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헝가리, 체코, 이탈리아에 이어 네덜란드가 금리인상 덕에 막대한 수익을 올린 은행에 이른바 ‘횡재세’를 부과할 조짐이 보인다. 프랑스 6대 은행그룹(BNP파리바·소시에테제네랄·크레디아그리콜·BPCE·크레디뮈튀엘·우체국은행)이 고금리 덕에 역대 최대 이익을 얻은 만큼 프랑스에서도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드 마르탱 Aude Marti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베엔페(BNP)파리바 등 프랑스의 주요 은행들은 2022년 순이자이익이 전년 대비 7.2% 늘어 770억유로(약109조4300억원)를 기록했다. 파리의 BNP파리바 지점. REUTERS

2023년 9월 네덜란드가 국내 은행의 초고소득을 탐내는 나라에 합류했다. 네덜란드 의회가 은행 법인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몇 주 전에는 이탈리아 정부가 은행 법인세율을 최대 40%로 올린다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가 막판에 이를 취소했다. 최종적으로 은행이 최고수익의 40%를 세금으로 내거나 사내유보금을 늘리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유럽 에너지회사는 곧바로 감시망에 올랐다. 회사가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수익률이 얼마나 가파르게 오르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에너지회사보다 더 큰 수혜자는 은행이었다. 이를 둘러싼 논의가 점차 뜨거워졌다. 에리크 도르 프랑스 경영무역대학(IESEG) 경제연구부장은 “2022년에 들어서자마자 스페인이 국내 은행에 특별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유로존 밖에서 헝가리와 체코가 스페인 뒤를 따랐다. 벨기에 일부 정당에서도 같은 맥락의 주장이 나온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금리인상 덕을 크게 봤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 대응책으로 1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금리를 끌어올렸다. 유럽중앙은행이 올리는 금리는 은행이 가계나 기업에 (주택담보 등) 대출해주고 받는 이자에 영향을 미친다. 통화량 조절 구실을 하는 중앙은행이 노린 목표도 바로 그것이었다. 유럽중앙은행은 대출비용이 올라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그에 이어 물가가 떨어지기를 바랐다.
“금리인상 시기엔 은행의 순이자이익이 늘어난다. 은행의 순이자이익은 대출이자와 예금이자의 차액이다.” 에리크 도르의 설명이다.
은행 영업의 수익성은 대출이자뿐 아니라 예금자가 맡겨둔 돈(예적금)의 이자에 달렸다. 유럽 은행들은 지금까지 예탁금 금리인상에 소극적이었다. 도르는 “은행이 예적금 이자를 올려야 할 의무가 없다. 은행은 보통 다른 은행과 경쟁이 치열해지면 예금자 유치를 위해 이자를 올린다. 2022년까지 중앙은행이 시행한 통화완화 정책 덕분에 유럽 은행들이 저비용으로 엄청난 양의 유동성을 모았다. 새 예금자를 찾을 동기가 딱히 없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중앙은행은 경기 부진 신호인 저물가에 대응해야 했다. 그때 상황은 지금과 정반대였다. 2016~2022년 유럽중앙은행은 제로(0%) 금리 기조를 유지했다.
경제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에리크 모네가 최근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에 한 설명에 따르면, 은행은 그때 축적한 유동성으로 지금 돈을 벌고 있다.
 

프랑스 은행들의 특이점
다시 금리가 오르는 요즘, 프랑스 6대 은행그룹(베엔페(BNP)파리바·소시에테제네랄·크레디아그리콜·베페세에(BPCE)·크레디뮈튀엘·우체국은행)은 2022년 “역대 최고 이익”을 기록했다고 2023년 여름 발표된 프랑스 건전성감독원(ACPR) 보고서에 나와 있다. 프랑스 건전성감독원은 국내 은행과 보험사를 감독하는 기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은행은 “금리인상과 대출총액 증가세에 힘입어 순이자이익이 2021년 대비 7.2% 늘어” 총 770억유로(약 109조4300억원)를 기록했다. 그래도 “프랑스 은행은 외국 은행에 견줘 순이자이익 증가폭이 좁은 축”에 속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스페인·포르투갈 같은 나라와 다르게 프랑스에서 은행이 판매하는 대출상품은 대부분 고정금리다. 최근에 해준 대출만 이자수익률이 높다. 최대 1% 가까이 떨어진 대출금리가 지금은 3%대를 훌쩍 넘는다(수수료·보험료 제외). 그러나 3%대 금리는 새로 약정한 대출에만 적용된다. 2023년 8월 기준 3%대 금리로 약정한 대출은 100억유로다. 대출총액은 1조2천억유로가 넘는다.
“고정금리 대출은 돈을 빌리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금리가 올라도 안전하다.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사람은 은행에 재정관리를 꼼꼼하게 해달라고 요구한다”고 건전성감독원의 필리프 비야르 위험연구분석부 차장은 말했다.
프랑스는 예탁 구조와 규제예적금 상품(A저축통장·대중저축통장·지속가능연대개발저축통장) 시장의 측면에서도 특별하다. 규제예적금은 정부가 물가상승률에 따라 금리를 정한다. 대중저축통장(LEP)은 금리가 물가와 완전히 맞물려 움직인다. A저축통장과 지속가능연대개발저축통장(LDDS)은 완전한 물가연동 방식이 아니다. 그런데도 금리가 2022년 초 0.5%에서 2023년 여름 3%로 올랐다.
프랑스은행연맹은 그런 구조가 프랑스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인다고 지적한다. 은행은 수시입출금 통장에 있는 돈의 일부를 이율이 높은 예적금 통장으로 옮기라고 예금자를 설득한다. 저축할 여유가 있는 사람은 물가가 오를 때 이자를 많이 주는 계좌로 돈을 옮겨 넣는다. 은행의 그런 영업 방식은 최근 몇 년 동안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다 2022년 수시입출금 통장의 총액이 2021년 대비 73% 빠져나갔다(규제예적금 상품 연구소). 규제예적금 상품의 총액은 34% 늘었다.
금리인상 효과는 프랑스 은행마다 다르게 느낀다. 영업 방식이 달라서다. 규제예적금 통장에 예치된 돈의 액수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대표 은행 몇 곳을 비교해보자. 2022년 A저축통장이나 LDDS에 들어 있는 돈은 우체국은행이 770억유로, 크레디아그리콜이 1080억유로였다. 소시에테제네랄과 BNP파리바는 각각 270억유로와 260억유로로 앞선 두 은행에 견줘 금액이 훨씬 적었다.
프랑스 경제재정부는 A저축통장과 LDDS의 금리를 2025년 초까지 3%로 유지하기로 했다. 프랑스 법률에 따르면 경제재정부는 특수한 상황에서 규제예적금 이자를 동결할 수 있다. 이자 동결 결정의 공식 목적은 사회주택 운영과 건설에 드는 비용이 오르지 않게 막는 것이다. A저축통장에 예치된 돈이 사회주택 사업비(A저축통장 금리+가산금리로 대출)로 쓰이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으로 A저축통장을 바탕으로 금리를 정하는 다른 모든 예적금 상품의 금리가 같이 동결됐다. 결과적으로 은행 이자수익률이 높아졌다.
2022년 순이자이익이 오른 건 한편으로 가계 대출총액이 많아서 가능했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금리가 올라서 대출을 못 받는 사람이 없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2022년 1분기 예적금 금리가 낮았다. 금리는 이후에 오르기 시작했다.

과세에 부정적인 유럽중앙은행
2023년 프랑스 은행의 쪼그라든 순이자이익이 곧 회복세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 건전성감독원은 국내 은행의 상황에 관해 2023년 10월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기적으로 보면 연이은 금리인상이 은행에 긍정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예적금 이자 지급과 운영비 인상에 따른 초과비용(지금까지 유럽중앙은행이 이 비용을 낮게 지켜줬다)은 대출이자 소득이 오르면서 상쇄된다. 대출금리를 올릴 때마다 은행 이자수익률은 높아진다. 프랑스 은행의 특수한 구조가 ‘시차 효과’를 낳을 뿐 은행이 금리인상 효과를 분명히 느낄 것이다.
유럽의 대다수 나라가 은행이 금리인상 덕을 본다는 지적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유럽중앙은행은 유럽에서 내놓은 은행 과세안을 탐탁지 않아 했다. 유럽중앙은행은 초고이자소득의 한시성을 강조한다. 자금조달 비용이 오르고 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이자수익률이 몇 년 안에 내림세를 탄다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이 은행 과세안에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금처럼 금리가 높을 때는 채권 가치가 떨어진다.(은행이 이미 보유한 채권은 지금보다 금리가 낮을 때 발행한 것이다. 금리인상 때 발행하는 채권만큼 수익이 나지 않는다.) 채권에 투자한 은행이 손해를 볼 위험이 커졌다. 물론 예측은 예측일 뿐이다. 그러나 예금자가 무더기로 돈을 빼는 사태가 벌어지면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2023년 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은 파산하면서 이를 쓰라리게 체험했다. 에리크 도르는 “어떤 이유에서도 유럽 은행들이 그런 상황에 부닥칠 리 없다. 은행이 신중함을 잃지 않도록 이끄는 게 유럽중앙은행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은행에 초고소득세를 걷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이는 공공이익 측면에서 보면 민감한 문제”라고 도르는 이탈리아 사례를 들며 설명했다. “초고소득세 목적은 은행의 소득 증가분을 재분배하는 것이다. 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미적거리기 때문이다. 과세로 수익률을 낮추면 은행 재정이 취약해질 것이다. 재정 위기에 놓인 은행을 나랏돈, 국민 부담으로 구제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은행 초고소득세 도입은 사회·경제 측면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세수를 친환경 전환 재정으로 쓸 수 있다.” 경제학자 제자벨 쿠페-수베랑이 2023년 8월 초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과 나눈 인터뷰에서 제안한 것이다. 은행 초고소득세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손해 볼 게 많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11월호(제440호)
Les superprofits des banques dans le collimateur
번역 최혜민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