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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살찌우기 올인 카르푸 노동자 보호·투자는 모르쇠
[FOCUS]] 현금기계 돼버린 카르푸
[166호] 2024년 02월 01일 (목) 알렉시 모로 economyinsight@hani.co.kr

 
알렉상드르 봉파르 카르푸 최고경영자는 2017년 부임 이후 줄곧 주주 중심의 경영 철학을 고수한다. 영업비용을 대폭 절감해 본사에서만 일자리 2400개가 사라졌다. 노동자와 투자는 뒷전이다. 여기에 임대영업제도를 도입해 노동자 수천 명을 내쫓고 있다. 노조는 이 제도가 영업비용 절감을 위한 ‘노동력 후려치기’라고 비판한다.

알렉시 모로 Alexis Moreau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카르푸는 영업비용 절감을 위해 ‘임대영업제도’를 도입해 노동자 수천 명을 해고했다. 프랑스 파리의 카르푸 매장 앞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REUTERS

프랑스에서 먹거리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대형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텔레비전(TV)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디어에 강한 알렉상드르 봉파르 카르푸 최고경영자도 빠지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프랑스 국민의 떨어진 구매력을 끌어올릴 백마 탄 왕자라고 소개했다.
2023년 9월 베에프엠테베(BFMTV)에 나온 봉파르는 이렇게 힘줘 말했다. “물가상승률 0%에 익숙한 때에 식료품 물가가 (2년 만에) 20% 오르는 건 초인플레이션이다. 물가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나가는 프랑스 국민이 점점 많아진다.” 또 이런 말을 던졌다. “인플레이션은 서서히 퍼지는 독이다!”
실제 물가상승은 소비자의 일상을 독살한다. 그리고 봉파르가 교묘히 숨긴 사실이 있다. 물가상승이 카르푸그룹의 수입을 올려준다는 사실이다. 2023년 상반기 카르푸는 프랑스에서 올린 영업이익(영업활동 수익성을 가늠하는 잣대)이 2022년 상반기에 견줘 39% 늘어 2억7천만유로(약 3900억원)를 기록했다. 순매출액 오름폭은 +4.4%로 크지 않았다(190억유로). 프랑스 시장에서 올리는 매출액이 세계 매출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카르푸그룹 경영진은 “고물가 시대에 훌륭한 영업성과와 영업비용의 가파른 감소세로 영업 마진이 0.36% 증가했다”고 자축했다. 달리 말하면, 프랑스에서 카르푸그룹의 수익성(마진율)은 물가가 오르면 좋아진다는 것이다. 카르푸가 영업비용 인상분을 판매가격에서 회수하는 데 그쳤다면 마진율은 변함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카르푸 역시 여타 글로벌 기업과 다르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을 기회 삼아 마진을 더 많이 남겼다. 그러고는 그룹 최고경영자가 인플레이션을 비판하고 다닌다. 대형유통업 전문가인 올리비에 도베르는 2023년 7월 이 회사의 경영 방식을 이렇게 정리했다. “카르푸는 비싸다. 마진율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 2022년 7월 프랑스 베르사유궁전에서 열린 제5회 ‘선택 프랑스’ 비즈니스서밋에 참석한 알렉상드르 봉파르 카르푸 최고경영자(왼쪽)가 다른 참석자와 얘기하고 있다. 봉파르 최고경영자는 2017년 부임 이후 줄곧 주주 중심의 경영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REUTERS

잭팟 터뜨린 알렉상드르 봉파르
주주들은 불만이 없을 것이다. 프랑스 백화점 갤러리라파예트를 소유한 물랭 일가(지분 14%)와 브라질 출신 억만장자 아빌리우 디니스(8.4%),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6%)가 카르푸그룹의 대표 주주다. 전체 지분의 약 70%는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유동주식이다. 유동주식을 소유한 주주는 그룹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성장할지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얼마나 빠르게 투자수익을 낼지가 더 중요하다.
봉파르는 2017년 7월 카르푸그룹 최고경영자가 되자마자 기업 금융화를 추진했다. 주주를 중심으로 회사를 경영한다. 그가 최고경영자로 온 뒤 배당금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최근 2년(2021~2022년)간 카르푸 주주들이 챙겨간 배당금은 무려 22억유로(약 3조1700억원)다. 그전에 8년 동안 나눠준 배당금을 전부 합친 금액보다 많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배당금을 올린 방식에 있다. 카르푸그룹은 유동주식을 재취득하는 방식을 썼다. 잘 알려진 대로 회사가 자기주식(자사주)을 다시 매입해서 소각하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총량이 줄어들어) 주당 이익이 올라간다. 그에 따라 그룹 주가도 상승한다. 카르푸는 2021년과 2022년 자사주를 사들이는 데 약 15억유로를 썼다. 2023년에만 쓴 돈이 벌써 8억유로에 이른다.
“봉파르식 경영의 특징이 그렇다.” 프랑스민주노동연맹(CFDT)에서 대형유통업을 담당하는 실뱅 마세 위원장의 말이다. “봉파르가 최고경영자로 오기 전 카르푸에서 자사주 재취득은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일이었다. 기업 금융화 낌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금융화 방식이 터무니없다. 자사주를 태워 없애려고 20억유로어치 산다. 20억유로를 쓰레기통에 내다버리는 거나 다름없다.”
봉파르 최고경영자가 주주들 비위 맞추기에 정성을 다하는 건 주주 이익과 자신의 이익이 맞닿아 있어서다. 그가 받는 보수가 어떻게 책정되는지 살펴보자. 봉파르 최고경영자의 2023년 고정급은 160만유로다. 여기에 변동급(고정급의 190%)을 더하면 연간 보수는 고정급의 최대 세 배까지 늘어난다. 변동급은 성과에 따라 달라진다. 성과는 매출(변동급의 15%), 당기 영업이익(20%), 현금흐름(Cash-flow, 15%) 등의 항목으로 측정한다. 사회환경책임 경영과 고객만족도가 변동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0%와 10%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봉파르 최고경영자는 고정급과 변동급을 합한 보수의 55%를 2023년 성과에 따라 3년 안에 주식 형태로 받을 수 있다. 그러려면 몇 가지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목표는 영업이익, 현금흐름, 당기 주주수익(배당금 및 주가차액), 사회환경책임 경영을 바탕으로 정한다. 카르푸그룹은 “최고경영자를 회사 실적과 주가 변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방식”이라고 임금체계를 설명한다.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가 연락한 한 회계전문가는 2023~2026년 봉파르 최고경영자의 보수가 ‘낙관적’으로 전망하면 3700억유로까지 오를 수 있다고 했다. 한 달 급여가 약 78만유로(약 11억원)다.
하지만 대형유통업에서 주주를 만족시키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대형유통업체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돈을 번다. 마진율이 농식품업에 견줘 아주 낮다.

   
▲ 자료:카르푸그룹재무제표

저비용·저투자 전략
“주주들은 쉽게 만족하지 못한다.” 카르푸그룹의 경영전략을 잘 아는 한 전문가는 말했다. “경영진이 주주에게 주주가 돈을 달라는 만큼 주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프랑스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 방법은 경쟁업체인 르클레르(Leclerc) 때문에 쉽지 않다. 르클레르는 공격적 저가 전략을 쓴다. 다른 하나는 그룹의 경영모델을 바꿔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알렉상드르 봉파르가 택한 길이 바로 두 번째 길이다. 그는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자마자 칼을 빼들었다. 3년 동안 영업비용을 20억유로 절감하겠다고 선언했다. 본사에서 일자리 2400개가 사라졌다.
봉파르의 주요 전략은 직영매장을 임대영업 지점으로 바꾸는 것이다. 임대영업은 영업재산 소유자가 제3자에게 영업재산(과 소속 직원)을 양도해 영업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재산 소유자는 영업인에게 영업권 사용료를 받는다. 임대영업제도가 카르푸그룹에 주는 이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인력을 줄일 수 있다. 노조는 카르푸가 5년 만에 직원 총 2만명을 해고했다고 전했다. 둘째, 막대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 2018년부터 회사가 영업권 판매로 챙긴 돈은 평균 3억유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셋째, 재무건전화를 꾀할 수 있다.
카르푸그룹에서 법무실장으로 일한 제롬 쿨롱벨은 “임대영업으로 돌린 지점이 대부분 영업손실이 쌓이던 지점”임을 강조하며 “영업권 양도가 재무구조를 깨끗하게 하는 수단이다. 물론 직원들은 연말 성과급, 실비보험 등 여러 이점을 잃는다”고 말했다. 카르푸그룹은 적자 매장이 문을 닫지 않고 영업할 수 있게 하는 모델을 따르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임대영업제도는 사정이 어려운 매장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유일한 모델이다.”
비용절감 전략은 회사 밖에서도 전방위로 이어진다. 2018년 카르푸그룹은 연간 투자액을 20억유로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그전까지 투자상한액은 25억유로였다. 기업 투자전략은 유형자산(기계·컴퓨터)과 무형자산(특허) 매입분에 감가상각을 따져서 평가할 수 있다. 이들 자산의 매입량은 기업의 투자 의지를, 감가상각은 매입한 장비가 해진 정도를 나타낸다. 카르푸그룹의 투자활동 흐름을 살펴보면 2019년부터 투자가 가파르게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가 인터뷰한 앞의 회계전문가는 “그런 변화가 카르푸그룹의 현금 유출입 관리 전략에 잘 들어맞는다”며 “투자활동을 줄이면 가처분 현금을 늘리고 배당금을 더 많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그룹의 저투자 전략이 현장에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한다. 2023년 프랑스민주노동연맹이 카르푸 직원 약 5천 명에게 진행한 여론조사의 상세자료를 살펴봤다. 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일 때문에 육체 피로도가 매우 높다”고 답한 사람이 약 70%, “정신 피로도가 높다”고 한 사람이 66.5%였다. 응답자의 80%는 인력 축소에 따라 “업무량이 늘었다”고 했다. 일터에서 버티기 위해 “약물 또는 강장제를 복용한다”고 한 응답자는 20% 가까이 됐다.
프랑스민주노동연맹의 실뱅 마세는 “조사 결과가 확실히 말해준다. 대대적인 비용절감과 노동조건 향상을 동시에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총연맹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 파트리크 애사 노동총연맹 위원장은 말했다. “모두가 똑같은 말을 한다. 봉파르 카르푸 최고경영자는 20억~40억유로 비용절감 계획을 세웠다. 그 돈이 어디서 나오겠나? (직영점을 임대영업점으로 돌려서) 인건비를 후려치고 자재비 등 일반관리비를 줄여서 만드는 것이다. 장비가 제대로 갖춰진 매장이 없다. 직원들은 매일 아침 300㎏이 넘는 팰릿(팔레트)을 손으로 끈다. 전동 팰릿트럭(핸드자키)이 없어서다. 직원들 허리 상태가 어떨지 상상해봐라.”

‘리테일 미디어’ 시장 공략
카르푸그룹 경영진이 오프라인 매장을 우선순위에서 뺀 것은 따로 눈독을 들이는 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로 고객 개인정보다. 2023년 6월 카르푸그룹은 프랑스 대형 광고회사 퍼플리시스(Publicis)와 손잡고 합작법인 언리미테일(Unlimitail)을 세웠다. ‘리테일 미디어’ 시장에 자리를 잡는 것이 목표다. 리테일 미디어는 온라인상거래 플랫폼에 노출하는 광고를 뜻한다.
“과거엔 테에프1(TF1) 같은 대중매체가 광고시장을 지배했다. 대중매체는 여러 사람을 상대한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런 시장에서 몇 년 전 디지털광고, 맞춤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당신이 강아지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그에 맞춰 광고를 띄운다. 리테일 미디어는 한 발짝 더 나아간 광고다.” 올리비에 도베르의 설명이다.
유통업체들은 소비형태 등 회원카드에 쌓인 막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돈벌이 수단으로 쓰려 한다. 도베르는 “카르푸가 반려견식품 생산업체에 구매내역 등 세세한 정보를 팔아넘긴다. 이 업체는 카르푸 앱에서 뉴스레터, 특별 프로모션 형태의 디지털 맞춤광고를 내보내는 대가로 카르푸에 돈을 지급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리테일 미디어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시장규모가 1천억달러로 추산된다. 그런 시장에서 카르푸그룹은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한다. 전세계에서 회원카드 이용자가 5천만 명이니 말이다. 광고주에게 통하는 주장이다. 참, 주주들에게도.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12월호(제442호)
Comment Carrefour a été transformé en machine à cash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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