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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뺨을 맞은 자리는 아물 수 있을까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CJ CGV
[166호] 2024년 02월 01일 (목) 찬호 Sodohun@naver.com

 

찬호 공인회계사

   
▲ 2023년 상반기 국내 영화 매출액이 팬데믹 전의 70% 수준을 회복하면서 국내 영화관 산업에서 과점적 지위를 지닌 CJ CGV의 매출도 회복세를 보였다. 2023년 12월25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을 찾은 관객들. 연합뉴스

영화를 본다는 것은 대다수 사람에게 즐거운 일이다. 영화는 인간의 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자신이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 또는 꿈꾸거나 그려왔던 일을 다양한 시선으로 풀어준다. 영화는 현실의 갈증을 대리 만족하게 해주는 도구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으로 할리우드 배우들이 파업하는 시대라지만, ‘영화산업’은 먼 미래에도 지속할 것이다.
그러나 산업의 유망함과 회사의 유망함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씨제이씨지브이(CJ CGV)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영화관 체인이다. 국내 점유율이 50% 넘는 과점적 지위를 차지한다. 그런데 최근 주가는 2016년의 고점과 대비하면 20분의 1 토막이다. 이유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가져온 삶의 변화 때문이다.
사람들은 점점 집에 있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다보니 집에 대형 텔레비전(TV)을 들이고, 심지어 영화관과 비슷한 사운드바도 구매한다. 영화관에 가는 수고를 들이는 대신,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으로 대체한다. 이는 수년간 영화산업의 침체를 가져왔다.
그다음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독점 영화들이 OTT 플랫폼에서 개봉한다. 이는 영화관에 가는 수요를 급격하게 감소시킨다. CJ CGV 처지에선 한 뺨도 아닌 양 뺨을 세차게 맞아 깊은 상처가 난 것이다. 그런데 드디어 2023년 결산 기준으로 CJ CGV의 순익이 흑자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깊은 터널의 끝이 보이는 것일까. 재무제표로 이를 살펴보고 성장동력을 예상해보려 한다.

   
 

매출은 회복, 부채는 불안
우선 CJ CGV의 매출 구성 내역을 살펴보자.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영화관에서 티켓 판매가 55.8%, 매점 판매가 13.8%로 두 수입원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소비자가 영화관에서 쓰는 금액이 CJ CGV의 주요 수입원인 것이다.
한편 CJ CGV의 2023년 결산 기준 예상 매출은 약 1조5천억원이다. 팬데믹 전 약 2조원에 이르는 매출에는 못 미친다. 그러나 ‘암흑기’였던 2020년에 기록한 5800억원의 매출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국내 영화산업의 회복세를 통해서도 CJ CGV의 매출 회복 원천을 알 수 있다. CJ CGV의 국내 영화관 산업 점유율이 50%를 넘기 때문에 산업의 회복이 곧 회사 매출의 회복이라 할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국내 영화 매출액은 6078억원 수준으로 팬데믹 전의 70% 수준을 회복했다고 한다. CJ CGV는 국내 영화산업의 과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국내 영화산업 매출의 회복은 곧 CJ CGV 매출의 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CJ CGV의 높은 부채 수준은 산업의 회복세에도 안심할 수 없는 요인이다. 영업 악화 등으로 팬데믹 이후 CJ CGV의 부채비율(부채/자본)은 10배를 넘게 됐다. 이에 따라 2022년 발생한 순금융손실(금융수익-금융비용)이 1300억원이 넘었다. 이는 총매출의 10% 수준에 이른다. CJ CGV가 당면한 과제다.
최근 영화산업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사업자의 주 무대로 보인다. 평소라면 영화관에서 개봉할 대작들이 OTT에서 공개된다. OTT의 대표 주자인 넷플릭스의 매출은 코로나19 이전보다 50% 이상 상승했다. 역설적으로 CJ CGV의 슬픔은 이들의 기쁨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전통 영화관 산업이 자동차의 등장으로 소멸한 마차 산업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날이 대두한다. 그러나 전통 영화관 산업도 느리지만 점차 성장한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의 영화 박스오피스 매출도 팬데믹 전의 80% 수준을 회복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더비즈니스리서치컴퍼니’(The Business Research Company)는 향후 10년간 세계 영화관 시장이 매년 5%가량 성장하리라고 예상한다.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부족하지만 성장동력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평가의 정상화
반도체, IT, AI 등 요즈음 ‘잘나가는’ 산업에 비하면 영화관 산업은 구닥다리처럼 보일 수 있다. 매년 몇십%씩 성장하며 엄청난 현금을 만들어내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업과 비교하면 굳이 CJ CGV와 같은 회사의 주식을 살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높지 않은 영화관 산업의 성장률과 그간 새로 등장한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경쟁자들을 고려하면 CJ CGV가 2016년에 기록한 최고점 주가는 다시 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평가의 정상화’라는 차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통계가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면, 영화관 산업은 바닥을 찍고 회복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CJ CGV의 미래 예상 수익과 현금흐름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다.
‘회복할 것이다’라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CJ CGV가 가지는 영화관 산업에서의 독점적 지위와 수익 창출 방법 때문이다. CJ CGV가 넷플릭스를 무너뜨리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는 없어도 영화관 산업이 성장하는 한 매출은 증가할 것이다. 또한 돈을 떼일 염려도 없다. 소비자가 긁는 신용카드가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2~3일 내로 현금이 회사로 들어온다. 따라서 CJ CGV에 대한 투자 결정은 영화산업 흐름의 큰 방향에 관한 예측으로 귀결된다.
장기적으로 OTT 회사들이 영화산업의 중심에 선다면 CJ CGV는 현재 주가도 비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 영화관들이 OTT 회사들과 공존하는 사업모델을 영위할 수 있다면 CJ CGV의 현재 주가는 미래 예상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을 고려할 때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 10여 년간 자본시장 언저리에서 밥벌이하는 공인회계사다. 시장 거품을 늘 걱정하지만, 우리가 숨을 거둔 뒤에도 자본시장은 계속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모두에게 공개하는 재무제표 등 공시 정보를 통해 기업의 속살을 톺아보는 글을 독자와 함께 나누려 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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