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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S&P 493’에도 볕 들까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2024년 중소형주 주가 전망
[165호] 2024년 01월 01일 (월) 찬호 Sodohun@naver.com

 

찬호 공인회계사
 

   
▲ ‘2023년 올해의 주식’이라 할 수 있는 엔비디아는 300% 넘는 상승을 보였다. 2024년 주식시장은 이런 특정주 집중 현상을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REUTERS


2023년 각국 주가지수가 꽤 올랐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연초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 미국만큼은 못해도 우리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도 꽤나 힘을 냈다. 연초에 투자했으면 은행 이자보다는 훨씬 짭짤한 수익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닌데’라는 독자가 상당히 많을 것이다. 지수는 올랐어도 내 계좌는 제자리거나 오히려 손실을 기록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2023년은 지수가 올랐어도 투자자에겐 너무나도 힘겨운 한 해였다. 특정 주식에만 집중된 수급이 문제였다. 코스피의 경우, 반도체와 2차전지 섹터를 제외한 대형주들은 그리 재미를 보지 못했다. 코스닥은 2차전지 판이었다. 에코프로비엠 등 2차전지 주식을 제외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줬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Magnificent Seven)이라는 7개 대형주를 빼면 지수상승률을 채 못 따라간 주식이 즐비했다. 최근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2023년 소외된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대다수 주식을 언급하며 ‘미디오커(Mediocre)493’이라는 신조어를 기사에 담아냈다. ‘그다지 좋지 않은’이라는 뜻에 S&P500 중 7개 대형주를 제외한 493개 주식을 합성한 용어다. 2024년 새해는 그리 수익률이 좋지 않았던 대부분의 주식이 빛을 발하는 해가 될까. 2023년 어려웠던 경제 상황 속에서 나타난 차별화된 주가의 이유와 2024년의 희망을 살펴보려 한다.

대세주의 이유 있는 상승
2023년 주식시장을 한 단어로 설명하면 모두 ‘인플레이션’을 꼽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유동성에 따른 부작용이었다. 인플레이션 상승은 이를 누르기 위한 금리상승으로 이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미국 국채 금리가 5%에 육박했다. 시중의 돈이 채권으로 향했다. 그러나 금리 공포 속에서도 M7이라는 초대형 주식은 폭발적인 상승을 기록했다. 대장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50%에 육박하는 상승을 보여줬다.
감히 ‘2023년의 주식’이라 할 수 있는 엔비디아는 300% 넘는 상승을 보여줬다. 시장금리가 고공행진을 하는데도 어떻게 이런 엄청난 상승을 보여줬을까? 간단하다. 고금리에도 엔비디아가 벌어들이는 돈은 줄어들지 않았다. 엔비디아가 300% 상승했어도 애널리스트들이 과대평가라고 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돈을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2022년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55억달러였다. 그런데 2023년 3분기까지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190억달러다. 주가 상승보다 영업이익의 상승폭이 더 컸다.
코스닥의 에코프로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주가는 과열됐을 수 있다. 그러나 에코프로의 영업이익 증가폭은 적지 않다. 2021년 860억원의 영업이익에서 2022년 6100억원으로 7배 이상 상승했다. 때마침 나타난 전기자동차 시대의 도래를 향한 기대는 주가 상승을 뒷받침해주는 또 다른 강력한 이유다.
앞서 언급한 2023년의 대세 주식이 없는 투자자에게 한 해 농사는 그리 짭짤하지 않았다. 미국의 존슨앤드존슨, 홈디포, 월마트 같은 전통적 주식의 연간수익률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코로나19 때 돌풍을 일으켰던 네이버, 카카오, 수많은 바이오 주식도 마찬가지다. 물론 대세주는 지수 상승기에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처럼 특정 종목에 집중된 상승은 쉽사리 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런 특징은 다양한 이유로 해석될 수 있지만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금리 공포에 따른 특정주 집중화라 할 수 있겠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투자자가 주식에 요구하는 수익률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채권에 투자해도 높은 금리에 따른 충분한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금리상승은 레버리지(차입) 사용을 낮춘다. 이는 주식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감소를 의미한다. 따라서 확실하게 돈을 잘 벌거나 장밋빛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주식에만 투자하기 마련이다. 미국의 M7과 한국의 에코프로가 그렇다. M7에 속한 주식은 분기마다 시장의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보여줬고, 이른바 인공지능(AI) 테마라는 미래 청사진까지 보여줬다. 에코프로도 마찬가지다.

러셀2000지수 반등의 의미
2023년 눈길을 끌었던 ‘대마불사’의 또 다른 예가 있다. 2023년 3월, 미국의 지방은행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했다. 이유는 급격한 금리상승에 따른 보유 채권의 손실이었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은 지방은행들에 위기를 불러일으켰다. 실리콘밸리은행과 비슷한 퍼스트리퍼블릭뱅크는 3월 한 달간 90% 이상 하락을 보였다. 미국의 초대형 은행 제이피모건의 주가는 어땠을까.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초기에는 하락을 보였다. 그러나 이내 다시 상승했다. 금리가 인상돼도 ‘대마’는 죽지 않으리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반영됐다고 할 수 있겠다. 은행주에 투자한다면, 가장 큰 은행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2024년은 좀 나아질 수 있을까. 최근 골드만삭스가 펴낸 투자보고서는 2024년에는 경기침체 위협이 줄어 경기침체에 민감한 주식들이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시장도 최근 이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미국에는 러셀2000지수가 있다. 2천 개의 중소형주가 편입된 지수다. 중소형주의 특성상 경기 민감 주식이 많고 금리인상에 불리한 경향이 높다. 러셀2000지수는 2023년 나스닥이 30% 상승할 때 제자리걸음을 했다. 그런데 11월 한 달간 러셀2000지수의 상승률은 나스닥지수의 상승률을 능가했다. 한국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시장의 투자금을 모두 빨아들이던 에코프로를 비롯한 2차전지 주식들이 쉬어가는 타이밍을 보이자, 다른 주식들이 반등했다. 금리와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거시경제의 불안한 큰 파도가 잠재워질 수 있다면 2024년은 소외됐던 주식들이 보상받는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10여 년간 자본시장 언저리에서 밥벌이하는 공인회계사다. 시장 거품을 늘 걱정하지만, 우리가 숨을 거둔 뒤에도 자본시장은 계속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모두에게 공개하는 재무제표 등 공시 정보를 통해 기업의 속살을 톺아보는 글을 독자와 함께 나누려 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4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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