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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지옥… 한국시장 장악은 시간문제
[경제의 속살] 초저가 중국 쇼핑앱의 진격
[166호] 2024년 02월 01일 (목) 권순우 soon@3protv.com

 
권순우 <삼프로TV> 취재팀장

   
▲ 알리익스프레스 등 한국 시장에 상륙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초저가 공세를 펼치며 무섭게 파고들고 있다. 2023년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케이팝스퀘어에서 모델 한 명당 5만원으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매했다는 옷과 구두 등으로 패션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바지가 7천원, 재킷이 7600원. 입이 떡 벌어지는 너무나 싼 가격이 컴퓨터(PC) 화면 곳곳에 등장한다. 뭔가 싶어 눌러보면 가격 표시가 잘못됐나 싶을 정도로 저렴한 물건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이야기다. PC 화면 곳곳에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광고비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불안감은 들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저렴한 물건 하나를 구매해본다. 중국에서 오는 물건일 텐데 배송비도 무료다. 낮은 품질에 실망도 하지만 괜찮은 물건도 많다.

영역 넓히는 중국 업체
한번 싼 가격에 익숙해지면 한국 업체들의 물건이 너무 비싸게 느껴진다. 한번 쓰면 계속 쓰게 된다는 의미로 ‘개미지옥’ ‘알리지옥’이라는 유행어도 만들어졌다. 어차피 한국 유통사들이 파는 물건도 중국에서 만든 물건일 텐데, 중간에 유통마진을 너무 많이 취하는 것은 아닌가 분노도 든다. 그렇게 한국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주머니가 가벼워지는 가운데 중국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 2023년 한국인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은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다. 월평균 371만 명이 늘었다. 11월 월평균 사용자 수는 무려 707만 명에 이른다.
2위 역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테무다. 테무는 2023년 7월 한국에 출시됐는데, 출시 두 달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모았고 이용자 수는 월평균 354만 명 증가했다. 중국 쇼핑앱의 성공 요인을 다양하게 분석하지만 압도적으로 낮은 가격이 경쟁력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한국 해외 직접구매 시장에서 중국은 처음으로 미국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 3분기까지 한국의 해외 직구액은 4조792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4% 늘었다. 이 가운데 중국은 2조2217억원으로 점유율 46.4%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전년도 점유율은 27.9%였다. 해외 직구 부동의 1위였던 미국의 점유율은 37.7%에서 29.1%로 쪼그라들었다. 추세로 보면 미국이 다시 해외 직구 1위를 탈환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중국 쇼핑앱들은 한국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짝퉁’을 엄중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이 위조품으로 의심될 경우 증빙서류 제출 없이 100% 환불을 해주고 소비자 권익 강화를 위해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알고리듬을 통해 미리 가품을 자동 판별하는 솔루션도 적용할 계획이다. 이미 지식재산권 침해가 의심되는 상품 97만7151개를 삭제했다. 한국 세관에 적발된 연간 중국 짝퉁 건수가 6만2326건이니, 알리익스프레스가 얼마나 짝퉁 단속에 열심인지 느낄 수 있다.
한국 시장을 향한 의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에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한국에서 개최하는 행사의 공식 파트너가 중국 업체라니, 낯선 풍경이다. 대회 마스코트 ‘뭉초’ 인형과 배지, 의류, 문구 등 상품은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서만 살 수 있게 했다. ‘공식 라이선스’ 제품을 중국 쇼핑앱에서만 구매하도록 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핵심시장인 한국의 여러 파트너·조직과 함께 상생과 성장을 도모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국 쇼핑앱이 침투하는 일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테무와 쉬인이 약진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테무의 모회사 핀둬둬(拼多多)의 시가총액은 1962억달러로 알리바바(1905억달러)를 넘어섰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고객은 하루 평균 18분 테무를 이용했다. 아마존 10분, 알리익스프레스 11분보다 길다. <블룸버그>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1년여 만에 테무가 아마존, 월마트와 경쟁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 미국에 진출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테무가 파격할인을 광고하는 모습이 휴대전화에 보인다. REUTERS

테무, 미국에서 슈퍼볼 광고
미국 시장에서 테무가 급격하게 성장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아마존 덕분이다. 아마존은 가짜 리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소비자를 속이는 판매업체를 대대적으로 단속했다. 아마존이 6개월간 리뷰 7억2천만 개를 조사한 결과 신뢰할 수 없는 내용이 전체의 42%였고, 아마존이 자체 차단한 리뷰만 1년에 2억 건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중국 판매업체 5만여 개가 퇴출됐다. 아마존 전체 판매에서 중국산 비중은 절반쯤 된다. 신뢰도 향상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아마존이 불건전 영업행위를 하는 중국 업체를 퇴출시킬 때 테무는 그 자리를 파고들었다. 퇴출된 업체들은 재고를 테무에 공급하며 협력관계를 맺었다. 테무는 중국 광둥성에 있는 대형창고에서 이들의 제품을 미국에 발송한다. 미국 광고시장의 꽃은 매년 2월 열리는 미국 전미프로풋볼(NFL) 결승전, 즉 슈퍼볼 광고다. 2023년 2월 초당 650만달러(약 85억5천만원)에 이르는 가장 비싼 광고판을 차지한 것은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는 테무의 광고였다.
패션·의류를 주로 다루는 쉬인도 미국에서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쉬인의 매출액은 2019년 31억달러에서 2022년 227억달러(약 30조원)로
3년 새 7배 이상 증가했다. 세계 2위 패션 브랜드 헤네스앤마우리츠(H&M)의 매출액(200억달러)을 넘어섰고, 자라(ZARA) 매출액(300억달러)도 곧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쉬인에는 10달러 원피스, 5달러 셔츠가 즐비하다. 하루에 업데이트되는 신상품만 6천여 개다. 가격으로나 신상품 출시 속도로 쉬인과 경쟁할 수 있는 업체는 지구상에 없다.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며 초저가 옷을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 방송 <채널4>는 중국 쉬인에 납품하는 의류공장에 잠입 취재해, 3만원 이하의 급여를 받으며 18시간씩 일하는 노동착취 환경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다. 신장웨이우얼 지역에서 강제노역으로 생산한 면화를 사용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런 문제제기가 소비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미국 의회는 우선 중국 업체들이 견제 없이 밀려 들어오는 통로를 겨냥하고 있다. 미국은 2016년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관세 없이 통과되는 ‘최소기준면제’(de minimis exemption) 한도를 200달러에서 800달러로 올렸다. 2023회계연도에 이 절차를 활용한 제품은 2019회계연도보다 두 배 많은 10억 개를 넘었고, 쉬인과 테무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미국 섬유협회는 “최소기준면제로 세계 최대 암시장이 만들어졌는데 미국 정부가 합법화한 꼴”이라며 “통제를 벗어난 산불과 같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얼 블루머나워 하원의원은 최소기준면제 대상에서 모든 중국산 제품을 배제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하지만 저렴한 중국 제품을 막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소비자는 이미 중국의 싼 물건에 중독됐다. 아마존 등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팔고, 소비자는 중국 제품 없이 생활이 불가능하다.

품질도 갈수록 향상
이 흐름이 그저 저가 시장만의 일일까.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은 날로 향상되고 있다. ‘2023 한국품질만족지수’ 시상식에서 올인원 로봇청소기 1위를 차지한 업체는 중국 로보락이다. 올인원 로봇청소기는 진공 및 물걸레 청소는 물론 먼지통 비우기, 걸레 빨래도 스스로 하는 첨단 제품이다. 로봇이 집 안 형태를 파악해야 하므로 고도의 인공지능 기술도 필요하다. 가격도 150만~300만원대로 고가의 제품이다. 한국 전문가들이 성능·신뢰성·내구성 등을 평가한 결과 중국 업체가 삼성전자, LG전자를 제쳤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판매점유율도 사실상 1등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약진을 보는 시각은 묘하다. 소비자는 찜찜하지만 그래도 저렴한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점에 환호한다. 중국에서 제품을 사서 유통하던 업체들은 더 강력한 중국 플랫폼이 직접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바람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아직 저가 시장의 문제라 치부하고 별다른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식재산권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 불법 요소가 있는 부분을 단속하며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정상적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큰 문제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1~2년 뒤 중국 쇼핑앱을 경험한 소비자가 늘어나고 제품 신뢰도가 커지면 한국 온라인쇼핑 시장의 상당 부분을 중국 업체들이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 권순우는 경력 15년의 현직 기자다. 금융, 산업 등 다양한 영역을 취재하며 생생한 현장을 전한다.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머니투데이방송>을 거쳐 현재는 <삼프로TV>에서 ‘압도적 권순우: 압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격변과 균형> <수소전기차 시대가 온다>가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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