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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인 양 전자담배 옹호 위장한 ‘말버러맨’
[ISSUE] 수상한 금연운동재단 FSFW
[166호] 2024년 02월 01일 (목) 마르코 에베르스 economyinsight@hani.co.kr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은 고객이 무연 니코틴 제품을 사용하기를 바란다. 이 제품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외관상 독립적인 듯한 어느 과학재단이 막대한 자금을 받고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르코 에베르스 Marco Evers <슈피겔> 기자

   
▲ '담배연기 없는 세상을 위한 재단’ 설립자 데릭 야흐는 한 세대 안에 과학이라는 수단으로 흡연을 종식하겠다는 대담한 목표를 세웠지만 필립모리스로부터 거액의 재정지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위장단체’ 논란에 휩싸였다. 유튜브갈무리

‘담배연기 없는 세상을 위한 재단’ (FSFW·Foundation for a Smoke- Free World)의 역사는 일부 담배산업이 어떤 수법을 사용하는지 보여준다. 좋지 않은 이미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과학·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말이다. 미국 뉴욕시에 본부를 둔 이 재단은 담배와 싸우는 것을 사명으로 삼으며 독립성과 정직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영국 바스대학 ‘담배규제연구그룹’의 테스 레그 같은 전문가들은 이 재단이 단지 외관상 독립적이고 공익을 내세울 뿐이라며, 무엇보다 재단 재정을 부담해주는 자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전형적인 ‘프런트그룹’(Front Group·위장단체)으로 간주한다.
2017년 9월 당시, 실현될까 의심이 들 만큼 좋은 소식이 있었다. 전세계 흡연 퇴치를 위해 설립된 미국 뉴욕의 한 재단이 10억달러(약 1조3천억원)를 매년 12차례 나눠 지원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전에 어떤 금연단체도 새로 설립된 FSFW 재단처럼 큰 금액을 약속받은 경우는 없었다.
그 대가로 이 신생 재단은 “한 세대 안에” 과학이라는 수단으로 흡연을 종식하겠다는 대담한 목표를 세웠다. 이는 재단설립자로 담배회사에 비판적 시각이 뚜렷한 데릭 야흐가 밝힌 목표다. 야흐의 선언은 (흡연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희망을 불어넣었다. 매년 800만 명 이상이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한다. 담배업계는 장기고객 2명 중 1명 이상을 죽인다.
2017년 재단의 희망적 선언 이후 어떻게 됐을까? 2029년까지 진행하기로 계획한 프로젝트는 모두 중도에 멈췄다. 금연재단 FSFW는 약속한 금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흡연자가 치명적 담배를 일제히 포기할 가능성도 없다. 많은 사람이 오래전부터 이 야심 찬 FSFW를 의심의 눈길로 바라봤다. 예상과 달리, 이 재단의 재정이 말버러, L&M, 체스터필드 등의 제조업체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이라는 단 한 곳의 스폰서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은 연간 6천억 개비 이상의 담배를 판매해 많은 돈을 번다. 미국 매사추세츠 서머빌의 한 편의점에 말버러 담배가 진열돼 있다. REUTERS

흡연 인구 13억 명
이 회사는 연간 6천억 개비 이상의 담배를 판매해 많은 돈을 번다. 경영진은 분명 사망자 수 때문에 괴로움을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PMI는 왜 자사의 베스트셀러 제품과 전쟁을 선포하는 재단까지 설립한 것일까?
재단 재정제공자인 PMI의 이해관계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PMI 누리집을 방문하면 웹주소를 잘못 입력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PMI는 말버러맨, 연기구름과 함께하는 카우보이의 낭만이나 자유로움을 찬양하지 않는다. 서구권에서 많은 비난을 받는 이 회사는 변화를 향한 의지로 자사를 정화한다고 소개한다. “담배는 박물관에나 있어야 할 물품”이라고 폴란드 출신의 PMI 사장 야체크 올차크(58)는 말한다. ‘말버러맨’이 가면을 쓴 것이다.
올차크의 자체 홍보에 따르면, 이 거대 담배회사는 자사와 전세계 흡연자들을 위해 ‘담배연기 없는 미래’를 향한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을 기울인다. 담배를 피우는 인구는 13억 명이 넘으며, 이 회사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구하려 노력하는 듯하다. 이는 자상한 배려처럼 들리지만 냉소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PMI는 인위적이고 계획적으로 중독성과 유해성을 높인 담배로 전세계 담배 문제를 야기한 사실을 은폐한다.
그런 PMI가 이제 모든 사람에게 시급히 금연할 것을 권고한다. 니코틴을 쉽게 끊지 못해 금연할 수 없는 사람은 전자담배나 자사의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Iqos)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분명 ‘더 나은 선택’이라면서 말이다. 금연재단 FSFW의 설립자 야흐도 이 메시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뇌에 니코틴을 전달하는 최악의 방법이 담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코스는 기본적으로 배터리가 내장된 플라스틱 튜브다. 이 속에서 특수한 담배 뭉치는 최대 섭씨 350도까지 가열되지만 타지 않는다. PMI에 따르면, 아이코스에서 나오는 에어로졸은 섭씨 800도 이상의 뜨거운 일반 담배연기보다 유해물질 함량이 훨씬 적다. 예를 들어 비소는 ‘90.5%’, 아크릴아마이드는 ‘82.7%’ 더 적다고 한다. 그러나 기업으로부터 독립적인 한 연구에 따르면, 이는 측정값 중 일부만 선별한 것이다. 다른 많은 발암성 화학물질의 농도는 아이코스에서 훨씬 더 높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것이 사용자의 건강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아이코스가 미래의 잠재적 베스트셀러가 될 것으로 본다. 적어도 고전적인 담배 제품이 점점 더 엄격한 규제에 직면한 부유한 국가에서는 말이다. PMI는 이 희망적인 제품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고 한다. 약 1천 명의 연구원, 엔지니어, 기술자가 스위스 뇌샤텔주에서 개선된 차세대 아이코스를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스틱 튜브인 아이코스가 실제로 담배로 인한 사망자 수를 줄인다면 회사전략가의 관점에서 이 제품은 ‘대박’이 될 것이다. 현재 흡연 중인 니코틴 중독자들은 아이코스의 ‘리필팩’이라고 불리는 ‘히츠’를 구입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 기존 흡연자 그룹에서 새로운 아이코스 고객을 모집하는 것이, 지금까지 가장 큰 타깃 그룹인 호기심 많은 10대와 젊은 성인층보다 쉬울 것이다. 시장조사에 따르면 흡연자들은 불을 붙여 피우는 담배보다 더 현대적으로 보이는 첨단기술제품(아이코스)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든 것은 아이코스 시장이 커지리라는 것을 의미하며, 그렇기에 과학의 모습을 한 금연재단 FSFW의 마케팅 지원은 PMI의 전략과 잘 들어맞는다. 기업 관점에서 볼 때, 거액의 재단지원금은 기부가 아니라 투자다. 최근 재단은 다시금 PMI에 우호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위험한 것은 니코틴이 아니라 담배연기 속에 든 다른 6천여 가지 물질로, 이 물질들이 아이코스에는 들어 있지 않기에 흡연자는 거리낌 없이 니코틴 중독 상태를 지속해도 된다는 것이다.

   
▲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은 금연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사의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로 전환하라고 권고하지만, 아이코스 사용이 건강위험 감소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없다. REUTERS

야흐의 변신
2017년부터 PMI가 갑자기 FSFW 설립자 야흐와 가까워진 것은 적어도 PMI한테는 독보적인 홍보 승리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야흐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보건기구(WHO)의 이사를 지냈으며, 오늘날까지 담배업계를 괴롭히는 획기적인 협약으로 2003년 채택된 담배규제기본협약(WHO 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의 핵심 설계자로 평가받는다. 183개국이 이 조약에 가입했는데, 담배산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담뱃세 인상, 담뱃갑에 충격적인 이미지 부착, 청소년 보호, 담배 광고 및 마케팅 금지 등 구체적인 최소한의 조처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오늘날 식당에서 깨끗한 공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야흐의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
이처럼 누구보다 담배규제에 공로가 큰 이 사람이 나중에 FSFW와 함께 사실상 PMI의 협력자가 됐다. 그가 왜 그랬는지 자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야흐는 2001년 <미국 공중보건저널>(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에 기고한 논문에서 담배회사에 매수되지 말라고 연구자들에게 호소하기까지 했던 인물이다. 그는 “담배산업의 진정한 의도에 무지한, 학구적 순진함은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담배업계의 조작이 어느 정도인지 폭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017년 11월 <슈피겔>이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당시 62살이던 야흐를 인터뷰했을 때, 그는 재단에 들어온 담배 관련 (거액의) 자금 때문에 고민하는 일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재단은 법률·인사·과학 업무 면에서 “PMI로부터 절대적으로 독립적”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국제 변호사가 재단의 정관을 면밀히 검토했고, 정관은 기업이 ‘어떤 영향력’도 재단에 행사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고 했다. 연구프로그램을 중단하거나 변경할 수 없고, 계약한 금액을 취소하거나 줄일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담배산업은 큰 변화를 겪었으나 야흐 자신은 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희망사항이었던 것 같다. 2021년 10월 재단책임자 야흐는 갑작스럽게 해임됐다.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 퇴임 이유는 그에게 있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재단의 독립성에 관해 PMI와 야흐의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PMI와 재단의 관계에 관한 계약서 문구가 실제로 변경됐다. 처음에는 야흐의 요청에 따라 PMI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020년 9월부터는 “부당한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문구로 바뀌었다. 그 문구의 의미가 무엇이든 말이다.
PMI는 합의된 연간보조금 8천만달러(약 1천억원)를 처음에만 지급했다. 2020년에는 4500만달러, 그다음해에는 4천만달러를 송금했다. 야흐가 떠난 뒤에는 매년 1750만달러만 보냈다. 2023년 9월, PMI는 2029년까지의 지급예정액을 모두 일시불로 정산하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FSFW는 어느 때보다 많은 1억2250만달러를 일시불로 받았지만 이후에는 더 이상 지급받지 못한다.
많은 비판자는 FSFW를 처음부터 PMI의 꼭두각시로 간주했다. WHO는 위험을 줄였다고 주장하는 니코틴 제품을 믿지 않는다며, 전직 이사였던 야흐와의 협력을 거부하라고 전세계에 촉구했다. 이에 응해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과학저널, 의학계 학회와 대학이 출판과 협력을 금지했다. 영국 바스대학의 테스 레그는 “새로운 담배제품의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 과학이 필요하지만 담배회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과학은 우리에게 필요 없다”고 말했다.

아이코스는 정말 안전한가
설립 첫해에 금연재단 FSFW는 과학연구보다 홍보와 급여에 더 많은 돈을 썼다. 돈을 받은 연구자 중 상당수는 이미 담배업계와 연루돼 있었기에 FSFW의 명성은 더 떨어졌다. 야흐는 ‘빌&멀린다게이츠재단’이 이사진에 들어와 FSFW의 명예를 높여주기 바랐지만 그들은 거절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문가들은 아이코스와 관련한 PMI의 주장을 검토했다. FDA는 아이코스만을 사용하는 사람이 여러 유해 물질에 더 적게 노출된다는 주장은 입증했다고 봤다. 그러나 그뿐이다. 이것이 사용자의 건강위험 감소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없다. FDA는 앞으로 아이코스가 ‘FDA 승인’ 마크를 달고 판매되는 것을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2023년 10월부터 재단의 새 대표를 맡은 미국 미시간대학의 클리프 더글러스(65)는 야흐와 같은 금연운동가다. 그의 첫 프로젝트는 비행기 내 담배 반입을 금지하려던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더글러스는 취임 후 지금까지 두 가지 발표로 주목받았다. 그는 FSFW의 이름을 바꾸려 한다. 재단 이름이 불신받는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것 같다. 둘째로 그는 더 이상 담배업계로부터 기부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다른 파트너를 끌어들이고 싶어 한다.
더글러스가 이끄는 재단은 더 독립적으로 운영될까? 국제 담배규제 분야의 한 내부자는 의구심을 품는다. 그는 “더글러스가 재단을 이끌면 담배업계로부터 계속 돈을 받을 것”이라고 본다. 심지어 조직폭력배를 통해 은밀하게라도 말이다.

ⓒ Der Spiegel 2023년 제48호
Marlboro-Mann mit Maske
번역 최현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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