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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개 공영주차장 없애고 도심에선 차량통행 금지
[LIFE] 자동차 없는 도시- ① 하노버가 꿈꾸는 유토피아
[165호] 2024년 01월 01일 (월) 루카스 키셀 economyinsight@hani.co.kr

 

루카스 키셀 Lukas Kissel 울리케 크뇌펠 Ulrike Knöfel
<슈피겔> 기자
 

   
▲ 독일 녹색당 소속 벨리트 오나이 하노버 시장은 도시 중심부 광장에서 차량 통행과 주차를 금지하고 싶어 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독일 녹색당 소속 벨리트 오나이(42) 하노버 시장이 도심을 걸으면서 길쭉한 광장을 지나간다. 도시 중심부에 있는 이 광장은 구시가지와 가깝고 플라타너스가 심겨 있다. 예쁜 장소다. 자동차만 없다면 말이다. 쾨벨링거 마르크트는 약 100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이다.
오나이 시장은 이 지역에 주차를 영원히 금지하고 싶어 한다. 이곳에 분수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그러면 주변에서 아이들이 뛰놀 것이다. 부모들은 주변을 돌아다니는 자동차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오나이 시장의 구상이다.
“이곳에서 평화롭고 조용하게 점심시간을 보내고 저녁에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오나이 시장은 광장에 접한 옛 시장 건물을 가리켰다. 이 건물은 문화재로 등록됐다. “광장이 더 아름다워지면 옛 시장 건물도 가치가 상승할 것이다.” 주차금지 조치는 ‘자동차 친화적 도시’ 하노버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하노버는 특히 1950년대에 자동차 친화적 도시로 독일 도시계획 역사에 기록돼 있다.
‘하노버’는 어디에나 있다. 대도시, 소도시, 독일, 유럽, 미국 등 어디를 둘러봐도 똑같은 문제를 볼 수 있다. 자동차는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 정확히 얼마나 될까? 독일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매일 약 8헥타르(ha)의 도로가 건설됐다. 하지만 독일에는 지금도 도로가 부족하지 않다. 그리고 자동차가 증가하면서 무엇보다 주차에 필요한 면적이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현재 4800만 대가 훨씬 넘는 자동차를 모두 나란히 주차하려면 약 5억8500만㎡의 주차공간이 필요하다. 프랑크푸르트와 뮌헨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면적이다.
 

   
▲ 독일에서는 어린이 1명당 놀이터 면적보다 자동차 1대당 주차공간이 더 넓은 도시가 적지 않다. 베를린의 한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REUTERS

놀이터보다 주차장이 넓어
실제 대부분의 자동차는 주로 어딘가에 서 있다. 평균적으로 하루 23시간이나 주차돼 있다. 또한 운전하는 사람은 끝없는 주차공간 탐색, 계속되는 차량 정체와 사고 등으로 스스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도시가 자동차를 선호하면서 비인간적으로 바뀌었다. 어린이에게는 더욱 그렇다. 여가공간보다 교통에 사용하는 면적이 더 많은 함부르크를 예로 들어보자. 함부르크에는 15살 미만 어린이보다 자동차가 세 배나 더 많다. 어린이 한 명당 야외 놀이공간은 평균 10㎡에 불과하지만, 자동차 한 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은 평균 12㎡에 이른다. 베를린공과대학에서도 똑같이 명확한 비교를 제공한다. 주민 약 40만 명이 거주하는 베를린 미테지구에서는 “지역 내 모든 놀이터를 합친 것보다 5배나 더 많은 공간”이 주차장이나 도로에 멈춰 서 있는 자동차에 할당됐다.
엄청난 자동차와 도로 탓에 많은 독일 도시에는 사람과 기후에 도움이 되는 녹색공간, 구체적으로 풀밭이나 나무가 부족하다. 현재 공간 경쟁이나 공간의 형평성 부족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도심 지역에서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내뿜는 열로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는 열섬현상이 일어난다. 냉각효과를 일으키는 녹지마저 부족하다면 기후변화는 가까운 미래에 도시생활을 견디기 어렵게 할 것이다.
그러나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미래의 삶이 도시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했다. 도시를 고밀도화하자는 것이 키워드다. 새로운 단독주택 단지를 건설하려는 도시 외곽 자연의 무분별한 개발은 ‘토양 차폐’(Soil Sealing) 현상을 일으키므로 기후변화 시대에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과 교통계획가들은 뜨거운 2023년 여름을 보낸 뒤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해야 도시생활이 더 기후친화적이면서 동시에 인간친화적이 될 수 있을까? 더 많은 녹지, 더 많은 자전거도로, 더 적은 자동차 통행량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몇몇 본보기가 있다. 예를 들어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파리, 스페인 갈리시아 지역의 소도시 폰테베드라(Pontevedra)가 있다. 물론 하노버도 있다. 하노버에서 시행을 계획하거나 이미 시행된 아이디어도 다른 지역에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2030년까지 하노버 도심은 자동차가 ‘거의’ 없고 차량통행이 금지된 구역으로 바뀔 예정이다. 오나이 시장은 중앙역 인근의 두 터널을 포함해 일부 도로에서 자동차 통행을 완전히 금지하고 싶어 한다. 쇼핑 거리인 게오르크스트라세 같은 도로는 보행자·자전거 친화적으로 개조하려 한다.
하지만 ‘거의’라는 단어는 타협을 뜻한다. 택시와 배달차는 시속 20㎞로 속도를 제한하지만 여전히 도심에 진입할 수 있고, 주차빌딩과 개인 주차공간도 계속 이용할 수 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약 4천 개의 공영주차장이 점차 거리에서 사라질 것이다.
하노버는 항상 진보적 도시로 여겨졌다. 1826년에는 가스 가로등을 도입해 유럽의 어떤 도시보다 앞서나갔다. 제2차 세계대전 뒤에는 고속화도로망을 구축해 전국적으로 찬사를 받았다. 이 교통시스템을 담당한 시건축위원 루돌프 힐레브레히트는 자주 언급되지는 않지만 이미 1943년 나치독일의 군수장관 알베르트 슈페어가 이끈 재건부서에서 건설계획을 세웠다. 당시에는 아직 하노버에서 일하지 않았다.
1950년대에 힐레브레히트는 니더작센주 주도인 하노버를 정리하고 재건했다. 그는 새로운 교통로를 건설하기 위해 전쟁 뒤 남은 잔해를 치웠을 뿐만 아니라 보존된 건물도 대량으로 철거했다. 어쩌면 그는 자동차 안에서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면 과거를 뒤로 밀어내는 게 훨씬 더 쉬울 것으로 확신했는지도 모른다.
1959년 <슈피겔>도 “독일연방공화국에서 도시 고속도로 시스템을 갖춘 유일한 도시” 하노버를 보도하며 건축가, 교통엔지니어, 도시계획가의 ‘순례지’이자 운전자들이 “무제한의 속도로 도심을 향해 질주할 수 있도록 한 하노버의 기적”을 극찬했다. 하노버에서 열린 2000년 엑스포 소책자에도 여전히 “전쟁 뒤 자동차 친화적인 재건은 하노버에서 인간, 자동차, 녹지가 오늘날까지 나란히 설 수 있는 토대가 됐다”고 쓰여 있다. 자동차가 인간, 녹지와 동급으로 언급된 것이다. 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사람, 자동차, 자연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제 완전히 다른 하노버의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하노버 시민들은 지금 진행 중인 교통정책 ‘혁명’에 만족하고 있을까? ‘그럭저럭’ 만족한다고 한다. 하지만 설명회에서 시민들은 오나이 시장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무역박람회가 열리면 현재의 주차장으로 충분할까? 무거운 그림을 가진 고객은 어떻게 액자 제작업체를 찾아가야 하는가? 대중교통이 파업하면 어떻게 하나?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겨 작은 가게가 파산하면 어떻게 되는가?
하노버 시민들은 어떤 도시를 원하는가? 이 지역 무역협회에 따르면 하노버 시민은 도심에 자동차가 없는 미래를 원치 않는다고 한다. <북독일방송>(NDR)은 ‘금지 정책’이라는 용어를 썼다. 무역협회는 “현재 독일에는 가장 많은 자동차가 등록돼 있다. 사람들이 운전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뜻”이라고 주장한다.
이 지점이 바로 딜레마다. 사람들은 아무리 미래의 도시가 더 친환경적이고 이동거리가 짧고 도시적 감각을 가지기 원해도, 자동차 애착은 이 바람을 상쇄한다. 독일의 자동차 로비는 세계 어느 곳보다 강력하다. 속도제한을 두는 것조차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어려운데 차 없는 도심이 정말 실현될 수 있을까?

‘차 없는 도심’ 정말 가능할까
독일에는 현재 4880만 대의 자동차가 등록돼 있다. 이는 인구 1천 명당 자동차 583대가 등록된 것으로 신기록이다. 신규 등록차량의 약 30%는 도로 운행과 주차 때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포츠실용차(SUV)다. 독일연방 교통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점점 더 많은 전기자동차를 구매하고 있으며, 현재 100만 대 넘는 전기자동차가 도로를 달린다. 하지만 기후보호 운동가와 많은 도시계획가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제한된 범위에서만 도움이 될 뿐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이 에너지는 점점 더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에서 나온다. 하지만 전기차가 도시의 공간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적어도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개인 소유 자동차의 선호가 지속되고 보조금으로 구매 혜택을 주는 동안에는 말이다.
과거에 자동차는 주로 지위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의 자동차는 확장된 사적 영역이어서 자동차에서 벗어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베를린에 있는 도시건축설계학연구소의 모빌리티 전문가 우타 바우어는 말한다. “차 안은 따뜻하고 건조하고 편안하며, 커피잔을 옆에 내려놓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을 만날 필요도 없다.”
바우어는 도로교통 법규가 비운전자에게 거의 복종적인 배려를 요구하기 때문에 자동차 운전자의 자아(Ego)를 강화한다고 말한다. 지자체가 도로를 분리해 자전거길을 만들려면 위험 가능성을 입증해야만 허용되는 경우가 많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먼저 사람의 피가 흘러야 한다.”
자동차는 나름의 기능이 있다고 바우어는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같은 수량을 유지하면 안 되고, 모든 목적과 구간에 허용돼서도 안 된다. 모든 도심 운행의 4분의 1 정도는 운전자가 2㎞ 이하 거리를 이동한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도시로 이주하고 차를 갖고 온다. 배달차들은 이미 서로를 방해하는 수준이다.

ⓒ Der Spiegel 2023년 제42호
Utopie im Quadrat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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