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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금리인하, 살아남으면 봄이 온다
[경제의 속살] 2024년 자본시장 전망
[165호] 2024년 01월 01일 (월) 권순우 soon@3protv.com

 

권순우 <삼프로TV> 취재팀장
 

   
▲ 2023년 법인과 개인의 파산·회생 신청이 급증했다.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개인회생·파산면책 전문 법무법인 광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2024년에는 금리가 내리려나. 이자 내느라 허덕이는 많은 사람에게 금리인하는 참 기다려지는 이벤트다. 많은 전문가가 이르면 2024년 초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늦어도 2024년 안에는 금리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금리 전망을 조사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3월 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64%나 되고 동결 가능성은 35.9%다. 금리가 내려가면 고통스러웠던 이자 부담이 좀 덜해질 수 있다. 하지만 마라톤은 마지막 1㎞가 가장 고통스럽고 비행기는 착륙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는 10여 년을 저금리 시대에 살았다. 모든 경제가 멈춰버린 팬데믹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막대한 돈을 풀었고 잊고 지내던 물가상승이 찾아왔다. 한국은행은 2021년부터 2023년 1월까지 금리를 열 차례나 올렸다. 0.5%이던 금리는 3.5%까지 올랐다. 사람들은 고금리에 허덕이는데 그렇다고 한국은행이 마음대로 금리를 낮출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외환이 빠져나가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정책은 정부로부터는 독립했지만 미국 연준의 금리정책으로부터는 완전히 독립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섯 차례 금리를 동결하며 연준의 금리 결정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고금리 앞에 영원한 호황 없다
글로벌 자본시장은 이미 2023년 10월부터 금리인하를 기정사실로 했다. 대표적 시장금리 지표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023년 초 3.5%에서 10월 5%까지 올랐다. 이제 금리가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4% 초반까지 내려왔다. 참 이상한 미국 경제였다. 금리가 5.5%나 되는데 노동시장에 일자리가 넘쳐나고 개인들의 소비는 풍성했다. 멕시코 이민자를 막아서 노동력이 부족한가, 팬데믹 때 사람들 주머니에 너무 많은 돈을 꽂아줘서 그런가, 이도 저도 아니면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처럼 “미국인들이 내일이 없는 듯 집 장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저축보다 콘서트, 여행, 디자이너 핸드백 구매 등 소비가 우선되고” 있기 때문일까. 경제학계에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학자들까지 나서서 경제학 이론을 재점검했을 정도다.
고금리 앞에 영원한 호황은 없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10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는 870만 건으로 전월 대비 61만7천 건 줄었다.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구인 건수다. 9%대까지 치솟던 물가상승률도 3% 초반까지 내려왔다. 자본시장은 금리인하를 좋아한다. 채권 금리가 5%에 육박하던 10월 말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4000 초반까지 내렸다가 연말에 4500까지 올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예측하기에 너무 이르다”고 강조하지만 자본시장은 이미 금리인하를 반영하고 있다.
금리인하 기대감에 신난 자본시장과 실물경제는 다르다. 금리인하 직전은 경제적으로 가장 혹독한 시기다. 빚이 많은데 금리가 높으면 먹던 밥 덜 먹고, 입던 옷 덜 입으며 살림살이를 줄여야 한다. 살림살이를 줄여도 생계가 안되면 파산할 수밖에 없다. 파산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경기가 둔화하고 그때가 바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는 시기다. 금리인하 시기가 다가온다는 것은 많은 경제주체가 파산한다는 얘기와 같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1달러 미만으로 거래되는 이른바 ‘동전주’가 급증했다. 나스닥 상장사 3400여 개 가운데 무려 464개가 1달러 미만으로 거래된다. 2021년 7월만 해도 동전주는 단 2곳이었다. 스타트업 열풍 때 밝은 미래를 외치며 입성한 기업들이 고금리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 위기에 몰렸다. 한국에서는 영업으로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대기업이 급증했다. 리덕스인덱스에 따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2023년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347개 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이 1이 안 되는 기업이 98개로 전년도 47개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 한국은행은 2021년부터 2023년 1월까지 금리를 열 차례 올린 뒤 다섯 차례 금리를 동결하며 미국 연준의 금리 결정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법인과 개인, 파산·회생 신청 급증
대기업이 이런 상황이고 맷집이 약한 기업들은 더 처절하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23년 3분기까지 법인 파산 신청이 1213건으로 연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도 연간 1004건보다 20% 많았고, 팬데믹 기간인 2020년 1069건마저 넘어섰다. 빚만 줄여주면 어떻게든 갚아보겠다는 회생 신청은 1160건이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파산으로 가겠다는 법인 수가 연간 기준으로는 역전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가장 취약한 고리인 개인 회생 신청 건수는 2023년 9월까지 9만437건으로 전년 대비 40% 급증했다. 2022년 연간 규모 8만9966건을 넘어섰다. 팬데믹 기간에 정책자금으로 연명하던 자영업자, ‘영끌’로 암호화폐와 주식에 투자했던 20·30대 청년층의 신청이 급증했다. 빚 때문에 집을 포기하는 경매 건수도 늘고 있다.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2023년 11월 서울 지역 경매에 넘어간 아파트는 340건으로 전년(188건)보다 81% 늘었다. 경기 지역 아파트 경매는 749건으로 99% 급증했고, 인천도 233건으로 61.8% 늘었다. 경매에 나와도 사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23.8%로, 100건 중 76건은 주인을 찾지 못했다.
2024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뇌관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다. 부동산시장은 언제나 경기 과열기에는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경기가 침체되면 가장 큰 충격을 받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23년 6월 말 기준 금융권 PF 대출잔액은 133조1천억원으로, 3월 말(131조 6천억원) 대비 1조5천억원 늘었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어떻게든 PF가 부실되지 않도록 조처했지만 이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장부터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브릿지론이다. 통상 개발사업을 하면 초기에 토지를 담보로 브릿지론 대출을 받는다. 사업성이 확보되면 본격적으로 PF 대출을 받는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이 비쌀 때 산 땅이다. 토지 원가가 너무 비싸면 분양 원가도 높을 수밖에 없고 미분양이 날 수밖에 없다. 뻔히 알면서 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다. 많은 돈을 빌려 땅을 샀는데 사업 추진이 안 되면, 해당 토지는 경매에 나온다. 경매로 싸게 토지를 매입한 사업자는 적정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거품 터져야 새살 돋는다
2023년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브릿지론 만기를 연장하도록 금융회사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금리를 내려봐야 과거와 같은 1%대 금리로 내려가진 않을 테고 ‘묻지마 투자’가 횡행했던 부동산 상승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현재 “캠코나 경·공매로 처분되는 브릿지론 토지의 매매가격은 대출금액 대비 30∼50% 낮은 수준”이라며 “풍선에서 바람을 빼듯 사업성이 낮은 브릿지론부터 순차적으로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경제성장률은 2023년보다는 나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11월30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2024년 실질GDP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1%로 하향 조정했지만 전년도의 1.4%(추정치)보다는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상 최악이었던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되며 경상수지 흑자는 490억달러로 전년도 300억달러보다 확대될 거라고 한국은행은 밝혔다. 장기화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유가를 자극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국 대통령선거 등 불확실성은 많다. 그럼에도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년 경제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과도한 낙관론을 경고하지만 경기침체에 빠질 거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연착륙 가능성이 점차 커진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시대에 형성된 과도한 거품은 결국 터지기 마련이다. 고통을 피하고 싶지만 고름을 짜내야 새살이 돋는다. 줄여야 한다. 부채를 줄이고 낭비를 줄이며 빚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경기둔화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혹독하다. 사회적으로는 과잉투자된 부분을 정리하면서도 사회적 약자가 재기하기 힘든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을 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 경기가 둔화하면 세수가 부족해지고 사회갈등은 더욱 심해진다. 어디에 집중할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과도한 부채가 해소되고 경제에 새살이 돋으면 다시 희망의 싹이 튼다. 추운 겨울이 빨리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오길 기대한다.

* 권순우는 경력 15년의 현직 기자다. 금융, 산업 등 다양한 영역을 취재하며 생생한 현장을 전한다.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머니투데이방송>을 거쳐 현재는 <삼프로TV>에서 ‘압도적 권순우: 압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격변과 균형> <수소전기차 시대가 온다>가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4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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