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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과 계급 그리고 갈등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166호] 2024년 02월 01일 (목) 조계완 kyewan@hani.co.kr

 
조계완 <한겨레> 선임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주식을 통한 계급 갈등 해결’에 국가의 재정·세제 정책을 총동원하는 쪽으로 사회·경제 분위기가 조성되면 더 많은 투자 열풍이 일어나겠지만 주식시장의 빈번한 추락과 붕괴에 따른 패닉도 예상해야 한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 전광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투자 분야는 자본가와 노동자, 기업과 근로자의 계급적 갈등을 완화해주고 국민을 하나로 만든다. 노동계라든지 특정 정치세력들이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양극의 계급 갈등을 갖고 사회를 들여다보기 때문에 국민통합을 공감하기 어렵다.”
2024년 1월17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는 “미국 사회는 많은 국민이 주식투자와 연기금에 참여하기 때문에 계급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주식시장 발전을 통해 모든 국민이 이익을 본다”고 말했다. 경제를 이끌어가는 동력은 임금 및 각종 자산소득을 기반으로 한 내수 소비다. 고용·분배 악화로 임금소득이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시절이 닥치면 임금을 대신해 국민경제 총수요(소비)를 지탱해줄 수단으로 흔히 주택가격과 주식가격을 꼽는다. 즉, 저성장 체제와 부동산시장 하강이 지속하고 있는 우리 경제를 고려할 때 윤 대통령의 말은 코스피 주가 상승→다수 국민의 자산소득 증가→내수 진작의 경로를 의식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금융투자를 통한 계급 갈등 해결”은 ‘계급’이라는 어휘가 주는 상징성 때문인지 언론매체들이 일제히 관련 기사의 제목으로 뽑아 올렸다.
우리 사회는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이른바 ‘중간계급·계층’뿐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자영업자·농어민·소상공인까지 주식·펀드 같은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 사회’로 변모했다. 생산·고용 영역에서 맺는 사회적 관계에서 비록 여전히 노동자라 해도, 여러 기업 주식에 크고 작은 돈을 투자한 주주로서 계급적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긴 하다. 그럼에도 흑인의 경우 그가 노예로 종속된 사회관계에서만 ‘노예’이듯이, 자본가는 자본을 갖는 한에서만 자본가이며, 마찬가지로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고 있다면 비록 거액 주식투자자라 하더라도 그는 사회·경제적 계급 구분상 ‘노동자’다.
금융투자로 얻는 수익(이자·배당·매매차익 등)은 생산적 투자가 아닌 ‘투기적 이득’으로 흔히 규정되지만, 어떤 의미에서 이 소득의 원천은 수많은 기업에서 일하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노동자들이 생산한 잉여가치라고 말할 수도 있다. 금융투자 부문에서의 이익이 잉여가치 같은 실물적 기초가 없는 단지 거품에 불과하다면 거품은 언젠가는 터지게 될 거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는데 어느 투자자가 그 위험한 투자에 나설 것인가?
물론 주식투자 이전에 1차시장, 즉 공장에서 현장 교섭으로 더 많은 분배 몫을 얻어내는 방식이 가장 좋을 것이다. 최저임금제 같은 제도와 노동자단체 협상력을 지원하는 정책이 국민경제에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믿은 경제학자들은 이른바 ‘K–집단’(1960년대 미국 경제학자 케네스 볼딩)으로 불린다. 케인스·칼도·칼레츠키 그리고 자신(Kenneth)을 가리킨 말이다. 그는 “노동자들이 창출해낸 국민소득 중에서 주주·금융자본 투자자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몫을 지불하면 기업이윤이 줄어들어 결국 자본주의 미래를 황폐화한다”고 경고했다.
“주식을 통한 계급 갈등 해결”에 국가의 재정·세제 정책을 총동원하는 쪽으로 사회·경제 분위기가 조성되면 더 많은 투자 열풍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발생하는 빈번한 추락과 붕괴는 우리가 일상으로 경험하는 세상이다. 겨울철 동네 연못에서 스케이트 타는 사람이 얼음이 깨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정도는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커진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얼음이 안전하다는 어리석은 믿음이 생겨난다. 그러나 사람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나면, 확신은 순식간에 공포로 바뀐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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