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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천국 스웨덴의 민낯… 빈곤층 느는데 해법이 없다
[FOCUS] 난관 부닥친 스웨덴 사회모델
[165호] 2024년 01월 01일 (월) 에바 무아양 economyinsight@hani.co.kr

 

에바 무아양 Eva Moy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스웨덴의 빈곤율은 1991년 7.3%에서 2021년 14.7%로 30년 만에 두 배 넘게 뛰었다. 노숙인들로 붐비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지하철역. REUTERS

스웨덴은 오래전부터 주변 유럽 나라에서 복지국가의 본보기로 꼽힌다. 그런 스웨덴이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빈곤율은 1991년 7.3%에서 2021년 14.7%로 30년 만에 두 배 넘게 뛰었다. 스웨덴은 1932년 사회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빈곤을 퇴치했다고 자부하던 나라였다. “질병, 노화, 실업으로 줄어든 소득을 넉넉하게 보태주는 시스템 덕에 누구도 가난해지지 않았다.” 프랑스 그랑제콜 보르도 시앙스포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준비하는 야신 부크리스페레의 설명이다.

느슨해진 사회안전망
스웨덴 사회모델은 서서히 매듭이 풀렸다. 그사이 민영화와 자유경쟁의 실이 촘촘해졌다. 첫 번째 자유화 바람은 1990년대 불었다. 부동산 거품이 터지고 나라에 경제·금융 위기가 덮쳤다. 그리고 1991년 우파인 자유당은 사회민주당에 짧게나마 정권을 빼앗는 데 성공했다. 사회민주당은 1932년부터 오늘날까지 잠깐 예외적인 기간을 빼고 줄곧 정권을 쥐었다. 1991년도 그런 예외에 속했다. 2022년에는 자유당이 정권을 되찾았다.
1993년부터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에서 공공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내리막길을 탔다. 더 정확히는 가계에 쓰는 사회보장 지출이 추락했다. 1995년 GDP 대비 17%에서 2022년 11.3%로 줄었다.
코로나19 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스웨덴 경기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1990년대부터 1인당 GDP는 몇 년간 짧게 위기가 오기도 했지만 거의 꾸준히 오름세였다. 1980년과 2019년 사이 1인당 GDP는 1.87배 늘었다(같은 기간 프랑스는 1.64배 증가했다). 공공지출 축소는 무엇보다 이념이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
1992년 교육개혁은 사립학교로 가는 문을 열었다. 그전까지 스웨덴 학교는 모두 국공립이었다. 이듬해 스웨덴 정부는 100% 나라 소유였던 우체국을 민영화하고 적자 철도 노선에 자유경쟁을 도입했다. 그런 기조는 1994년 사회민주당이 재집권한 뒤에도 바뀌지 않았다. 사회민주당 정부는 신자유주의 이론에 매혹돼 있었다. 이제부터 신자유주의 이론은 순풍을 맞는다. 사회민주당 정부는 사립학교를 완전히 공공재정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그 재정은 기초자치단체가 부담하게 했다.
2006년 다시 들어선 우파 정부는 이제 의료제도를 손보기로 결심한다. 의료민영화에 가속이 붙었다. 사립 의료기관이 늘어나고 그 운영비가 대부분 공공재정에서 나가게 됐다. 자유주의 지지자들은 의료개혁으로 의료서비스 대기시간이 짧아지고 환자에게 ‘선택의 자유’가 생겼다고 자축했다. 선택의 자유는 이제 스웨덴에서 민영화의 원칙이 됐다. 그 반대 진영에선 의료개혁이 ‘의료 사막화’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재산세 감면
이념적 주장을 뒤로하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1990년대부터 스웨덴은 불평등이 계속 심해졌다. 스웨덴의 소득불평등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지니계수는 1992년 0.25에서 2021년 0.33으로 뛰었다. 스웨덴 국립통계기관에 따르면 “스웨덴은 유럽연합(EU)에서 2007년 이후 소득불평등이 가장 심해진 나라에 속한다.”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는 스웨덴에서 소득불평등이 커진 건 자본소득 탓이 크다고 했다. 한편 사회소득(사회보장제도에 따라 재분배한 소득)은 임금에 견줘 더디게 늘었다. 그런 흐름은 사회소득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 가구에 가장 큰 피해를 남겼다.
“북유럽의 복지국가 모델은 수준 높은 사회서비스를 바탕으로 세워졌다. 그 목적은 평등의 희망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것과 공공서비스에 불만족한 최고소득자가 이를 버리고 민간서비스로 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부크리스페레의 설명이다. 스웨덴 복지모델의 토대는 강력한 과세였다. 그것으로 삶의 수준을 전반적으로 비슷하게 유지했다. 스웨덴이 전세계 평균보다 세금을 많이 걷는 나라라는 점은 변함없다. 하지만 최근 20년 동안 세 부담은 서서히 약해졌다.
무엇보다 재산세가 많이 내렸다. 주스웨덴 프랑스대사관 경제부에 따르면 “상속·양도세와 부유세는 2005년과 2007년 각각 폐지되고 개인 납세자에 대한 부동산세는 세율 상한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공적 연금기금 일부를 투자자본으로 돌려서 세 부담을 줄였다.” 부크리스페레는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의료서비스와 노후를 민간에 맡기는 부자가 늘었다. 가난한 국민은 시민단체 같은 비영리 민간기관에서 식사 지원이나 재취업 도움 등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런 추세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2015년 비영리단체 ‘스톡홀름 스타드미션’이 첫 사회연대 슈퍼마켓인 ‘마트미시오넨’의 문을 열었다. 이 마트는 대형마트에서 안 팔리고 남은 상품을 저소득층에게 원래 가격보다 70% 싸게 판매한다. 프랑스에서는 1980년대부터 그와 비슷한 활동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푸드뱅크나 ‘레스토 뒤 쾨르’(무료급식)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스웨덴에서 이는 의례적인 일이었다. 지금껏 빈곤 문제는 나라에서 모두 책임졌다.
2015년 이후 마트미시오넨은 점포 7개가 더 생겼다. 2022년 이 마트의 식품 유통과 이용자 수는 각각 67%, 99% 증가했다. 마트 이용자 가운데 62%는 오래전부터 나라에서 경제지원을 받고 있다. 이제는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으로 빈곤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음이 증명됐다.
부크리스페레는 “비영리단체의 역할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공공은 비정부기구와 협정을 맺고 공공이 가진 권한을 민간에 넘긴다. 이를테면 실업자 관리와 교육을 비정부기구에 위탁하고 그 재정을 지원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은 다른 나라를 따라서 신자유주의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노동 등 경제활동을 해야 그 대가로 사회지원을 해준다. 때때로 아무 쓸모가 없는 교육·훈련 현장으로 빈곤층을 내몬다. 스웨덴은 오래전부터 공공과 민간을 철저히 분리한 나라의 상징이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비영리단체에 대한 기부금에 세금공제 혜택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 2012년 기부금 공제 제도가 도입됐다. 이 제도는 2015년 잠깐 폐지됐다가 2019년 다시 살아났다.

가장 큰 피해자는 외국인
이 모든 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외국인이다. 빈곤층 가운데 국내 태생이 아닌 사람의 비중이 크다는 사실이 여러 조사에서 드러났다. 2017년에는 1년 중 최소 열 달 동안 사회지원을 받은 사람의 60%가 외국인이었다(2018년 경제학자 아니 졸리베). 2015년 유럽으로 난민이 밀려들자 스웨덴은 망명 신청자 15만6천 명에게 문을 열었다. 스웨덴 전체 인구(980만 명)를 생각하면 유럽연합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인 셈이다.
난민들은 사회 편입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다. 무엇보다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었다. 외국 출생 거주민의 실업률(2023년 2분기 기준 남성 10.3%, 여성 12.7%)은 국내 출생(4.8% 남짓)에 견줘 두 배 높았다. 이에 사회민주당 정부는 2016년이 되자마자 망명 신청 기준을 까다롭게 바꿨다. 그때부터 외국인 혐오 발언과 반이민 정서가 온 정치판에 퍼졌다.
제1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은 62명이 목숨을 잃은 2022년 마약 갱단의 총격전을 도구로 삼아 반이민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스웨덴민주당은 내각에 합류하지 않았지만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가 만든 우파연합에 2022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스웨덴 경제가 지금의 불황을 몇 년 안에 극복하리라는 전망이 없다. 가계경제는 금리인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스웨덴은 변동금리 비중이 전체 대출의 80~90% 정도다. 유로존은 20~30%다.” 대외무역을 위한 프랑스보험회사(Coface) 소속 이코노미스트 조나단 스틴베르그의 설명이다.
물가상승률은 2023년 2분기 9.8%를 기록했다. 그에 따라 실질소득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스웨덴 노동조정기구는 평균 실질소득이 2021년 9월부터 지금까지 총 8% 감소했다고 전했다.
스웨덴에서 물가인상은 취약한 에너지 공급 구조에 일부 책임이 있다. 스웨덴은 재생에너지 개발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에너지 생산지(북부)와 소비지(남부)를 잇는 전력공급망이 부족하다. 그래서 스웨덴은 유럽 시장 가격으로 전력을 수입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입 가격이 많이 올랐다.

빡빡한 정부 예산
엘리사베트 스반테손 스웨덴 재무장관은 2023년 9월20일 국회에서 예산안을 발표하며 차갑게 말했다. “스웨덴은 경제 혹한기를 버틸 것이다.”
경제학자 아니 졸리베는 “스웨덴 정부가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고 몇몇 지원금을 이례적으로 많이 늘리고 (의료, 가계지원, 노인, 교육 등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 재정을 확대했다. 하지만 정부지원금 인상을 제도화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예산정책은 건전재정을 바탕으로 한다. GDP에서 공공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데도 그렇다. 유럽집행위원회와 OECD에 따르면 2022년 스웨덴 GDP 대비 공공부채율은 34%다. “1990년대 경제위기 이후 스웨덴은 위기가 아주 심각하지 않은 한 공공부채를 늘리려 하지 않는다. 정부는 부채와 공공지출 관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여유자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아니 졸리베의 설명이다. 스웨덴국가부채사무국은 2023년 공공재정이 적자(GDP 대비 1% 미만)를 기록하리라 내다본다. 공공재정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스웨덴은 세계경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다.”(조나단 스틴베르그) 수출의존도(2021년 기준 GDP의 46%, 프랑스는 34%)가 높아서 지금처럼 세계 무역이 둔화한 충격을 그대로 느낄 위험이 있다. 일부 주요 교역국의 경제가 위축되면 스웨덴에 직접 타격이 될 수 있다. 지금 독일 경제가 그렇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11월호(제440호)
La Suède n’arrive plus à endiguer la pauvreté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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