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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도 지지 미 노조운동 미래 걸려
[FOCUS] 미 자동차노조 파업의 의미
[164호] 2023년 12월 01일 (금) 엘렌 슈발리에 economyinsight@hani.co.kr

 전미자동차노조(UAW)가 3대 완성차업체인 스텔란티스, 포드, 제너럴모터스를 상대로 동시에 파업을 벌였다. UAW는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외치며 6주 동안 파업을 이어간 끝에 요구사항 대부분을 관철하고 파업을 종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파업을 지지하러 집회에 참석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파업에 미국 노조운동의 미래가 걸렸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파업은 미국 자동차업계 사상 처음으로 3사 동시 파업이자 최근 25년 내 가장 길게 지속된 미국 자동차업계 파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엘렌 슈발리에 Hélène Chevallier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식권 드릴까요?” 존(30대)이 식권 뭉치를 손에 쥐고 파업노동자 무리를 헤치며 지나간다. 190㎝ 큰 키에도 얼굴에서 웃음기를 감추기가 쉽지 않다. 무슨 말인가 하고 멈칫하던 동료들은 이내 존의 농담을 이해하고 일제히 웃음을 터뜨린다. 존이 나눠주던 식권은 미국 농림부가 저소득층에게 배포한 식권이다. 유효기간이 지난 지 한참 됐다. 그게 무슨 상관이랴. 그의 농담은 효과가 있었다. “지금 우리 꼴을 좀 보시오. 무료식사권이라니!” 존은 자신의 농담에 만족하며 크게 웃었다.
미국 버지니아주 윈체스터의 스텔란티스 물류센터에서 파업 현장 분위기가 들떠 있다. 집회에 참여한 노동자 열 명의 마음에 응어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2023년 9월22일 파업운동에 동참했다.

넘실대는 파업의 물결
일주일 전, 미국 최대 노조 중 하나인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은 숀 페인 위원장을 필두로 미국의 3대 자동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포드를 상대로 파업에 돌입했다. 숀 페인은 위원장으로 당선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노조에선 이미 유명했다.
이번 파업은 역사적 사건이다. 규모가 커서가 아니다. 미국 3대 완성차업체인 ‘빅3’를 건드려서다. UAW 조합원 가운데 14만6천여 명에 이르는 3대 업체 소속 조합원들은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파업 세력을 키울 전략이다.
파업을 시작한 9월15일, 각 완성차업체의 공장 3곳에서 기계가 멈췄다. 이들 공장이 자리한 미국 북동부 지역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다. 이후 파업은 포드와 GM의 두 공장과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스텔란티스 물류센터 총 38곳으로 번졌다. 파업이 3주 넘게 이어지면서 파업에 동참하는 노동자는 2만5천여 명으로 늘어났다. 10월 중순에는 파업노동자 수가 3만여 명을 넘어섰다.
조지 바스케스 UAW 버지니아주 대표 조합원은 노동자들이 이번 파업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설명했다. “4년에 걸쳐 임금을 총 36% 인상할 것, 32시간 근무한 주는 40시간치 임금을 지급할 것, 진짜 퇴직연금을 보장할 것, 노동자 파견제도를 폐지할 것,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한 임금을 지급할 것”이다. GM, 스텔란티스, 포드는 임금 20% 인상을 제안했다. UAW는 나머지 요구사항을 생각하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미국 자동차업계 임금체계는 이중 구조로 돼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남긴 유산이다. UAW는 이번 파업에서 이중 임금제도 폐지를 기대했다. 크리스(20대)는 “임금에 상한이 있다. 8년을 더 일해야 시간당 임금이 최대 25달러 오른다. 똑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은 임금이 31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차이는 경제위기 때문에 생겨났다. 바스케스는 “15년 전 회사를 살리려고 노동자가 양보한 것 중 하나”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11월9일 미국 일리노이주 벨비디어에서 열린 전미자동차노조(UAW) 회의에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자동차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러 시위 현장을 찾기도 했다. REUTERS


중산층 지위 상실
이중 임금체계는 1980년대에 여러 미국 회사에서 도입하던 제도다. 그래도 자동차산업 노동자는 그 도입에 줄곧 반대했다. 그러다 2008년 GM과 (지금은 스텔란티스 소속인)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포드는 겨우 파산을 면했다. 빅3가 목숨을 부지하려면 비용을 대폭 줄여야 했다. 회사는 노동자에게 엄청난 희생을 요구했다. 바스케스는 “성탄절 보너스, 휴게시간, 건강보험 혜택, 임금 자동 물가 연동 등 포기한 게 많았다. 새로 고용한 노동자는 기존 노동자보다 연봉을 적게 준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양보는 잠깐이면 끝나기로 돼 있었다. 데니스(가명)는 “15년이 지났는데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업계를 떠난 적이 없다. “30년 전 얻은 첫 직장은 타이어 축을 만드는 공장이었다. 일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자. 졸업장도 있는데, 이런 일은 못해. 차라리 투잡을 뛰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엔 두 군데서 버는 돈을 합쳐도 크라이슬러 임금만 못했다. 지금은 주유소에서 일해도 여기만큼 벌 수 있다. 일을 많이 시키면서 돈은 적게 준다. 너무 부당하다.”
<워싱턴포스트>가 노동통계국 자료를 분석한 최근 기사를 보면, 자동차산업 노동자가 지난 30년 동안 임금이 가장 많이 떨어졌다. 1994년 미국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던 노동자는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임금이 시간당 45달러(약 5만9천원) 이상으로 많이 버는 축에 속했다. 지금은 시간당 32달러로 평균에 가깝다.
조지프 매카틴 교수는 통계가 그렇게 나온 게 놀랍지 않다. 워싱턴디시(DC) 조지타운대학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는 그는 노동조합운동 분야의 전문가다. 자동차산업 노동자는 한동안 “노동자 계층의 귀족”이었다고 매카틴 교수는 말했다. 그때 지위를 되찾으려 하지만 그게 “만만치가 않다”.
스텔란티스 물류센터 앞에서 집회에 참여한 재닛(가명)은 “그들이 우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3대 완성차업체를 두고 한 말이었다. 그는 간호보조사로 일하다가 지금 회사에서 인생 2막을 열었다. 올해로 58살, 미혼모인 그는 아직 힘이 넘치지만 은퇴하면 받을 연금이 너무 적어 걱정이다. 옆에서 마이크가 한마디 거들었다. 머리에 빨간 모자를 눌러쓰고 한 손에 UAW 팻말을 쥔 채 그는 말했다.
“자동차업계에서 일한 지 30년 됐다. 우리 아버지는 20년 전 은퇴했다. 내가 지금 은퇴하면 받는 연금이 아버지랑 똑같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물가가 그렇게 올랐는데. 은퇴하고 싶어도 못 한다.”
 

   
▲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미국 자동차업계 사상 처음으로 3대 완성차업체인 스텔란티스, 포드, 제너럴모터스를 상대로 동시에 파업을 벌였다. UAW 조합원들이 2023년 10월12일 미국 켄터키주 포드 공장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REUTERS


픽업트럭은 꿈도 못 꿔
자동차업계에선 아버지부터 아들까지 대를 이어 일한다. 그래서 구매력이 떨어지면 이를 더 크게 체감한다. 바스케스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픽업트럭이 2만달러(약 2633만원)였다”며 “지금은 못해도 7만달러는 줘야 한다. 옵션을 안 넣은 차 가격만 그렇다. 저가 모델은 이제 안 만든다. 1년 봉급이 6만6천달러인 사람이 7만달러짜리 차를 어떻게 사나”라고 말했다.
처우가 나빠진 노동자들이 더 받아들이기 힘든 점은 최근 몇 년 동안 경영진 급여가 꾸준히 올랐다는 사실이다. 2022년 메리 배라가 GM 최고경영자(CEO)로 번 수입은 2900만달러였다. 나머지 직원들 중위소득의 362배다. 포드의 최고경영자 짐 팔리는 2100만달러, 스텔란티스의 최고경영자 카를루스 타바르스는 2480만달러를 챙겼다.
미국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EPI)의 경제학자 애덤 S. 허시는 “이들 3대 완성차업체의 최고경영자 임금이 지난 10년간 40% 올랐다”고 말했다. 그가 연구소 블로그에 올린 자료를 보면, 빅3가 지난 10년간 낸 이익이 2013년 193억달러(약 25조4천억원)에서 2022년 2500억달러로 무려 92%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850억달러가량이 주주 몫으로 돌아갔다. 바스케스는 “그 많은 이익이 모두 우리 덕택이다. 회사는 우리가 잃은 것을 돌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 업체는 이익금을 전기자동차 전환에 필요한 투자금으로 쓴다고 반론한다.
빅3는 석유가 아닌 전기에 미래가 있다는 점을 일찍 보지 못했다. 이제야 전기차 산업에 수십억달러씩 투자하지만 격차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한 경쟁업체가 이미 까마득하게 앞서 있다. 2022년 테슬라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약 52%를 기록했다. 포드는 7%에 그쳤다. 포드가 빅3 가운데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번 파업으로 테슬라와 더 격차가 벌어질 공산이 크다.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가 한 말을 들어보면 그렇다. 그는 미국 방송 시비에스(CBS)에 나와, 임금을 너무 많이 올리면 회사가 화석연료 자동차를 생산하고 전기차를 개발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했다.
 

   
▲ 2023년 9월15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전미자동차노조(UAW) 집회에서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이 연설하고 있다. 이번 파업은 최근 25년 내 가장 길게 지속된 미국 자동차업계 파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REUTERS


미국 노동자조합의 부활?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좋은 영업성과를 기반으로 가격경쟁력 높이기에 나섰다. 최근 모델3 가격(연방세액공제 후)은 3만3천달러로, 경유나 휘발유로 움직이는 웬만한 경쟁 모델보다 저렴하다.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은 덕이다. 테슬라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젊은 노동자가 주를 이룬다. 무엇보다 일하는 직원이 많지 않다. 전기차 생산에는 내연차만큼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기세등등해진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는 소셜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에서 빅3가 파업으로 받을 타격에 관한 글을 올렸다. “그들이 바라는 건 임금 40% 인상, 주 32시간 근무다. GM, 포드, 크라이슬러를 한순간에 파산시킬 확실한 방법이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이번 파업이 테슬라 노동자에게 노조운동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미국에서 노조운동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게 이번 파업의 목표이기도 했다.
매카틴 교수는 “1950년대에 미국 노동자의 35%가 노조에 가입했다. 오늘날 노조 가입률은 10% 언저리에 있다. 민간회사는 가입률이 6%까지 떨어진다. 역대 가장 낮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이 미국에서 사회운동이 줄지어 일어난 특별한 해라고 말한다. 전미작가조합, 배우, 스타벅스 직원, 유피에스(물류회사) 트럭운전사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노동자들도 파업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동차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러 시위 현장을 찾았다. 수십 년 전부터 신자유주의 정책을 고수하는 나라에서 현직 대통령이 집회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카틴 교수는 대통령의 직접적인 파업 지지가 어떤 파급력이 있을지는 1~2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빅3 공장에서 벌어진 파업운동이 진정한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매카틴 교수는 “이번 파업에 미국 자동차산업뿐 아니라 노조운동의 미래가 걸려 있다. 파업의 결말이 미국 노동자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인 위원장은 기대가 크다. 그는 9월 중순 동영상에서 이번 파업을 1937년 미시간주 플린트 조립공장에서 벌어진 파업과 비교했다. 1937년 파업은 미국 노조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운동으로 기억되는 사건이다. 20세기 중산층이 탄생한 결정적 순간이기도 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10월호(제439호)
Automobile: le ras-le-bol des ouvriers américains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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