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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에도 바닥 없는 추락
[COVER STORY] 꽁꽁 얼어붙은 홍콩 부동산시장- ① 실태
[164호] 2023년 12월 01일 (금) 원쓰민 economyinsight@hani.co.kr

 

   
 


홍콩 덮친 부동산 공포 회복의 길이 안 보인다
전세계에서 집값이 비싼 도시 가운데 하나인 홍콩의 부동산시장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2023년 3분기 주택 거래량은 920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나 줄었다. 여기에 주택을 급매하려는 사람들이 가격을 더 낮추고 고급주택을 중심으로 미분양도 속출하고 있다. 금리 상승과 외국인의 홍콩 유입 감소, 중국 경기 둔화가 부동산시장의 침체 원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들은 앞으로 신규 주택 공급이 쏟아지고 고금리 기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2024년에도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 정부는 부동산시장 회복을 위해 규제완화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효과가 그리 크지 않으리라고 전망한다. _편집자


원쓰민 文思敏 <차이신주간> 기자
 

   
▲ 2023년 10월25일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이 홍콩 입법회에서 시정보고를 하고 있다. 존 리 장관은 이날 10년 넘게 유지했던 부동산 규제 조치를 조정하고 외지인이 부동산을 구매할 때 부과하는 인화세를 나중에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UTERS

“정부가 시정보고에서 부동산 규제완화 조치를 발표한 뒤 구체적인 내용을 문의하는 강퍄오(港漂·일자리를 찾아 베이징에 온 외지인을 뜻하는 베이퍄오(北漂)에 빗댄 말로, 본토에서 홍콩으로 건너와 일하는 외지인) 고객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집을 보러 온 고객은 한 명도 없었다.” 홍콩에서 19년째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판(潘) 여사는 최근 5~6년 동안 주로 강퍄오 고객을 공략했다. 고객은 대부분 홍콩 영주권을 얻으면 바로 집을 샀다. 영주권이 없는 상태에서 집을 사면 내야 하는 인화세(印花稅) 30%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10월25일,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두 번째 시정보고에서 10년 넘게 유지했던 부동산 규제 조치를 조정하고 외지인이 부동산을 구매할 때 부과하는 인화세를 나중에 내도록 허용했다. 오랫동안 월세살이를 하던 강퍄오에게 주택 구입비를 줄이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많은 사람이 여전히 망설였다. 6년째 홍콩에서 일하는 천위안은 “대출금리가 너무 올랐고 우리 부부가 일하는 금융업계가 불안해서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 대출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투자은행 UBS는 2024년에도 홍콩의 부동산 가격이 10% 하락하리라 전망했다. 2023년 초 중국이 국경을 개방해 왕래가 허용되고, 홍콩 정부가 생애 최초 주택의 인화세를 인하하자 시장이 활기를 찾았고, 1월부터 4월까지 중고주택가격지수가 4개월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른데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등 여러 요인의 영향으로 홍콩 부동산가치평가국이 발표하는 중고주택가격지수가 이후 4개월 동안 6% 하락해, 가장 높았던 2021년 9월과 비교하면 14.8% 하락했다.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사람들은 관망세로 돌아섰고 부동산 거래량이 급감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자료에서 2023년 3분기에 신규주택과 중고주택 거래량이 9200건에 그쳐 전 분기보다 25% 줄었고,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하락했으며, 4분기에도 감소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리젠밍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홍콩지역 가치평가 및 자문서비스부 이사는 “예년에는 3분기에 거래량이 가장 많았는데 2023년은 내가 업계에 진입해 20여 년 동안 본 것 가운데 거래량이 가장 적었다”고 말했다.
홍콩은 오랫동안 전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도시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짧은 조정은 있었지만 13년 연속 고공행진을 이어왔고, 2022년부터 하락기에 진입했다. 최근 가격 하락과 함께 거래량이 줄자 정부가 10년 이상 유지했던 부동산 규제를 조정해서 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홍콩 부동산시장은 어떤 위기를 겪고 있을까? 규제를 완화한 뒤 언제부터 시장이 반등할까?
 

   
▲ 홍콩의 부동산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시장분석기관들은 2024년 홍콩의 부동산 가격이 1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과 인접한 중국 중산시의 한 주택단지 모형을 소개하는 부동산중개인. REUTERS

기대에 못 미치는 정책
10월25일 존 리 행정장관이 2023년 시정보고에서 발표한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업체 존스랑라살(JLL)의 쩡환핑 홍콩 대표는 “이번 규제완화는 기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존 리 행정장관은 시정보고에서 지난 1년 동안 금리가 상승한데다 여러 지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했고 주식시장의 거래량이 줄어 부동산시장 역시 조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홍콩의 부동산 공급량이 계속 늘어나는 것을 포함한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규제 정책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규제완화는 부동산 구매에 따른 인화세 인하에 초점이 맞춰졌다. 추가 인화세와 취득 인화세, 신규주택 가격연동 인화세가 대상이다. 먼저 추가 인화세의 적용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줄였다. 주택을 매입해 6개월 안에 매도하면 집값의 20%, 6개월~1년에 매도하면 15%, 1~2년에 매도하면 1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추가 인화세는 홍콩 정부가 2010년에 처음 만든 부동산 관련 규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정책으로 유동자금이 홍콩으로 몰리면서 부동산투기 광풍이 불자 추가 인화세를 만들어 부동산투기를 억제했다.
이와 함께 취득 인화세와 신규주택 가격연동 인화세 세율을 15%에서 7.5%로 낮췄다. 이 조치는 주택을 보유한 홍콩 영주권자가 추가로 주택을 매입하거나 외지인이 홍콩에서 주택을 매입할 때 부담을 줄여줄 것이다.
취득 인화세는 홍콩 영주권이 없거나 회사 이름으로 거래하는 주택 매입자를 겨냥했다. 2012년 도입했는데 당시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고 중국 본토와 국외에서 자금이 밀려들어 정부가 고액 세율을 적용해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유도했다. 신규주택 가격연동 인화세는 홍콩에서 주택을 매입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하지만 영주권자가 생애 최초로 주택을 매입했을 때는 집값의 1.5~4.25%로 생애 최초 구매 인화세만 내면 되고, 집값이 353만홍콩달러(약 5억9천만원) 이하일 경우 세율이 더 낮다.
지난 10여 년 정부가 이런 규제를 시행했어도 부동산시장의 열기를 누그러뜨리진 못했다. 중고주택 가격을 반영하는 센타시티리딩인덱스(CCL)를 보면 2013년 2월 가격연동 인화세를 도입한 뒤부터 2021년 8월 집값이 가장 높았을 때까지 8년 동안 홍콩의 집값은 평균 65% 올랐다. 그사이에 내림세를 보일 때도 있었지만 정부는 규제를 유지했다. 2018년 하반기 중고주택가격지수가 5개월 연속 하락했을 때도 캐리 람 당시 행정장관은 “홍콩의 집값 하락은 긍정적인 일이고 정부가 시장을 구제할 것이란 환상은 버려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소비 욕구와 지급 능력 타격
2022년 시정보고에서 존 리 행정장관은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고 민영주택 토지 공급도 늘리는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그때 이미 부동산 거래량이 줄었는데도 정부는 인화세 규제를 풀지 않았다. 1년 뒤 부동산 가격 하락 기간이 길지 않았는데도 정부가 시장의 요구에 따라 인화세를 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궈웨이언 CBRE 홍콩지역 가치평가 및 자문서비스부 이사는 “2018년과 2019년에도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지만 거래량이 해마다 6만 건 수준을 유지했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에 불과해서 지금과 상황이 달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공급한 토지가 저가에 낙찰돼 정부의 재정수입도 영향받고 있다.
왕자오치 나이트프랭크 이사는 “2018년, 2019년과 비교하면 홍콩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져서 고점이던 2021년보다 15% 넘게 내렸다”고 말했다. 거래량도 적어 한 달 3천 건에 불과해 정부가 나서서 시장 질서를 회복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예원치 우리홍콩기금회 부총재는 “과거 하락기와 다르게 이번에는 홍콩 부동산시장이 상승세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시장의 판단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절반이 넘는 홍콩 시민이 자기 집을 보유한 상황에서 집값이 계속 내려가면 그들이 보유한 자산이 증발하는 것과 같아, 소비 욕구와 지급 능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홍콩 정부가 이때 규제를 완화하고 외지인의 부동산 매입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한 이유는 인재 유치 정책과도 관련 있다. 홍콩 정부는 2022년 시정보고에서 타 지역 인재 유입을 장려하겠다고 밝혔고, 2023년 9월까지 각종 인재 유치 프로그램으로 16만 건이 넘는 신청을 받았다. 그중 10만 명 이상이 심사를 통과해 약 6만 명이 홍콩에 입국했다. 홍콩에 입국한 인재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홍콩에 정착했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외지에서 유입한 인재가 부동산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덩수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이사는 “최근 홍콩 부동산시장의 매수자는 대부분 실수요자이고 외지인이 부동산을 구매할 때 인화세 납부를 유예받는다면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인재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서 성공을 꿈꾸는 전문 인재를 위해 입국 장애물을 제거하면 다양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어 다원화한 산업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홍콩 정부가 단번에 규제를 철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궈웨이언 이사는 “정부가 순차적으로 인화세를 조정하면서 시장의 반응을 살핀 뒤 다시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자오치 이사는 “홍콩 정부가 몇 년 전부터 자취를 감춘 부동산투기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부동산중개사 판 여사는 “규제완화 폭이 크지 않아 시장을 자극하지 못했다”며 “다음에 규제를 전부 없애더라도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財新週刊 2023년 제42호
香港樓市前路未卜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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