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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뉴스 증오 자극 옹호 “아버지보다 우파” 평가도
[PEOPLE] 래클런 머독- ② 정치 성향
[165호] 2024년 01월 01일 (월) 마르크 피츠케 economyinsight@hani.co.kr

 

마르크 피츠케 Marc Pitzke <슈피겔> 기자
 

   
▲ 극우 성향의 파괴적인 <폭스뉴스>의 선동가였던 터커 칼슨은 <폭스뉴스>가 개표기 제조업체와 합의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해고당했다. REUTERS

래클런 머독의 정치 성향에 관해 추측이 많다. “나는 경영 면에서는 보수적이다. 그러나 사회문제에는 더 진보적이다.” 래클런이 2018년 한 패널 토론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의 선거기부금을 살펴보면 좀더 잘 알 수 있다. 호주와 미국 시민권을 가진 그는 미국의 양대 정당을 지지하지만, 2020년 공화당 상원의원에게 100만달러를 기부한 것이 가장 큰 규모의 기부였다.
머독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언>(The Australian)의 전 편집장 크리스 미첼은 2017년 자서전에서 래클런이 자신의 우익 성향을 비밀로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래클런의 보수주의는 어떤 호주 정치인보다 더 강하다”며 “아버지보다 더 우파”라고 썼다. 전기작가 패디 매닝은 “래클런이 나이 들면서 점점 더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탐사작가 마이클 울프의 생각은 다르다. “나는 그가 어떤 정치적 견해를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아버지가 했던 일을 할 뿐이다.”

트럼프와 악마의 계약
이제는 루퍼트 머독도 더는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폭스뉴스>의 선동가들이 방송에서 병적인 두려움, 히스테리, 증오를 자극하는 것을 계속 허용한다. 이를 이용해 <폭스뉴스>가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래클런도 비슷한 생각인 듯하다. 5년 전, 래클런은 <폭스뉴스>와 <폭스뉴스>가 퍼뜨리는 음모론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열심히 회사를 옹호했다. 그는 시청률을 언급하며 “그들이 하는 일이 절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폭스뉴스>에 가장 혹독한 비평가들은 <폭스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트럼프와 <폭스뉴스> 사이의 악마의 계약은 금전적으로 대가를 치러야 했다. 2021년 <폭스뉴스>는 개표기 제조업체인 도미니언(Dominion)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 채널의 황금시간대 스타들이 트럼프의 선거 패배를 무효화하기 위해 도미니언에 관해 거짓말을 퍼뜨렸다는 것이다. <폭스뉴스>는 이 골치 아픈 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하는 대신, 래클런의 승인을 받아 사태가 계속 심각해지도록 내버려뒀다. 이런 내부 정보가 온 천하에 드러나면서, 머독 일가와 <폭스뉴스>의 유명 스타들이 위선자였음이 밝혀졌다.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동시에 가장 파괴적인 <폭스뉴스>의 선동가이던 터커 칼슨이 특히 타격을 입었다. 재판이 열리기로 예정된 날이 돼서야, 래클런은 법정 밖에서 합의를 통해 이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폭스뉴스>는 합의금으로 7억8700만달러(약 1조원)를 지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칼슨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갑자기 해고당했다. 울프에 따르면, 칼슨이 쌓아온 이른바 ‘우정’에도 불구하고 래클런이 직접 해고를 지시했다고 한다. <폭스뉴스> 수장으로 이 사태에 책임져야 했지만,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래클런에게는 개인의 충성심보다 자기 보호 욕구가 중요했던 것이다.
이제 래클런은 타격을 입은 <폭스뉴스>를 수습해야 한다. 트럼프에게 충성하는 시청자는 점점 더 이탈하고 있고, 2022년 이후 시청률은 하락세다. 다른 우파 라이벌들은 상승세를 보인다. 게다가 다음 재앙도 이들을 위협한다. 또 다른 개표기 제조업체인 스마트매틱(Smartmatic)이 <폭스뉴스>를 상대로 30억달러에 가까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은 2025년에 시작한다.
루퍼트에게서 래클런으로 권력이 이양되면 흐름을 바꾸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명예훼손 소송에서 두 손 두 발을 다 든 뒤인 2023년 5월, 루퍼트는 “<폭스뉴스>의 프로그램 전략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성공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못박았다.
머독 일가를 잘 아는 울프는 래클런이 권력을 이어받자마자, 그가 받을 유산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폭스뉴스>가 현재 같은 형태로 계속 존재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고 머독가에 관한 책을 막 출판한 울프는 말했다. “루퍼트가 죽자마자 많은 게 달라질 것이라고 모든 상황이 가리키고 있다.”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머독 가문은 가족신탁을 통해 뉴스코프와 폭스코퍼레이션이라는 주식회사를 운영한다. 루퍼트가 사망한 뒤 자녀 중에서 나이가 많은 네 명(래클런, 제임스, 엘리자베스, 프루던스)이 주식과 의결권을 동등하게 갖는다. 세 번째 결혼으로 얻은 다른 두 딸은 의결권이 없고 주식만 가진다. 진보 성향의 제임스, 엘리자베스, 프루던스는 래클런에게서 권력을 빼앗아 회사의 정치 방향을 새로 잡거나, 가장 가격을 높게 부르는 이에게 회사를 팔아넘길 수도 있다. 매닝은 이런 추측을 하면서 “루퍼트가 죽는 날은 래클런이 해고되는 날”이라는 한 분석가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루퍼트 죽으면 모든 것 바뀐다
뉴스코프의 전직 임원은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루퍼트가 죽기 전에 “래클런이 자리를 굳히게 하기 위해” 경영권을 넘겨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루퍼트가 떠난 뒤” 래클런을 형제들로부터 완전히 보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추측이 옳을 수도 있다. 내부에서는 래클런이 아버지를 향한 존경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일을 맡고 있다는 뒷말이 돈다. 사실 그는 시드니와 캘리포니아에서 편하게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울프는 “루퍼트가 사망하면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래클런은 과감하게 모든 것을 다 팔아버리고 등반하러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루퍼트는 이미 1999년 암을 극복한 뒤, 자신의 어머니 엘리자베스를 언급하며 “이제 나 자신의 불멸을 확신한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103살까지 살았다.

ⓒ Der Spiegel 2023년 제48호
Vaters letzte Hoffnung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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