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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콘텐츠의 시대, 축복인가 저주인가
[CULTURE & BIZ] 플랫폼 사업의 횡포
[166호] 2024년 02월 01일 (목) 문동열 rabike0412@gmail.com

 
문동열 콘텐츠산업 칼럼니스트

   
▲ 2023년말유튜브는한국유튜브프리미엄서비스가격을42.6%올려이용자들의불만을불렀다.광고없는동영상프리미엄서비스‘유튜브레드’시연회. 연합뉴스

우리는 지금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명 ‘디지털 네이티브’에게는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인생의 절반을 아날로그 환경에서 산 사람에게는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말이다. 지난 세기인 1995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저서 <디지털이다>(원제: Being Digital)를 통해 새로운 세기에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가 된다고 예언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오로지 디지털상에서만 이뤄지는 경제의 규모는 더는 실물경제에 비해 작다고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생활방식의 대부분을 온라인 서비스로 대체하는 모습을 보인다. 중요성 면에서도 의존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플랫폼 사업이 가져온 축복
이런 시대 흐름에 오프라인 기반 서비스는 온라인 서비스를 병행하거나 전환을 모색 중이고, 이에 뒤처진 기업은 서서히 도태의 길로 접어드는 게 필연적으로 되고 있다. 모든 것은 변화하는 도중에는 그 전모를 알 길이 없다. 변화한 뒤에나 알 수 있다. 이 변화가 어떻게 끝날지도 모른다. 찬란한 미래가 있을지, 암담한 현실이 기다릴지 모른다. 그래도 그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류는 변화 속에서 그나마 타협점을 찾고 가장 무난한 답을 찾아 그 길로 변화를 끌어간다는 점이다.
지금 디지털경제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은 바로 플랫폼 사업이다. 기존 산업이나 인프라를 온라인에서 흉내 낸 것에 지나지 않았던 초기 디지털 서비스와 달리, 플랫폼 사업은 디지털경제 시대가 만들어낸 첫 번째 순수 디지털산업 구조다.
플랫폼 사업은 온라인에서 다양한 서비스나 제품을 중개하고 판매하는 사업모델을 가리키며, 더 나아가 사용자 사이의 연결과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구실도 한다. 정거장이란 뜻도 지닌 플랫폼(Platform)이라는 말 그대로, 사람들은 다양한 플랫폼을 오가며 필요에 따라 서비스를 이용한다. 과거 기차의 정거장이 사람들과 물류의 흐름을 장악하며 자연스럽게 도시의 중심 지역이 됐던 것처럼,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은 디지털경제에서 중심적 역할을 맡게 된다. 그것도 지역 한정이 아닌 글로벌 규모로 말이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사업의 가장 큰 ‘자산’은 단순히 중개 역할을 떠나 막대한 데이터를 축적한다는 점이다. 사용자 행동과 선호하는 것을 통찰해내는 이 데이터는 플랫폼 사업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이 되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아내 그 데이터를 필요한 광고주에게 비싸게 판다.
지금까지 산업구조가 공급자와 수요자의 구도였다면, 플랫폼 사업은 일명 ‘양면 시장’이라는 형태의 공급자와 수요자의 위치에서 또는 필요에 따라 공급자가 되기도 하고 수요자가 되기도 하며 자유롭게 시장에서의 위치를 조절한다.

   
▲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은 요금제 개편 등으로 잇따라 요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미국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 소속 배우와 작가들이 2023년 9월5일 로스앤젤레스의 넷플릭스 사무실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REUTERS

플랫폼 사업의 또 다른 얼굴
플랫폼 시대가 전하는 ‘복음’은 대중에게 무한의 편리함과 낮은 비용으로 고효율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최근 이상주의적인 이 관계를 비웃기라도 하듯 플랫폼과 대중의 밀월 관계에 서서히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처럼 보인다. 자본주의와 이윤 추구라는 기업의 근본 시스템 앞에 그동안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대중에게 다가가던 플랫폼 서비스는 이제 독과점이라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2023년 말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는 기습적으로 한국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가격 인상 소식을 알렸다. 2020년 9월 가격을 인상한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인상폭은 무려 42.6%다. 2020년 9월 이전에 가입한 초기 프리미엄 이용자의 경우, 5개월의 유예기간 이후 70% 가까이 요금이 올랐다.
이번 요금 인상이 특히 한국인들의 불만을 산 이유는, 한국에만 40% 넘는 인상률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이나 뉴질랜드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터무니없는 인상폭이다. 유튜브를 서비스하는 구글은 이미 자사의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유료 결제가 발생할 경우 반드시 구글의 결제망을 이용하게 하고 최대 30%의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인 앱 결제 의무화 정책’을 실시해 앱 생태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유튜브의 요금 인상에 이어, 콘텐츠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플랫폼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요금 인상도 이어졌다. 디즈니플러스의 요금제 개편에 따른 실질적 요금 인상에 이어, 토종 OTT인 티빙 역시 20%대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넷플릭스도 2023년 11월부터 다른 거주지의 프로필과 계정 공유를 금지하며, 그간 저렴한 가격으로 OTT를 이용하게 한 이른바 ‘OTT 파티’를 시스템적으로 막았다. 이 역시 실질적인 가격 인상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의 일방적인 정책 변경은 단순히 소비자의 지갑을 얇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플랫폼을 둘러싼 디지털 생태계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대표 사례가 유니티 라이선스 정책 변경 사건이다. 유니티는 모바일게임 등을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게임엔진이다. 2004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게임 개발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를 자랑한다. 특히 저렴한 라이선스 비용과 다양한 기능을 통해 독립 개발자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전세계 모바일게임의 70%가 이 유니티 엔진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런 유니티 엔진이 2023년 ‘런타임 요금제’를 발표해 게임개발 업계에 일약 ‘유니티 쇼크’로 불리는 충격을 줬다. 유니티의 런타임 요금제는 사용자가 유니티로 만들어진 게임을 내려받을 때마다 요금을 책정하는 정책으로, 게임 출시 뒤에도 패치 등으로 다시 다운로드할 일이 많은 게임 콘텐츠에는 치명적인 정책이었다. 당연히 독립 게임 개발사를 중심으로 큰 반발이 일었고, 차기작은 유니티로 개발하지 않겠다는 성명이 잇따르자 결국 유니티는 백기를 들며 정책을 변경했다. 이는 플랫폼 기업이 생태계를 만들고 가꿀 수도 있지만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생태계 자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한 사례다. 그 밖에도 배달앱의 배달 수수료 기습 인상 등 이용자가 그동안 믿고 써왔던 플랫폼 사업이 하루아침에 본색을 바꿔 이용자를 당황하게 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의 사익 추구와 공익 가치
플랫폼 기업들도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기에 사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플랫폼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다른 대체재가 없는 독과점 상태가 되는 것이다. 독과점이 된 플랫폼 기업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디지털경제 시대에 플랫폼이 사람들의 생활양식에 필수가 된 이상, 플랫폼 사업이 사악해지는 걸 막을 길은 없다. 이미 우리는 몇 번의 사례를 통해 플랫폼 사업이 극한의 이익 추구를 하고 그것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봤다.
플랫폼의 독과점화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특정 플랫폼이 시장을 지배하며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혁신과 다양성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 해결책으로 규제 강화나 공정거래 기관의 개입 등을 제안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과제다. 플랫폼이 디지털경제 성장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규제는 결국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다. 플랫폼의 성장과 경제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플랫폼 사업의 미래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에 따른 윤리적·법적 쟁점을 다루며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야 한다. 혁신과 경쟁력은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비자와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필수다. 지금도 법으로 불공정거래를 규제하지만, 플랫폼 사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규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디지털 환경과 시대의 흐름에 맞는 법령을 제정해 갑작스러운 요금 인상 등 대중의 생활에 직결되는 정책의 변경은 유예기간과 공청회 개최 등을 의무화해 대중이 어느 정도 대비할 여유를 부여해야 한다.
물론 이런 현상은 플랫폼 사업이 한창 성장하고 자리잡아가는 상황에서 성장통일지도 모른다. 규제로 디지털경제의 한 축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우려도 있다. 가장 좋은 방향은, 플랫폼 사업이 우리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플랫폼 스스로 이용자 중심의 혁신과 책임 있는 경영을 필수 덕목으로 삼는 것이다. 이를 단순한 이상주의적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역사적으로 인간은 언제나 변화 속에 가장 무난한 답을 찾아왔다. 이번에도 반드시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 문동열 칼럼니스트는 업계 경력 20년 이상의 콘텐츠산업 전문가다. 글로벌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하며, 콘텐츠 제작과 금융이 전문이다. 일본 게이오대학원을 졸업하고 LG인터넷과 SBS콘텐츠허브 등에서 방송·게임·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을 맡았다. IBK기업은행에서는 콘텐츠 금융과 관련한 시스템 구축에 참여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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