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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빅3’에 역사적 승리 뒤 ‘노조 무풍지대’ 공략 나서
[ANALYSIS] 미 자동차노조, 남부 외국계 회사로 타깃 확대
[166호] 2024년 02월 01일 (목) 하이케 부흐터 economyinsight@hani.co.kr

 
미국에서 노동조합이 힘을 얻고 있다. 이제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은 미국 남부에 있는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의 공장을 표적으로 삼는다.

하이케 부흐터 Heike Buchter
막스 헤글러 Max Hägler
<차이트> 기자
 

   
▲ 파업 중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소속의 제너럴모터스 조합원들이 2023년 9월29일 미국 미시간주 델타타운십의 델타공장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독일의 자동차산업은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미국의 노동쟁의다.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은 활동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그들은 아직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수천 명의 자동차산업 노동자를 추가로 조직하려 한다. UAW는 노골적으로 미국 내 13개 외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직원을 표적으로 삼았다. 여기에는 독일의 자동차 3사인 베엠베(BMW),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이 포함된다.
미국에서는 공장 내부 투표로 노조를 설립한다. 노조가 공식적으로 대표성을 가지려면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 지지를 받아야 한다. UAW의 다음 목표는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있는 독일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 공장이다. 폴크스바겐은 이곳에서 3800명의 노동자와 함께 중형 세단 파사트, 스포츠실용차(SUV) 아틀라스, 전기차 ID.4를 생산한다. UAW는 이미 두 차례나 이 공장 노동자들의 공식 대표로 선출되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2019년에는 불과 57표 차이로 노조 설립이 부결됐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9월26일 미시간주 벨빌의 GM 사업장 부근에서 파업 노동자들의 피케팅에 참여해 격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공개적으로 노동운동을 지지한다. REUTERS

외국계 회사 노동자를 확보하라
최근 UAW는 다음번 노조 설립 시도에 긍정적 신호로 보이는 성과를 보고했다. 채터누가에 있는 3800명의 폴크스바겐 노동자 중 1천 명 이상이 UAW가 자신들을 대표하는 사안과 관련해 관심을 표명했다고 노조는 발표했다. UAW는 더 많은 기업에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UAW가 15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 외국계 자동차회사 노동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면 조합원 수는 2배로 늘어날 수 있다.
UAW 위원장 숀 페인은 자신감을 보인다. 그는 다가오는 2028년 단체교섭에서 자동차노조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의 ‘빅3’(Big Three)가 아닌 ‘빅5’ 또는 ‘빅6’와 마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페인과 그의 동료들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2023년 10월 말, ‘빅3’를 상대로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6주 동안 자동차 제조업체를 상대로 파업을 벌인 끝에 엄청난 양보를 이끌어냈다. 회사 쪽은 다양한 일자리를 비롯해 근무지 보장을 약속했다. 노조는 단체교섭에서 향후 4년6개월 동안 25%의 임금인상도 이끌어냈다. 결과적으로 숙련노동자의 임금이 현재의 시간당 32달러에서 40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오른다는 뜻이다. 지난 22년 동안 업계 노동자들이 싸워 얻어낸 임금인상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증가분을 단번에 달성했다.
지금은 노동조합에 특히 유리한 시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공개적으로 노동운동을 지지한다. 2023년 9월 미국 대통령 최초로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 인근의 노조 시위 현장을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자동차 공장의 노동자들이 노조가 협상한 단체협약을 적용받기를 원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자동차노조가 이와 관련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을 사실상 독려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재선에 성공하려면 노조의 지지가 필요하다. 대통령선거는 디트로이트를 비롯한 이른바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이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지역의 많은 사람은 특정 정당을 정치적으로 확고하게 지지하지 않는다. 따라서 디트로이트가 있는 미시간주와 주변 주들은 대통령 후보자들이 많은 설득을 해야 하는 중요한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경합주)로 간주한다.
폴크스바겐은 UAW와 경험한 적이 있다. 1978년 폴크스바겐은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중 최초로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진출해 펜실베이니아주에 골프(Golf) 차 생산공장을 세웠다. 하지만 판매 부진과 지속적인 품질 문제, 노조와의 계속된 갈등으로 약 10년 뒤 공장을 폐쇄해야 했다.
1990년대에는 폴크스바겐의 경쟁사인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미국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두 회사는 미국 남부 주에 진출했다. 그곳의 주정부들은 높은 보조금을 지급했고, 임금은 산업화한 북부보다 낮았으며, 노조의 힘은 약했다. 자동차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했으며, 두 사례 모두 경제적 성공 스토리가 됐다.
하지만 UAW 입장에서는 남부 진출이 상당히 어려운 도전이었다. 보수 정치인들이 이 지역을 장악했고, 노조를 향한 주민들의 혐오감은 역사적으로 뿌리가 깊다. 텍사스주와 플로리다주를 제외한 남부 주들은 여전히 미국 안에서 경제 수준이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자리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고, 평균 이상의 임금을 주는 자동차업계 고용주에 충성하며, 반항적인 노조 활동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1993년 메르세데스벤츠가 앨라배마주 터스칼루사에 공장을 열었을 때,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1500여 개의 일자리에 수만 명이 지원할 정도로 일자리 수요가 높았다. 일자리 하나에 무려 15만달러(약 2억원) 이상의 보조금이 지원됐다. 미국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초임으로 시간당 13달러 조금 밑도는 임금을 받았다. 이는 당시 법정 최저시급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여전히 자동차노조가 영향력을 행사하던 북부의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사가 지급하는 임금에 견주면 절반에 불과했다.
터스칼루사에서 고급 SUV인 ML을 생산하는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른바 앨라배마주의 ‘재산업화’를 이끌었다. 현재 상당수 자동차 공급업체가 앨라배마주에 자리잡았고 혼다, 도요타, 현대도 자동차공장을 설립했다.
 

   
▲ 전미자동차노조가 2023년 ‘빅3’ 자동차회사를 상대로 거둔 역사적 성공은 노조위원장인 숀 페인의 역할이 크다. REUTERS

남부 주에 둥지 튼 이유
같은 시기에 BMW가 공장을 열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일반적으로 어떤 노조도 발언권을 가지지 못하는 곳이었다. BMW의 투자는 매우 성공적이어서 이후 보잉과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도 같은 지역에 들어왔으며, BMW 공장 자체도 엄청나게 성장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스파튼버그 공장은 BMW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장이 됐다. 이곳의 1만1천 명 직원은 수많은 자동차를 생산하며, BMW는 기업가치로 보면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자동차 수출업체가 됐다.
폴크스바겐이 오랜 공백 끝에 2011년 미국에서 다시 자체 생산을 시작했을 때도 남부 주에서 이루어졌다. 그 후로 테네시주 채터누가에는 이상한 역설이 존재했다. 독일에서는 노조가 광범위한 공동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반면, 폴크스바겐그룹의 미국 사업장에서는 오랫동안 냉랭한 반노조 분위기가 만연해 있던 현실 말이다.
미국 테네시주에서 UAW의 진출이 두 차례나 무산됐다. 이는 잔혹한 미국의 ‘노조 파괴’ 전략, 즉 모든 노조 활동에 반대하는 조직적인 방해 때문이라고 한다. 적어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 본사의 글로벌 직장평의회에서 들은 설명에 따르면 그렇다. 심지어 테네시주 정부조차 UAW에 맞서 열심히 싸웠다는 증거가 있다. 앞선 2014년의 노사분쟁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에 따르면, UAW가 배제돼야만 당시 3억달러의 주정부 보조금이 폴크스바겐으로 흘러가게 돼 있었다.
이런 식으로 미국 남부 주들은 오랫동안 노조를 피할 수 있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완벽한 은신처로 남았다. 어떤 대기업에서도 노조가 자리잡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 UAW가 이제 채터누가, 스파튼버그 그리고 터스칼루사에서 기회를 엿본다는 사실은 근본적으로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2023년 3월부터 UAW 위원장을 맡은 한 남자와 많은 관련이 있다. 숀 페인은 최근까지만 해도 UAW 조합원들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는 크라이슬러에서 일을 시작한 전기기술자로, 선거에서도 적은 표차로 간신히 승리했다. 최근 몇 년간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스캔들(추문)이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전임 UAW 위원장 중 상당수가 수백만달러의 뇌물수수, 호화 별장, 고가의 여행 등 심각한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스캔들로 두 명의 UAW 위원장이 유죄판결을 받았고, 노조집행부는 주정부의 감독을 받았다. 이는 한때 긍지 높던 조직에 굴욕적인 일이었다. 그 결과 중요한 변화도 있었다. 이제 UAW 조합원이 직접 최고 대표인 위원장을 선출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이 페인이 위원장이 된 계기다.
페인은 겉으로는 친절한 경리직 직원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실감하듯이 그는 겉보기와는 딴판이다. 최근 크라이슬러의 후신인 스텔란티스로부터 협상과 관련한 최초의 수정 제안을 받았을 때, 카메라 앞에서 수정 제안을 시위하듯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는 성경 구절을 즐겨 인용하고, 흑인 인권운동가 맬컴 엑스의 말도 자주 사용한다.
전투적인 태도 뒤에는 필사적인 몸부림이 감춰져 있다. UAW는 이제 상당수 신규 공장에서 노조를 추가로 조직하는 데 성공해야 한다. 제조업체들이 대규모로 내연기관자동차에서 전기자동차로 전환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기차는 새로운 공장에서 생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동차노조가 신규 공장의 노조를 조직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면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또한 최근의 파업 성공을 고려하더라도 전반적인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노동자에게 유리한 단체교섭은 지금까지 북부에서만 적용됐다. 남부의 제조업체들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북부의 공장에 심각한 경쟁적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 단체교섭과 제2차 세계대전 후 호황으로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이 대거 중산층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1950년대 노조 전성기는 오래전에 끝났다.
따라서 페인으로선 앞으로 행보에 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의 경영자들도 그에 따라 긴장한다. 물론 필요한 경우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임금인상을 감당할 수 있다. 대량생산업체인 포드, GM, 스텔란티스가 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비용상 이점이 언젠가는 사라진다. 그래서 가능한 한 피하고 싶은 것이다.
현재로서는 자동차노조의 인금인상 요청에 BMW나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식 입장은 없다. 발언 하나하나를 민감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BMW는 미국 사업장에서 “경쟁력 있는 임금과 사회보장을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노동자 대표 단체의 영향력이 없더라도 회사가 괜찮은 고용주라는 뜻일 것이다.

갑작스러운 임금인상?
그렇다면 폴크스바겐의 상황은 어떨까?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글로벌 직장평의회는 당연히 UAW 동지들을 돕고 싶다. “우리는 전세계 직원을 최선을 다해 지원한다. 또한 동료들이 원하는 대로 노조를 조직할 수 있도록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고용주 쪽도 직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뜻은 인정한다고 강조한다. 폴크스바겐 자동차그룹의 미국 본부는 “폴크스바겐은 직원들이 직장에서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사람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존중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테네시주 폴크스바겐 노동자들이 2023년 11월 11%의 임금인상을 받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제 이 공장 숙련노동자들은 시간당 32달러를 받는다. 자동차노조가 ‘빅3’와 성공적으로 임금협상을 마쳤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불과 하루이틀 뒤에 이루어진 일이다.

ⓒ Die Zeit 2023년 제53호
Kein Versteck vor den Genosse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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