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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가 환경파괴 선봉장” 제동 걸린 고속도로사업
[ENVIRONMENT] 고속도로 건설로 내홍 겪는 프랑스
[166호] 2024년 02월 01일 (목) 마티외 쥐블랭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에서 추진하는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수십 개에 이른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해 발전하려면 도로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쪽과 대도시 포화와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쪽이 팽팽하게 대립한다.

마티외 쥐블랭 Matthieu Jubli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자동차 만능주의’의 천적으로 알려진 ‘라 데루트 데 루트’(도로의 패배)가 2023년 목소리를 높였다. 라 데루트 데 루트는 도로 건설 사업에 반대하는 전국 시민단체 55곳이 모여 만든 연합단체다. 2023년 약 3만 건의 집회를 열어 도로 건설 사업에 반대했다. 그중 가을철에 연 집회만 1만8천 건이다. 연합단체는 도로 건설 사업 15개를 겨냥해 2023년 가을 집중집회를 벌였다. 시위 대상에는 건설이 계획 단계에 있거나 공사가 시작된 도로뿐 아니라 이미 개통된 도로도 포함됐다.
이 연합단체의 시위 중 언론에 가장 많이 소개된 것은 A69 건설 반대다. A69는 프랑스 남부 툴루즈시와 카스트르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다. 운동가 토마 브라이가 단식투쟁에 나선 뒤로 언론의 관심이 커졌다. 급진 환경단체인 ‘술레브망 드 라 테르’(지구의 반란)의 시위 지지 선언도 관심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이를 보여주듯 2023년 10월21~22일 타른주에서 열린 반대집회 ‘아스팔트 소동’에 수천 명이 모였다(A69는 타른주를 관통하게 설계됐다). 같은 날인 10월22일, 프랑스 동부에서는 스트라스부르시 서부간선도로 반대시위가 열렸다. 이미 개통된 도로지만, 사업이 처음 추진된 20년 전부터 반대의견이 거셌다. 11월에는 이블린주(중부)에서 A104 제2고속도로 건설과 아르데슈주(남동부) 소도시 생페레를 우회하는 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운동이 벌어졌다.

   
▲ 최근 프랑스에서는 경제발전을 위해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한다는 쪽과 환경을 위해 이를 막아야 한다는 쪽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프랑스 서부 생나제르의 고속도로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시위하고 있다. REUTERS

개발 유예 vs ‘케바케’ 정책
지금은 전국 운동가들이 협력한다. 지역 울타리를 넘어서 싸운다. 과거에 지역 문제는 지역 안에서 해결해야 했다. 그들의 구호는 전국적인 구호가 됐다. ‘라 데루트 데 루트’는 교통정책 ‘혁명’을 외친다. 공장을 옮겨서 교통수요를 줄이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교통수단과 그 기반시설에 투자하라고 한다.
하지만 이 단체가 가장 힘줘 주장하는 건 그보다 더 논쟁적인 문제다. ‘라 데루트 데 루트’는 그린피스와 프랑스자연환경을 비롯한 비정부기구, 국가단체와 힘을 합쳐 대규모 도로개발 사업을 유예하라고 외친다. 그중 하나가 A69다.
자연 훼손, 온실가스 배출, 공기 오염…. 도로개발이 환경에 직간접으로 미치는 영향만 문제가 아니다. ‘라 데루트 데 루트’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에노라 쇼파르 루앙시 시의원(유럽 생태녹색당)은 반대가 심한 도로개발 사업 55개가 ‘시스템을 만든다’고 말한다. 연합단체는 성명을 내어 “도로가 삶의 방식을 결정하고 행동을 빚어내고 수요를 만든다. 도로가 지역을 개발하는 게 아니다. 도로는 민간이 포식하는 공간에 새 땅을 밀어넣는다”며 도로가 “도시 집중화의 선봉장”이라고 비판했다.
인터넷언론 <르포르테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55개 도로를 건설하는 데 들어가는 예상사업비는 총 180억유로(약 25조9천억원)에 이른다. 그중 120억유로는 공공재정이다. 실제 사업비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 위험·환경·교통·개발 연구평가기관(CEREMA)의 2018년 보고서가 그 근거다. 이 보고서는 최종 사업비로 도로 개발자가 당초 예상한 금액보다 평균 20% 더 들어갈 것이라고 평가한다. “기차와 자전거에 투자하면 그보다 돈이 덜 든다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비정부기구 연합단체인 기후행동망에서 지속가능 모빌리티 분야를 담당하는 발랑탱 데퐁탠이 한 말이다.
이들 주장 가운데 어떤 것도 클레망 본 교통장관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는 도로개발을 유예하라는 제안을 모두 배제했다. 그리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사안마다 다르다) 방침에 따라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2023년 봄 교통장관이 한 약속은 그게 아니었다. 그는 여름까지 몇몇 도로개발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계획은 모두 2024년 1월로 미뤄졌다. 현재까지 재검토를 마친 사업은 모두 8건이다. 새로 길을 내거나 기존 도로를 확충하는 사업으로 개발 규모는 총 300㎞다. 교통장관은 이미 시작한 공사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A69 고속도로를 꼬집어 건설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티옹빌시(북동부)와 룩셈부르크 사이에 A31 제2고속도로를 놓는 사업도 벌써 교통장관 승인을 받은 상태다.

   
▲ 2023년 4월22일 프랑스 사익스 마을 인근 고속도로에서 환경운동가들이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에 반대하기 위해 모였다. REUTERS

도로 건설 옹호 주장, 납득 어려워
사업마다 비용 대비 편익이 다른 건 사실이다. 그 값이 크면 문제가 없을까? 도로 건설 사업의 환경영향을 따지면 그렇지 않다는 게 분명하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도로 건설이 지역경제에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지, 파괴한 생태계를 어떻게 상쇄할지다.
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이들은 도로가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주장을 대체로 믿지 않는다. 도로기반시설이 외려 소도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로 확인됐다. 고속도로가 뚫리면 소도시는 주변 대도시와 경쟁 구도에 내몰리기 때문이다.
자연환경을 훼손한 만큼 상쇄하면 된다는 주장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A69 건설에 반대하는 과학자 2천 명은 공개성명에서 그런 주장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수령이 수백 년 된 나무와 (공사로 파괴된) 생태계는 어린나무를 새로 심거나 다른 곳에 보호구역을 지정해도 회복할 수 없다”고 썼다. 성명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거기서 더 나아가 도로 주행속도를 시속 110㎞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통량과 자동차 주행거리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게 되면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서 기대하는 시간 절약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A69 고속도로 건설은 환경당국(공공조사와 승인 결정 전 단계에서 사업을 평가하는 기관)이 2022년 비용편익을 분석하는 조사에서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라고 결론 내렸다. “수십 년 전 추진한 A69 고속도로 건설은 현재의 (환경) 과제 및 목표에 뒤처진 사업으로 보인다. (…) 사업의 환경영향을 따졌을 때 공익 추구라는 명분은 합당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환경영향 상쇄 계획이 부족하고 시간 절약 효과는 미비하다. 이용료도 (㎞당 18센트로) 비싸다.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비싼 고속도로다.” A69 고속도로에 반대해야 할 이유가 또 쌓인다.
다른 고속도로 사업은 어떨까? ‘부실 사업이 많다’는 게 환경당국 평가다. 환경당국은 2009~2018년 도로기반시설 사업 자료를 분석한 의견서를 총 104건 발표했다. 이를 종합한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자. 교통량 조사에서 “유도 교통량을 고려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 대체 교통수단도 그 대상에서 제외됐다.” 온실가스 배출을 예방·감축·상쇄하는 조치는 사업 자료에서 거의 항상 빠져 있다. 대다수 사업 자료는 보호종으로 지정된 동식물에만 집중한다. “생태계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분석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환경당국이 스트라스부르시 서부간선도로(GCO) 건설에 관해 쓴 두 번째 의견서를 발표했다. 서부간선도로는 2021년 말 개통된 길이 24㎞ 고속도로다. 환경당국이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사업 타당성 증명에 쓰인 예측성과는 내용과 형식이 모두 부실해 최종 평가를 하기 어렵다. 매일 A4와 A35 두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자동차 수는 (서부간선도로 개통으로 감소하리라고 예측한 것과 달리) 여전히 많고, 그에 따른 피해도 여전히 크다.”

   
▲ 환경운동가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2023년 4월21일 프랑스 타른주의 한 캠핑장에서 농경지와 나무가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며 A69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69는 타른주를 관통하게 설계됐다. REUTERS

지금이 중요한 변곡점
사업별 채산성이 달라서 교통부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비용 대비 편익은 전반적으로 낮은 것으로 확인된다. 프랑스가 한 세기 가까이 지켜온 ‘친도로’ 정책을 벗어나기에 충분한 수준일까?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최근에 프랑스 기반시설방침위원회(기방위)는 국가 환경목표를 토대로 대규모 개발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시나리오를 세 가지 제시했다. 기방위는 선출의원으로 구성된 정부 자문기구다. 세 시나리오에서 도로망 확충 사업은 항상 차선으로 밀려 있다. 철도망이 도로보다 우선으로 놓였다.
클레망 본 교통장관은 세 시나리오 중 도로 건설에 가장 부정적인 ‘환경계획’ 시나리오를 대체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안에서도 일부 사업(A31 제2고속도로 건설, A63 확충, A54 건설)은 필요한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프랑스 남부 A56 고속도로 건설을 비롯한 일부 사업은 타당성 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본다. 프랑스 중서부 A147 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아예 취소할 것을 제안한다.
기방위는 농촌지역 ‘개발’ 효과를 기대하는 몇몇 사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새길을 내고 주요 도로에 고속도로를 연결하면 새 가능성이 열린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하루 교통량이 1만 대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은 그 주장을 전혀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기방위는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역 맞춤형 개발이 먼저다. 다만 이를 위한 예산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역 맞춤형 개발과 관련해서 정부는 최근에 국가-지역사업계약(CPER)을 발표했다. 이 계약에 지역개발 예산이 상세히 책정돼 있다. ‘도로’ 부문 예산은 2015~2022년 4억1200만유로에서 2023~2017년 3억2천만유로로 줄었다.
예산 삭감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은 루앙시 동부간선도로(A133~134) 건설 사업이다. 지자체가 무려 50년 전부터 추진한 해묵은 사업이다. 40㎞ 고속도로 건설에 들어가는 예상사업비는 10억유로(약 1조4천억원)이다. 환경단체는 이 사업에 거세게 반대한다. ‘술레브망 드 라 테르’의 2023년 5월 반대시위를 시작으로 아직도 수많은 운동가가 현장에서 공개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니콜라 메이에-로시뇰 루앙시장(사회당)도 찬성에서 반대로 뜻을 바꿨다. 다른 지역 의원은 전부 지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루앙시 동부간선도로는 현 정부와 수많은 남서부 선출의원의 정치적 상징물이 된 A69 고속도로와 다른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까. 이 고속도로가 ‘케이스 바이 케이스’식 새 정치에서 어떤 심판을 받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12월호(제442호)
Projets routiers: l’heure de tirer le frein à main?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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