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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 신기록’ 뒤에는 데이터마케팅 있다
[김창금의 스포츠 비즈니스] FC서울 40만 관중 돌파
[165호] 2024년 01월 01일 (월) 김창금 kimck@hani.co.kr

 

김창금 <한겨레> 선임기자
 

   
▲ 2023년 11월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에서 FC서울은 K리그 유료 관중 집계 이래 처음으로 한 시즌 40만 관중을 돌파했다. 연합뉴스


‘쪼개고 나누고 추적하라, 끝까지….’
2023 프로축구 K리그에서 사상 첫 40만 관중을 유치한 FC서울의 시즌을 정리하면 이렇게 요약할 수도 있겠다. FC서울은 시즌 38경기 가운데 19번을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렀고, 경기당 평균 2만2633명씩 총 43만29명의 입장객을 맞았다. FC서울이 1983년 프로축구 출범 이후 두 부문에서 새 기록을 썼다.
프로축구의 총관중은 프로야구보다 훨씬 적다. 팀당 경기 수가 네 배 가까이 차이 나기 때문이다. ‘문만 열면 관중이 들어오는’ 프로야구는 국내 프로스포츠 시장에서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총관중 점유율을 보인다. 하지만 FC서울이 프로야구 롯데가 보유한 경기당 평균 관중 기록마저 깨면서, 만원 관중이 일상화된 유럽의 축구장 풍경이 한국에서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전망을 안겼다.
갈 길은 멀지만, FC서울을 보면 희망이 보인다. 2004년 안양 연고에서 서울로 복귀한 FC서울은 팀 명칭(안양 엘지)에서 기업명을 빼는 혁신적인 결단을 했다. 프로야구나 프로농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로, 서울 지역 브랜드만으로 대표구단이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프로축구의 조건은 열악했다. 1만6천 명이 정원인 경기장에 듬성듬성 관중이 앉았지만, 기록지에 9800명이 입장했다고 적어낸 구단이 있던 때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국이 근본적 차원의 쇄신으로 유료관중 집계, 1~2부 제도 개선, 전 경기 방송 제작, 부분적 경영공시 등 내실을 강화하면서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토대를 완성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리고 FC서울이 ‘40만 관중’ 시대를 열면서 신기원을 열었다.

여성 팬 신규 유입과 가족 팬 증가
현장을 지켜본 성민 FC서울 홍보총괄은 “40만 관중 돌파의 동력은 ‘여성 팬의 신규 유입’과 ‘가족 단위 팬의 증가’였다. 마케팅 부문 등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고생한 덕분이다”라고 밝혔는데, 그 바탕엔 고객 데이터 기반부터 만들지 않고서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FC서울의 철학이 있다.
FC서울은 고객이 남기고 간 흔적이나 단서를 철저히 챙겼다. 누리집이나 애플리케이션(앱)의 실시간 상담 챗봇을 통해 제기된 한명 한명의 질문은 그 자체가 데이터다. 경기장 관중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팬들의 ‘니즈’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한 관중 동반 형태를 분석하고 몇 명인지, 어떤 모임인지, 연령까지 파고든다. 누가 티켓을 구매했는지, 거주지는 어디인지 등의 정보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FC서울이 첫 방문자에게 반드시 재방문 권유 메시지를 보내고, 어린이 회원을 늘리기 위해 경기장 근처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입장권 할인 정보무늬(QR코드)를 배치하고, 여성 팬을 위해 경기장 안에 스티커 사진 촬영 부스를 설치한 것 등은 데이터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경기장 매점을 이용하는 팬들의 불편을 덜고자 사전에 앱으로 구매한 뒤 경기 중 찾아가도록 하고, 스타디움 밖 푸드트럭까지 이런 서비스를 개방해 팬 만족도를 높인 것도 마찬가지다. FC서울의 2023년 여성 관중(47.4%)이 전체 관중의 절반에 육박하며, 어린이 팬 비중(16.2%)이 늘어나고, 가족 단위 입장객(49.0%)이 친구(29.2%)와 연인(16.6%)보다 많아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객이 서비스와 상품에 노출된 뒤 경험하고, 재구매를 넘어 추천에 이르는 과정을 지표화한 ‘획득(Acquisi-tion)-활성화(Activation)-재방문(Retention)-추천(Referral)-이익(Revenue)’을 점검하는 것은 기본이다. 서울의 어느 구에서 관중이 많이 오는지, 경기도 주변 도시의 팬들은 어떻게 분포하는지 알면 마케팅 포인트도 달라질 수 있다.
FC서울이 데이터를 축적하고 마케팅을 강조하는 이유는 코로나19 대유행 때 겪은 충격 때문이다. 성민 총괄은 “텅 빈 경기장에서 오직 선수들의 목소리만 들릴 때 직원들은 팬의 소중함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데이터만이 전부는 아니다. 2023년 4월8일 대구FC와 벌인 홈경기에서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 하프타임 공연을 한 것은 FC서울에 행운의 사건이었다. 관중 4만5천여 명 입장은 팬데믹 이후 프로스포츠 최다 기록이었고, 임영웅을 보러 왔던 여성 팬 가운데는 축구를 보기 위해 나중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는 이도 많았다. 데이터가 이를 보여준다.
스포츠 행사에서 대중문화 스타가 시타자나 시구자로 참여한다. 그런데 실제 공연과 결합할 때 시너지효과는 극적이었다. FC서울은 11월25일 수원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YG 글로벌 보이그룹’ 트레저 최현석-요시-하루토의 하프타임 공연도 진행했다.

대중문화 스타 공연도 ‘대성공’
두 출연진이 순수한 축구팬의 입장에서 도왔다면, FC서울은 최고의 경기장 환경 속에서 이들에게 새로운 무대의 가능성을 선물했다. 이런 윈윈 관계는 비용이 들지 않는 방식으로 축구장의 잠재력을 문화 요소와 결합했다고 볼 수 있다.
20년 전만 해도 프로축구 K리그에서는 마케팅 개념이 거의 없었다.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 아래 승리지상주의가 팽배했다. 이기면 모든 것이 해소됐다. 하지만 우승은 간밤에 내린 눈과 같다는 말처럼, 하루만 지나도 과거의 일이 된다. 반면 마케팅 활동은 팀의 장기 지속을 다지는 작업이다.
2023년 K리그는 울산 HD FC의 리그 2연패와 수원 삼성의 2부 추락으로 기록될 것이다. 누가 알뜰한 경영으로 가성비 높은 구단 운영을 했는가를 따지는 일은 부차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론 성적과 마케팅은 별도로 움직일 것 같지 않다. 경영효율의 압박을 받는 기업이 프로축구단 투자를 줄이는 것은 예상된 일이다. 중계권료 수익의 구단 배분도 미미하고 광고 유치에 한계가 있다면, 구단은 본원상품인 홈경기를 죽기 살기로 팔아야 한다.
팬을 사로잡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저변을 다지는 것은 프로구단의 필수다. 자생력을 확보하는 노력 없이는 모기업 투자의 정당성도 얻기 힘들다. FC서울은 먼저 나섰다. 그렇다면 2023년 프로축구의 승자는 달리 볼 수도 있다.

* 1993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했고, 1999년부터 스포츠기자로 재직하고 있다. 스포츠저널리즘 연구로 한국체육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저서 <한국 스포츠 미디어 담론구조의 변화>(글누림)는 2022년 세종도서로 선정됐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4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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