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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금리야!
[FINANCE] 채권수익률을 결정하는 동인
[165호] 2024년 01월 01일 (월) 윤석천 maporiver@gmail.com

 

윤석천 경제평론가
 

   
▲ 2023년 11월10일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유지하되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무디스 본사. REUTERS


2023년 11월10일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유지하되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로 유지하는 신용평가사는 무디스가 유일하다. 스탠더드앤푸어스는 10여 년 전인 2011년에, 피치는 2023년 8월 그 등급을 낮췄다. 이제 무디스마저 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재정 건전성에 대한 위험이 증가했고, 국가 고유의 신용 강점이 더는 이를 완전히 상쇄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디스가 등급 전망을 하향한 배경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물론이고 일반인까지 미국의 재정·경제 건강도가 악화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세계경제를 우려할 수 있다. 정말 미국 채권시장의 균열 위험은 커져만 가는 걸까? 맥락을 파악하는 건 현상을 이해하는 첩경이다. 이제 무디스 보고서를 천천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 높은 금리란 맥락에서 정부지출을 줄이기 위한 효율적인 재정정책 수단이 없거나 세수를 늘릴 방안이 없다면, 무디스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매우 큰 상태로 유지되고 이는 유의미하게 허약해진 부채 적응성으로 귀결될 것이라 예상한다.”
보고서는 몇 가지 가정을 전제로 한다. “금리가 높게 유지되는 환경에서 정부지출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 없거나 세수를 늘릴 방안이 없다면”이란 전제를 깔았다. 이를 뒤집어보면 상황은 완전히 바뀐다. “금리가 낮아지고 정부지출을 줄이거나 세수를 늘린다면”이란 전제를 적용한다면 무디스의 부정적 관찰 근거는 사라진다.
맥락을 살펴보면 무디스 보고서의 진실을 볼 수 있다. 핵심은 많은 사람이 우려하듯 ‘막대한 재정적자’가 아니라 ‘금리’임을 알 수 있다. 대규모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 폭증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그것이 트리거(기폭제)가 되느냐 안 되느냐는 금리의 절대 수준이 얼마나 높고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에 상당 부분 달렸다. 또 하나, 국채 발행액의 절대 수준이 아니라 경제 규모와 대비한 상대적 수준이 중요하다.
 

   
▲ 2024년엔 미국 대통령선거가 있어 미 정부가 고금리를 유지해 굳이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는 선택을 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2023년 12월6일 미국 앨라배마대학에서 열린 2024년 미국 대선 제4차 공화당 후보 토론회. REUTERS

미국 이자비용 급증에 관한 논란
금리가 높아질수록 이자비용은 급증한다. 미국 정부의 총이자비용은 향후 12개월 동안 약 2260억달러(약 297조8900억원) 늘어 1조15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2010년 2분기부터 2021년 말까지 늘어난 이자비용은 총 2400억달러였다.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증가한 비용과 향후 12개월 동안 늘어날 액수가 얼추 비슷하다. 2020년 이래 미 연방정부의 부채는
9조달러 정도 증가했다. 그 이전 50년 동안의 총부채가 24조달러 정도였으니 지난 3년 늘어난 액수는 천문학적으로 보인다. 분명 그렇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부채의 절대 수준이 아닌 이자비용액이 얼마냐다. 거듭 강조하지만, 아무리 부채가 많아도 이자지급액이 적다면 지속 가능하다. 지난 3년 동안 미국 정부부채의 가중평균금리는 약 1%포인트 올랐다. 금리가 그전 수준으로 유지됐다면 이자비용은 연 6천억달러를 약간 넘는 정도일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1조1500억달러가 아니다. 금리 수준이 이자지급액의 가장 중요한 변수임을 알 수 있다.
2020년과 2021년에 부채 발행이 급증했다. 이는 팩트다. 핵심은 오늘날 이뤄지는 천문학적 부채 발행이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문제가 될 수준인가 하는 것이다. 2020년 이래 경제는 약 5.5조달러, 25% 정도 성장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2020년 약 20조달러에서 2022년 25조4600억달러로 늘었다. 그 기간에 정부 세수는 33% 정도 늘었다. 연방정부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2020년 이래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추세를 보면, 즉 2021년부터 현재까지 흐름은 하락하고 있다. 부채 발행보다 성장 규모가 더 컸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 성장과 세수 측면에서 천문학적 부채 발행이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역시 금리 수준이다.
채권시장 약세 주장자들은 예외적인 부채 발행이 채권수익률, 즉 금리 급등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인플레이션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 목표인 2% 이하로 하락하더라도 금리는 여전히 높게 유지될 거라고 강조한다. 현재의 높은 부채 발행 수준을 그 이유로 댄다. 정말일까?

적자나 부채 발행이 문제?
2020년 미 정부의 부채는 5조달러나 늘었다. 2분기에만 3조2500억달러 증가했다. 당시 10년물 국채금리는 0.92%였다. 시장은 어땠을까? 보통 때라면 수년치 발행 물량을 한 분기에 쏟아냈지만 평온했다. 2분기 중 평균금리는 0.69%였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부채 발행액보다는 금리 수준과 이자비용 규모가 문제라는 점이다. 일본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미국의 두 배가 넘는다. 인플레이션이 오르고 있지만 금리는 1% 이하다. 지속가능성에 의문은 있지만 최소 수십 년 동안 일본 채권시장에 혼란이나 금리 폭등은 없었다. 무디스의 설명처럼, 문제는 적자나 부채 발행이 아니다. 금리다.
설사 시장금리가 오른다 해도 대안이 없는 게 아니다. 미국 재무부와 정부는 생각보다 많은 수단을 갖고 있다. 약간 과장하면 그럴 능력을 넘치게 갖고 있다. 금리상승론자가 우려하는 가장 큰 요인은, 낮은 금리로 발행한 부채의 만기가 도래할 때 더 높은 금리로의 차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과연 이런 사태가 벌어질까? 그렇지 않다.
우선 연준은 장기금리를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중앙은행이 단기채권을 매도한 뒤 그 자금으로 장기채권을 매입하는 공개시장조작 정책)로 낮게 유지할 수 있다. 장기채권을 매입해 그 금리는 끌어내리고 단기채권을 매도해 단기금리는 올리는 공개시장조작을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장기채 차환 부담이 감소한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또 어떤 수단이 있을까? 채권을 사는 양적완화를 할 수도 있다. 유동성 증가가 불가피해 인플레이션 발생 우려가 있고 채권금리를 더 높게 밀어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이는 기우임을 알 수 있다.
미국 정부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재무부는 이미 장기부채 발행량을 제한하고 있다. 매 분기 미 재무부는 향후 3개월 동안의 부채 발행 계획을 발표한다. 2023년 11월2일 발표를 보면 11월·12월·1월에 이뤄질 10년물 이상 장기국채 발행 물량은 8월·9월·10월에 비해 약 10% 미만 늘어난다. 반면 단기부채 발행 물량 증가율은 2년물과 5년물이 각각 28.13%로 상당히 높다. 간추리면 미 재무부는 장기부채보다는 단기부채 발행 물량을 늘려 필요한 돈을 조달하려 한다. 장기부채보다는 단기부채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현재의 높은 금리에 장기간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금리의 향방은?
채권수익률과 인플레이션/기대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는 0.966이다. 국채수익률은 인플레이션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클리브랜드 연준 기대인플레이션지수는 최상의 국채 수익률 선행지표다. 2023년 11월23일 현재 10년 기대인플레이션은 2.4%다. 12월1일 현재 10년물 국채 금리는 4.3%다. 2020년 7월에는 0.5% 선이었다. 현재의 채권수익률은 리스크 프리미엄과 인플레이션 리스크 프리미엄을 과다 계상하고 있다. 만약 기대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낮아진다면 채권 금리는 얼마든지 하락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건 또 있다. 현재 시장은 보험성 금리인하(Insurance Cut)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오기 전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금리인하 가능성은 충분하다. 과거에도 그렇게 한 적이 있다. 연준은 1994년부터 1995년 4월까지 기준금리를 3%에서 6%로 크게 높였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1995년 5월 경기둔화 움직임이 보이자 ‘보험성 인하’를 시작한다. 1995년 하반기에 두 번, 1996년 1월에 한 번 금리를 내린다. 현 제롬 파월 의장도 그런 선택을 한 적이 있다. 2018년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하던 연준은 2019년 초부터 금리를 동결했다. 당시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하면서 경기둔화 우려가 깊어지자 2019년 8월·9월·10월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내렸다.
보험성 금리 인하가 가능하려면 인플레이션이 문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질 때다. 현재는 어떤 상황인가? 여전히 인플레이션은 높지만 그 둔화세는 계속되고 있다. 2024년 정도면 인플레이션은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경기둔화 우려는 계속 커질 것이다. 높은 금리가 지속되면서 경제주체의 가중평균금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는 미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 2024년 1분기 이후 미국 경제를 힘들게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게다가 2024년엔 대통령선거가 있다. 고금리를 유지해 굳이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는 선택을 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방만한 재정은 큰 문제임이 틀림없다. 비생산적 정부지출은 궁극적으로 경제를 약화하고 시민의 부를 갉아먹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채권수익률이 급등해 채권시장이 붕괴하지 않는다. 천문학적 부채란 서사에 함몰되면 채권수익률 결정 요인이 무엇인지 잊을 수 있다. 채권수익률을 움직이는 동인은 부채 발행의 절대 규모가 아니다. 부채 발행이 늘어 시장금리가 오르는 건 일시적 소음이다. 그 진정한 동인은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책들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4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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