오랫동안 기후전문가로 일한 제임스 한센은 “화석연료는 너무 편리하다”고 말했다. 휘발유 1갤런(3.8ℓ)에는 성인이 400시간 동안 육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 양의 에너지가 들어 있다. 오늘날 인프라의 대부분은 이런 연료를 기반으로 한다. 발전소는 석탄으로 가동되고, 차량과 항공기는 디젤·휘발유·등유를 사용하며, 산업공정에는 천연가스가 이용된다. 게다가 이 환경파괴자들은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22년 전세계 정부가 이 보조금으로 1조달러 이상을 지출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화석연료 콘퍼런스 ‘에너지인텔리전스포럼’에서 프랑스 토탈에너지의 최고경영자인 파트리크 푸야네는 화석연료의 놀라운 세계에 대해 청중에게 열변을 토했다. 360억달러의 토탈에너지 순이익, 적어도 2030년까지는 석유·가스 사업이 성장하리라는 전망, 아프리카 나미비아 등에서 새로 발견된 매장지와 프로젝트 등에 대해서였다. “21세기에도 이렇게 풍부한 유전을 발견하고 채굴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푸야네는 호텔 밖의 성난 군중을 적으로 돌리지 않았다. “우리는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답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내놓은 답은 채굴 과정에서 메탄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온실가스로, 지금까지는 석유 생산 과정에서 일부를 대기로 그냥 배출했다. 푸야네가 메탄 배출을 줄일 방법이 있다면 실행해야 한다. 그 일을 하는 데 돈은 별로 들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또한 푸야네는 에너지 전환 추진과 수소 생산, 그리고 전기를 이동 수단 동력으로 사용하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우리가 오랫동안 석유와 가스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을 맡았던 술탄 아흐마드 자비르도 비슷한 주장을 한다. 자비르는 세계에서 12번째로 큰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의 최고경영자이기도 하다. ‘최대 에너지-최소 배출’은 자비르가 항상 언급하는 신조다. 하지만 그는 이를 어떻게 달성할지 정확히 설명하지 않는다.
업계에서 칭송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기술인 ‘탄소 포집 및 저장’(CCS)이나 흡입 장치로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걸러내는 방식이 만병통치는 아니다. 현재는 이 두 방법이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단 1%도 줄일 수 없다. 향후 이 기술을 광범위하게 사용하면 현재 전세계 전력 생산량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게 될 것이라고 국제에너지기구는 지적한다. 비롤 사무총장은 “업계는 2023년 CCS에 약 40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탄소배출을 상쇄하려면 앞으로 매년 지금보다 약 1천 배에 이르는 약 4조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일부 다국적기업은 사업모델을 바꾸는 대신,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투자한다. 미국 뉴저지주 럿거스대학 미디어학과의 멀리사 애론치크 교수는 “미국 홍보회사, 석유·가스 회사, 자동차 및 석유화학 산업체들이 함께 모여 지속가능성에 관한 캠페인과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화석연료 산업도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해결책의 일부라는 점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이 합의된 이래, 화석연료 회사들은 여기에 끼어들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의회에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 떨어진 곳에 ‘국제 석유·가스 생산자협회’(IOGP)의 유럽지부가 있다. 협회에는 셸부터 BP, 토탈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서구의 주요 석유·가스 회사가 속해 있다. 이곳의 화석연료 업체 로비스트들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선포한 ‘그린딜’(Green Deal)에 석유·가스 산업이 들어갈 충분한 공간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 알리스터 루틀리지 엑손모빌 가이아나 지사장은 “엑손모빌이 앞으로 30년 이상 가이아나에 머물 계획”이라며 가이아나 석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REUTERS

화석에너지 업계, 집요한 로비
협회는 “석유와 가스는 에너지 전환 과정과 그 이후에도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얼마나 오랫동안요?’라고 묻자 “수년 동안 그럴 것”이라는 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 로비단체는 필요한 경우, 아직 완전히 개발되지 않은 이산화탄소 저장 기술로 화석연료를 기후중립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후와 산업 목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달성하려는 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생각은 정계에도 점차 퍼지고 있다.
유럽 주요 소비국 중 여러 나라에서 화석연료를 선호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자국에 매장된 석유를 오랫동안 채굴하고, 100개 이상의 신규 채굴 면허를 발급하기를 원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기후규제를 ‘일시 중지’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독일에서는 기후위기 대응 재원을 크게 제한할 수 있는 연방헌법재판소 판결의 여파로 독일 정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네덜란드 총선에서 승리한 극우파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다양한 기후보호 조약과 법률을 “파쇄기에 넣어” 폐기하고 기후보호와 관련한 정부의 모든 지출을 중단하기 원한다. 스페인부터 프랑스, 독일에 이르기까지 극우 정당들은 기후보호에 반대하는 여론을 조장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헌신적인 기후담당 집행위원이던 프란스 티머만스가 같은 네덜란드 출신인 봅케 훅스트라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훅스트라는 한때 석유기업인 셸에서 일했던 인물이다.
가이아나는 거의 전적으로 화석에너지원에 의존한다. 수도인 조지타운 근처에는 가스 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엑손모빌은 석유를 생산할 때 부수적으로 나오는 가스를 이 발전소에 연료로 공급할 것이다. 이는 가이아나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쉽게 석유 채굴을 중단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 나라에는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가 거의 없으며, 투자자와 인프라도 부족하다. 알리스터 루틀리지 엑손 지사장은 “엑손모빌은 앞으로 30년 이상 가이아나에 머물 계획”이라고 기쁘듯 말했다.
석유회사들은 2016년 가이아나 정부와 상당히 유리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 생산 공유에 대한 합의에 따라 석유회사들은 생산량 중 가장 큰 몫을 지금까지 보장받았다. 공해상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지도 불분명하다. 현행법상 사업자는 최대 20억달러의 정화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환경운동가마저 석유회사 편으로
그럼에도 엑손을 비롯한 석유회사들은 가이아나에서 가장 유명한 환경운동가까지 자기편으로 만들었다. 아네테 아르준(59)도 처음에는 기업들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한 석유회사가 이 여성이 이끄는 환경보호단체를 지원한다. 아르준은 그 돈이 지역 환경과 원주민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영국·노르웨이·미국이 석유 생산으로 부자가 됐는데, 왜 가이아나는 석유를 지하에 묻어두고 가난하게 살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인공섬의 주인도 가이아나의 천연자원을 그대로 둬야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니컬러스 데이구는 서양인들이 이상한 관점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들은 환경보호를 원한다고 주장하면서도, 화석연료 사용을 멈추지 않는다.”
2023년 상반기에 가이아나 석유 생산량의 3분의 2에 가까운 양이 유럽에서 판매됐다. 그중 많은 양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운송됐다. 로테르담 항구에는 두 개의 대형 송유관이 독일로 연결돼 있다.

ⓒ Der Spiegel 2023년 제50호
Fluch der Karibik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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