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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금융사·정치권 관여 탈세·돈세탁 추적 불가능
[FOCUS] 검은돈 넘치는 키프로스- ② 내·외부 조력자들
[165호] 2024년 01월 01일 (월) 니콜라이 안토니아디스 economyinsight@hani.co.kr

 

니콜라이 안토니아디스 Nikolai Antoniadis 등 <슈피겔> 기자
 

   
▲ 2023년 2월까지 키프로스 대통령이었던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는 10여 년 전까지 로펌을 운영했고, 그의 고객들은 종종 돈세탁 의심 사건에 연루됐다. REUTERS


일부 올리가르히는 키프로스에 복잡한 회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도대체 올리가르히들은 이 모든 구조를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역외 회사를 만들어 직원을 이사로 임명하고,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것은 금융서비스 제공업체다. 그들은 고가의 예술작품을 조용히 판매하고 세련된 고급 빌라를 구매하며, 한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주식을 이동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러 조세회피처에 걸친 구조가 특히 인기 있다. 그래서 당국, 법원 혹은 버려진 아내가 숨겨진 그들의 부를 추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저택, 모네의 그림,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재산이 누구의 소유인지 추적할 수 없으면 이 재산에 접근할 방법도 없다. 이렇게 부도덕한 조력자들은 올리가르히, 범죄자 그리고 둘 다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한 가지, 즉 ‘금융 익명성’을 판매한다.
이러한 은폐자 및 조력자 네트워크에는 키프로스 현지의 금융회사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도 포함됐다. 예를 들어 매출액 500억달러, 직원 33만 명,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키프로스의 러시아 유령회사 제국에 깊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키프로스 기밀’ 데이터는 보여준다. PwC 키프로스 지사는 올리가르히 알렉산더 아브라모프(러시아 철강 재벌)와 알렉산더 프롤로프가 60개 이상의 유령회사와 신탁회사로 구성된 복잡한 역외 제국을 건설하는 데 도움을 줬다. 또한 억만장자 알렉세이 모르다쇼프와 그의 65개 회사에 10년 넘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금융 익명성’ 판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몇 주 동안 작성된 문서와 전자우편에는 제재 위협을 받는 러시아인이 1억유로를 이전하는 데 PwC 직원이 어떻게 도움을 줬는지 나와 있다. PwC는 유럽연합(EU) 법률을 위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이후 PwC는 고객 150명과 결별했다고 한다. 현재 PwC 고객 가운데 제재를 받는 러시아 올리가르히는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한 EU 국가의 고위 재무당국자는 “키프로스 금융 중심지에는 오메르타(Omertà·마피아들의 침묵 서약)가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마피아와 마찬가지로 키프로스에서도 내부자는 입을 열지 않는다. 수년 동안 “의심스러운 금융거래와 관련해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많은 키프로스 국회의원이 스스로 회계사나 변호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3년 2월까지 키프로스 대통령이었던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는 10여 년 전까지 로펌을 운영했고, 그의 고객들은 종종 돈세탁 의심 사건에 연루됐다. 2013년 대통령에 당선되자 아나스타시아데스는 로펌의 지분을 두 딸에게 양도했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2021년까지 1200억유로 이상의 러시아 직접투자가 키프로스에 유입됐다. 키프로스는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 근접성이 심각한 문제가 됐다. 미국 조사관들은 명확한 메시지가 담긴 긴 서류 자료를 키프로스에 보냈다. “조처하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할 것이다.” 키프로스 정부는 공개적으로 노선 변경을 약속했다. 2023년 2월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의 뒤를 이어 취임한 니코스 흐리스토둘리디스 대통령은 ‘무관용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강력한 역외산업이 러시아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내부 문서에는 지난 10년 동안 이미 제재를 받은 러시아인 25명이 포함됐다. 2023년 <포브스>가 선정한 104명의 러시아 억만장자 중 키프로스 기밀문서에만 67명이 등장한다. 키프로스는 이런 고객과의 관계를 정말 청산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문서에 따르면 여러 사례에서 키프로스 금융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전쟁이 시작된 뒤에도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을 위해 계속 일했다. 때로는 그들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EU 쪽도 러시아 자금이 키프로스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고 말한다. 브뤼셀의 EU 본부는 키프로스 금융서비스 제공업체를 제재하는 게 정치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이 문제는 각국 정부가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할 정도로 소극적인 태도다. 미국과 영국은 2022년 초에 키프로스의 올리가르히 도우미들을 제재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 2023년 2월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의 뒤를 이어 취임한 니코스 흐리스토둘리디스 대통령은 탈세와 돈세탁 등에 ‘무관용 정책’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키프로스가 러시아 영향권에서 벗어나리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REUTERS

제재에 소극적인 EU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의 EU 집행위원회는 EU 조약의 수호자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고 소피 인트 펠트 유럽연합 의원(네덜란드)은 비판한다. 특히 키프로스에서 “집행위의 유럽법 집행이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펠트 의원은 지적한다. 독일 사회민주당의 형사정책 대변인인 제바스티안 피들러는 유럽 전역에서 더러운 돈과 싸우는데도 키프로스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말도 안 되는 짓”이라 비판한다. “EU가 돈세탁 억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 모든 국가에 단호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EU와 독일 정부가 이 섬나라와 씨름하는 동안, 러시아는 키프로스를 향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준비를 했다. 2023년 가을, 러시아는 키프로스에 신임 대사를 파견했다. 독일 외무부에 따르면 무라트 자지코프 대사는 철학박사이자 작가협회 회원으로 독일어를 구사한다고 한다. 언급되지 않은 내용도 있다. 자지코프는 많이 교육받았을 뿐만 아니라 직업적으로도 야심가다. 그는 수십 년 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중장 직위까지 도달했다.

ⓒ Der Spiegel 2023년 제47호
Eine Insel mit Geldbergen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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